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똔레쌉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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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태국 여행기 - 똔레쌉 호수

랑그레이 7 1356
점심을 먹고 숙소에서 잠깐 쉰 후, 4시경, 예약해둔 똔레삽 호수 투어에 나섰다. 숙소에서 3-40분정도 차를 타고 가서 큰 보트로 옮겨 타 똔레쌉 호수를 둘러보는 투어였다.




보트마다 보트 머리에 쬐그만 남자아이들이 길잡이처럼 하나씩 앉아있던데, 별로 하는 일도 없어보이는 녀석들이 앞머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니. 무슨 상징적인 의미라도 있는건지?



보트 타러 가는 길. 앗! Be the reds 티셔츠다~ 그나저나 아시겠지만 이 곳에는 카메라를 들고있는 꼬맹이들과 눈을 안 마주치는것이 좋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카메라에 담겨 당신의 얼굴이 접시에 박혀 판매의 대상이 될 테니. 나도 애써 눈을 피하며 배에 올라탔건만, 투어를 끝내고 나와보니 내 얼굴이 담긴 접시가 있더라. T_T 그리 끈질기게 사라고 붙지는 않아 안 사고 그냥 돌아왔는데, 이거, 당사자가 안 사면 그대로 쓰레기가 되는 것인지? 내가 만들어달래놓고 안 산 것도 아니건만, 끝까지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아무튼 보트로 옮겨 타고 드디어 똔레삽 투어 시작!


조금씩 선착장에서 멀어지기 시작하고,


드디어 수상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 위에 펼쳐진 삶의 터전들.


사람 사는 곳인지라, 학교 또한 존재한다. 물 위의 학교를 다니는 건 어떤 기분일까? 물 위에서 사는 아이들이니 수상 학교가 그리 특별하지 않으려나?


물 위나 땅 위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한가보다. 집 앞에 보트가 주차(?)되어있다는 것만 빼고는.


수상 가옥 위에서도 화초를 기르는구나.


여기도 학교. 똔레쌉 투어를 하면서 학교를 두 개 보았는데, 하나는 elementary school이라고 써있고, 하나는 ecole 어쩌구 써있던걸로 보아 영어권에서 지은 학교가 하나, 불어권에서 지은 학교가 하나 있는가보다. 어디서 지었건 수상 가옥에 사는 아이들이 교육의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건 무척 다행인 일이다.





















이런저런 수상가옥들을 지나며 그들의 삶을 잠깐이나마 스치며 구경한다. 나무와 지푸라기로 얼기설기 지은 수상가옥들은 남루하지만 특유의 정취가 있다. 참, 이 수상가옥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베트남에서 건너온 난민들이라고 한다. 어쩌다 베트남에서 이 먼 타국까지 건너오게 되었누.

이 곳도 학교. 알록달록한 페인트칠이 무지 귀엽다~



앞서 말한 '하는 건 없어보이지만 어느 관광객 배마다 꼭 있는 꼬마 앞잡이(?)'들. 대부분 엄청 개구지고 장난도 잘 치며, 배가 흔들릴때마다 기겁을 하는 관광객들을 향해 여유있는 웃음을 씨익 날려준다.


학교 운동장 @_@ 물 위라고 해도 없는 게 없구만!


우리 투어 일행들.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한 인원들이라 전원 한국인이다. 대부분 좋은 분들이셨지만, 앞 자리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거나, 멋진 사진 건져보겠다고 배를 좌우로 심하게 출렁거리게하면서 무리하게 자세를 잡았던 두어분때문에 좀 기분이 상하기도했다. 배타는 거 좋아하는 나마저 배가 뒤집어질까봐 심하게 염려하게 만들었을 정도. 배를 무서워하는 박양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게다가 담배는 한 가치도 아니라 여러 가치를 피우더라. 괜히 한소리 했다가 죄없는 다른분들까지 우울한 분위기로 투어하실까봐 뭐라 하려던 걸 참았다. 단체투어때 흡연은 제발 삼가해주세요. 그것도 앞자리에 앉은 사람은 더더욱.


교복을 입은 캄보디아 학생들이 배를 저어 하교를 하고있다. 캄보디아 아이들의 까무잡잡한 피부와 흰 셔츠가 무척 잘 어울린다.


이 쬐그만 아이도 벌써 학생?@_@








한참 배를 타고 가는데, 저 멀리서 보트에 탄 장사꾼들이 다가온다. 보트를 젓는 사람은 대부분 어른, 물건을 파는 것은 대부분 어린아이들이다.


우리 배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급기야는 배 안으로 훌쩍 뛰어들어 음료수를 판다. 저기 모자 쓴 꼬마가 보이시는지?





그리고 이 꼬마는 우리 배로 다가오더니...




어디선가 뱀을 꺼내 목에 휘감는다! 물론 독이 없는 뱀이겠지만(그렇다고 믿고 싶다) 어린아이가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어 마음이 안 좋아지더라.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음료수를 끝까지 안 샀다는 사실. 이 때의 여행을 추억할 때 날 두고두고 괴롭히는 것은 내가 왜 그렇게 인색했나 하는 것이다. 저런 아이들을 보면서 불쌍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한 번도 그들에게서 뭔가를 구입해본적이 없다. 당시에는 내 행동이 옳다
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과연 그런가, 자꾸 곱씹어보게된다.



우리 투어의 이름은 '똔레쌉 선셋 투어' 해가 질 시간이 되자 배를 멈추고 천천히 일몰을 감상할 시간을 마련해준다. 중간중간 각도를 옮겨주면서 다양한 장소에서 일몰을 구경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투어이다.


해 잡기 놀이. 앗 뜨거워! >_<
(-_-..........)











그리고 또 한 무리의 장사 배가 우리 배로 다가왔다. 보시다시피 이 아이도 목에 자기 몸만한 뱀을 감고있는것은 물론이요, 입에 수없이 넣었다 뺐다까지 하며 우리를 경악시켰다. 바구니에 바나나가 들어있긴 한데, 딱히 뭘 팔려는 기색도 없어보이더라. 일행 중 어떤 분은 아이 엄마에게 돈을 주었고 어떤 일행은 아이에게 빵을 주었다. 그럴수록 아이는 신나서 뱀을 자꾸 입에 넣었다 뺐다 하는데,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아이 엄마의 씁쓸한 표정이 대조되어 보기에 괴로운 광경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이양 박양 모두 똔레쌉 투어를 하면서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한다.

남의 소중한 삶의 터전을 관광이란 명목으로 쳐들어와 맘껏 구경하고, 그래놓고선 또 마음대로 불쌍하다고 남의 삶을 재단하고, 참 내가 위선적이란 생각이 많이 들더라.




붉은 해가 바다 밑으로 떨어질 준비를 하고 날은 어둑어둑해진다.




구름도 하늘도 덩달아 붉게 물든다. 캬- 예술이다!




시간이 지나자 주홍빛보다는 보랏빛이 돌기 시작하는 똔레쌉 호수.


해가 지고 호수에는 검은 그림자만 남는다. 똔레쌉의 주민들도 다들 돌아갈 채비를 하는 것인지?



투어 출발하기 전에 똔레쌉 호수는 물 반 고기반이라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고기 구경은 하지도 못 했고 비린내도 거의 맡을 수 없었다. 그 점은 다행이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수상 가옥이 훨씬 적었고(이양 박양 얘길 들어보니 걔들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많아서 놀랐단다), 말로만 듣던 '다라이'타고 노 젓는 꼬맹이들은 볼 수 없어서 약간 섭섭했지만 기대했던것보다 일몰이 훨씬 아름다워 만족했던 투어였다. 강추까지는 아니지만 유적지에 대한 흥미가 대단하지 않아 삼일 내내 앙코르 유적지만 보는 건 지루하다 생각하실 분들은 한번쯤 해보아도 괜찮을 투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렇게 이틀째 일정도 무사히 마무리! 스타마트에서 비루한 저녁을 사먹으며(또 핫도그 ㅠ_ㅠ) 하루를 마감했다. 그 날 일기장에 써있던 말, '캄보디아는 먹을게 너무 없다. 아니 우리가 돈이 없는건가?ㅠㅠ' (정답! -_-)
7 Comments
시골길 2008.08.10 22:29  
  똔레샵 투어는 경험자의 입장이 되면 게륵鷄肋이지요..안 가보신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기에는 좀 뭐시기하고..빼자니 아위운,,...각자의 느낌, 감상이 다르겠지만서두..저의 개인적 소견이라면. 똔레샵은 좀 비추하고 싶네요..^^
가자가자가자 2008.08.11 13:46  
  볼때마다 또 가고 싶어지네요.. 랑그레이님때문에 지름신 또 왕림하셨네요...이걸 잘 넘겨야 되는데..ㅠ.ㅠ
언제나그자리에 2008.08.11 22:25  
  수상가옥 하나 빌려서 1주일만 꼭 쳐박혀 지내고 싶었는데, 외국인은 불가능하답니다. 일몰 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나..... 그래도 해뜨면 바로 낚시하고 그물침대에서 졸다가 밥먹고 늘어지게 쉬고 싶었는데,,,,,,,,
랑그레이 2008.08.11 23:35  
  시골길님 / '계륵'이라, 표현이 적절하네요.^^ 저도 투어 할 때는 좋았지만 다음에 가게되면 아마 다시 하진 않을 것 같아요.

가자가자가자님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근데 아직 올릴 거 한참 남았는데 어쩌죠 >.<

언제나그자리에님 / 우와 저는 수상가옥 빌리는 건 생각도 못 했었는데... 그럼 캄보디아 사람들은 수상가옥에서 숙박 할 수 있나요?

수상 가옥에서의 일주일, 와 생각만 해도 멋진데요. ^^
앤디 2008.09.15 17:25  
  호수의 일몰은 장관이군요^^
랑그레이 2008.10.02 13:40  
  앤디님 / 시엠리업에서 본 것 중 그 일몰과 앙코르왓 일출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말 몽환적인 일몰이었어요...
시나눅왕자 2008.10.12 20:26  
  아무곳에서나 담배피는거 심각한 민폐란거 모르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자신은 담배피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지저분해 보입니다.
올바른 담배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캄보디아 담배값은 정말 싸던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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