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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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

songsl 14 1823

여행을 가기 7일 전, 그래, 방콕과 치앙마이에 홀로 여행을 가기로 결심 했다.

여행을 가기 5일 전, 회사 팀장님에게 이메일과 함께  양쪽 주말을 붙혀 9일을 쉴 공산으로 월화수목금 휴가 결제를 올렸다.

여행을 가기 3일 전, 결제가 완료 되었고,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여행을 가기 2일 전, 각종 여행 관련 티켓팅을 완료하고 업무 인수인계를 마친 후 몇 몇의 사람들과 가족에게 말했다.

- 저 방콕으로 여행 가려고요.

그리고 그 몇 몇의 사람들이 물었다.

- 왜 가려고?

글쎄, 나도 왜 여행을 해야하는 지 잘 몰랐다.

 

이유 1. 업무적으로, 반년이 넘는 긴 프로젝트가 드디어 오픈을 했고,이후에 가졌던 프로젝트도 일단락 된 시점이었다.

이유 2. 개인적으로, 지난 5월 방콕 여행 후 쉼을 가지지 못하고, 여름 휴가도 반납 한 채 하루 하루를 달려왔다. 그래서 많이 지쳤다.

이런 이유를 들어 나는 여행을 한다고 말했지만, 그들에게 답하면서 되려 나에게 다시 질문하게 되었다. 

사실, 여행을 왜 해야 하는 지 나도 잘 알지 못했다.

 

배가 불렀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태국 정세가 요즘 위험한데 왜 떠나냐는 얘기도 들었다.

 

난 돈도 많이 없고 그렇다고 시간이 남는 것도 아니었다.

기말고사 준비도 해야하고 자바스크립트 공부도 해야 했다.

집안 분위기 또한 내가 여행을 가기엔 좋지 않았다.

 

겨우 뽑아낸 이유1과 이유2 외에 난 여행과 반대의 상황에 있던 것이다.

여행에 대한 모든 것을 빠르게 준비 하면서도 불안했고,

여행을 위해 하나하나 인터넷 결제를 하면서 초조했다.

내가 여행을 왜 가려고 하는지 나 자신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윽고 여행을 가기 전날 밤이 되었다.

방바닥에 앉아서 배낭을 싸다가 골똘히 생각을 또 했다.

그리고 어제 했던 질문에 반사적으로 대답을 했다.

 

아유, 여행을 가는 이유를 찾으면 여행을 안갔지.

 

그래, 나는 여행을 가는 이유를 직접 그 곳에서 찾기 위해

자리에 누워 다시 한번 내일과 눈꺼풀을 서서히 끌어내렸다.

http://blog.naver.com/songsl/40058656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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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보니, 제가 쓰는 여행기는 방콕에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이 여행 정보를 얻는 용도로써는 0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제가 이전에 태국여행기 게시판을 찾는 이유가 이거였기 때문에)-_-

그냥 방콕이나 태국에 대한 여행기가 아닌 단순히 여행 자체에 대한 어리버리한 에세이 정도로 여기고 귀엽게 봐주세요-_-;;;

14 Comments
농총각 2008.12.13 16:37  
전 태국에 한 세번 가니까. 사람들이 자꾸 묻더군요. 왜 또 가냐고? 그래서 현지처 있다고 얘기하니까 더이상 묻지 않더군요.
R♥해운대 2008.12.13 17:32  
농총각님 좀 짱이듯 ㅋㅋ ^^
농총각 2008.12.14 14:19  
^^짱 개념 없음을 자랑하긴 합니다. 감사감사.
songsl 2008.12.13 22:50  
-_-b          
농총각 2008.12.14 12:18  
d^^b                                                                                        .
농총각 2008.12.14 14:22  
제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아마. 좀 더 미치기 위해서인듯합니다. 제 주위를 둘러싼 인정할 수 없는 수많은 룰들과 싸우기 위해서인것도 같고... 현실의 룰들에 맞추는 자신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
Leona 2008.12.13 19:06  
여행을 해야하는 이유라...전 한번도 거기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음...그러고보니 첫 여행인 유럽여행 땐 조금 고민해보긴 했네요...왜 가려고 하는걸까.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잠깐 쉬어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반,
생각의 우물을 채우고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 반이었던 것 같아요.
아, 세계 각국의 꽃미남들을 보고싶은 마음도 있었고...ㅎㅎ

암튼 그 첫여행에서 확실히 인생의 전환점이 될 일들을 많이 겪었고 분명히 내 세계관은 변했으므로
두번째, 세번째는 그냥 떠나게 된 것 같아요...나가면 내가 나아질 걸 아니까요.

어쨌든 흥미진진할 것 같은 송에셀님의 여행기...기대할께요...^^
songsl 2008.12.13 22:51  
저도 떠밀려 가졌던 의문이에요.
저도 leona님같은 생각으로 자꾸 떠나게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참, 주위 사람들은 주로 송슬이라고 해요 ㅋ_ㅋ))
유쾌한씨 2008.12.13 22:15  
어제와 오늘 친구와 함께 변산반도를 1박2일간 여행 하고 돌아왔습니다.

다니던 중 친구와 우리는 왜 여행을 하고 동경할까... 라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제 생각에,
여행이 무언가를 해결해주거나 어떤 고민에 대한 답을 주진 않지만,
하루하루의 주어진, 해내야만하는 일들
내게 주어진 관계속의 역할을 해가면서 점점 조여지는 끈들을 조금은 느슨하게 해주는,
그래서 조금은 여유로운 시각으로 나를 그리고 일상의 볼수 있게 해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
songsl 2008.12.13 22:52  
그런 경험을 하고, 나중에 돌아온 다음에 모든게 다시 그 전처럼 돌아오면 안 되는데 말이죠
ㅎ_ㅎ
타쿠웅 2008.12.14 01:59  
여행..
.
.
전 버리러 갑니다...
songsl 2008.12.16 21:02  
현자의 잠언 같습니다.
까마기 2008.12.16 04:27  
자유를 찾으러간다면 웃긴가여 ??
songsl 2008.12.16 21:02  
자유롭지 못했다면 자유로와 지실 수 있으니 찾으러 가신게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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