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소훈남의 방콕 이중생활 - 06. 삽질의 정석 #1
여전히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눈을 뜬다.
테이블에 마시다만 맥주와 땅콩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 어떻게 잔거지;;;;
몇시나 됐나?
1시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점점 기상이 늦어지는구나..
여기까지와서 이게 무슨 짓이냐;;
매일 밤 카오산을 못 벗어나;;
에휴..
어쨌든 오늘부턴 집도 옮겼으니, 더이상 카오산을 방황하지 말자..
근데 오늘쯤은 왕궁에도 한번 가봐야 할텐데..
뭥미 또 카오산 근처잖아;;
외출 준비를 하고 팁 남기는 걸 잊지 않고 호텔 로비로 내려간다.
로비의 그녀가 나를 맞이한다.
'음.. 얘는 교대도 안하나.. 어찌 새벽에도 있고 이시간에도 있는거야;;'
"왕궁 가려면 어떻게 가야해?"
당황하신다..
"택시타는게 젤 좋아"
"택시 싫어.. 차도 많이 막힐거고.. 멀고.. 비싸고.."
"그럼 후웨이쾅에서 MRT타고가.."
"MRT 왕궁안가잖아;; 버스는 없어?"
"버스? 글쎄.. 모르겠는데.. MRT타고 후아람퐁까지가서 택시타면 한 50밧 나올거야"
"그게 뭐야-_-+ 왕궁은 교통이 정말 않좋구나;;;"
"아니면 MRT타고 아쏙가서 BTS타고 사톤간담에 보트타고 가든가.."
"님하 그건 쫌 아니다;; 택시가 더 싸겠네.. 알았어 캅쿤캅"
후웨이쾅까지 걸으며 내가 아는, 왕궁가는 길을 머리속에 그려본다.
답이 안나온다;; 후..
아!!
주말에 짜뚜짝에서 버스타고 카오산 갔었지!!
MRT타고 짜뚜짝가서 버스를 타는거야!!
천잰데?
MRT는 처음이다..
근데 뭐.. 우리나라 지하철이랑 별 다른게 없다..
너무 피곤하고 뭔지 왠지 짜증으로 전혀 흥이 안나..
신나했을 안내방송도 오늘은 귀에 안들어와-_-+
짜뚜짝 역에 도착한다.
낯 익은 곳이로군~
그래 여기서 버스타는거였어..
한참을 기다리지만 버스는 안온다..
심심하단 이유로 내공에 전혀 도움안되는 막셔터질을 시작한다..;;
난 분명히 버스를 찍은건데 언제 앵글로 뛰어들어서 포즈까지 잡으셨음?
님 좀 짱인듯..ㅋㅋ
한참을 기다린 끝에 버스가 온다.
근데 에어콘버스가 아닌데??;;;
일반버스도 한번 타보지뭐..
유달리 이 버스만 사람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덥다..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욕이 나올 정도로 덥다;;;
그나마 버스가 달리면 바람이라도 들어오겠지만, 차가 완전 막힌다.
더군다나 내가 앉은 자리는 직사광선이 내리 쬐주신다;;
그늘쪽 의자엔 자리가 없다;;
직사광선을 받으니 머리가 간지럽다;;
머리 풀릴까봐 맘대로 긁지도 못하고ㅠㅠ
아 젝일.. 이게 뭐야..
고생은 고생대로하고..
시간은 배이상으로 걸리고;;;
아후 그냥 택시탈걸..;;
찜통속에서 한시간 반이나 갇힌채로 4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방람푸에 도착한다.
속도 풀 겸해서 나이쏘이에가서 국수 한 그릇을 하고 왕궁으로 향한다.
지도를 보며 하~안참, 정말 한참을 걷다보니 국립박물관이 나온다.
그러나 원래 난 박물관엔 간시미가 하나도 없으니 패스~
박물관을 지나자 가이드북에 나온대로 탐마삿 대학이 보인다.
음.. 저긴 한번 들어가보자~
지난번에 마분콩 옆에 있는 학교에서도 애들 축구하더니 여기도 축구를..
덥지도 않은가;;;
하지만 잔디구장이 부러운 건 사실임이다..
음.. 탐마삿 대학교 맞구나..
근데 왕립대학이라더니만 학교 참 작네;;
벌써 수업 다 끝났나? 왜이렇게 학생들이 없지?
돌아서 나가자..
흐흐흐~
드디어 발견했어...흐흐..
이분들이 말로만 듣던 낙슥사님들이구나..
교복스타일이 참 좋으심;;ㅎㅎ
뜨워이한 낙슥사님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조금 기운이 나는거 같다.
근데.. 도촬하면 잡혀간다던데;;ㅎㄷㄷㄷㄷㄷ
그만하자;;
(나중에 우리 베이비님이 이 사진(사실 이거 말고도 많;;;)들 보더니 완전 질투의 눈빛을 날려주심;;ㅋㅋㅋ)
흠.. 벌써 4시가 넘었네;;
빨리 왕궁에 가보자고..
드디어 왕궁이야!!
응? 근데 왜 다들 입구에서 머뭇거리지?
용기있게 성큼성큼 입구로 들어간다.
누군가 나를 막는다..
"뭐? 못들어간다고? 왜? 나 긴바지도 입었고.. 운동화도 신었잖아.."
문 닫을 시간이 다되서 못들어간단다;;
"괜찮아.. 나 30분만 돌고 나올거야.. 들여보내줘~"
땡깡을 부려보지만 소용없다;;;
아...
MRT타고 찜통버스에서 사우나하고..
먹은거라곤 국수 한 그릇밖에 없는데..
완전 캐고생해서 왔더니 이게 뭐야!!ㅜㅜ
아놔.. 이제 진짜 술 안먹어!!!
왕궁 담장을 따라 터벅터벅 걷다가 또 아쉽고 여기까지 와서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서글픈 마음에 담장너머 왕궁을 찍어본다..
국왕님이 보인다..
저기도 뭐 유명한 곳 이겠지?
하지만 역시 못들어가는거 맞지?ㅎㅎㅎ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5시....
왕궁은 쫑났고.. 이제 뭐하지?
후.. 애들한테나 가볼까?
아냐.....
이제 카오산엔 안가기로 했잖아..
이젠 좀 카오산을 벗어나서 즐겁게 놀아보자고..
애들한텐 마지막날 인사하러나 가자..
그래..
날도 더운데 오늘은 수상버스나 한번 타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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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짧게 쓴다고 중간에 짤랐는데도 스크롤바가 코딱지만하네요;;
하루종일 짜증만 났던 날이라 쓰면서도 영 지치기만하고 재미가 없어요;;
리플은 이제 기대도 안하지 말입니다..치.......
묻히지만 않게 해주소서..ㅜㅜ
(완소훈남의 "완소"는 사실 완전소심이었다는;;;ㄷ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