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 고마워, 치앙마이
3월 22일 [고마워, 치앙마이]
두 차례에서 세 차례의 휴게소를 지나치는 도중에,
역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건 담배.
담배를 꼭 피워야겠다는 의지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정말이지,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정말 고난한 12시간의 버스 라이딩이 끝나고,
여행자 버스가 도착한 곳은 어느 주유소였다.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두 대의 밴.
그들의 이상한 영어발음으로 설명을 듣기엔 역부족해서.
폴 형에게 전화해서 이것저것 여쭤서,
하나의 밴을 골라서 탔다.
한 여성분이 뭔가 곤란해 하시는 것 같았다.
버스 안에서 줄곧 즐겁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인이라고 생각해서,
한국말로 도움을 드리려고 했으나, 일본인이셨다.
그 분도 겨우 알아서 밴을 잘 타시고는 헤어졌다.
밴을 타고 탓페 게이트로 향하는데,
무언가 방콕과는 다른 또 다른 설레임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탓페 게이트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서 내리고,
나는 폴 형의 설명을 기억하며,
코리안 하우스를 향해서 걸어갔다.
탓페 게이트 오른편 블록에 스타벅스가 있었고,
스타벅스를 끼고 그 오른쪽으로 한 블록가서,
햄버거 가게가 나오면 다시 오른쪽으로.
바로 코리아 하우스가 보였다.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폴형이 보였고,
너무 반가웠다.
폴 형은 새벽부터 나를 기다렸는지,
잠을 자야겠다고 자러 올라갔고,
나는 미안함을 뒤로하고, 나도 방으로 갔다.
밀린 빨래가 많아서, 빨래를 맡기려고 했으나,
그 때 시각은 아침 7시 경이었고,
하우스 영업은 9시부터 시작을 해서,
기다려야했다.
기다리는 동안 짐정리를 했다.
싱글 룸, 트윈 베드(더블이 아님), 250밧, 선풍기, 공동욕실.
덥다고 느끼긴 했지만,
방콕에 비하면 이 정도는 정말 시원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9시가 되어서 빨래를 맡기고,
mp3를 들고,
(cdp도 함께 가져왔었는데,
어찌된 건지 버스 안에서 잘못되었던 건지, 작동되지 않았다.)
맵 한 장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탓페 게이트를 시작으로 성벽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성벽 주위에는 냇가가 있는데,
냇가가 도심을 중심으로 사각형으로 둘러싸고 있는데,
물이 심하게 더러운데 불구하고,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다.
어쩜 저 곳에서 저렇게 놀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내 어릴 적을 생각해보니, 나라도 그랬을 듯 싶다.
요즘 피씨방에서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인터넷과 게임 그리고 컴퓨터의 노예가 되어만 가는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깝다..
그렇게 돌면서 안쪽으로 갔다가,
여기저기 둘러보곤 맵을 보고, 여기저기 사원을 찾아다녔다.
왓쩨디루앙이나 또 다른 이런저런 사원들.
방콕의 사원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고, 또 다른 웅장함이 숨어있었다.
갑자기 앙코르와트에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다음 기회에..
3시간 정도를 걷다가,
웬 학교가 보이길 래, 들어갔다.
보아하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모두 합쳐져있는 듯한 학교였다.
아이들이 잔뜩있었다. 쉬는 시간인지, 점심시간인지..
학부모들이 런치타임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기도 했다.
한 쪽에서 학부모 없는 애들이 모여 있길래,
뭐라도 하나 사줄까 싶어서,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들고 가서 아이들 손에 쥐어주었다.
전에 초, 중, 고등학교 다닐 시절에,
누군가가 아이스크림을 쏘면 기분이 좋았던 그 때가 생각이 나서,
너무나도 사주고 싶었다.
아이들은 환하게 잘 웃어주었고,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었지만, 영어가 안 되는 듯해서,
그냥 바이바이 인사를 하고 또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동네 한바퀴를 다 돌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를 크게 부르면서 다녔다.
한국에선 도저히 못할 짓이지만..
다시 숙소로 도착해서 오토바이를 빌렸다.
이틀 정도.
하루 대여료는 200밧 정도.
폴 형이 일어나계셨다.
온천에 가자는 형의 제안, 그리고 그 옆의 또 다른 형님.
그렇게 스쿠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내 생애 처음 타는 스쿠터.
스쿠터를 타기로 한 건,
단지 제트스키를 타봤기 때문이었다.
제트스키와 작동법이 다를 바 없을 것 같아서,
스쿠터라면 탈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고,
스쿠터의 핸들을 그렇게 잡았다.
일방통행 길이 많아서, 차선이 너무 헷갈렸다.
도시 밖을 나서자, 넓은 들판이 보였고,
들판 위로는 흰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내 생애 처음 보는 광경.
평화마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온천까지는 꽤나 먼 거리였다.
여기저기 가다가 헷갈려서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
하지만 너무나도 기분 좋은 바람이 함께 했다.
온천에 도착하고 보니 내가 생각하는 그런 온천은 아니었고,
유황 온천인데, 개인 욕실이랄까..
입장료 30밧에 이용료 30밧.
그렇게 들어간 욕조는 물을 섞어서 틀 수 있게 되어있었고,
사람이 사용한 후에는 욕조의 물을 비우는 식이었다.
채우고 비우고..
너무나도 시원했다.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온몸에 열기가 스며드는 것 같아서,
근육을 다 풀어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온천욕을 끝내고 숙소로 다시 출발을 했고,
오는 도중에 내가 모래밭인 샛길로 드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 했고, 다행히도 살아남았다.
형들은 천만다행이라고 하시면서,
조심 좀 하라고 꿀밤을 주셨다.
숙소에 도착을 했고,
오는 길에 생각이 든 게,
한국에 가면 돈을 모아서 스쿠터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쿠터 위에서는 모든 것이 또 다른 세계였다.
형들이 마사지를 받으러 가자고 했고,
1시간을 받았다.
이상하게도,
스쿰윗에서 받았던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시원함도, 그 무엇도 느낄 수 없는 미적지근함.
오히려 그냥 그저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숙소에서의 삼겹살파티!!
9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오랜만에 먹는 삼겹살이라 더욱 맛있었다.
너무나도 즐거웠다.
다들 소개를 하는데, 정말 다양한 직업에, 다양한 연령대.
정말 여행 속에서도 이렇게 사람이 모이는 게 너무나도 신기했고,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이런 게 여행의 재미라면 또 재미겠지.
자리가 끝나고
2차로 클럽에 갈 사람들이 모여 클럽으로 향했다.
역시 이동수단은 스쿠터.
한국의 클럽과는 또 다른 분위기.
클럽 라운지 밖에는 레스토랑이 있고,
또 라운지 안에는 좌석이 여기저기 있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토요일이라 그랬는 지, 정말 많은 사람들.
무대에서는 밴드가 라이브를 하는 가 하면,
댄스타임을 하고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식이었다.
클럽에 적응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치앙마이에 이쁜 사람이 많다는 게 사실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태국인 친구가 몇몇 생겼다.
자기 이름을 프린스라고 소개하는 친구도 있었고,
그의 일행 중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누나,
그리고 톰보이, 레이디보이, 게이, 그리고 그냥 여자.
나름대로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들과의 대화와 오락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대화를 하다가도, 술 한잔하고, 라운지에서 춤을 추고..
밤이 깊어서 서로 이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다시 헤어졌다.
음주운전을 시작하는데 너무 무서웠다가도,
적응하니 뭔가 괜찮은 것 같고...
이날 음주운전을 안심했던 게 후에 정말 큰 화를 불렀다.
[그 이야기는 다음 화에..]
숙소에 도착을 했고,
배고파서 노점을 찾아가 국수를 먹었다.
국수를 먹다가 이야기를 하는데,
숙소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리에 조금은 무서웠으나,
역시나 피곤을 이길 수는 없었다.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곯아 떨어지고 말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