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간의 환갑기념 부부배낭여행 31일째 우돔싸이->루앙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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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간의 환갑기념 부부배낭여행 31일째 우돔싸이->루앙남타

하얀깜둥이 10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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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3 목요일


우돔싸이에서 루앙남타로 이동 1박


어제 밤에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중국계가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의 상권도대부분 중국계가 장악한 듯 보였는데,
손님들도 전부 중국인들이었습니다. 여행자들은 아닌 것 같고 장사를 위해서 왕래하는 사람들로 보이더군요.


아침 8시경에 출발한 루앙남타행 버스는 구불구불 산길을 힘겹게 오르내리면서 산골 길을 달립니다.
길은 오래 된 포장이 벗겨지고 패여서 커다란 웅덩이가 군데군데 생겨 이를 피하느라고 이리저리 요동을 치면서 달립니다.
그나마 지금은 건기여서 다행이지, 비라도 자주 내리는 우기에는 어떻게 이 길을 다닐 수 있을까 싶더군요.
더 다행인 것은 왕래하는 차들이 많지 않아 흙먼지가 날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다 승용차라도 한대
우리를 추월하면 흙먼지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이 길에도 휴식을 하기 위해 정차를 하는 곳이 있는데 부근의 고산족들이 죽순을 비롯한 각종 임산물을 가지고 나와서 팔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여행자들 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사가는 것 같더군요.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죽순은 정말 싸더군요.
물론 우리 기준으로 보면 말이죠.^^


루앙남타에서는 말로만 들었던 탈북자 가족과 만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길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는데 청년 하나가 들어와 주인에게 무언가를 묻는데 주인은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서로 답답해 하다가 청년은 할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더군요. 조금 후 그 청년이 다시 오더니
우리를 향해 다가와서는 한국어로 혹시 한국분이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했더니 무척 반가워 하면서 제발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합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청년은 서른여섯살 먹은 조선족인데 부인이 탈북여성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아이를 둘이나 낳고 잘 살고
있었지만 여권이 없이 중국으로 밀입국한 처지여서 혼인신고도 할 수 없고, 따라서 중국국적도 받을 수 없는 상태인데 중국공안
에선 수시로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서 도저히 불안해서 살 수 없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결국은 한국으로 가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3국인 태국으로 가기만 하면 한국으로 갈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여자가 한국국적을 취득하면
그녀의 남편과 아이들도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여인이 먼저 중국을 떠나 라오스로 넘어오게 되었고, 여권이 없으니
이곳에서도 밀입국으로 붙잡히는 신세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이곳은 중국과도 가깝고 태국과의 국경도 가까워서 탈북자들이 주로 많이 이용하는 루트라고 합니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이 지역은 라오스 이민국에서 집중적으로 검속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단 붙잡혀서 감옥에 갇히더라도
돈만 주면 태국으로 추방하는 형식을 취해 석방을 해준다고 합니다. 대략 4,000불에서 5,000불 이상을 요구한다고 하더군요.
그 지역에서는 상당히 큰 금액이지요. 내가 만난 조선족 청년도 아내가 안전하게(?) 라오스 감옥에 붙잡혀 있으니 돈을 가지고 오라는
라오스 이민국직원의 전화를 받고서 돈을 가지고 달려온 것인데 그 직원이라는 사람이 이름은 가르쳐주지 않고 핸드폰 전화번호만
알려주었는데 라오스에 와서 전화를 해보니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경찰서인데 그곳에는 중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고, 이 청년은 라오스 말도, 영어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여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애를 태우는 중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나를 만나서 영어를 할 줄 알면 제발 좀 도와달라고 사정을 하는 겁니다.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인데다 솔직히 말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만에 하나 잘못 말려드는 것은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되더군요.


그런데 아내가 앞장을 섭니다. 무조건 도울 테니 걱정 말고 가자는 겁니다. 내 참!
할 수 없이(?) 경찰서로 가서 그 청년이 만났던 경찰을 만나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그건 경찰 관할이 아니고 이민국 관할이니
이민국으로 가라고 하면서 위치를 가르쳐줍니다. 뜨거운 날씨에 뙤약볕을 맞으며 한 30여분을 헤맨 끝에 이민국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얼굴 탄다고 햇살이 강할 때는 외출하기도 싫어하는 아내는 그 청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씩씩하게 잘도 따라다닙니다. 직원을 만나 사정이야기를 하니 몇 사람을 거쳐서 결국은 책임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그들은 붙잡혀 감옥에 있는 청년의 아내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다행인 것은 그 책임자는 영어는 잘 못해도 중국어 회화는 가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웠던 것은
다음날이 금요일인데 서류 작성해서 처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그 다음날이 토요일이어서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월요일이 되어야 면회도 가능하고 석방에 대한 것도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청년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가서 국경부근의 아는 사람네 집에서 머물다가 월요일에 다시 오겠다고 합니다.
중국과 라오스는 무비자로 통행증 비슷한 것으로 왕래가 가능한 것 같더군요. 일이 잘되기를 빌면서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나서도
아내는 그 청년의 속이 새카맣게 탓을 텐데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먹여 보낼 걸 그랬다고 안타까워 하더군요.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게 부끄러웠습니다.


어찌되었건 서너시간을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도 많이 지나서 루앙남타 시내 구경은 대충, 그야말로 대충하고 말았습니다만,
그래도 무언지 모를 뿌듯함이 남는 하루였습니다.


비용 : 아침식사 16,000, 찰밥(이동시 점심식사용)1,000,반찬2,000,버스32,000*2=64,000
합승 20,000 점심 7,000, 커피 3,000, 저녁식사 11,000, 맥주 1병 10,000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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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태린 2008.08.18 19:38  
  그 북한분..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방관자 2008.08.18 21:25  
  참..사모님 용감하십니다...짞짝짝...
울산아재 2008.08.19 14:33  
  우리나라의 대사관이나 영사관 직원 보다도 더 좋은일을 하셨군요 요즈음 이런 탈북자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은 일들이 많은 것 같은 데 이글을 보신 공무원들 반성하셔야겠습니다 두분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mloveb 2008.08.19 19:05  
  정말 사진을 보니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시네요 그분... 잘 처리되셨길 빌어요~정말 한국분들 인정 많은건 알아줘야 해요~^^
솜누스 2008.08.21 05:13  
  얼마..오래전도 아니었지요. 북한 망명가족의 일로 한동안 영사관이던 대사관이던 질타받는 내용이 언론에 났었지요..참..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굳이 한국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난민의 문제는 참 심각합니다. 두렵기도 하셨을 텐데 용감하게 잘 도와주셨네요...부디 잘 처리도었길 바라면서 하얀깜둥이님께 참 감사드립니다.
소요산 2008.08.26 17:39  
  여행중에 저렇게 선한일을 하시구 존경스럽습니다^^
배한성 2008.08.29 03:47  
  어려운 일을 하셨군요.
정치가 참 복잡하여 여러 사람 굉장히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얀목마 2008.08.29 21:20  
  정말 복 많이 받으실꺼예요. 아니 복 받으셔서 건강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정말로 자랑스러운 한국인입니다.  화이팅!!!!!
산달마 2008.09.28 00:51  
  그저.. 존경할 따름 입니다.
shtersia 2008.11.19 08:46  
자~알 하셨습니다...사모님의 용감함에 박수를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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