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ny-1년전 여행일기 #4(롭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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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1년전 여행일기 #4(롭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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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물색했다. 현지인들도 많이 앉아있는 식당을 찾다보니 한 식당이 눈에 띄었다.
식당 입구에서 무엇을 주 메뉴로 하는지 음식 재료들을 살펴보았다. 큰 솥단지 안에서 족발이 끓고있는 것을 확인한 뒤
"카우 카무 주세요." 라고 주문을 했다.
역시나 또 "음료는 뭘로 할래요?" 라는 질문을 한다.
난 식탁에 놓여있는 물통을 가리키며 이 물을 그냥 먹겠다고 했다.

족발 덮밥은 매우 맛있었다. 미나리 비슷한 야채도 푸짐하게 썰어서 족발과 함께 제공되었다. 롭부리에 있을 동안은 이 식당을 자주 이용해 주기로 마음 먹었다.
태국에 오면 되도록이면 태국식당의 1인분에 나의 위를 맞추어 가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지만 지금은 약간 여행 초반이라서 그런지 허전함은 어쩔수가 없다.

간식거리와 맥주 안주거리를 사기 위해 저녁 시장이 열리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기차역 근처에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목격하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번 쭉 훑어보았다.
항상 무언가를 충동적으로 사들고 시장을 더 돌아다니다 보면 이미 구매한 음식보다 더 맛있어 보이는 것을 발견하기 마련이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난 항상 모든 포장마차를 다 살펴보고 결정한다. 혼자 여행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가 없다는게 아쉽긴 하다.

로띠를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고 닭꼬치를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닭꼬치 1개와 충동적으로 옆에 있던 닭염통 꼬치 1개를 샀다.
사놓고 보니 닭염통 꼬치는 해부학 실습과 전염병 실습 때 봤던 개의 심장과 돼지의 심장을 1/20 정도로 축소시킨 것과 같아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10개 가량의 닭 염통이 꼬치에 쭉 꿰어져 있는 것을 보니 나중에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져 들었다.
신기하게도 작은 닭의 심장을 보니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 심실 사이 동맥 등 머리 싸매며 외웠던 심장의 구조를 다 갖추고 있었다.

로띠를 파는 포장마차 앞에는 현지인들이 줄을 서 있었다.
' 맛있는 곳인가 보군.'
나도 줄을 선 뒤 내 차례가 되자 주변사람들이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내가 짧지만 능숙한 솜씨로 " 로띠 카이(계란) 능(1개)" 을 외치자 모두들 시선을 거두었다.
마치 우리나라 포장마차에서 오뎅과 떡볶이를 먹고 있는데 외국인이 들어오면 외국인이 어떻게 음식을 시킬까? 하고 궁금해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로띠 가계는 나름대로 이름을 걸고 하는 것 같았다. 로띠를 싸는 갱지에 브랜드 이름인지 가게 이름인지 모르지만 무언가가 찍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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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가는길에 pc 방이 보여서 들어섰더니 동네 꼬마들이 한가득 들어있다. 헤드폰도 쓰지 않고 춤추는 게임과 총쏘는 게임들을 하고 있었다. 한국 댄스 가요와 총 쏘는 소리가 섞여 10분 이상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일단 나왔다. 아직은 인터넷 할 것도 없고 해서 근처 Family mart에 들러 맥주를 샀다.

처음 보는 Chang draught 캔맥주가 있어서 그걸 샀다. 맥주 가격이 저렴한 것도 태국 여행의 기쁨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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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하다보니 대화를 하지 못한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은 것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이렇게 한국말을 안하다가는 한국에 돌아가서 어눌한 한국말을 하게 되는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4년전 태국에 두번째로 왔던 때 6개월 동안 체류한 적이 있었다. Toefl과 GRE를 공부하느라 영어를 자주 쓰게 되고 기초 생활을 위해 태국어를 쓰게되었지만 같이 갔던 사촌이 3개월 후에 한국으로 먼저 돌아가고 남은 3개월 동안 대화할 상대가 없어서 한국어는 쓰지 못했었다. 그 결과 한국에 돌아가서 2주일 정도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했던 적이 있다.
박찬호가 미국 진출한 뒤 얼마 안되어서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할때 마구 욕을 해댔던 일이 생각났었다. 이제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오늘은 일단 일찍 자고 내일 본격적인 유적지 관광을 해야겠다.'
그런데, 콘크리트 벽들이 낮동안 한껏 모아뒀던 열기를 밤이되자 조금씩 토해내면서 방온도를 올려놓은채 다시 식을줄을 모른다.
'내일은 봐서 숙소를 옮겨야 겠다.'

1 Comments
더리플 2008.08.11 05:59  
  5편 기다려지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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