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대학생들과 함께한 2박3일 야영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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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대학생들과 함께한 2박3일 야영기 -- <2>

요술왕자 3 1175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5시반이다. 밖은 아주 어둡지는 않다. 이불을 덮고 있어 추운 것을 몰랐는데 숨쉬며 나온 입김이 텐트 천장에 물방울로 잔뜩 맺혀있다. 휴지로 물기를 닦아내고, 양말을 꺼내 신었다.
다른 사람들이 깨기 전에 먼저 화장실을 써야겠다. 밖은 추웠다. 게다가 풀잎에 이슬이 내려 있어서 양말이 금세 젖어버렸다. 추워서 부들부들 떨면서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잘 안나온다... -_-;;
대충 일보고 세수하고 머리감고 나왔다. 아이들도 일어났는지 몇 명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안녕~ 잘잤어?”
“응 안녕. 녹도 잘 잤어? 근데 너무너무 춥다. 덜덜덜”

남자애 중 하나가 모닥불을 피고 있다.
"안녕"
"안녕"
"춥지?"
"응.... 태국에서 이렇게 춥기는 처음인거 같애"
애들이 다 일어날 때까지 불 쬐고 있었다. 불 피운 애가 앞에 있지만 언어소통의 한계로 둘 다 조용하다. 그나마 가끔 텐트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과 인사하거나 씻고 돌아와서 불 쬐다 들어가는 애들이 있어 말없이 있어도 어색하진 않았다.

아침 식사는 카우똠. 끓인 밥에 몇 가지 반찬을 얹어 먹는거다. 카우똠만 식당에서 시키고 준비해온 반찬들을 풀었다. 멸치 조림, 야채 절임, 소세지 등등....
"어, 잠깐만..."
텐트로 뛰어가서 러이에서 산 참치를 가져왔다.
"오~ 튜나"
근데.... 아이들이 억지로 먹어주는 눈치다. 왜냐하면 카우똠은 그냥 밥을 끓인 것이기 때문에 짭짤하거나 양념이 된 반찬과 같이 먹어야 하는데 내가 사온 참치는 그냥 맨 참치였던 것이다.
'에구 양념 참치를 사오는 건데... 흑흑... 나라도 먹어야지... 정말 카우똠이랑 같이 먹기는 좀 글타'
울며 참치 먹기였다. ㅠ ㅠ

"밥 다 먹고 각자 짐 챙겨서 식당 앞으로 모여"
그 젤 나이 들어 보이는 예비역 같은 남자애가 말했다.
아이들은 밥을 먹는대로 들어가서 짐을 챙겨 나왔다. 카메라에 쌍안경에.... 그리고 점심으로 먹을 거리들... 나도 보조가방에 카메라와 몇가지 넣어가지고 나왔다.

오늘 가는 곳은 산 서남쪽 끝에 있는 절벽으로 거기서 보는 노을은 태국에서도 이름난 경치이다. (태사랑 초기화면 오른쪽에 슬라이드로 돌아가는 사진 중에 그곳이 있다. 소나무와 바위가 있는 사진) 물론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노을은 못보고 올 것이다.

대열이 금세 흐트러졌다. 난 중간쯤 몇몇 애들과 같이 가는데 맨 앞사람과 맨 뒷사람이 멀리 보인다. 다들 막대기를 하나씩 주워서 들고 간다. 확실히 말이 안 통하니까 대화에서 내가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태국애들이 일부러 따 시키는 것은 아니고 나와 말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얘네들에게는 외국인과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유창하게 대화는 못 나누지만 되도록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또 자기네끼리 뭔가 재밌는 얘기 거리가 있으면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녹, 태국여자들 어때?”
눔이 말했다.
“으응?”
“예뻐?”
“응 무지 예뻐”
“한국 여자들이 더 예뻐”
“아냐 태국 여자들이 더 예뻐.”
“..... 음 녹, 여행한지 3달 됐다고 그랬지?”
“응, 이번여행이 세 달째고 그전에도 몇 번 왔댔어”
“어디어디 가봤어?”
“여러 군데 가봤는데... 뭐 치앙마이, 아유타야, 쑤코타이, 피피, 푸껫.... 그냥 태국 전체 다 다녔어”
“우와.... 태국인인 우리도 못가본데를....”
모두들 놀란다. 외국인이 자기네 나라를 자기들보다 더 많이 다녔으니... 이래선 안된다는 듯이 자기들끼리 쑥덕댄다.
“가 본데 중 어디가 젤 좋았어?”
“다 좋았어. 근데 특히 태국은 바다가 참 예쁘더라. 꼬 피피도 좋았고 꼬 따오도 좋았어.”
“우와 그랬구나... 나도 가보고 싶은데 아직 못갔는데....”
“음... 근데 산은 한국의 산이 더 아름다운거 같애”
난 여기서 조금 놀랐다. 내가 산은 한국이 더 낫다는 말을 하자 그럴리 없다는 듯이 펄쩍 뛰며 반론을 제기한다.
“아냐 녹.... 매홍쏜 가봐 특히 해바라기가 필때면 거기 정말 얼마나 아름답다고”
“아... 나도 알어... 근데 산은 한국이 더 나은 거 같애. 바다는 태국이 더 예뻐”
“음..... -_-;;”
정말 자기네 나라에 대해서는 자존심과 자긍심을 갖고 있나보다.

“근데 너희들 그럼 전부 피찟에 살어?”
“아니 얘는 핏싸눌록에 살고 얘는 코랏에 살고...... 아참.... 녹, 너 피마이 가봤어?”
“응 가봤어”
“그럼 바이떼이 알어? 식당 바이떼이”
“응 알지, 가봤어”
“쏨네 집이 빠이떼이야”
“엥? 정말?”
그랬다. 바이떼이는 피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자 식당(하긴 그럴싸한 식당이란게 거의 없는 곳이다)이다. 쏨은 그냥 웃는다. 근데... 태국 애들도 멀리 다른 지방으로 유학을 가는 구나. 첨 알았다.

작은 연못을 지나 들판을 가로질러 산의 남쪽 가장자리에 다달았다. 아무리 봐도 푸끄라등은 산이라고 보기엔 좀 어색하다. 고원이라고 부르면 될까? 한쪽은 평원이고 한쪽은 낭떨어지 절벽이다. 산 가장자리를 따라 서쪽으로 걸었다.

“다왔어 저기다~!”
점심때쯤 파 롬싹에 도착했다. 절벽 가장자리에서 커다란 바위가 밖으로 삐죽 나온 모습니다. 낮이라 그런지 솔직히 사진에서 본 것처럼 멋있지는 않다. 예비역이 바위 끝에 성큼 가더니 앉는다.
“꺄악~ 위험해~ 아저씨 이리 나와요”
여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근데 예비역이 나를 부른다.
“녹 이리와 사진 찍자”
헉! 머냐.... -_-;; 무서웠다. 하지만 여기서 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난 조금 더 가장자리 쪽에 앉았다.
“아악~ 녹 안돼”
질린 표정을 감추기 위해 애썼지만 잘 안됐다. 얼른 사진 찍고 가슴을 쓸으며 나왔다.
단체 사진을 찍을 차례.... 아무래도 내가 찍어줘야 겠지.
“거기들 바위 위에 서, 내가 찍어줄게”
“어~ 안돼 녹 같이 찍어”
“그럼 사진 두 번 찍자”
그래서 두 번 찍었다. 사진 다 찍고, 아쉽지만 돌아가야 했다. 오전 내내 여기까지 걸어왔으니 지금 다시 돌아가야지 해지기 전에 야영장에 도착할 수 있다.

(계속)
3 Comments
자나깨나 2002.11.18 18:21  
  얼른 (계속) 하십시요잉~~~ ^^*
잘 읽구 있슴돠....25살때두 글케 대화가 되신다믄...
지금은 정말 잘하실것 같아염... ^^*
요술왕자 2002.11.19 14:33  
  못해요... -_-;;
짱구 2002.11.19 16:04  
  태국애덜...대학 입시도 울 못지 않습니다.
존 대학 가려고...방콕에서도 보면 고딩들은 잘 안 보이
져? (과외하러 가서 없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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