별이's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 친구만들기 2.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레오나가 아닌듯 했다.
그녀의 여행기에서 본 그녀의 동그란 눈이
빅썬글라스에 완전히 가려져 보이지 않았기때문에 확신이 없었고
너무 까매 가까이 가면 갈 수록 현지인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돌아설 내가 아니다.
(일단 레오나가 아닐수도 있으니 영어로 물어보자.)
[Are you Leona?]
[Yes, I'm Leona.]
그녀는 레오나가 맞았다.
안그래도 같은 리조트에 있긴 하지만
찾기가 좀 뻘줌해 만남을 미루고 있었는데
이렇게 자연스레 만나게 되니 다행이었다.
[저 은별이에요~]
[아하! 은별이님이시구나~]
내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친절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
아주 여성스러움 그 자체였다.
(사실 그녀의 글을 읽고 조금 터프하고 괄괄할거라 예상했었는데
알면 알수록 내가 그녀보다 훨씬 터프하단 걸 깨달았다... 쩝~)
[반가워요~ 저 오늘 아침에 체크인 했어요.]
[아, 그래요? 안그래도 온다고 해서 언제오나 기다렸어요~]
그녀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아주 반갑게 잘왔다고 날 맞아주며
함께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권했다.
수박주스를 사이에 둔 조금은 어색한 마주앉음.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하고 있을 때쯤
역시나 작가인 그녀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해 나갔다.
아직 바이킹에서 일을 시작한 건 아니고
좀 더 머무르며 결정내릴 것 같다는 말부터,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보통 사람들같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하기 힘든,
아니 하지않을 그런 이야기까지 아주 거리낌없이)
재치있는 말솜씨로 날 매료시켰다.
(와... 역시 언변의 마술사... ㅎㅎ)
난 사실 그렇게 처음보는 내게 마음을 확 여는 그녀가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런 솔직한 그녀였기에
사람들에게 좀처럼 마음을 잘 열지않는 내가
정말 순식간에 마음을 열어버렸다. ^^
그리고 우리는 그 자리에 앉아 한 시간이 넘게
웃고 떠들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제의 한 가지.
[그나저나 이제 말 놔도 되지?]
[그럼~ 나도 말 놓을게. ^^]
그러자 아주 살짝 뜸들이며 묻는 레오나.
[몇년생이야?]
[너랑 동갑이야.]
난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말놔~]
그렇게 해서 친구먹은 우리~~
하지만 나 그때 정말정말 몰랐다.
그녀가 80년생인 것을......
(참고로 난 81년생)
그 당시 레오나는 내 나이를 알고 있었지만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냥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레오나의 실제 나이를 우연히 알고 난 후에도
이미 친구먹었으니 앞으로도 그냥 친구하자며 당황해하는 나를 위로했다.
그녀는 역시 쿨한 여자다.
어쨌든 난 그 당시
언젠가 그녀의 여행기를 읽으며 '나랑 동갑이네.'라고 생각했었고
정말 나랑 나이가 같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생각했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ㅡㅡ;)
뭐 어쨌거나 그 당시는 한치의 의심없이 친구가 되었다, 하..하... ^^;
지금 생각해보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녀와 내가 그렇게 친구가 되었기에
더 허물없이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론 잘된일인 듯. ^^
그렇게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레오나가 누군가를 가리킨다.
[저 애, 저 애가 바로 퀘군이야. 내가 여행기에 썼던 바로 그 퀘군.]
(뭐? 퀘군??)
바로 레오나의 여행기 속
꽤 괜찮은 몸매에 얼굴은 ? 마크로 가려진 사진의 주인공 그 퀘군??
그리고 레오나는 그 아해를 불렀다.
[헤이, 여기 내 친구왔어~]
그러자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는 퀘군.
그런데...
흠......
.
.
.
.
.
.
.
사진하고 초큼... 다르....네...... ㅡㅡ;
레오나는 나의 반응을 보며 예상했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퀘군이 지금 살이 많이 쪘어, 하하... ^^;]
그래... 그런 것... 같구나.....
아... 솔직히 살짝 기대했는데 살짝 실망이당~ ㅎㅎ
뭐 그래도 해맑게 웃으며 다가오는 퀘군의 미소는 꽤 매력있긴 하네. ^^
그렇게 금새 친해진 우리.
퀘군이 갑자기 바다 한 가운데를 가리키며 미끄럼을 타러 가자고 한다.
난 내가 영어를 잘못 알아들은 줄 알았다.
아니, 여기가 캐러비안 베이도 아니고 왠 미끄럼??
하지만 저 멀리 바다를 보니 바다 한 가운데에
배는 아닌 것 같은 뭔가가 떠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자 레오나가 연이어 설명했다.
원래는 수상레스토랑이었는데 영업중지를 받아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저렇게 떠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거기 가면 미끄럼틀이 있다고 말했다.
[오, 그래? 완전 재밌겠다!! 그럼 좋아~ 나 가볼래.]
스노쿨링 장비를 갖추고
셋이 나란히 카약 한 대를 나눠타고 출발~
그리고 도착해 제일 먼저 구명조끼부터 챙겨 입고... ㅜ.ㅜ
사실 나 두 달 넘게 수영을 배웠었지만
2003년 호주 Backpacker House에서 만난 한 한국인의 장난으로
바다에 빠져 죽을뻔 했다가 Life Guard의 도움으로 살아나온 기억 후엔
극도로 물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흑...
어쨌든 구명조끼의 도움으로 용기내어 올라선 미끄럼틀.
이미 레오나도 뛰어들었고 퀘군도 물속으로 뛰어들고 배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나에게 얼른 해보라고 꼬시는 그 두 악마.
하지만 나....
.
.
.
.
.
정말 겁먹었다....
바로 이런 모습. ㅠ.ㅠ
(아, 몰라~~~ 그래, 죽기 아니면 살기다.)
그리고 잠시의 공포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고 뛰어들어
어느덧 무사히 물 위에 떠있는 나.
(어라? 이거 생각보다 짜릿한데? ^^)
그리고 급 자신감 충만해져 다른 것에 도전하기로 한 나와 레오나.
바로 Rope Swing이다.
레스토랑 지붕 위에 올라서서 줄을 잡고 줄에 매달려
타잔처럼 점프해 바다로 뛰어드는 놀이였다.
먼저 퀘군의 시범을 본 나.
(이거.... 장난이 아닌데....?
무슨 군대도 아니고 나 이런 짓을 해야돼?)
그리고 역시나 머뭇거리고 있는 나를 앞서 뛰어드는 레오나.
(허걱... 수영 못한다고 한 거 다 뻥아냐?)
그리고 나를 또 꼬시는 두 악마.
(그래, 나만 못하는 바보 되기 싫다 ㅡㅡ;;
미끄럼이나 이거나 다를 바 없지 뭐.)
.
.
.
.
.
하고 올라섰지만.... 완전 무섭다.
바로 지금 서 있는 저 위치도 무서운데
저기보다 더 높은 회색지붕 꼭대기 위에 올라서서 뛰는 것이었다. ㅠ.ㅠ
나... 할 수 있을까....
줄을 잡고 덜덜떨고 있을 때 쯤 뒤에서 날 밀어버리는 퀘군.
아~~~~~~~~~~~~~악~~~~~~~!!!!
나쁜넘.... ㅠ.ㅠ
진짜 너무 무서웠다.
근데 잠시 후 물 밖으로 나오니 왠지 흐뭇한 기분은 뭥미?? ㅎㅎ
이거이거 완전 짜릿한데??
그런데 그 순간 저쪽에서 누군가 카약을 타고 우리쪽으로 오고 있었다.
바로 바이킹에서 일하고 있는 카이라는 미국 아해와
(무슨 이름이 치킨이냐? ㅡㅡ; 카이는 태국어로 치킨이라는 뜻~
게다가 알고보니 그는 아침에 만났던 커리와 친한 친구사이.
친구들끼리 이름도 끼리끼리네. 한 명은 카레, 한 명은 닭.ㅎㅎ)
그리고 그와 데이트중이라는 미모의 태국 해군장교 니나.
이렇게 세 명은 다섯 명이 되었고 함께 놀며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해가 질 때 쯤 리조트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카약을 나눠 탔다.
레오나는 가장 앞자리에서 노를 젓고,
내가 중간 황금자리(노를 젓지 않아도 되므로 ㅋㅋ),
그리고 퀘군은 맨 뒤에 앉아 열심히 노를 저으며 리조트로 향했다.
그렇게 두 손이 자유롭기에 돌아오는 길에 찍을 수 있었던 카약킹사진~
이렇게 또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 ^^
이곳으로 오기 전의 불안함과
이곳에서 느낀 첫 날의 낯설음은 이미 사라지고
오직 즐거움과 설레임만이 남아 앞으로의 시간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제 혼자일 때 느꼈던 소중한 작은 감동들은
잠시 가슴속에 묻어두고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림의 시간을 즐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