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Jeab과 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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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Jeab과 나(3)

Soohwan 0 895
다음날 일요일엔 Jeab이 찜과 사원에 가는 날이라며 같이 갈꺼냐고
묻는다. 내가 다음부턴 갈꺼냐고 물어보지 말고 만날 시간과 장소를 말하면 된다고 하자,아침 6시에 가기 때문에 찜의 집에 5시40분정도까지 와야
되는데 괜찮겠냐고 걱정스러운듯이 물어본다.
원래 Jeab은 불교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하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자주 너무 차갑게 느껴진다고 느껴질때가 많다. 한번은 내가 난 Jeab을 많이 걱정하는데 Jeab은 나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것 같다며 섭섭하는 듯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얼굴을 보니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모습이다. 아무튼 그렇게 걱정하는
듯 물어봐주니 고마웠다.
그동안 Jeab이 나보고 돈을 너무 많이 쓴다며(렌트하는데 하루 1000바트였다)뭐라고 하길래 내가 오늘 차를 반납하겠다고 얘기를 했던터라 10시이전에는 되돌아 오자고 했다.
찜은 나이가 30대 중반이었는데 이 사원에는 병사한 남편의 납골이 있어매주 일요일마다 사원에 오고 찜과 친했던 Jeab도 매주 같이 온다고 한다. 나는 불교 신자가 아니었지만 호기심에 같이 사원에 들어가서 향도 피우고 했는데 무릅을 꿇고 앉으니 다리가 여간 쑤시는게 아니다.
Jeab도 눈치를 챘는지 나보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한 20십여분을
기다렸을까. Jeab이 나오더니 찜이 오늘 친구가 있는 끄라비 가자고 했다며 갈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나야 물론~~~
Jeab은 사무실에 찜 대신 전화를 하고 찜의 쌍둥이 동생을 만나 얘기할게 있다며 나와 같이 뜨랑으로 갔다. 난 호텔에 가서 옷을 갈아 입고
렌트카 회사에 하루 연장을 신청했더니 말은 안해도 이녀석은 도대체
뭐하고 돌아다니나 하는 얼굴 표정들이다. 다시 사원으로 오는길,Jeab이 오늘 렌트비는 자기가 내겠다고 하길래, 네가 내면 난 끄라비에 안갈거라고 내가 단호히 거절했다. 한달 월급이 5000~6000바트 정도일텐데,게다가 Jeab은 병원 다니느라 돈을 이미 많이 쓴 상태였다. 그랬더니 자기가 기름값을 내겠다고 한다.
뜨랑에서 끄라비까지 미니밴을 타고 갈 땐 2시간정도 걸린것 같았는데
막상 도착하니 1시간20분정도 걸렸다.  찜의 친구 집에서 카놈찐과 새우로 요기를 하고 친구의 남편차로 우리는 아오낭과 무슨 view point를 갔다. 내가 Jeab에게 바닷가에 같이 가자고 하니까 더워서 싫다며 팔각정
비슷한데서 쉬고 있겠단다. 사실 Jeab은 피부가 까만 편이라 살 타는 것을 안 좋아하는 듯 했다. 내가 예전에 치앙마이 얘기를 하자 치앙마이에
있는 여자들은 피부하 하얗기 때문에 아름답다고(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얘기한다,내가 봐도 그런구석이 없잖아 있긴하다)얘기한적이 있었었다.
나도 혼자 있으려니 재미가 없어서 팔각정엘 갔는데 태국인 몇명이 와서 쉬고 있었다. Jeab은 KFC에서도 그렇고 커피숍에서도 그렇고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굉장이 신경쓰이는 듯 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우릴 쳐다본다며 얼굴이 붉으스레해진 적이 있었고 사실 난 그렇게 딴 사람 신경쓰는걸 좀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다른 태국사람들이 있자 얘기를 잘 안하고 나도 목소릴 낮춰 조용히 얘기했는데도
대꾸도 잘 않한다.그러다 나중에 찜이 오니 물고기가 물만난듯 얘기하는데 나도 기분이 상해 이때부터 얘기 않하고 립톤을 마시면서 담배만 피워댔다. 이제 떠난다고 하기에 담배를 사가지고 차에 돌아오니 Jeab이 없다. 찜이 나보고 같이 있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러고보니 나 담배 사러 갈때 찜은 먼저 오고 Jeab은 가게 근처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다시 가게 쪽으로 가니 Jeab이 조개며 산호등을 전시하고 있는 건물 앞에서 날 기다리며 같이 구경하자고 한다. 구경하면서도 평소보단 조금(?)말을
많이 한다. 내가 아까 너무 무게를 잡았었나?

그날 저녁.
이제 떠날 날이 얼마 안남아서 둘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커피숍에
갈 때 옆집 꼬마둘을 데리고 가는 바람에 많은 얘기를 하진 못했다. 내가 둘만 가면 안되느냐고 하자 사람들이 안좋게 본다며 안된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외국인이랑 붙어다니는 그런류의
사람으로 볼까봐 그랬는가도 싶다. 근데 사실 난 뜨랑에서 그런 여자들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결국 우리는 찜의 집에 돌아와 정원 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했다.
우리 사랑은 내가 태국말 배우는 것처럼 천천히 흘러갈 거라고.
사랑은 바다와도 같은 것이라는 어느 책의 얘기를 인용하며
그속에 바위들과 난파선과 모래들도 있지만 잘 찾으면 조개속에 있는
진주도 발견할 수 있을거라고. 우리 서로 좋은걸 찾도록 노력하자고.
태국말 반,바디랭귀지 반을 섞어 얘기했는데 무슨 얘긴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 그랬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그 사람을 알아가야한다고.
난 그런거 믿지 않는다고 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거,사랑한다는거 그건 느낌과 감정이지 시간으로
잴 수 있는거 아니라고. 시간이 지나면서 널 알아가는게 아닌 네가 시간과 함께 변하는 모습을 받아들이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 어느 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의 결점들이 더 크게 보여지게 되는 것. 내가 바라는 건 그런 식이 아니라고.
그저 지금의  모습이 좋고  이해하지 못할때도 많지만 이렇게 이해함없이도 계속  좋아하고 변해가는 모습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면 언어의 장벽도,인종과 종교의 장벽도 힘들겠지만 함께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언제 다시 한번 했던 얘기들을 편지로 다시 써야겠다.
혹시나 잊었으면 어떡하나 하는 노파심에서.
그리고 말 그 자체는 너무나 가벼운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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