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병주고 약주기
땀이 비오듯 흐르고 숨이 넘어가듯 헐떡댔다. 내가 보기엔 나만 그랬다.
그런데 솔직히 너무 안쉰다. 게다가 하늘에 가까워 갈 수록 치앙마이의 오후는 너무 뜨겁다.
아무도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걷고 걷고 쉬고 또 걸을 뿐이다.
나는 아래만 쳐다보고 걷고 걸었다.
땅을 밟아 아래로 밀어내면 새로운 땅이 내려오고, 또 밟으면 또 내려오고. 이것이 등산의 묘미인가? 미묘하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문득, 내가 돈을 내고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그냥 치앙마이에 오는 기차를 놓쳤다면 어땠을까?
너는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힘든 척 할 수가 없었다. 넌 여자인데 그랬고 난 그래도 남자였으니까.
힘든 척 할 수 없는 게 더 힘들었다. 숨이 차지 않은 척 거친 숨을 참다가 하늘이 노래지면 잠시 뒤쳐져서 가쁘게 심호흡 후 너를 따라잡곤 했다.
하기싫어! 나 내려갈꺼다 이놈들아!!
라고 마음 속으로 세번 정도 강하게 외쳤을 때, 고산족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우리가 오늘 밤을 보내게 될 방갈로를 안내 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곳에 누워 벌써 잠이 들어버렸다.
해가 질 무렵, 향긋한 카레 냄새에 잠을 깼다. 아니, 산 속의 추운 공기에 깼는지도 모른다.
맛있는 감자치킨카레와 밥으로 배를 채웠다. 후식으로 과일까지 아주 잘 먹었다. 데니스 부부가 먼저 자리를 일어나더니, 잠시 후 방갈로 뒷쪽에서 우리에게 오라며 손짓했다.
불을 피우고 있었다. 탁탁 소리내는 모닥불, 캠프파이어.
우리의 가이드는 잠깐 자리를 비우더니, 자신이 만든거라며 하프도 아니고 우쿨렐레도 아닌 7현의 현악기를 가져왔다.
"this song is for broken heart people."
그래, 슬펐다. 슬픈 음을 냈다. 심장이 찢어졌을 때 만든 악기였나보다. 그리고 그는 연주 위에 슬픈 목소리를 얹었다.
충분히 슬펐다 싶었을 때 곡이 끝났고 우리는 위로의 박수로 화답했다.
가이드는 나에게 악기를 건네며 한 곡 하란다. 싫다고 거절하려다 뭔가 아이디어가 하나 생각났고, 튜닝을 부탁했다.
내가 휘파람으로 소리를 들려주고 가이드는 음을 맞췄다.
중임무황태로 튜닝한 후 아리랑을 연주했다. 아리랑도 원래 슬픈 노래니까,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중임중임 무황무황 태황태황무임중..."
태국인 가이드, 치앙마이의 고산족 친구들, 캐나다에서 온 데니스 부부, 덴마크에서 내 아리랑을 듣기 위해 물건너 산넘어 찾아온 너.
나는 연주했고, 너희들은 내 청중이 되었다.
한껏 표정연기를 하며 구슬픈 척 연주했다. 하늘을 쳐다보니 유난히 별이 많았다.
그래, 등산이 병이라면 이 밤은 약이다.
http://blog.naver.com/songsl/40059015822
---------------------------------------------------------
오랜만에 글을 하나 썼는데요, 아쉬운 얘기를 하나 하겠습니다-_-;
별 것 아닌 글들이라 이런 말을 쓰는것도 송구하지만, 이곳에 여행기를 그만 올릴까 합니다.
이번 여행기를 쓴 이유는 이제껏 느꼈던 여행의 느낌을 합쳐서 한 여행기에 쭉 늘어놓아보고자 했던 의도가 큰데요. 이번 방콕과치앙마이 여행에 대한 여행기를 쓰는 것이지만, 지난 도쿄, 밀라노, 시애틀등을 여행하며 느꼈던 느낌들을 함께 정리하고 싶은 그런 다소 개인적인 이유로요.
그래서 이곳의 여행기 게시판의 글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정보성)는 생각이 항상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글인데 제 블로그와 이 곳까지 두 군데에 같은 글을 올리는 것도 공해같아 껄끄러웠습니다 -_-;
여행기를 읽어주시고 답글 달아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
약속 드리는 것은 제 마음대로 편히 쓸 수 있는 블로그에 이 여행기를 꼭 완결 짓도록 하겠습니다.
광고같아 올리지 않을까 했지만 혹시 이어질 여행기에 관심있으신 분은 제 블로그에 들러주세요
http://songsl.pe.kr
RSS를 등록하시면 새글이 떴나 안떴나 점검하러 오실 필요 없이 편하게 새글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http://blog.rss.naver.com/songsl.xml
RSS가 무엇인지 궁금하시면 아래의 주소에 접속하세요
http://www.hanrss.com/help/guide.qst
리플이 마약같아 그간 끊을 수 없었지만 두 눈 질끈 감고 잘라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