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님만해민, 치앙마이 선데이 마켓
그래도 다행히 아침에도 체크인이 가능했던지라 짐을 풀자마자 공짜로 주는 아침도 먹는다. 우리가 선택했던 건 아마도 토스트&오믈렛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에잉, 맛은 그냥 돈 주고 사먹었으면 아까웠을 맛. 그래도 목재 식기랑 큰 나뭇잎을 깔아주는 데코레이션이 예쁘다.
식사를 마치고 빨래도 하며 잠시 쉬고있는데, 어디선가 성가대의 노래소리같은 게 들린다. 처음엔 갭스하우스에서 틀어주는 노래인가보다 했는데 들을수록 갭스하우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들리는 소리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성가대의 합창이 아닌 복음성가같은 노래까지 들린다. 불교의 나라의 태국에서 그런 소리가 들릴리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갭스하우스 문 바로 맞은편에 교회가 있다. 치앙마이 연합 교회.
기독교인인 나와 이양은 반가운 마음으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기로 하고, 박양은 그동안 잠시 쉬기로 한다.
태국 교회는 어떤 곳일까 무척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예배당에 들어갔는데, 한국 교회와 거의 흡사한 모습에 오히려 더 놀랐던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영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예배당 의자 중 헤드폰이 놓인 의자가 네 줄정도 있고 헤드폰을 끼면 통역사의 즉석에서 영어 통역이 들리는데, 전문적으로 통역을 하는 분이 아니신지 중간중간 말이 많이 끊겨 알아듣는것이 힘들어 좀 들으려고 시도를 하다가 그냥 헤드폰을 벗어버렸다.
설교보다도 우리의 마음을 더 움직였던것은 이들의 찬양. 악기팀의 연주 수준도 아주 높았고, 찬양과 율동을 하는 태국인들의 모습이 정말 열심이었다. 불교 국가 태국에서 기독교 태국인들을 만난것은 생각도 못 한 일이었기에 그 시간이 참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 같다.
하지만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아래층에서 식사준비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밥 먹고 가라고 붙잡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초큼, 아주 초큼 서운했다 ㅠ_ㅠ
아무튼 다시 숙소로 돌아와 박양과 조인. 치앙마이에서는 특별히 뭘 해야겠다는 계획이 없었기에 뒹굴거리며 어딜 갈까 가이드북을 뒤적거리고있는데, 박양이 '님만해민'이란 곳에 가보자고 한다.
"님만해민? 그게 어디야? 나 처음 들어봐~"
했더니
"나도 잘 모르는데... 예술가 거리래."
라고 박양이 소심하게 대답한다.
딱히 할 일도 없어 우리는 썽태우를 잡아타고 님만해민으로 향했다. 캄보디아에서 뚝뚝 흥정으로 이골이 붙은 우리, 100바트 부르는 걸 60바트까지 깎아서 탔다. 썽태우 기사 할아버지 왈, "유 아 타이피플!" 거의 현지인 요금이란 뜻인가보다^^ 작년 여행에서 온갖 바가지는 다 쓰고 다녔던지라, 이런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미칠지경인 우리. ㅋㅋ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님만해민에 가달라고 했더니 이런 곳에 내려준다. 지금 보니 님만해민 소이 1정도로 추정된다. 우린 님만해민이 '예술가 거리'라고 하길래 몽마르뜨 언덕같이 거리의 화가들이 초상화도 그려주고, 행위 예술가들이 행위 예술도 하는 그런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우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아가씨 취향의 예쁘장한 옷가게, 카페들이 즐비한 동네였다.
그래서 실망했냐하면,
아니. 오히려 더 좋았다^^ 동생이 입다 버린 거의 10년 된 바지와 너덜너덜한 조리, 올드마켓표 싸구려 셔츠를 입고 앙코르 유적을 누비는 동안 깊이 봉인되었던 스물 다섯 아가씨 본성(...)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하하;;
금속 공예 제품중에 싸고 예쁜 게 아주 많았는데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며 눈물을 머금고 구입을 참았다.
그리고 발견한 한식당 미소네! 외국에 나와서는,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현지 음식을 먹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캄보디아에서 한 번 앓아누운 후, 한식을 먹을 기회가 있으면 되도록 한식을 먹겠노라고 결심을 했던지라;;; 미소네가 정말 반가웠다. 쌀은 안남미였지만 그래도 반찬은 정갈하고 맛있었다~
안 그래도 님만해민거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우리, 거기다 친절한 미소네의 사모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미소네로 숙소를 옮기기로 마음이 기운다. 게다가 미소네는 트리플룸도 있다고 한다!! 쾌재를 부르며 예약을 마치고 다음 날 뵙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일단은 갭스 하우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치앙마이 일요일의 최고 볼거리 선데이 마켓 구경에 나선다!
타패 문을 중심으로 온 동네가 시장이 되는 신나는 날!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 우리에겐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이다. 보통의 상설시장처럼 천막이 있는 좁고 더운 시장이 아닌 탁 트인 야외 시장이라 쾌적하게 구경하기에도 그만이다.
선데이 마켓에서 본 것 중 사오질 않아 가장 후회막심했던 이것! 직접 찍은 태국 꼬마들 사진으로 만든 예쁜 엽서. 이건 부피 걱정도 없는데, 왜 안 사온 건지 후회 막심이다. 사진 속의 나에게 "사라~ 사라~"를 뒤늦게 외쳐보는 중. ㅠ_ㅠ
요 실력이라면 미술 실기 만점은 문제 없겠네~
기념품, 악세사리 종류가 많은 걸 보면 선데이마켓은 현지인들보다는 관광객들을 타겟으로 한 시장같다.
앗 이거이거! 카오산 가면 많은 여행자들이 배낭에 매달고 다니는 미니 국기(?)들! 배낭에 각자 나라의 국기와 여행했던 나라의 국기를 달고다니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무척 멋져보였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어깨가 안 좋은 관계로 배낭이 아닌 트렁크파;; 구입해도 붙일 데가 없다... ㅠ_ㅠ
정답은 새!
방생하라고 파는걸까 키우라고 파는걸까?
오옷 이건 다른 지역 시장에서는 본 적 없는 특이한 녀석!
재료가 뭔지 궁금하다.
선데이 마켓을 보며 놀랐던 것은, 이렇게 넓은 곳에 많은 수의 상인들이 나와 장사를 하는데도 겹치는 물건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찰제를 고수하는 곳이 많아서 흥정에 대한 부담 없이 쇼핑을 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상인들도 무척 친절한 편이었고. 특별히 질 좋은 물건을 파는건 아니었지만(거의 다 공산품이므로),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던 것 같다.
귀여운 도자기 양념통~ 이것 역시 사오지 않고서 땅을 친 품목 중 하나다. 아... 그 때는 왜 그렇게 짐 늘이는 걸 겁냈었는지... 아무래도 선데이 마켓 다시 한 번 가야겠다!! T_T 트렁크 반 쯤 비우고!
면으로 만든 머플러. 예쁘고, 질 좋고, 무엇보다 가격이 25-35바트밖에 안 해서 친구들 선물은 죄다 이걸로 하기로 결정했다!ㅋㅋ 내 것도 두 개 구입!
직접 만든듯한 아로마 오일들도 보였다.
고산족스타일의 가방들.
그리고 여긴 생화를 말려서 카드, 책갈피, 액자로 만들어 파는 가게. 꽃맹인지라 저 꽃들 이름은 하나도 몰랐지만, 어찌나 예쁘던지! 값도 싼 편이고 부피 부담도 거의 없으니 단체 선물로는 딱이다. 나도 교회 청년들 선물용으로 스무개정도 구입! 아저씨가 덤도 많이 넣어주셨다. 히히.
그리고 시장의 꽃 먹거리들! 군것질로 배를 원없이 채우기 위해 우리는 저녁도 굶고 온 참이었다. ㅋㅋ
제일 좋아하는 스프링롤! 기름에 튀긴 건 뭐든지 맛있습니다! ㅋㅋ
봉지과일도 이것저것.
군것질 음식의 최고봉 꼬치!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소스를 발라 구워주어 무척 맛있다. 고작 꼬치 두 개 샀을뿐인데 테이블 준비까지 해주신 아주머니 덕분에 편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었다.
똑같은 탄산음료인데도 냉장고에 든 것보다 얼음에 담긴 게 왜 더 먹음직스러워보이는걸까?
유명한 치앙마이 딸기.
아시다시피 치앙마이 딸기는 한국것보다 단단하고 신 맛이 강하다.
이건 먹어보지 않아 정체를 모르겠다.
얼핏 보기엔 팟타이같기도 한데 팟타이는 미리 볶아놓진 않으니 아닌것 같고.
맛있는 소시지와 바나나잎에 싼 찹쌀밥! 이건 사실 여기서 먹지 않고 방콕에서 먹었는데, 맛있어요.
시원한 과일 화채! 앗, 사진 속의 할머니, 너무 열심히 드시고 계시다.
스읍... 요즘같은 더운 날씨에 보고 있노라니 더 먹음직스럽다.
2바트짜리 아이스바~ 맛은 그냥 단 물 얼린 맛! ㅋㅋ
앗! 꼬마가 장사를 하고있다. 엄마 대신 잠깐 하는거니 여기서 일하는거니? 어느쪽이든 대견 대견.
무료로 나누어준 미린다 새로운 맛. 역시 공짜로 먹는 음식 맛은 항상 최고 >_< b
우리끼리 아직도 '스또-베리 아줌마'라고 부르며 가끔 얘기하는 크레페 파시던 아주머니. 겨우 크레페 하나 사가는 우리에게 가지고 있는 쓰레기(이것저것 군것질을 했던지라 꽤 많았다) 버려줄테니까 달라고 하시면서 무척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분. 연달아 나오는 자음을 발음 못 하는 여느 태국 사람들처럼, 아주머니는 '스트로베리'를 '스또-베리'라고 발음하셨는데 그 발음이 참으로 중독성 있는 율동감 넘치는 발음이어서 여행 내내 내가 잘 따라하고 다녔다. ^^;;
우리가 주문한 스트로베리 & 바나나 크레페.
거리 전체가 들썩들썩.
해자 옆에 의자를 가져다놓고 꾸벅꾸벅 낮잠을 자다 일어나 담소를 나누기 시작한 두 남학생. 그 여유로운 모습이 치앙마이라는 도시와 무척 잘 어울린다.
깜찍하기 그지없는 음료 캔을 개조해 만든 썽태우! 사오고 싶은 품목 1위였으나, 역시나, 부피의 압박 때문에 포기...ㅠ_ㅠ
밤이 되어도 시장은 파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활발해지는 듯 하다. 단순히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시장이 아니라 축제같은 느낌까지 들었던 선데이 마켓. 난 못 봤지만 저녁 시간에는 이런저런 공연까지 펼쳐진다니, 오호, 더 축제 느낌 나겠는걸.
먹을 것 앞에 무릎 꿇은 슬픈 본성의 개님들.
약간 촌스럽지만 정겨운 모양의 귀여운 케이크들! 가격은... 10밧! 10밧? 300원? @_@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밀가루만 먹다가 된통 당한 경험이 있는 나는 당분간 빵종류는 자제하기로 한다.ㅠ_ㅠ
반나절동안 쉬지도 않고 정신 없이 시장 구경을 하느라 체력이 고갈된 우리는 잠깐 숙소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허나 잠깐 쉬기로 한 나는 한 번 누운 후 일어나질 못 했고, 박양과 이양은 나를 방에 남겨두고 다시 시장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참고로 갭스하우스는 안에서는 잠글 수 없고 밖에서 열쇠로 잠가야 하는 구조라 잠을 자려고 했던 나는 본의아니게 방 안에 감금을 당하게 되었는데,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기는 커녕 서서히 폐소 공포증 비스무리한 것이 엄습하기 시작한다. 한 시간쯤 지나자 이게 심해져서 온 몸을 조이는 것 같은 답답한 느낌이 나를 감쌌고, 견딜 수 없었던 난 결국 "으아아아아아아아아!"소리를 지르며...
창문을 뜯고 방에서 탈출했다. -_-;;;;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방에 갇혀있는동안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나중에 내가 애완동물을 키우게 되면 절대 케이지나 우리 안에 감금하지 말아야지, 묶어 키우지 말아야지, 기타 등등. -_-;;
헌데 막상 나와보니 할 게 없더라. 열쇠가 없으니까 밖에 나갈수도 없고. 그리하여 그냥 복도 의자에 앉아 싱겁게 음악이나 들으며 이양 박양을 기다렸다. 이럴거면 나 왜 탈출한거샤? -_-
한참을 기다리니 이양 박양이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온다. 으흑흑. 왜 이제 온거샤...ㅠ_ㅠ!!!!!!!!!! 이양 박양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더라. T_T 이양이 나 보라고 찍어온 선데이 마켓 무대에 선 몇몇 가수의 동영상 무대를 보며 감금의 공포를 잊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문제의 그 무대. 보기엔 어째 그럴싸해보이지만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엉성한 실력이었다.
덧 - 참고로 창문은 원상 복귀 잘 시켜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