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세계일주 태국 13호 // 정신 나간 놈 (푸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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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세계일주 태국 13호 // 정신 나간 놈 (푸켓)

2찰리 19 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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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8일

끄라비 주의 까우터(Khao To)에서 고마운 디(Di)네 가족과 인사를 하고 다시 갈 길을 계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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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침에 뜨거운 물과 커피믹스를 주고

아침밥은 아무도 안 먹는지 당신들은 뜨거운 물만 마시고

나만 생선을 구워서 떠나기 전에 든든하게 챙겨줬다.


태국 사람들 정말..

고맙다는 말을 몇 번 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ㅋ

“디야, 혹시 이메일 주소 없니?”

난감해 한다.

“오케이 괜찮아 그냥 주소라도 줘.”

맨입의 고마움이 되지 않게 주소라도 잘 챙겨놔서 나중에 작은 엽서라도 보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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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태국의 경부고속도로라 할 수 있는

방콕에서 말레이시아 국경까지 이어진 4번 국도를 다시 만났다.

만든 지 너무 오래되어서 보수 중인 곳도 종종 있고 산을 피해가고 도회지들을 거쳐 가서

남쪽으로 바르게 내려가지 않고 고불고불 크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말레이시아로 가려면 원래 4번 국도의 남행을 타야하지만 반대로 북행을 타서 방콕 쪽으로 가고 있다.

이 길이 푸껫 근처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도로엔 트럭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고래들과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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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로만 듣던 명성 있는 휴양지 푸켓의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의 지형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괴상하게 돌출된 산.

페달질의 고난은 별 다른 말 필요 없이 사진으로 대처하면 되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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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응아(Phang-Nga)주에 들어와서는 맛있는 볶음 해물 쌀국수를.

그냥 시원한 음료수가 당겨서 한 잔 마시러 온 집의 아줌마가

얼음과 물을 계속 리필해주며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점심까지 먹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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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태국에서 가장 큰 섬, 꼬 푸켓으로 들어가는 다리 위에 섰다.

왠지 상상에는 엄청 길고 자전거는 통행금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대안까지 구상해가며 왔는데

그냥 간단하게 강하나 건너는 느낌의 다리 두 개가 양방향으로 이어준다.

쉽게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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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나를 환영해주는 문구를 보고 하는 혼잣말.

자전거 여행과 어울리는 곳인 줄은 모르겠지만 관심 갖고 샅샅이 뒤져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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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푸켓의 외진 도로엔 갓길, 그리고 이륜차 전용 도로, 그 후에야 자동차도로가 있다.

앞전의 환영 문구는 정말로 나를 환영해주는 인사말이었구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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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가까워질수록 오래간만에 교통체증도 보이고 이륜차 전용 도로를 구분해 주는 선이 없어지더라도

차량들이 이륜차를 위한 자리, 혹은 좌회전 하는 차량을 위해 자리를 배려해 놓는다는 것에 또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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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 하면 왠지 해변과 리조트들 밖에 없을 줄 알고 차가운 인심에 대비한 마음의 준비까지 하고 왔는데

섬 중심부는 그냥 정겨운 태국의 중소도시 온 것 같기도 하고 푸켓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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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 달콤 묵직한 닭꼬치의 가격이 10밧이니깐 가격도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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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눈에 보이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불교 사원보다는 이슬람 사원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하얀 모자를 쓴 아저씨, 차도르(스카프)를 두른 아줌마들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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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는 썽테우들이 파란색 계통으로 통일 되면서

픽업트럭에서 2.5t 트럭으로 진화됨으로 버스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모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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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툭툭을 대신한 소형 밴의 택시들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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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둘러보다가 드디어 푸켓에서의 첫 해변에 도착했다.

그런데 덕지덕지 붙어있는 파라솔들이 해운대를 상기시키는 게 내가 상상했던 거와 다른데. ㅡ.,ㅡ

수린(Surin)해변은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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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고불 높은 언덕을 넘어 다음 해변으로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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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 그래 바로 이거야!

오늘의 숙소를 이곳에 잡아야겠다는 필이 딱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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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도착한 카말라(Kamala)해변은 한가하고 조용한데다가

모래사장이 얕고 옆으로 넓으면서 완만한 경사를 이뤄 해수욕하기에 딱 좋은 사이즈다.

2004년 쓰나미의 아픔을 보여주는 쓰나미 추모비들이 해변마다 있고

안내 지도에도 또 다른 재해를 대비한 대피소의 경로가 자세히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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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창 성수기인데 예년 같았으면 붐빌 것 같은 이곳에 관광객이 거의 없다.

올해 여름 푸켓 공항 폐쇄에 이어 요번에 수완나품 공항 폐쇄가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큰 타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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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자리가 조금 메워진 곳은 현지인 상대로 하는 로컬 식당이다.

잠자리를 잡기 전에 나도 이곳에서 맛있는 해물 팟타이를 먹으러 왔다.

도대체 하루에 새우 몇 마리 먹는지.. 행복하다.ㅋ

다시 해변으로 돌아가기 전에 빈 페트병에 물을 채워 간다.

무단이 되지 않게 해변의 파라솔 주인에게 인사하고 적당한 위치를 물색한 뒤 나의 숙소를 뚝딱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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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짠~

이름하야 찰리의 이동식 리조트 준공!

거기에 객실 중에서도 가장 비싸다는 해변 앞의 비치 프론트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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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짖느라 흘린 땀방울에게 포상하러

전방에 펼쳐진 개인 해변에 몸을 담가준다.


크아..

어찌 짜야 할 바닷물이 짜지 않고 달지?

안다만의 바다라 역시 다르구나!^-^


빈 페트병에 채워뒀던 수돗물로 간이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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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텐트 친 곳 중에 최고의 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카말라비치.

어제 밤 달빛 수영에 이어 모닝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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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현지 식당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 있던 카레 양념된 노란밥.

식당 아줌마도 차도르를 두르고 있는 것을 봐선 이슬람 식당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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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해변으로 넘어간다.

요번에는 빠통(Patong)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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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마치 내게 자전거 여행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던 사건과 비슷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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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2년, 자동차로 그리스 이고메니짜 항에 도착했고 항구 뒤로는 험하고 험한 산이 있었다.

아테네로 가고자 승용차 기어 1~2단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가파른 산을 오르고 있는데

계곡 너머 저 반대편 오르막으로 자전거에 집안 살림 다 실은 듯한 라이더가 낑낑 거리며

그 험한 산을 오르고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생각했다.


“정신 나간 놈.”


그러고는 단숨에 추월했다.

그런데 나는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왜 그런 고생스러운 여행을 하는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이라 그 궁금증을 풀고자 바로 그 해,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에

내가 그 정신 나간 놈이 되어보고자 친구를 꽤서 같이 유럽 몇 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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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체,

풀샥 철티비와 패니어가 아닌 배낭 메고. --;;

다녀오고 나니 엉덩이며 허리며 멀쩡한 곳은 없었지만

그러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정신 나간 짓’을 왜 하는지.


누군가가 내게 자극을 줬듯이

누군가에게 그 자극을 전달하고 싶어서

이 야밤에 쿠알라룸푸르에서 밀린 여행기를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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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9일

이동거리 : 129km,, 난이도 : 중

세계일주 총 거리 : 11698km

마음의 양식 : 에베소서 6장, 빌립보서 1장.

지출 : 시장(두유,풀빵,튀김) 42, 음료(사이다,환타) 24, 점심(팟씨유) 30, 콜라,물(1.5L) 30, 꼬치 10, 음료 물(1.5L) 51, 팟타이 40, 계 : 227Baht (6.5$)



http://7lee.com

charlies world journey by bicycle



19 Comments
문화걸 2009.01.17 01:54  
요즘..여행기..안올라와서..은근히..기달렸는데...ㅋㅋ
드디여..오늘..^^
왠지..찰리오빠..여행기를 보면..저도..자전거..여행을..해야할거같은..느낌이..
머릿속에..제가..자전거..여행하는 모습이..그려집니다..ㅋㅋ
2찰리 2009.01.17 12:52  
ㅋㅋ 아마 문화걸님이 무동력으로 세계일주 하면 여자로 세계 최초가 되지 않을까요?
남자는 아쉽게도 이미 많이 늦었답니다.ㅋㅋ
트와이스 2009.01.17 02:47  
새벽에 들어오면 제가 처음 일꺼라 생각했는데..ㅎ
좋은 여행기 좋은 사진 항상 감사합니다.
건강조심하시구요.담편 또 기다려봅니다. ^^
2찰리 2009.01.17 12:53  
새벽임에도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주희예요 2009.01.17 09:51  
여행기 쭉 다봤는데,, 댓글은 첨이네요^^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대단하신거 같아요~~~
챨리님의 용기와 열정이 부럽습니다^^

항상 건강조심하시구요~~
남은 여행동안도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2찰리 2009.01.17 12:55  
넵 사람은 젊어서 희망만 있으면 살고 늙어서는 추억이 있으면 산다고 들은적이 있어요.
나중에 돈 없더라도 추억 먹고 살려구요.ㅋㅋ
하얀꿈 2009.01.17 11:54  
예전에 아메리카대륙 자전거횡단 하신분의 책을 아주 잼있게 읽은적이 있는데 찰리님의 글이 더 잼있네요.생생해서..가는곳마다 좋은분들 만나시고 마음의양식으로 인해 늘 든든한 여행이 되길..저는 울 아들이 나중에 커서 자전거횡단여행을 한다고 하면 허락할거에요 ㅎㅎ그때 자극이되길..
2찰리 2009.01.17 12:57  
아~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에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서 좀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괜찮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ㅋㅋ 아드님 좋으시겠어요~
Leona 2009.01.17 12:05  
푸켓타운에서 빠통비치가는 저 마의 언덕길...ㅎㅎ
저는 렌트카로 다녔는데 차로도 힘든 길을 자전거로...;; 대단하십니다.

'누군가가 내게 자극을 줬듯이 누군가에게 그 자극을 전달하고 싶어서...'
울컥 찡해지면서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네요...
건강하고 기분좋은 여행기...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2찰리 2009.01.17 12:58  
아.. 그길.. 다음편에 나옵니다. 아주 인상적인 사진과 함께요.ㅋㅋ
저역시 '너 목마르니?' 넘 잼나게 읽고 있습니다.^0^
토미(土米) 2009.01.17 12:32  
글을 잃고 있는 내내 저의 가슴이 너무도 콩딱거립니다. 대리만족만으론 너무도 부족하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여행길 도ㅣ세요
2찰리 2009.01.17 13:01  
저도 여행하면서 콩딱거려야하는데 2년이 다되어가다보니.. 마음의 정리 좀 해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러버보이 2009.01.17 14:01  
하하 정말 나도 자전거 여행이 꿈인데^^
여행기 잘보고 있어요~
팍팍 도전이 됩니다
건강하세요  나날이 허벅지는 두꺼워 지겠지만 ㅋㅋㅋ
화이팅
체력단념 2009.01.17 14:46  
정말 인상적인 여행기네요. 진정한 여행자세요!!
특히 저 가파른길..ㅋㅋ 저는 뚝뚝을 타고 갔는데..손짚고 턴해야할것 같은 그런 느낌.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방나촌장 2009.01.21 02:29  
찰리야~ 요즘 형도 자전거에 필 지되로 받았다...
이러다가 조만간 떠날지도 모르겠다...
건강하게 여행 잘 해라..
2찰리 2009.01.21 11:25  
어~어~ 방나형님!ㅋㅋ 안녕하시죠??

저는 7번 아이언 아직 한 번도 못 썼답니다.ㅋㅋ

필 받으셨다면 그거타고 나중에 그렇게 가고 싶어 하시던 티벳에서 만나는 것은 어떨까요??ㅋㅋ

카트만두에서라도..ㅎㅎ
전북 2009.01.22 14:59  
저희나라에도 찰리씨와 같은 멋진 분이 계셨군여,,ㅎㅎ
앞으로도 건강하게 멋진여행 하시구여,,
멋진 글과, 사진 듬뿍듬뿍 기대할게여^^,,
예로 2009.02.10 02:14  
아아...자극 받으면 아니되는데....  저도 바이크를 탑니다...모토 바이크..

작년 겨울 가족여행때 푸켓 크룽텝 에서 일몰을 보고 있는데  반대편 에서  풀옵션의 여성 라이더가 올라오셔서 반가운 인사를 했더랬죠.  지금 컴터 옆에는 김훈선생의 자전거 에세이가 나를 바라보네요.

아아...자극....

건강 하시길...
가을편지 2009.02.10 12:19  
근대 자전거는 한국에서 가져가시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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