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짐톰슨의 집, 에라완 애프터눈 티, 루트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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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짐톰슨의 집, 에라완 애프터눈 티, 루트 66

랑그레이 11 3621


뭐 한 것도 없는데 괜히 피곤해 느지막히 일어난 아침. 오늘도 동대문으로 아침 먹으러 간다!



아침 나절의 한산한 람부뜨리 거리



그리고 동대문에서 우린 또 운 좋게도 요왕님과, 이번엔 고구마님까지 뵐 수 있었다! ^^ 요왕님이 고구마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며 "고구마, 고구마"하셔서 "완전 팬이예요!"라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는데 고구마님께서 수줍어하시며 손사래를 치셨다. >.< 우와! 사진보다 훨씬 귀여우셨다.

아침을 먹고 찾아간곳은 짐 톰슨의 집.

아시다시피 짐톰슨은 2차 세계대전때 태국에 온 미국인으로, 태국의 문화에 푹 빠져 아예 이곳에 정착을 한 건축가이다. 그리고 태국의 실크에 대한 가능성(?)을 파악하고 실크 브랜드 짐톰슨을 만들어 태국 실크를 널리 보급(?)한 인물이기도 하고. 그는 1960년대에 말레이시아에서 실종된 후 아직도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다고 한다. 하긴 실종된 게 50년 전인데 지금 와서 시신이 발견되면 그게 이상한 거지만;;

하나만 하기도 어려운데 군인에, 건축가에, 디자이너, 사업가까지. 완전 르네상스 맨이로다.

내부는 마음대로 돌아다닐수는 없고 원하는 언어를 선택해서(아쉽게도 한국어 서비스는 없다) 데스크에 신청을 하면 투어 시간을 정해줘서 가이드와 함께 내부를 둘러볼 수 있게 해준다. 참, 25세 미만은 입장료 반액 할인이다. 우리도 학생증을 챙겨가서 할인 받았다! ^^



아쉽게도 내부 사진은 찍을 수가 없다. 짐 톰슨은 이런 도자기 속의 무늬들에서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했단다.

가이드들은 태국의 전통 의상을 약간 개조한듯한 예쁜 유니폼을 입고있었다. 얼마 전 외국 친구를 데리고 경복궁에 가서 투어를 했을 때 보니 경복궁 가이드들은 그냥 사복을 입던데... 우리도 개량한복같은 유니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사진 속의 저 가이드는 왕 미녀 '소라야'. 우리한테 한국 사람이냐고 물은 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같은 한국어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 어떤 서양 아저씨의 "이 도자기나 가구들, 중국거랑 거의 똑같은거 같은데요?"같은 질문에도 싫은 기색 없이 웃으며 조리있는 대답을 해준 똑똑한 가이드 소라야.

짐 톰슨 하우스를 거의 위만멕 궁전 수준이라고 멋대로 기대하고 간 나는 '응? 이게 다야?'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모든게 한 명의 개인의 수집품이라는 걸 상기해보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투어가 끝난 후 짐 톰슨 하우스 정원(?)에 있는 짐톰슨 매장에 들렀는데, 악! 이것들 느므 예쁘잖아! 그리고 비싸잖아!
특히 800밧짜리 코끼리인형은 데리고 오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안타까웠다 ㅠㅠ 코끼리가 내내 "저를 데려가 주세요~"라고 부르는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ㅠ_ㅠ

그리하여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들은 BTS를 타고 짐톰슨 아울렛에 가기로 했다. 헌데 그 아울렛... 지하철에서 내려서 20분 넘게 걸어야 하는, 꽤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는거!(올 때에도 정말 택시 잡기 힘들었다)

게다가 그렇게 힘들게 찾아갔건만...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허탕 치고 왔다! 매장가의 절반인 400밧짜리 코끼리 인형이 있었지만, 뭔가... 색깔도 덜 예쁘고 성에 차지가 않았다...ㅠ_ㅠ... 결국 '역시 신상품이 최고야...' 라는 생각을 하며 허무하게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찾아온 곳은, 싸얌. 지겹지도 않냐? -_-



하지만 오늘은 쇼핑보다도 먹을 걸 찾아 왔지롱. 바로 에라완 티룸! 199밧의 가격에 실한 애프터눈티 세트를 제공하는 곳이다.

내부는 대충 이런 분위기. 깔끔하고 꽤 고급스럽지만 잘 차려입고 가야하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애프터눈 티세트를 주문하고 차를 선택하면 된다.



나는 홍차! 악, 이거 무지 맛있었다!

1차로 나오는 것들. 망고밥과 꼬치, 튀김종류. 짭짤하게 밥 되는 종류들이다. 저 망고밥, 정말 최고로 맛있었다 ㅠ_ㅠ...

2차로 나오는 것들. 빵과 과자, 그리고 과일. 역시 전부 다 맛있었다. 스콘도 부드럽고 촉촉했고, 초코시럽이 꿀렁대는 케익과 록춥도 최고 최고! ㅠ_ㅠ


커스터드 그림과 치앙마이 딸기.


그리고 질 좋은 생크림. 스콘에 발라서 한 입 넣고 홍차를 입에 물면, 으어~ 하늘을 날아요!

서비스는 그리 친절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차와 음식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이 모든게 세금 포함 199밧! 뭐 일부러 찾아갈 것까진 없지만(우린 일부러 찾아갔지만...;;) 그래도 싸얌에서 쇼핑하다가 지치고 허기가 느껴질때 들어가 먹고 쉴만한 공간으로는 상당히 추천할만한 곳이다. 이번 여행에서 방콕에서는 7박 8일을 했는데 그동안 먹은 것들 중에서는 요게 단연 발군이었다!

그리고 숙소 람푸하우스로 돌아와 잠깐 쉰 후, 난 또 깊숙하게 봉인해둔 그것을 꺼내기 시작한다...

바로 화.장.품.

왜냐면 오늘은 시로코 가는 날이니까! >.<

화장품을 있는대로 다 꺼내서 얼굴에 마구 처바르고(-_-), 여행 내내 짐이 되었던, 오로지 시로코를 위해 공수해 온 비닐커버까지 씌어온 드레시~한 흰색 원피스를 꺼내서 입었다. 금색으로 번쩍이는 박양의 구두도 빌려신고 말이지. 후후. 나 오늘... 허세 좀 부려도 돼? *-_-*




헌데 음... 어디선가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솨아아 소리가 들리는것 같기도...
설마... 잘못 들은 거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창 밖을 보는 순간... 유리창은 이미 빗방울이 후두둑 때리고 간 상태였다.

하필 왜 오늘... 지금...? 여행 기간 내내 비가 한 방울도 안 내리다가 왜 하필 오픈 스카이 바 시로코에 가려고 준비중인 지금? ㅠ_ㅠ 내일은 암파와 투어 가는 날이라 오늘밖에 시간이 없단 말이다! ㅠ_ㅠ

게다가 비가 아예 주륵주륵 퍼붓는것도 아니고, 찔끔찔끔 오다 말다 오다 말다하는 상태라 이거 가 말아? 더 고민이 되었다. 고민하다가 시로코에 전화를 걸어 보았더니 비가 오면 실내 바로 안내된다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흑...

그래도 빗방울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밖으로 나섰으나! 이 야심한 빗줄기는, 우리가 람푸 하우스 마당에 발을 디디자마자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ㅠ_ㅠ 우엥... 결국 우린 축 쳐진 어깨를 하고선 다시 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화장한 정성과 잔뜩 들떠있던 마음을 그대로 삭혀버리기는 너무 아까웠던 우리. '나 억울해서 이대로는 못 자! 시로코 말고 다른 데라도 가자!'라고 의기투합을 하고 가이드북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물망에 오른것은 오리엔탈 호텔 뱀부바와 RCA 클럽 거리. 두 개를 놓고 끈질긴 공방을 벌인 끝에 다음 행선지를 RCA로 정할 수 있었다.

오호... 클럽이라... *-_-*?

그렇다... 우리는 스물 다섯이라는 그리 어리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클럽이란 곳에는 한 번도 발을 디뎌보지 못한 처자들이었던 것이다. 이 머나먼 이국 땅에서 드디어 클럽 첫 체험(?)을 하게 되는구나... 오홋...

클럽은 우리 여행 일정에 없었던지라 딱히 입을 옷이 없어 그냥 아무거나 주워입고 나서긴 했지만, 나름 우리에겐 미지의 세계인(ㅋㅋ) 그 곳에로의 기대로, 꼭 어색하게 화장을 하고 언니의 주민등록증을 훔쳐서 조마조마하게 술집에 출입하는 고등학생 마냥 가슴이 두방망이질치며 설레기 시작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달린지 5분, 거짓말같이 비가 그친다.



-_-


'이왕 시로코 포기한김에 그냥 계속 내렸음 좋겠다...' 라고 생각해보지만, 단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다... 이 얄궂은 날씨 같으니라고! ㅠ ㅠ

괜찮아 괜찮아 그래도 우리에겐 RCA가 있잖아!

정말 한참 택시를 타고서(그렇게 먼 줄 몰랐다!) 드디어 도착한 RCA. 오홋... 휑한 동네에 정말 덩그라니 클럽들만 딱 있더라. 아무튼 말로만 듣던 ROUTE66이나 Filx같은 클럽들을 내 눈으로 보게 되는구나~

애초에 우리는 slim으로 가려고 했으나 찾지를 못해서(뒤늦게 slim이 flix랑 붙어있다는 걸 알게됐다 ㅠ_ㅠ) ROUTE66에 들어가기로했다. ROUTE66은 east와 west로 나뉘어져있는데, west는 들어가보질 않아 잘 모르겠는데 라이브 공연을 한다고 하고, east는 힙합스타일의 음악을 틀어주는 곳이라고 한다.

수더분한 외모와는 매치가 안 되게 어린 시절부터 힙합을 좋아했던 우리들. 중학교때에는 '영 네이션'이라는 유치 찬란하기 그지없는 이름의 힙합 소모임까지 만들 정도였다. 물론 힙합 모임을 빙자한 수다 모임이긴 했지만. 아무튼 힙합을 좋아하는 우리는 망설임 없이 east로!

바에서 스크루 드라이버 한 잔(150밧)을 주분해 받아들고 슬슬 구경에 나서본다.

루트 66은 서서히 지는 클럽이라는 얘길 들은적이 있는데 이 날은 금요일 저녁어이서 그랬나? 발 디딜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물론 테이블은 이미 만석. 여자 디제이가 두 명이 있었는데 오옷~ 틀어주는 음악들이 상당히 내 취향이었다. 11시가 넘어가자 남자 DJ로 바뀌었는데 그 DJ는 그다지... 힙합이라기보다는 그냥 팝스러운 곡들 위주로 틀더라. (ex.비욘세) 여자 DJ를 돌려달라!ㅠ_ㅠ

아무튼 클럽은 처음이고 춤추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 우리이지만 음악 듣는 건 워낙 좋아하기때문에 음악도 듣고 사람 구경도 하며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듣던대로 예쁘고 늘씬~한 언니(라고 쓰고 동생이라 일근다;; 갓 스물 넘긴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으니;;)들이 무척 많았는데 생각보다 훈남은 없어서 조금 실망 -_-

...라고 쓰기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나는 과연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는 훈녀인가 자신을 되돌아 봐야 할 것 같지만...ㅋㅋ

그리고 중간에 처음보는 힙합 뮤지션의 음악을 틀어주기도 했는데, 좀 특이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 같다 싶더니, 알고보니 태국의 힙합그룹이더라. 이름하야 타이타늄THAItanium! 그들은 루트 66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거의 국민 스타였다. 타이타늄의 노래가 나오면 안에 있던 사람들이 엄청 열광하면서 따라부르던데, 그 열광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소외감을 느꼈다. ㅋㅋ 그리고 3월 18일에는 타이타늄이 루트 66에서 공연도 한다고 대문짝만하게 광고를 하던데, 우와... 지금도 발 디딜 정도로 빽빽한 이 곳이 정말 콩나물 시루처럼 붐비겠다.

아무튼 박양의 말에 의하면 루트 66 안에서 나... 그렇게 눈이 초롱초롱했다더라. 그렇게 재밌었나?ㅋㅋ

하여튼 이 날은 여행기간 내내 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숙소로 돌아와 일기 쓰고 잠만 쿨쿨 자던 우리가 나름 '밤문화'라고 부를만할 건 처음 체험한 날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싶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ㅋㅋ) 우리끼리만 싱겁게 있다가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ㅋㅋ


그래도 시로코 못 간 건 두고두고 아쉽다... 흑흐윽...
11 Comments
왕뚱땡이 2008.09.14 15:25  
  랑그레이님 여행일기를 70밧 운하투어부터 보고
역으로 처음부터 찾아서 읽었습니다.. ^^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서 저한테는 추석 선물세트 였어요 ^^ 
월야광랑 2008.09.14 21:04  
  그냥 시로코 추진하지 그러셨어요? 보통 태국에서 비가 오면, 두시간 정도 오면 그치는 경우가 많던데... ^^
라우트 66... The mother of the road 라 일컬어지는... 방콕에 가서는 한번도 클럽은 가 본적이 없군요. 그러고 보니... ㅠㅠ
pig 2008.09.15 00:19  
  랑그레이님 여행일기 재밌고 보고 있습니다. 표현력이 좋으세요. 예를 들면...초코시럽이 꿀렁대는..ㅋ
라비스 2008.09.15 18:58  
  에라완 애프터눈 티... 여긴 어디에 있는건가요? 가고 싶네요...
앤디 2008.09.15 19:23  
  에라완 애프터눈 티...나름 좋은 추억을 만들었던 기억이 새롭군요. 전 집 구성원이 저 빼고는 모두 여자인지라...엄청 좋아하던 기억이^^
랑그레이 2008.09.16 13:58  
  왕뚱땡이님 / 재밌게 읽으셨다니 영광입니다^^

월야광랑님 / 와~ 월야광랑님이시다~ 저희는 태국에서 비를 처음 보는거라서 언제 그칠지 감이 안 잡히더라구요ㅠㅠ 그리고 해질녘 지나서 가는 건 싫다는 괜한 고집에...-_-

pig님 / 먹는것에 대해선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ㅋㅋ

라비스님 / 싸얌에 에라완 백화점 있죠? 거기 1층인가...2층에 있어요. 작은 백화점이라 눈에 잘 안 띄지만 스카이라인...인가? 그.. 백화점들 쫙 연결되어있는 육교 있잖아요, 그거 따라가시면 보여요.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참, 절대 일부러 시간내서 가진 마세요. 저 원망하실지도 몰라요...ㅋㅋ

앤디님 / 여자들은 단 것을 사랑하지요... 특별히 저는 더더욱 그래요! ㅋㅋ
elgin 2008.09.16 18:47  
  아프터눈티 대박이다.. 나두 가야지..
zoo 2008.09.16 19:04  
  애프터눈 티!! 정말 확~ 눈에 들어오네요^^
방콕가면 꼭 가봐야겠어요^^
랑그레이님 여행기좀 자주 자주 올려주세요^^
조아남 2008.09.26 15:46  
  아휴 잘 보았습니다.
랑그레이 2008.10.02 14:00  
  elgin님 / 너무 기대하시면 안 되는 것 아시죠? ㅋㅋ
zoo님 / 일부러 찾아가시면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조아남님 / 감사합니다^^
시나눅왕자 2008.10.14 05:47  
  학원에서 춤배워서 클럽이란대 함 가봐야쥐...워낙 몸치인지라 몇달은 배워야할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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