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4] 남자 둘이 여행한 방콕/코사멧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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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4] 남자 둘이 여행한 방콕/코사멧 이야기

songsl 10 2794

기적같이 눈이 떠졌다.
운봉이형도 아침에 눈을 떴다. 기적의 연속이었다.

난장판

근데 아침을 먹을 여력까진 안되었다. 아침 제공시간 limit인 10시에 고작 10분을 남겨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쳌아웃 시간이 10시인가? 하는 두려움에 프론트로 가서 물었다.
"쳌아웃 몇시야?"
"열한시"
"아 고마워"
"어"
주섬주섬 몸을 씻고 짐을 챙기고.

말랐나안말랐나
50밧짜리 쪼리 안녕


미안하지만 카오산에서 산 50밧짜리 쪼리는 재끼고 짜뚜짝에서 산 100밧 짜리 쪼리를 신고.
나에겐 100밧짜리가 있어
50밧짜리 쪼리는 버릴까 하다가, 가방이 꽉차 담지못한 흰색 운동화 코르테즈와 함께 한 비닐봉투에 넣어 같이 가지고 다니기로 하고 손에 쥐었다.
열한시가 다 될 무렵 서로 준비가 되었다 하여 짐을 챙기고 내려왔다.
프론트로 갔다.
"쳌아웃 하려고"
"아 계산해줄게"
"어"
"셔츠 세탁비랑 음료 먹은거랑 이것저것"
"어 맞아 돈 줄게"
"응"
"여기"
"응 받았어. 다음에 또 봐 "
"안녕"

나가기 전에 운봉이형이 담배 한대 피자고 해서 테라스에 앉아 피는데,
생각해보니 에카마이 터미널로 가야되긴 하는데 어떻게 가야할 지 몰라. 택시를 타야하나?
택시기사가 우리 발음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프론트로 다시가서 물었다.
"에카마이 터미널로 가려고 하는데"
"어"
"뭐라고 말 해야해? 그리고 종이에 써줘."
"알았어(쓰윽쓰윽)"
"이거 뭐라고 읽어?"
"꼰쏭 에까마이"
"콘 송 에카마이"
"응"
하더니 영어 스펠링을 종이 쪽지에 적는다.
"K...O.....N...S..O...N...G"
그러더니 에카마이는 못적고 나만 보고 베시시 웃는다.
"아 이해했어. 괜찮아"
"헤헤"
"고마워, 잘있어"
"헤헤(끄덕)"

운봉이형도 담배를 다 피웠네. 배아프다면서 담배펴도 되나..
"형, 가요"

택시를 잡아타고 말했다.
"꼰쏭 에까마이"

뭐야, 택시가 움직이네. 종이 안보여줘도 되잖아. 내 발음 괜찮나보다.

갑시다 코사멧
버스들이 좌악

시간이 지나 이윽고 에카마이 터미널에 도착하고, 표를 구매했다.
왕복 버스표랑 거기 왕복배삯까지 얼마 안비싸네. 은근히 싸게 구매했다.
생각해보니 아침도 안먹었고, 점심시간도 되었고 해서 남는 시간에 볶음밥을 한 그릇 비우고(운봉이형은 배 아프다면서 밥을 또 다 먹네)

화장실 3밧

화장실도 갔다오고(유료라니! 3밧).

파타야가는 차도 있네

이 차는 파타야 가는거고..
티켓 확인을 한 후에
표도 뽑고
어서가자는 운봉이형을 따라 차에 올라 탔다.
목이 마를 것 같아 물을 샀는데 작은 물병을 하나씩 주네. 에이 돈아까워.
근데, 코사멧으로 간다는 긴장감이랑 흥분감보다는, 아, 방콕은 이제끝이구나. 하는 아쉬움이 먼저 찾아드는 걸 보니 난 아직 여행에 익숙하지 못한가보다.

뭔가 모자란 마음을 뒤로하고 음악을 꼽고 책을 펴고 운봉이형은 배아파서인지 자고 나는 멍하니...
가방을 아래 놓으니 뭔가 굉장히 비좁다. 다른데 놓을 곳도 없다. 으으... 어떠카지.
어떻게 어렵게 각을 맏늘어놓곤 책 읽는것도 포기하고 음악도 끄고 멍하니 있다.
심심해서
앞을 보니 모니터에서 주성치 영화가 하고 있다. 제목은 모르겠고..
맨 처음엔 태국말을 하길래 태국영화에 주성치가 출연했나 싶었는데, 더빙이었다.
별로 재미도 없는데 끝까지 다 보고, 음악을 귀에 꼽고 기나긴 시간을 보낸 끝에 ban phe에 도착했다.

4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서 그런지 몸이 좀 피곤하지만, 좋았어. 티켓을끊고, 이제 배를 타야지.
그런데, 앞에 표지판이 써있다. "20명 이상 있어야 출발해염"
저기 하이네켄을 손에 쥔 영국인으로 보이는 병나발 커플, 그리고 우리 둘. 저기 현지인 애 두명.
열네명 남았구나-_-;
막막해서 앉아있는데 뭔가 좀 허전하다.
응?
한 손에 쥐어져있어야 할 비닐봉투가 없다...?
"내 코르테즈."
"어?"
"내 나이키"
"?"
"형. 저 형한테 할 말 있어요"
"뭔데"
"저 지금 착잡해요"
"왜"
"저 쪼리랑 신발 잊어버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어디서"
"-_-아마 터미널에서"
"ㅋㅋㅋㅋ"
"아~~~~~~~~~"
아~~~~~ 사람도 안오고 짜증난다. 신발 반년도 안신었는데. 먹먹한 마음에 바깥으로 걸어나가 하이네켄을 한병 사와 영국인 커플 옆에서 병나발을 분다-_-.
운봉이형은 나보고 알콜중독자라고 놀린다.
사람은 아직 열명정도 남았다.
영국인은 선착장 현지 직원한테 자꾸 뭐라고 한다 "오래 기달렸잖아 그냥 가자" "아 아직도 열명이야" "으악"
현지인은 그냥 베시시 웃는다.
그 영국인도 웃고.

그렇게 있는데, 하이네켄을 반병즘 목에 붓고 멍하니 있다보니 스무명이 다 되어 배에 올라 탔다. 물론 코르테즈는 이제 까먹었다.
배를 탔는데 우와 엄청 재미있네!
물살이다
운봉이형은 하루종일 배아파하더니 지금은 멀미를 할까 두려워하고있고.
같이 탄 영국인 커플 중에 아저씨가 운봉이형 카메라를 관심있어한다.
"이거 어디꺼야? 얼마야?" 질문이 꼬리를 잇고.. "한번 써봐도 돼?" 몇번 찰칵 하더니 좋아한다. thumb up!

와 배탔다

배가 점점 속도가 붙어 재미있어진다. 운봉이형은 배멀미를 하는지 엎드려있다.
그 아저씨가 저 앞 뱃머리에 갔다오더니, 아줌마한테 말한다 "저 앞에 짱이야!"
재밌나보네, 나도 가봐야지.
와.......... 짱이다

이러다저러다 보니 다 도착했다.
운봉이형은 좀 똥씹은 표정이다. 몸이 많이 안좋나.

그래

내려서, 썽태우를 탈까 어쩔까 하다가 걍 걸어가기로 한다. 걸어가다 안내문도 보고,
많이 걸었는데 잘 모르겠어서 물어물어 리조트에 도착했다.
꽤 좋네! 짐을 풀고 바깥에 잠깐 나가본다.

바닷가다.
뭐야.... 돌덩이들만 있고 해변이 없다. 이건 뭥미........ 이건가?
조금 실망한 마음을 가지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돌아왔다.
옷을 갈아입고 운봉이형과 나와서
사진도 좀 찍어보고
움직이지말라니깐
움직이지말아요

다른 입구로 나와본다.
와.......... 여기구나 해변이!
이미 해질녂이었지만 진짜 멋있었다. 사람들도 많이 있고...

까만 해변을 막 거닐다가 뭐라도 먹기로 하고 좋은곳을 골라골라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도 엄청 붐비고 애들은 주문을 받을 생각도 안한다.
구운고기, 그리고 이것저것과 음료를 시켰다.

뒤 스테이지에서 현지 가수가 노래를 부른다. 너무 감미롭고 잘 부른다. 사람들도 즐기고있고, 지금이 너무 좋다. 느낌을 동영상으로 담고 싶은데, 카메라를 놓고 온 것이 한스럽다.

즐기고 있는데, 정말 고기 한마리를 아무 조리 없이 통째로 구워 소금을 뿌려 가지고왔다.
그래도 나름 먹을만 했다.


다 먹어갈 무렵 현지인들이 앞에 주루룩 모이더니 불쇼를한다.
대단한 스케일이다. 뒤에 사회자가 한명한명 소개를 하더니 음악에 맞추어 퍼포먼스를 펼친다.
한 시간 가까이 퍼포먼스를 펼치며 운봉이형은 그들을 사진으로 담기위해 앞으로 걸어나가 사진기자처럼 순간을 담는다.

근데 이상하다, 음식이 계속 안나와. 일하는 꼬마애를 불러세워,
"음식이 안와"
"시켰어?"
"어 네개 시켰는데 하나밖에 안먹었어. 한 시간이나 지났다고"
"알았어. 체크해 볼게"

이게 한 서너번 지나치니까 슬슬 열받아서 더 열받기 전에 그냥 나가기로 하고 먹은 구운고기만 계산하고 자리를 떴다.
돈도 없다 싶어 집에가서 돈도 가지고 카메라도 가지고 나오자 하여 리조트로 돌아갔다.

운봉이형은 계속 배가 아픈 모양이다. 심해진 것 같다.
방에 들어서니 죽을 것 마냥 계속 시름시름 알듯모를듯한 말들을 어쩌고저쩌고 한다.
너 혼자 나가서 놀다 오라니 어쩌니 하면서.
순간 짜증이 나다가도 어떻게 해야 아픈게 나을까 싶어 혼자 두고 바깥에 나왔다.

리조트의밤

체한 것도 같다길래 바늘도 구하던 것이 생각나, 체했을때 먹는 약도 얻고 바늘도 얻고 의술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도움을 구할까 싶어 프론트로 갔다.

"안녕"
"안녕"
"복통이 있는데 약 좀 구할 수 있니?"
"어떻게 아픈건데. "
"음.."
"뭐, 많이 먹어서 그런거니..?"
"어 맞아. 그런거. 빨리 먹다가"
"아 잠깐만 (............) 약이 없어 미안해"
"헉, 이 근처에 약국 있어?"
"있는데, 지금은 문을 닫았어"
"병원은?"
"병원도 닫았어. 심하면 내일 아침에 한번 가봐"
"알았어. 음.. 바늘은 있니? ok, hm.. and then, can i get a needle?"
"어?"
"바늘 a needle."
"..?"
순간 흰셔츠 사건이 생각나 얼른 종이와 펜을 구해 적었다.
"can i get a needle....?" 옆에는 바늘을 그린다. 내 발음이 그렇게 안좋나? ㅠ_ㅠ.............
"아~!"
다행이 있나보다, 바늘과 실을 얻었다.
"내일 갔다줘야해"
"물론이지, 고마워"
"천만해"
다시 방으로 찾아가려는데 어딘지 기억이 안나 한참 헤매어 거의 운으로 방에 도착했다.
"형"
"어, 오 이거 어디서 났어"
"프론트에서 구해왔어요."
"따야겠다"
운봉이형은 손가락 하나하나 다 따더니 열 손가락 피를 보고서야 한숨을 쉰다.
나는 계속 배가고파 궁시렁궁시렁대니 운봉이형이 좀 나아진 것 같다고, 뭣 좀 먹자고 문을 나선다.

열시가 약간 넘은 시각, 밥을 먹으려고 여기저기 들러봤는데 다 문을 닫았다고 하고 영업이 끝났단다.
아.. 배고픈데, 어쩔 수 없이 세븐일레븐에 들러 전자렌지에 돌려먹을 요리들을 고른다.
"여기 전자렌지 사용할 수 있어?"
"어"
"고마워"
운봉이형은 볶음밥, 난 스파게티, 하이네켄 두캔, 그리고 콜라 두캔, 과자 몇개. 주섬주섬 사고 전자렌지에 음식들을 돌리고 기다린다.

편의점 문앞에 개가 늘어져있다.
야 여기서 뭐하냐?
일어나.
어쭈 눈감어
어쭈, 눈을 감고.
개한테 시비걸다보니 요리가 다 되어 들고 나섰다.
돌아오는길에 노점상에서 소시지를 팔고있길래 먹자고 하고 멈췄다.

"이거 얼마에요"
"20밧"
"아, 2개 주세요"
"넹"
아줌마랑 딸인듯 한 둘이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딸은 영어를 완전 못하고 엄마는 조금 하시는 듯 했다.
데우고 있는데 딸 동생인듯 하는 애가 오더니 우리를 힐끗 보더니 가족한테 뭐라고 묻는다.
"꼬리? 니혼?"
한국인이야 일본인이야? 하고 묻는 것 같길래 대답을 가로첸다.
"코리아.."
"헤헤"
"헤헤"
분위기가 밝아졌다. 딸이 엄마한테 뭐라고 한다.
"얘가 너 잘생겼데"
"히히"
"너랑 같이 가고싶데"
헉, 뭥미 어딜 같이가.
순간 센스를 발휘하여, 대답했다.
"내일?"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파리가 날아다니길래 잡으면서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를 하다가 소시지가 다 익어 집고 돈을 내고 자리를 떴다

.
운봉이형은 배가 좀 괜찮은지, 아니면 식욕과 고통은 따로인지 소시지 꼬치를 막 먹는다.
리조트에 도착하여, 분위기를 좀 내기로 하고 바깥 테이블에 짜뚜짝에서 사온 초를 켜고 모기좀 덤비지 말라고 아로마 향초를 피운다.
마지막 밤, 마지막 만찬인 것이다.
괜찮네.

밥을 다 먹고 들어왔다. 모기에 꽤 물린 것 같다;;;;;;;;;
모기가 무서워 이불속으로 들어가 운봉이형과 쓸데없는 얘기를 하다가,
이젠 누워서 천장에 팬을 바라보다 혼자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간다. 내일이면 돌아갈텐데, 아니. 이런 생각 하지 말아야지. 내일 아침 따뜻한 해변을 즐겨야지.
어, 그래, 어서 잠들자.

눈을 감자마자 나는 잠들었다. 아니,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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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는 제 블로그에서도 게재하고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songsl/40051771826
더 많은 사진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고요.
http://flickr.com/photos/songsl/sets/72157604770745726/
10 Comments
Mei " 2008.06.02 22:12  
  저도 방콕에서 코사멧을갈까 꼬창이나 파타야를 갈까 고민중인데... 다음편이 기대 :D
songsl 2008.06.02 22:27  
  Mei " // 저도 가기전에 고민했어요, 인터넷으로 알게된 파타야에서 사는 친구가 '놀려면 파타야, 쉴려면 코사멧' 이라고 해서 코사멧을 택한것이고요. 그리고,,, 맞는 것 같아요. 음. 다음 이야기 기대 해 주세요 ㅎㅎ
stopy 2008.06.02 23:26  
  배가 아파도 일단은 막 먹게 되는;;;; 전 운봉이 형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파도 일단 먹고 봐야돼, 이럼서 저도 늘 먹을 걸 달고 살았다는 ㅋㅋ
블루파라다이스 2008.06.03 02:33  
  에코..고생하셨네요..

비상약을 좀 가져가셨으면 고생 덜 하셨을텐데요...

버릴까말까 한 쪼리는 그렇지만..

덩달아 도망간? 운동화가... 죄송한데 웃음이나요~!!^^
songsl 2008.06.03 19:33  
  stopy//되려 너무 잘 먹으니 저는 심각하게 생각을 못했던게 아닌가 싶어요ㅎ 아무튼 바늘때문에 한시름 놓았었답니다 ㅎㅎ
songsl 2008.06.03 19:33  
  블루파라다이스//한국에 돌아와서 같은 신발을 살까말까 엄청 고민했었어요ㅠ_ㅠ 그러게요, 비상약을 가져가야했어요.
young588 2008.06.04 00:19  
  나름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올리셨네요..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songsl 2008.06.04 00:43  
  young588 // 네, 좀 늦었죠, 내용도 친구가 읽더니 이번편은 별로 재미없데요ㅠㅠ 이제 마지막편인 day5도 이번주중에 꼭 올릴게요. 시원한 사진/영상들 몇 개 올라올거에요^^
inspirator 2008.06.05 15:53  
  와.. 세상 좁네요
예전 훈련소때 같은 분대 전우조였던분 맞는..듯? 39번입니다
그때 저도 끝나고 3박5일 태국 다녀왔는데...
이번 여름에 복무가 끝나면 한달 동남아 다녀올 예정입니다
songsl 2008.06.05 22:35  
  insprirator // 블로그 방명록에 글 남길께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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