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이 전화하라고 한 시간 6시가 되었다.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를 건다.

세번 울리자 바로 받는다.

" 짝뚜짝 다녀왔어?

" 응"

" 7시까진 어렵고.. 7시 반까지 갈수 있을 것 같아"

" 알았어. 우리 씨암파라곤에서 쇼핑하고 있을테니 7시 반에 정문 앞에서 만나"

우리는 지하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한잔씩 마시기로 했다.

시간마다 카페인을 섭취해줘야하는 쑥이지만.. 일정에 쫒기느라.. 그리고 그닥 커피를 즐기지 않는 나때문에 쑥은 매번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그 달달한 커피를 사마셨다. ㅋ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우린 간만의 여유를 부렸다.

그리고... 7시 반... 일단 전화부터 하기로 했다.

" 차가 많이 막혀... 8시나 되야 도착할수 있을거 같어"

속으론... '너 장난해?' 라고 묻지만..

" 알았어.. 그럼... 우리 지하 1층 스타벅스에 있을테니깐 글루 와~"

스타벅스에 앉아있는 쑥에게 가서 이 사실을 전했다.

갑자기 얼굴색 변하는 쑥..

" 걔네 모야~ 장난해? 8시 딱 되서 안오면 가자~ 약속도 안지키고...짜증난다. 우린 마사지도 포기하고 왔는데.."

" 원래 동남아 사람들이 느긋하고.. 시간약속 잘 안지킨다자나.."

우리는 방콕여행의 마지막 날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8시 5분쯤 되도 안나타나는 판... 쑥은 나갈준비를 하고...ㅜㅜ

난 쑥이 몰래 판에게 전화를 걸러 나왔다. 가더라도 간다는 말은 해야할 것 같아서..

" 판... 너 오고 있는거니?
" 응.. 미안... 지금 가고 있어. 5분만 기달려.. 딱 5분만..
" 너 7시 반까지 온다더니.. 8시에 온다고 하고.. 지금 8시 넘었는데도 안나타나고 있어... 왜 약속을 안지켜?
" 조금만 기다려줘.."
" 딱 5분이야... 5분내로 안오면 우리 갈거야"
" Please.... " 하며 5분내로 오겠다고 한다.

진짜 5분만에 나타나긴 했다. 그리고 그 두명의 친구들은 사정이 있어 못오고 혼자 왔다고 한다.
나와 쑥은 사실 그리 천사들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약속 안지키는 남자들한테는 그리 관대하지 않기 때문에...

"저녁 모 먹고 싶어?... 니네 뿌빳뽕커리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거 먹으러 가자..."

이미 화가 난 쑥은.. 우리 저녁 먹었어. 너 못기다려서 먼저 먹었어. 라고 한다.

민망해진 나는... 넌 배고프다며.. 그럼 너 저녁 먹으러 가자.

" 아니.. 우리 다 같이 먹으면 몰라도... 나 혼자 먹기 위해서는 안갈래.."
일단 너희 짐 카오산 가서 두고, 그 근처에서 뭐 할지 생각해보자..

판의 차는 MBK에 있다고 한다. 우리는 마분콩으로 이동했다.

가는 내내.. 판은 꽉 막힌 도로를 보며 말한다.

" 보여? 지금 러쉬아워라 어딜가나 이렇게 막혀... 우리집은 아주~ 멀어서 여기 오는데 오래걸렸어.. .그리고 씨암파라곤엔 주차하기가 힘들어서 마분콩에 주차해두고... 나 뛰어왔어... 걸어온게 아니라 뛰어왔어..."

어이없는 쑥은 " 핑계대지마.. 공항이 어디인지 우리가 아는데.. 택시로 와도 1시간도 안걸려... "라고 한다.

그러자 " 나는 택시드라이버가 아니야!" ㅋㅋㅋ

우리의 냉랭한 반응에 판은 계속해서 변명한다. 저녁도 못먹고왔다느니.. 방콕시내 이시간엔 항상 막혀서 약속에 늦는다느니..

사실 당황하는 모습이 재밌어서 일부러 화난척 한건데 ^^;;

우리는 " 알았어.. 믿어줄게" 라고 했다.

판은 "그치만 너의 눈은 나를 믿지 못한다고 하는데??" 라고 대답한다.

우리 쑥.. 그런 판이 너무 귀엽다고 쓰러진다.

생각해보니.. 공항 근처면 방콕시내에 사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기도 어느 곳에 사는 사람한테.... 진입하기도 어렵고 주차하기도 힘든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나" 하는 뭐 그런거랑 비슷한거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