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s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 What is your priority?
눈을 뜨니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다.
잠을 어떻게 잤는지도 모를만큼 기절해서 잔 것같긴 한데
어째 온몸이 쑤신다.
아... 이제 나도 조금씩 도미토리룸이 힘들어지는 나이가 되었구나.
배낭여행은 배낭여행답게라고 늘 외치던 나인데
그것도 다 때가 있나보다. ㅡㅡ;;
뭐 어쨌든 난 이 지옥같은 사쿠라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라는 귀한 시간을 잘 버텨주었고 오늘은 밤버스로 끄라비로 가기전
서울에서 미리 생각해 온 미션을 수행하러 시내로 가야했다.
하지만 그 전에 문득 시간 확인이 필요했다.
(맞다, 여긴 샤워장 중 단 한 칸만이 핫샤워라고 했지? 지금 몇시지?
얼른 가야해, 일본 애들에게 순서 안뺏기려면.)
다행히 8시이다.
당연히 아무도 안 일어났을 이른 아침.
샤워도구를 챙겨 샤워실로 향한다.
근데... 역시나 smoking area를 지나가야 한다.
하지만 역시 이른 아침이니 아이들이 있을리가 없지. 후후
어? 근데 이건 뭥미??
이게 다 어제 저녁에 걔네들이 마신 술이야???
.........징한 것들.
역시 일본애들 주당인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어제 대작 한 번 뜰 걸 살짝 아쉽네.... 쩝~
어쨌거나 이미 난 방콕을 오늘 밤 뜨기로 결정했으므로 pass~
미로를 거쳐 도착한 공동 샤워장.
역시나 샤워장은 리셉션 태국아해가 말한대로 세 칸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 중 첫 번째 칸만이 핫샤워라는 사실.
그나저나 신기하게도 아침이 약간 쌀쌀하네??
내가 태국에 1월에 와본적이 없어 그런가??? 살짝 가을날씨???
아...... 좋다~~
뜨거운 물은 펑펑 나오는구나~~
난 최대한 반 야외 샤워장인 사쿠라에서 아침 바깥 공기를 느끼며
이곳을 선택한 후회를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최대한 길고 길~~~~~~~~게 샤워했다. ㅎㅎ
역시 그러다보니 아해들이 하나씩 오는 소리가 들린다.
흠... 누군가 옆 칸으로 들어간다.
(아침공기에 찬물로 샤워하려면 좀 고생스럽겠다, 얘. ㅎㅎ)
그래도 난 개의치 않는다.
한국에서도 보통 25분의 샤워경력을 가지고 있는 나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사실 더 발휘했다. 소심한 복수ㅎㅎ)
자~~~앙시간의 샤워를 마쳤다.
그러고 나오니 샤워장이 살짝 북적인다, 역시나.
얘들아, 초큼 미안하다규~~
그나저나 샤워도 마쳤겠다, 짐은 이따 싸면 되겠다,
방콕에서의 첫 아침 식사를 하기위해 람부뜨리거리로 나섰다.
아무래도 첫 식사는 따뜻하고 맛있는 게 좋겠지?
결국
짜잔~~~~~~~
태사랑 회원들의 인기식당, 나이쏘이로 결정.
역시 양은 쥐꼬리만큼이지만 맛 하나는 끝내준다는~ ^^
그리고 꼭 같이 마셔야 하는 인기메뉴, 커피!!
역시나.... 넘 맛있다........ 태국오길 다시 한 번 잘했다.
그리고 남은 커피는 포장까지 해서~~
사쿠라로 돌아와 마무리 가방을 쌌다.
이제 내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러 마분콩센터로 가야 했다.
내가 나에게 준 미션 두 가지.
1. 아이팟을 밖에서도 들을 수 있는 작고 싼 스피커를 살 것
2. 바닷가에서 칠 배드민턴채를 살 것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정말 그 때는 몰랐다)
나의 두 번째 미션은 정말 터무니없이 바보같은 미션이었다. ㅡㅡ;
난 왜 태국의 바닷가에 바람이 불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던 거지??
바닷가에서 배드민턴이 가당키나 하냐고.... 쩝
뭐 어쨌든 이때까지만 해도 가능하다고 여겼으니(하하...) 시내로 향했다.
우영님이 주신 방콕 시내 지도.
버스노선까지 자세하게 나와있어 정말 쉽게 버스도 타고. (감솨~)
그렇게 마분콩센터에 도착했다.
씨암은 6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 변한 모습 없이
세련된 시내의 모습 그대로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얽혀있는 복잡한 이 육교에 서서
사방으로 펼쳐진 시내의 전경을 바라본다.
대체 무엇때문에 난 이곳에 그렇게 오는 것일까...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 나라에
왜 이렇게 홀로 길 한복판 위에 서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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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항상 태국에 간다고 하면 주변반응은 늘 한결같았다.
이제는 돈도 모아야 되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할 나이에
왜 그렇게 기어코 나가려 하냐고.
그럼 그들에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또 다시 가방을 싸며 말한다.
[당신의 priority는 무엇입니까, 좋은 직장? 결혼?? 안정된 생활???
그건 어디까지나 당신이 바라 본 당신의 인생목표죠.
전 어려서부터 독립심이 강하고 모험을 좋아했어요.
늘 새로운 도전이 절 흥분시키고 직접 부딪혀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리고 이제 내가 원하는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죠.
조금씩 늦으면 늦을수록 하기 힘든법이에요.
전 더 늦기전에 제 인생의 우선순위를 찾으로 다닐거에요.
아직 그게 확실히 뭔지 찾지는 못했지만
그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여행과 관련이 있다는 것 만큼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죠.
전 이 생활이 너무 좋아요.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가방을 싸는 일도 좋고
떠나는 날 공항에서의 내 심장을 간지럽히는 듯한 그 짜릿한 설레임도 좋고,
낯선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무언가를 함께 공유하는 그 느낌도
때로는 혼자 멍하니 누군가를 생각하는 그 시간도 너무 좋고,
심지어 여행 후 후유증으로 밤잠을 설치는 그 느낌까지도 좋아서
오늘도 떠날 채비를 하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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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난 지금 육교 위에서 바라본 지극히 평범한 마분콩센터를 보고도
여러가지 생각을 멈출 수 없다.
갑자기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진다.
그래, 이러고 있을 시간 없지.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이 방콕 시내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얼른 미션 수행하고 맛있는 수끼 먹으러 가야지~
마분콩센터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