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시점

앞 자리에 할머니가 앉아서 매우 실망했다.
영어도 못하실 것 같고.
엄청난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열 세시간 동안 기차를 타는데 말동무를 할 만한 상대를 기대하는 건 여행자로써 당연하지 않은가.
낮부터 말을 잘 못해서 그런지 입이 답답하다.
아, 이것이 혼자 하는 여행이라는 건가.
게다가 옆사람 둘 다 태국인 아줌마랑 어떤 처녀. 침대칸 기차는 로컬 사람들이 잘 타지 않는다고 하던데.
저 건너편엔 유럽사람 여러명이 재미있게 맥주 갔다놓고 웃고 떠드는데, 아 좌절.
몇 시간 지났을까.
시간이 얼마나 되었나 옆에 아주머니께 물어봤다.
아주머니 팔을 꺾어 시계를 보여주신다. 7시 20분.
완전심심.
그런데 그 때였다. 이 아주머니가 나보고 'Korean? Japanese?' 라고 물으셨다. '까올리'라고 하니 좋아하신다.
앞에 처녀도 South Korea? 하고 물어온다. 하하.
대화를 지속해 볼 요령으로 하나 물었다.
- 이게 마지막 정거장이에요? 더 없어요?
그 처녀가 못 알아 들었다. 대화가 버벅여지고 뭔가 어색해 질 때 즈음,
앞에 있던 할머니가 끼어들며 말했다.
'what do you want to do?'
오 마이... 유창해...
그리고 다시 여쭈어보니, 몇 정거장이 더 있다고 말 해주었다.
곧 아유타야를 지나니 할머니가 아유타야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옆자리 처녀는 다음 주에 결혼식을 한다며 소박하게 웃으며 청첩장을 보여주었다.
아주머니는 영어가 답답하셨던지 아얘 태국어로 수다를 떨고 계신다.
재미있는 대화 상대들이었다.
내가 불평했던, 불편해 했던 그 사람들이 이렇게 다르게 보였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연령대의 현지 사람들과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다니. 마음먹기 달린 시점.
나는 저 뒤 유럽애들이 '우리에게 술 한병씩 돌리면 같이 놀도록 껴주지' 라고 말 하면 신나서 달려갈 것 같았는데.
아니다.
난 지금 이 멤버가 좋다.
그런데 갑자기
아쉽고 곤란해졌다.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침대가 곧 펼쳐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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