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캘커타(콜까타).... 처음 도착 3일간....
몇년전에 했던 인도 여행후 쓴 일기인데....
3일쓰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태국으로 떴거든요....
갔다와서 마무리를 못했어요....
걍 재미삼아 읽어주시면 고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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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12월 29일 금요일 첫째날
버스가 방콕에 가까와 오자 밖도 차츰 환해져 간다. 어제 돈 아낄라
고 에어컨 버스 안타고 일반 시외버스를 탔더니 밤새 한숨도 못잤다.
창문으로 새벽의 찬바람이 들어와 에어컨 버스보다 더 추운 데다가 버
스 바닥엔 구멍이 뻥 뚤려있질 않나.... 게다가 버스 안엔 도둑놈 처
럼 보이는 태국애 2명만 달랑 있어서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돈므앙 공항을 지난 버스는 북부 터미널로 가지 않고 이상한 동네를
빙빙 돌더니 처음 보는 곳에 내려준다. 백화점이 있고 차가 많이 다니
는 걸로 보아 시내는 시낸데 통 방향 감각을 잡을 수가 없다. 버스 정
거장에서 방콕 시내 지도를 들고 카오산쪽 가는 버스가 올까하고 기다
리는데 59번 버스가 온다. 버스에 올라탔다. 잠깐 졸다가 눈을 떠보니
돈무항 공항이 아닌가? 반대방향으로 가는 걸 탄거다.
`아... 열받어...`
보름전, 서울을 출발하여 방콕에 도착했을 때 카오산에서 윤주씨와
현우를 만났다. 우리들은 목적지(인도)가 같았기에 같이 비행기표를
샀다. 하지만 곧장 떠날 수 있는 자리가 없는 관계로 태국에서 보름을
기다려야 했는데 태국을 각자 돌아본 후 오늘 11시에 카오산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는 태국 북동부지역을 보고 시간이 남아서 그끄저께
쑤코타이에 올라갔다가 어젯밤에 방콕 내려오는 차를 타게 된 것이다.
59번 버스에서 내려 길건너서 공항 앞에서 또 버스를 기다려야 했
다. 59번 버스가 안와서 10번 에어컨 버스를 타고 북부 터미날에서 내
려 다시 39번 에어컨 버스로 갈아탔다. 방콕의 교통 체증은 가히 세계
최고이다. 안 막힐 때 한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두시간 이상이 걸려
11시 20분에야 카오산에 도착 했다. 허겁지겁 달려서 `홍익인간`에 도
착했더니 윤주씨와 현우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가 반긴다.
재빨리 나와서 택시를 잡아 탔다. 비행기 출발 시각인 2시까지는 꽤
남았지만 아까 그 도로 사정을 볼 때 결코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 되
지 않았다. 하지만 웬걸... 다른길로 돌아와서 그런지 아니면 그새 러
쉬아워가 풀렸는지 45분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어쨌거나 요금 200밧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공항은 많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모니터를 보니 우리가 탈
Indian Airline은 새로 지은 제2터미날에서 탑승한다고 나와있다. 카
트를 끌고 제2터미날로 들어갔다. 분홍색 출국장이 예쁘다. 여기서 다
시 모니터를 보았다.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지만 곧 그것을 담담히 현
실로 받아들어야만 했다. 왜냐... 우리는 지금 인도로 가고 있는 거니
까.....
`Delay`
그렇다. 비행기가 연착 된 것이다.
`아.. 인도..... 벌써부터 말썽이군.... 그래 이 정도는 인사로 받
아줄께..`
새로운 출발 시간인 오후 5시 20분까지 공항 이곳저곳을 쓸데 없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가게나 음식점을 기웃 거리다 탑승 대기실로 갔다.
여행객은 몇 없고 인도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버릇 없는 인도 꼬마가
대기실을 정신 없이 뛰어다니다가 울다가... 난리도 아니다.
비행기에 타서 앉았다. 의자를 뒤로 제끼는 단추는 쑥 들어가 있어
서 눌러지지도 않는다. 팔걸이는 깨져있고.... 이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쨌든 비행기는 이륙 했다. 앞에선 어디 시골 아줌마를 데
려왔는지 얼굴엔 여드름이 잔뜩나고 뚱뚱한 스튜어디스랑 부기장으로
보이는 남자 승무원이 바다에 착륙 했을 때 행동 요령을 설명한다. 잘
들어 둬야겠다.
인도의 비행기에서는 맥주도 돈주고 사먹어야 된다는 말을 떠올리며
눈치를 보고 있다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아서 한 개 시켜서 먹었다. 곧
식사가 나왔다. 메뉴는 채식주의자냐 아니면 비채식 주의자냐에 따라
두가지가 있다. 우리는 물론 비채식.... 호일을 벗기는 순간 `악` 소
리가 또 터져 나왔다. 향신료 냄새 진한 닭고기 위에 퍼어런 팍치
가 떡~하니 뿌려져 있지 않은가.
우리 셋은 한결 같이 팍치의 작은 조각까지 남김 없이 걷어낸후 밥을
먹었다.
`팍치 녀석... 태국에서 그렇게 날 괴롭히더니 여기까지 와서 못살
게구네.. 음.. 그나저나 인도에서도 이걸 먹는 다는 얘긴데.... 인도
에 도착하자마자 인도말로는 뭐라고 하나부터 알아봐야겠다. 음식 시
킬땐 꼭 빼달라고 해야지....`
창문 밖으로 보이는 캘커타의 밤은 암흑에 가깝다. 현지시각 저녁 6
시 반. 무사히 도착 했다. 두시간 반정도 걸렸지만 이쪽이 한시간 반
느리다. 공항으로 들어가 입국 심사대에 섰다. 심사원이 한참동안 내
여권을 본다. 불안.. 초조....
`이거 당신 맞아?`
`윽!!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사실 여권 사진 찍었을 때는 까만 마이를 입고 있어서 반팔에 배낭
멘 지금 보담은 약간 나이들어 보인다고 해도 아니 그렇게 달라보이
나..??
`맞는데요.. 그건 저에요!`
또 한참을 사진과 나를 대조하더니 맞는 것 같다며 스탬프를 꽝 찍
어준다.
`태국이 아니야. 여긴 인도야!`
새삼 두려움이 밀려왔다.
일단 환전을 해야했다. 사람들을 따라가서 은행 있는 곳으로 갔다.
창구가 세 개인데 방금 도착한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있다. 기다리고
있으니 우려했던 상황이 곧바로 전개 된다. 뭐가 잘못 됐는지 은행 직
원과 여행자들이 큰소리로 싸운다. 누구하나 제대로 넘어가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내 앞에 앞에 있던 일본애는 돈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걸
보고는 바꿔달라고 하다가 대판 싸우고, 또 옆줄의 한 유럽애는 왜 이
TC는 안되냐고 막 싸운다. 언제부턴가 가운데 창구는 문을 닫고 계속
돈만 세고 있다. 내차례다. 퉁명한 직원들에게 일단 저자세로 나갔다.
이 난관을 타계하는 길은 이뿐이라 생각했다. 100달러 환전했더니
3460루피를 준다. 우리셋은 무사히 환전을 마쳤다.
현우랑 나랑 화장실을 갔다 오는데 윤주씨가 어떤 일본애랑 같이 있
다. `서데르 스트릿`을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한다. 우리도 역시 그곳에
가려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택시 티켓을 샀다. 네명이 서데르 스트릿
까지 87루피다.
택시 안이다. 지금 나는 환상을 보고 있는 듯하다. 눈에 보이는 것
은 모두 나를 전율케 했다. 일단 길거리의 차들.... 차 양쪽에 붙어
있어야 할 거울은 어떤 차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차선? 없다. 무슨 중
세 성안의 거리처럼 길은 좁다랗고 벽돌로 된 낡은 건물들이 양옆으로
서있다. 시내에 가까워 올수록 사람은 차도쪽(하긴 인도라는게 없
지..)으로 밀려나오고 급기야는 사람과 차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움직
인다. 가로등도 변변한게 없어서 어두 침침한데다가 안개까지 껴서 기
괴한 분위기를 한층 더해준다.
`인도 온 다음날로 다시 돌아간다는 말이 실감난다 정말!`
한 시간 여를 달려 서데르 스트릿에 도착했다. 택시에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건 거지들.... 휴우....
방이 없다. 벌써 몇군데째 숙소를 돌아봤는데 모두 `full`이다. 너
무 지치고 해서 거의 쓰러질 지경인데, 한참을 헤메다 드디어 방을 찾
았다. `마리아 호텔(Hotel Maria)`이란덴데 방은 아니고 옥상에 자리
만 깔고 자는 거란다. 올라가서 보니 벌써 여러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숨만 나온다. 시멘트 바닥에 천막으로 하
늘만 가린 상태에 깔아논 매트는 한 번도 빤적이 없어보이고....
`정말 열악하다... 이 정도에 40루피면 비싼거 같기도 하고... 어쩔
수 없지 모.. 하룻밤만 여기서 자구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른
방을 찾아봐야겠다.`
빈자리에 각자 짐을 내려놓고 난 후 너무 배가 고파서 대충 씻고 밖
으로 나왔다.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못봤는데 이제서야 이 거리를 대
충 볼수가 있다. 모든게 시꺼먼 색이다. 길바닥도 꺼멓고, 건물도 꺼
멓고, 사람도 꺼멓고...... 웬 거지들은 이리 많은지... 근데 여기 거
지는 모두 여자다. 하도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2루피를 주었더니 휙 가
버린다. 에고 허탈해....
`쮜리히(Zurich)`란 곳에 들어갔다. 작지만 깨끗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한국분 둘이 일본 여자애와 있는게 눈에 띄었다. 캘커타에서
무슨 일을 하신다면서 마리아 호텔 도미토리에 계신단다. 충격에서 아
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니까 며칠 지나면 적응이 될거란다. 우리가
무얼 먹을지 몰라 메뉴를 뒤적이고 있으니 처음이니까 중국음식을 먹
어보라며 `치킨 초우민(Chichen Chowmein)`을 추천해 주신다. 주문을
하니 곧 나왔는데, 울면과 흡사하다. 양도 많고 우리 입맛에도 맞아서
꽤 괜찮은 음식이다. 가격도 싼 것 같았는데 이 식당이 이 근처에서는
비싼 축에 든단다.
맛있게 먹고 나서 숙소로 돌아왔다. 추울꺼 같아서 담요를 한 장 빌
렸는데 100루피를 보증금으로 맡겨야 했다. 너무 피곤해 자리를 깔자
마자 잠이 들어버렸다.
12월 30일 토요일 둘째날
아침 6시쯤 눈이 떠졌다. 목이 칼칼한게 감기가 틀림없다. 여기도
새벽엔 쌀쌀하다. 밥먹고 나서 감기약 한알 먹어야 겠다.
씻으려고 세면장이 있는 옆쪽 옥상으로 갔다.
`헉~!`
외마디 비명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어젯밤에는 깜깜해서 안보였는
데 날이 밝으니 거리 주변 건물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세상에 이럴수가!`
거무칙칙하고 과연 사람이 살까 의심이 가는 빌딩들... 흐린건지 공
해 때문인지 뿌우연 하늘... 그 위를 깍깍 거리며 배회하는 까마귀
들....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흡사 SF영화에 나오는 핵전쟁 뒤의 폐
허가 된 도시 같다.
우리 셋은 어제 그 쮜리히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새우국수`를 먹
었는데 양이 적어서 요기는 되지 않았지만 맛있었다. 밥을 다 먹고나
서 숙소를 `셀베이션 아미(Salvation Army Red Shield Guest House)`
로 옮기려고 하였으나 자리가 없음은 물론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그
냥 마리아에 있기로 했다. 그래도 옥상은 벗어나고 싶어서 그나마 하
나 밖에 안 남은 트리플룸으로 들어갔다. 욕실이 딸려있어서 300루피
나 됐다. 어쨌든 짐을 옮기고 오늘 할 계획을 세웠다. 어젯밤 만난 한
국 분으로부터 캘커타에 오랫동안 계셨던 어떤 분이 만드셨다는 정보
노트를 받아서 보았는데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작은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우선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인도
박물관(Indian Museum)`부터 들러보기로 했다. 박물관은 서데르 스트
릿 입구에 있어서 찾기가 쉬웠다. 박물관으로 가는 도중에 많은 노상
생활자를 볼수가 있었다. 거적을 덮고 자고 있는 사람, 불피우고 밥하
는 사람, 펌프(수동펌프)에서 물을 뽑아 씻고 있는 사람등등... 다 무
슨 병자 같았다. 하긴 이런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자체가 놀라울 따
름이다. 개들도 추운지 아직도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는 불 피웠던
자리 위에 앉아있다.
`이쪽 개들은 정말 맛없게 생겼네....`
박물관 입구엔 많은 사람이 줄 서 있었는데 거의 모두 인도 사람들
이었다. 3루피씩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학생들이 단체 관람
을 와서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도 그 사이에 껴서 구경을 했다. 어떤
아이가 전시물을 만지자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는 막대기로
등을 때린다.
전시물은 역사 유물은 물론 여러 가지 암석이나 동식물등도 전시 되
어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하지만 박물관은 차라리 창고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낡은 진열장에, 전시물들은 너무 밀집되 있고, 조명시설
도 제대로 안되어서 전체적으로 칙칙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시간 반가량을 돌아다니니 벌써부터 다리가 아파온다.
`에고 나도 이제 늙었나부다...`
박물관 가운데에 분수대가 있는 공원이 있어서 잠깐 앉아서 쉬었다
가 밖으로 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인도 정부 관광 사무소`. 지도를 보니 앞에 나 있는
큰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나올 것 같다. 박물관 앞은 꽤 넓은 길
(초우링기 로드;Chowringhee Rd.)이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노점
상들도 많이 나와 있다. 길건너 숲은 아마도 마이단 공원인 듯 싶다.
거리 구경을 하며 어느 정도 내려가다 길이 헷갈려서 인도사람들한테
물어물어 관광 사무소를 찾아 갔다. 담이 쳐져있는 데다가 간판도 분
명하게 돼있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들어가 보니 몇몇 여행자들이 거기 직원들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지도 같은 걸 찾아 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다른 나라 여행 안내 사
무소와는 달리 정보 책자나 지도를 원하는 대로 가져갈 수가 없고 원
하는 것을 말해야지 꺼내 준다. 캘커타와 인도 전제 지도, 그리고 몇
가지 책자와 캘커타 행사 안내서를 받았다. 잠깐 앉아서 보다가 더 있
어도 나올게 없으므로 나왔다.
다음은 빅토리아 기념관(Victoria Memorial). 역시 멀지 않아서 걸
어갈 수 있었다. 담을 빙 돌아서 정문으로 들어갔다. 토요일이라 그런
지 수많은 인도인들로 붐볐다. 잔디밭에 식구들끼리 모여 앉아서 밥먹
는 광경도 보이고, 공놀이 하는 것도 보이고... 웬 쓰레기는 그렇게
많은지... 쯧쯧...
입장료는 2루피. 사진 촬영이 안되므로 카메라는 보관소에 맡겨야
했다. 내부는 미술관 겸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뭐 그렇게 특별히
볼만한건 없다. 사람들 틈에 끼어서 여기저기 다니다 나와서 잔디밭에
서 증명사진 한 장 찍고 다시 큰 길까지 돌아왔다. 근데 오다가 흥미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어떤 인도인 가족이 가다가 저쪽에 있는 아이
스크림 장사를 부르는 거다. 아이스크림 장사는 수레를 끌고 뛰어와서
아이스크림을 판다. 우리나라에선 살 사람이 가서 사먹는데 여기는 반
대다. 계급의 차이 때문인지....
초우링기 로드까지와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내려갔다. 역 이
름은 `마이단`. 마이단이란 공원을 뜻한다. 지하철조차 분위기가 인도
분위기다. 지하철 정도는 그래도 깨끗할 줄 알았는데... 칼리가트
(Kalighat)까지 표를 끊었는데 4루피다. 근데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처
럼 한사람씩 표를 사는 게 아니라 자동 매표기에서 목적지와 인원을
누르면 표 한 장에 나오도록 되어있다. 개찰구도 자동으로 되어있는
데, 첫사람이 표를 넣고 들어가면 같은 표의 사람이 다 들어간후 마지
막에 표가 올라온다. 열차의 출입문은 하나 건너 한 개씩 열려졌다.
칼리카트 역에 도착했다. 배가 너무 고팠던지라 위로 올라와서는 식
당을 먼저 찾았다. 여행자 거리가 아닌 밖으로 나와서 먹는 첫 식사라
그런지 쫌 긴장이 된다. 마침 길 건너편에 식당이 하나 눈에 띈다. 들
어갈까 말까 망설이다 들어갔다. 자리가 다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행이 벽에는 영
어로 된 메뉴가 붙어 있었다. 고기도 팔고 중국 음식도 판다. 무얼 먹
을까 한참 망설이다가, 먹어 본 적이있는 초우민을 시켰다. 앞자리에
앉은 인도 사람들은 짜파티로 보이는 밀반대기를 찢어 벌겋게 생긴 음
식에 찍어 먹는다. 맛있게 보였다. 우리가 시킨 음식, 믹스트 초우민
(mixed chowmein)이 나왔는데 내가 싫어하는 간, 콩팥등이 들어 있어
서 골라내고 먹었다. 앞에서 먹는게 아무래도 맛있게 보여서 종업원을
불러서 저게 뭐냐고 물으니 `칠리치킨(chili chicken)`이란다. 짜파티
와 같이 한 접시 주문을 해서 현우랑 윤주씨랑 같이 먹었다. 좀 짠듯
하고, 맵다.
`그저 그렇네... 설탕을 좀 넣었으면 나을 것 같은데....`
그럭저럭 무사히 점심 식사를 마치고 칼리 사원(Kali Temple)를 찾
아 갔다. 칼리 사원는 힌두교의 3대 신중 하나인 `시바(Siva)`신의 와
이프인 `칼리`를 기리는 사원이다. 물론 칼리도 신이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가는데 꽤 멀다. 가는 도중 사원 같은 게 있어서 이건가
했더니 이건 `시크(Sikh)교` 사원이란다. 시크교도들은 딱 보면 구별
이 간다. 얼굴의 윤곽이 뚜렷하고 동유럽 계통같이 생긴데다가 남자들
은 애는 상투를 하고 있고 어른은 터반을 두르고 있다.
시크 사원 앞의 거지 구역을 지나서 오른쪽 골목으로 쭉 들어가니
칼리 사원이 나왔다. 사원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관광객은 눈
에 띄질 않았다. 사람들이 내부로 들락날락 하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서
들어가고 싶질 않았다. 옆에 보니 작은 돌 기둥이 두 개 서있고 그 밑
에는 피가 흥건했다. 매일 이 사원에서 염소를 제물로 바친다는데 아
마 그건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한 꼬마가 옆에 붙더니 우리에게 설명
을 해준다.
`에구.. 니 속셈을 모를 줄 알고...`
무시하고 옆쪽으로 가는데도 계속 붙어서 재잘댄다. 염소 도살하는
곳 맞은 편엔 어떤 사람이 아침에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염소의 머리
에서 먹을 만한 살점들 뜯어내고 있었다. 사원이 너무 좁고 인도인들
도 많아서 오래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까 우리옆에서 설명을
해주던 아이는 돈 달라고 하지도 않고 그냥 없어져버렸다.
`의왼데..`
우린 왔던 길을 되돌아가 지하철 역으로 갔다. 어디를 더 갈까 생각
하다가 모두 지친 듯해서 돌아오기로 했다. 캘커타의 공기속에서 아침
부터 계속 걸었으니 무리한 것 같기도 하다.
숙로로 되돌아오니 3시다. 샤워를 하고 `커드코너(Curd Corner)`에
가서 코코아 한잔 마시고 돌아와 여행 정보좀 정리하다가 7시쯤에 저
녁을 먹기 위해 나왔다. 이번엔 아랫 쪽에 있는 `압둘 칼리 큐(Abdul
Kali Que)`란 식당에 가보았다. 이 집에서 유명한 에그롤이랑 파라타
(Parata)를 시켰다. 파라타는 설탕 안든 얇은 호떡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에그롤은 그 속에 계란 후라이를 붙이고 소스를 뿌린 다음 종이
에 싸서 돌돌말은 것이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으나 싸고 아침에 간
단히 먹기에 좋을 것 같다. 이 식당에서는 특이하게도 소고기로 된 각
종 음식을 팔고 있다. 식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슬람 식당이지
만 그래두 인도인데 이렇게 대놓구 소고기를 팔 줄은 몰랐다.
식사 후에 서데르 스트릿 위에 있는 뉴마켓으로 가서 체인(20루피)
이랑 미니히터(30루피)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12월 31일 일요일 셋째날
어젠 너무 비싼 곳에서 자서 오늘은 윗층 도미토리로 자리를 옮겼
다. 침대가 모두 13개인데 한국인, 일본인이 5명씩 있다. 짐을 옮기고
나서 아침을 먹었다.
식사후, 현우는 숙소에 있기로 하고 나와 윤주씨는 `하우라(Howrah)
역`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초우링기로 나와서 버스를 기다렸다. 거리
에 버스가 무척 많이 다니는데 앞이랑 옆면에 크게 버스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간다고 크게 씌여있다. `하우라`라고 써있는 버스가 왔다.
그래도 모르니까 한 번 물어보고 탔다. 하하하... 버스도 인도틱 하
다. 뒤쪽에 빈자리가 있어서 앉았다. 곧 동남아 나라들처럼 남자 차장
이 요금을 받으러 왔다. 하우라역까지는 1.2루피.
좁은 거리를 돌아서 하우라 철교를 건너자 바로 역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엄청난 인파에 정신이 쏙 빠진다. 역과 이어진 지하도로 들어
가는데 사람들에 밀려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이다. 사람 잊어버리기 딱
좋은 곳이다. 가까스로 역 안으로 들어갔다. 하우라 역안은 그야말로
혼란의 극치를 이뤘다. 항상 이런건지 아니면 지금만 이런건지... 이
와중에도 구걸하는 거지나 바닥에 누워자는 사람은 꼭 있다. 열차 시
각표를 사기위해 역 구내 서점을 찾아갔다. 열차 시각표는 여러 종류
가 있었으나 가장 작은 것으로 골랐다. 20루피 짜린데 500루피를 내미
니 흠칫 놀란다.
시각표를 사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왔던 길을 되돌아서 다시 버스
정거장으로 나왔다.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다리를 걸어서 건너보기
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다는 하우라 철교. 캘커타를 가로지르
는 `후글리(Hoogly)`강 위에 놓여있다. 생긴 것도 거대하고 그위로는
수많은 탈 것들과 사람들이 지나간다. 다리위에선 여기저기에서 보수
공사중인데 옆으로 버스가 지나가면 다리가 흔들거린다. 이곳 후글리
강가에도 가트(Ghat)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목욕이나 빨래를 하는게
보인다.
다리를 다 건너오니 바나나를 파는 여자들이 있다. 한송이에 얼마냐
고 물어보니 영어를 모르는 가보다. 그냥 `도루피`라고 하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옆에 있던 인도인이 `투루피`라고 가르쳐준다.
`우와 정말 싸긴 싸다. 태국에서 한송이에 5밧 짜리도 너무 싼 거
같았는데 여긴 그 반도 안되잖아!`
윤주씨랑 몇 개 뜯어 먹고 남은 건 가방에 넣었다.
------( 더 이상 없습니다. 죄송 ㅠ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