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글을 마치며!
2008년 6월 7일
글을 마치며...
제가 처음 여행을 계획한 것은 솔직히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냥 벗어나고 싶다' 라는 아주 다분히 현실 도피적인 생각을 하며
실제로 이것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한 채 여행기들만 주구장창 읽어댔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주변 사람들한테 "나 올겨울에는 떠날 꺼야~" 라며 그냥 떠벌리고 다녔더랬고,
나 갈꺼다 갈꺼다 뻥치고 다니다 보니까 어쩐지 진짜 가야할꺼 같앴고
그러다가 '항공권은 얼마래~?' 하며 항공권을 알아봤고...
그리곤, 결국 떠나게 되버렸드랬습니다.
태국으로 정한 것도, 단지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책 때문이었고
항공권을 끊고 나서야 태사랑도 알고, 가이드북도 사고, 공부도 하면서..
내 마음이 부풀어 올라버렸습니다.
현실 도피는 그랬습니다.
솔직히 몇년의 세월(세월이라는 표현이 맞을 만큼)동안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아해와 아무 이유없이 벽이 하나 생겼고...
........그니까 직설적으로 연애질이 잘 안되고 있었고...
하고싶은일을 한답시고 다 버리고 뛰어든 일이 내게 너무 많은 불안감과 회의감 더불어 생활고까지 안겨주었으며,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었고,
사람이 지긋지긋했고, 내가 있는 이 공간이 미치도록 싫었습니다.
계획은 그렇게 현실 도피 였던게 분명합니다만-
지금 돌아보면 제 여행은 어쩌면 제 자신과 정면으로 맞서는 여행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여행을 하는 내내 나는 내 현실을 잊는 것이 아니라
엉망으로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을 모두 찾아 정리를 한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금 그어진대로 맞추기만 하면 될 것만 같은, 맞추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맞출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있는...
여행 후 저는...그런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래서...몇 년동안 맘 고생했던 여러가지를 단 한번에 바꿔버릴 만한 용기가 생겨버렸습니다. 정말 제가 이렇게 단호하게 결정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지지부지했던 인간관계도, 끊임 없이 나를 자괴감으로 밀어넣었던 직업도..단 한번에 종이 한장 넘기듯 바꾸게 되더라구요. 모든일에 아주 확신에 찬 건 아니지만...뭐랄까...제 행동에 자신감의 바람을 ,상처난 무릎팍에 호~하고 불어넣듯이 살짝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러면서 제 상처도 치유하구요.
사실 여행기를 이렇게 하루하루 길게 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글쓰는 것도 좋아하고, 사진도 좋아하는데다, 커피까지 좋아하여
까페에 들를때마다 이것저것 끄적이기는 했지만,
그게 이런 대하소설 수준의 긴 연재기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해독불능 메모 수준의 제 일기장을 보며 제가 이렇게 많은것을 세세하게 기억할 수 있으리라고도 생각지 못했구요.
근데, 글을 쓰면서 저는 다시 한번 더 여행을 하게 되어 그만 둘 수가 없더라구요.
하나하나 세밀하게 적지 않을 수 없어라구요...
그리구 잘한다 잘한다 격려해주시니까, 어린애마냥 기쁘고 뿌듯해서 더 쓰게 되드라구요^^
고맙습니다. 성원해주셔서.
이런저런 댓글에, 쪽찌에, 가끔 싸이에도 와주시고, 블로그도 봐주시고,
읽어주심에 관심에 칭찬에 충고에,,,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여행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에게도 감사드리고
이런 인연을 준 여행에도 감사드립니다.
그냥...좋은 기억만 갖게되는 여행...
제 여행기를 읽고 꿈꾸고 용기를 내는 모든 분들도, 모두 좋은 기억의 여행을 하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후 저는...
인도로 갈 예정입니다.
이번엔, 조금은 당당하게 "일"이라는 거대하고도 떳떳한(?) 핑계를 삼아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조금 길고 바쁜 여정이라 혼자 다닌 것처럼 좌충우돌 할 시간은 없겠지만,
역시나 많은 것을 배우고 얻고 가슴안에 담고 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 떠날 날이 얼마 안남았네요...
혹시 제 소식이 궁금하시면 이제는 친히 제 블로그에 방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blog.naver.com/witheunee 입니다.
아. 제 이름이 탄로나는 군요--;
그리고 아래는 많은 분들이 제게 쪽찌 편지 뭐 등등으로 질문 하신거...
살짝 궁금해 하시는 분들 계실까봐, 혹시나 약간의 도움이 될까바 적어봅니다^^
1. 경비를 얼마나 썼냐는 질문이 대세입니다.
물론 하루하루 좀 다르긴 한데요. 총 합치면 비행기표 빼고 180~200사이 들었습니다.
하루 최저 180밧 부터 최대 3000밧 까지 써봤구요. 하루 목표 예산은 언제나 650밧이었습니다. 지킨 날이 아주 많진 않습니다^^;
숙소 수준은 아시다시피 가끔 침대하나 덜렁있는 곳에, 가끔 수영장에서 뽕을 뽑는 그런 곳에 다양하게 묵었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깨끗한 숙소를 최 우선시 하는지라 증말 못잘것 같다 싶은 곳은 몇번 없었던것 같습니다만, 개인 편차가 있겠지요.
참...저는 식사를 그리 거하게 즐기는 편이 아니라 식비가 별루 많이 들지 않았습니다. 커피값은 좀 들었지만--;
글구 썬크림이나 뭐 그런 사소한 생필품은 현지에서 샀구요~
뱅기표는 성수기라 좀 비싸게 갔습니다. 현재는 유류대가 올라서...비수기임에도 싸지 않다지요?
싱가폴서 방콕가는 저가 항공은 대략 6마넌 정도였습니다. 다만 딥다 일찍 끊었습니다...하여 족쇄처럼 느껴지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었습니다-_-;;
2. 준비는 어떻게 했느냐?
우선 카오산로드에 가보자라는 일념을 하나 정하자 항공권을 알아보게되드라구요.
물론 방콕보다 KL이 항공권이 쌌었더라면 저는 주저 않고 KL로 여행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젤 싼 항공이 대만을 경유하길래 대만을 시작으로 여행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가이드북을 도서관서 빌렸습니다. 사서 가고싶은 도시를 몇개 찜했습니다.
그래서 대충 큰 루트를 잡았습니다. 방콕 -> 푸켓 -> 뜨랑 -> 싸뚠 -> 랑카위 -> 페낭 -> KL ->싱가폴 이런식으로요.
그러다보니 제가 네 나라를 가게 되더군요. (캄보디아는 즉흥적으로 가게 된 거라...)
그리곤 한국에 있는 각국 관광사무소들을 돌면서 지도를 얻어왔습니다.
그리고 태사랑을 보고, 가끔 회사에서 몰래몰래 프린트질 하고,
시중에 나온 여행기란 여행기는 다 읽고
허파에 바람을 잔뜩 넣은 후에
출발을 했습니다.
이 중 떠나기 전에 제게 젤 도움을 많이 준건
가이드북도 아니요, 지도도 아니요, 바로...혼자 여행하고 돌아오신 여성분의 여행기였답니다.
3. 영어 잘하시나봐요?
음...아주 못하지는 않습니다...근데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렇듯이 저도 머릿속으로만 맴도는 경향이 물론 있었습니다.
긴장하고 머리아프고 겁나고. 외국인을 대하면 딱 그런 모습으로 버벅대거나 회피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근데...혼자 여행을 하다보니, 말을 해야겠다는 절박감과 함께 말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고,
그래서 말을 붙이기 시작했고, 영어로 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으며...자신감이 붙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가끔... 내가 이런말을 할 줄 알았어? 라든가...내가 이런 어휘도 알고 있었어?...이런 순간도 오더라구요. 지금은 쫄지않고 영어로 대화 충분히 가능합니다만-
저두 첨 출발때는 여행영어 한마디에 나온 문장을 줄줄 외워서 몇번 머릿속으로 빙빙 반복한 뒤 긴장의 땀을 삐질 흘리면서 말했었답니다.
...영어...너무 걱정마세요. 우리..오랫동안 공부한게 그리 헛것은 아니더라구요. 생각보다 많은 어휘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용기를 내기 시작하면 그게 다...끌어올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특히 혼자 하다보면-
마치 언어연수 온 기분...톡톡히 느끼시게 될 껍니다. 물론 그렇게 느끼는 만큼 늘게 되구요^^
4. 혼자 외롭거나 무섭지 않았나요?
여행기 읽어 보심 알겠지만- 첨 일주일간 외로워 죽는줄 알았습니다.
누가 말걸어주기만 기다렷고..한국인만 보면 눈에 불을 켰으며
혼자 심심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더구나 숫기가 좀 없어서 더 심했구요.
근데...
딱. 일주일입니다. 그 외로움.
일주일 지나니까 싸그리 사라지는 건 물론이요, 의도치 않아도 인연들이 하나 둘씩 다가오게 됩니다.
그게 지나면 하루하루 오늘은 누구를 만날까 기대를 하게 되고,
하도 사람을 많이 만나서 심지어 오늘 하루는 혼자 보내고 싶어~ 하는 날도 생기기까지 합니다.
혹시 친구를 사귀고 싶으면, 100%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기어들어가면 되는 겁니다.
도미토리, 한인 여행사 등등에는 한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려있구요.
여행자들은 기본적으로 마음을 열어 놓고 있기때문에
심지어 길가다가 말걸어도 쉽게 받아 준답니다.
다만... 그사실을 알기까지의 일주일이...
아주 지독하게 눈물 날 만큼 외로운 게지요.
글구...무섭다고 느낄때는...
방에서 꼼짝도 안했습니다...
밤에 잘 안돌아다니다 보니 흔친 않았지만요~
5. 혼자 여행할 때 특별히 주의 할 점?
음. 뭐. 시행착오 겪는것도 잼있는 일중 하나긴 한데요.
그래도 혼자 여행시에는 불안한게 많지 않습니까??
하여...정보는 생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인터넷, 책, 사람들의 추천, 모두모두 새겨 들으시는게 나중에는 피가되고 살이 됩니다.
뭔가를 알고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얼굴에 자신감이 있으면 아무도 저를 만만하게 보지 않습니다.
그리구...
쪽팔림에 굴하지 마세요. 그럼 아주 즐거운 여행이 된답니다.
살짝 위험한 지역을 갈때는 가이드북을 절대 쳐다보지 않으심이 좋아요.
밤에는 안다니는게 좋다는건.. 다 아실꺼구요^^
이상. 제 여행기를 마칩니다.
다시한번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모두모두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리구...제 인도 여행기도 보고싶으심 블로그 방문 잊지마세요.
아마 인도 여행기는 넉달 후에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요 ㅎㅎㅎ
절대 질문 환영입니다.
팬레터도 환영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