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in Pai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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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in Pai #3

sankt 1 1125

9/5 저녁.

한참을 빈둥거리다 저녁은 먹어야지..하면서 숙소를 나선다.

어딜 간다... 일단 팜하우스 옆 인터넷 샾에서 정보를 얻고자 했다.

1/2 hr.에 15밧.

아쿠아와 태사랑 사이트의 엄청난 정보 속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 나는 무기력해진다. 게으른 나는 결국 포기.

대신 인터넷 샾 언니에게 묻는다.

이 언니, 영어를 좀 할 줄 아신다.

내가 저녁 좀 먹으려하는데 어디가 괜찮냐 하니까,

뭐 좋아하냐 묻는다. 딱히 생각나는게 파타이밖에 없었다.

이 분 PAD THAI & THAI FOOD 레스토랑과 Dang kitchen을 추천해주신다.

나는 모험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음식은 좀 다르다.

Pai 지도에도 없는 PAD THAI & THAI FOOD 레스토랑으로 낙점!

Dang kitchen은 Ting Tong 바 바로 옆이라 해서 알겠는데,

PAD THAI & THAI FOOD 레스토랑은 영.... 모르겠더라.

이 언니, 친절히도 약도 그려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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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첫 돌 된다는 아이를 들쳐업고서.

위치는 all about coffee 를지나 black canyon을 끼고 오른쪽으로 꺽어

약 50m직진하면 나타난다.

꽤 어두워져서인지 손님이 없다. 여기 유명한데 맞는겨?...두리번두리번

나의 의심은 파타이 한접시와 코크 한병을 내온 아주아주~ 예쁜 여직원의

친절한 미소에 사르르 녹아버렸다. 그녀의 이름은 ... 모른다.

대신 그녀의 딸 이름은 안다. 능느아..(?), 그 뜻은.... 기억이 안나지만 사람이름치곤 재미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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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느아는 자기 엄마를 쏙 빼닮았다. 이 파타이 레스토랑은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 큐티걸의 엄마와 그 할머니가 운영하는 곳으로,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1년중 쉬는 날 없이 바쁘게 일한다고 한다. 음... 간혹 오토바이 타다 지나가는 이들이

늦은 저녁을 사기 위해 이 곳을 들른다. 모두 현지인이다.

능느아의 엄마는 26살. 꽤 영어를 잘하며, 나의 디너를 무척 유쾌하게 해주었다.

아 참! 이 곳 파타이의 맛은 한마디로 담백하다.

카오산 파타이의 짠맛, 치앙마이 파타이의 달고 매운 맛. 그것들의 자극적인 맛에 비하면

여기 파타이.. 이거이거.. 담백하고 고소해서(땅콩가루 듬뿍) 씹으면 씹을수록 깊이가 있다.

갖가지 양념 피싱소스, 쏘이소스, 고춧가루(?), 상큼소스 등을 적절히 버무려 먹으면

더없는 베스트 디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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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맛을 즐기는 이들에겐 추천하지 않겠다.

단지 지속적인 태국의 자극적인 요리에 지친 이들에게는 권할만 하다.

여하튼 능느아의 엄마와의 즐거운 수다는

한국드라마, 한국 수퍼스타 등 몇가지 흥미위주의 대화에서

아이를 키우는 재미나 어려움 등 일상적인 삶으로 화제가 넘어간다.

예전의 나는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공통적인 화제를 나눈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태국의 어느 작은 시골동네에서,

생전 처음보는 여인과 마주앉아 인류 공통의 관심사인 사랑과 가족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해관계와 온갖 의도가 섞인 서울의 삶 속에서 타인과의 대화는 그것자체만으로

마음을 짓누를 때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 평화롭고 즐거운 디너는 처음인 것 같다.

그녀가 무료로 준 얼음이 담긴 잔에 따라 마시는 콜라가 목을 타고 따끔하게 넘어가고,

고소한 파타이의 향이 입안에 살포시 퍼진다.

Pai의 밤은 그렇게 느릿느릿 찾아오고 있었다.

밤이 찾아왔다.

이런... 혼자 여행에서 견디기 힘든 건, 밤의 적막함이 가슴한켠

감춰두었던 외로움을 두드릴때이다.

저녁 8시 넘는 Pai 거리에서 나는 수많은 수비니어를

파는 가게를 볼 수 있었다. 대개 비슷한 포스트카드와 티셔츠, 일기, 가방 등이

있었고, 여기서 나는 15밧짜리 엽서 5장을 샀다.

쎄봉일레봉 건너편에도 한 태국 총각이 하는 로드샾이 있는데

여기 총각네 기념품샾 꽤 볼만하다. 또 엽서를 5장 골라 사는데,

이 청년 5밧은 디스카운트 해주겠단다.

오우, 이 청년 귀여워죽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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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샆을 헤매다 별수없이 나는 Phu Pai Bar를 찾아갔다.

다시 쎄봉일레봉을 지나 팜하우스 숙소를 지나 채 5분 정도 걷지 않았을 때,

적막한 빠이 로드 한 켠에 자리한 bar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이곳에서 나는 치앙마이 Pad Thai cookery school에서 함께 했던,

미쿡과 뉴질랜드에서 온 니키와 메건과 조우했다.

니키가 'oh, my god, yoon ah?'하면서 무척 반가워했다.

이 니키 아가씨, 무척 유쾌하다. 수다스럽지 않을 정도로 딱 적당하게 활발하다.

그녀가 자기들과 동석하잖다.

기꺼이. 속으로 무지 고마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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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Bar에서 나는 평생 지금까지 써오던 영어보다

갑절은 많은 잉글리쉬 리스닝&스피킹을 소화해야 했다.

Oh, jesus.

지금 생각해도 I was proud of myself.

1 Comments
etranger 2008.09.16 14:43  
  점점 영어가 소통이 제대로 되는군요. 여행의 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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