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남자 둘이 여행한 방콕/코사멧 이야기
눈이 떠졌다.
커튼을 열어봤다.
'뭐야 여기는 그냥 아주 건물에 쌓여있네'...
이국적인 뭔가를 기대했던 나에겐 그냥 그런 view였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오늘은 조금 서둘러서 씻고 아침도 먹고 할 게 많았기 때문에 귀찮은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운봉이형은? 그래, 여전히 자고 있었고.
아침을 먹으려 내려왔다. cafe de salil 이라는 뭔가 french cafe를 연상시키는 이름이지만 실상은 테이블 서너개의 미국식 부폐가 제공되는 작은 음식공간이다. 베이컨과 이것저것으로 배를 채우고 맵을 들고 나와서, 왕궁에 가기 전에 잠깐 쉬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왕궁을 어떻게 가는 지 몰라, 택시를 타고 가려고 프론트에가서 왕궁을 태국말로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쓰면 되는지 써달라고 하고 종이 쪽지를 받아가지고 나왔다.
그 때, 호텔전용 '클럽 카'로 손님을 길 입구까지 데려주고 온 호텔 직원친구가 오더니 어디가냐고 묻길래 뭐 이런저런 얘길 하니까, 자기가 리무진 버스를 데 올 수 있는데 그러면 쉽게 갈 수 있다고 하는거였다.
둘이 합해 150밧이면 갈 수 있다고 해서 이게 뭐지 하다가도 괜찮네 싶어서 ㅇㅋ 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간단히 왕궁가는 정보를 얻었다. 어디어디서 내려서 보트를 타고 왕궁을 가면 가는 길에 많은 temples 를 볼 수 있을꺼라고, 그리고 왕궁앞에 보트가 딱 서니까 거기부터 왕궁을 볼 수 있을꺼라는 것이었다. 보트라니, 나쁘지 않은 계획 같았다.
이런저런 노가리를 까고 조금 지루한 시간을 보내자 왠 검은 볼보 한대가 왔다-_-; 버스래매...
사설택시로 보인 그 친구는 우리보고 타라고 하고, 뭐 그냥 에라 모르겠다 가자~ 하고 탔다.
근데 이 친구 굉장히 떠벌이다. (남말 할 건 아니지만)발음도 무척 안좋은데 자꾸자꾸 말을 시키고 자기 말을 하고(예를 들면 옆에 병원 건물을 보더니, 자기 아내가 오늘 저 병원에 갔다 뭐 이런 식) 처음엔 재밌다가 나중엔 좀 짜증났다. 그래도 괜찮은 정보들은 얻었다. 오늘이 노동절이라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을거라는 얘기. 그래서 지금 출근시간인데 차도 한산하더라는.
그리고 몇개의 쇼핑 지역을 확인하고... 보트를 타는 곳에 닿아 160밧(잔돈이 없다길래 10밧 더 줌)을 주고 내렸다.
내려서 보트 fee가 얼마인지 물어보니 세상에 800밧이란다. 이게 적은 돈이 아닌게, 보통 밥 먹는거 20밧이면 해결하고 택시타고 방콕시내 아무리 돌아다녀도 150밧 넘기가 (진짜)힘든데 세상에 800밧을 내라는 것이다.
이건 뭐 흥정을 시작해야하나 어쩔까 운봉이형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혹시나 해서 몇가지를 떠보고(너 지금 두명이 800밧이라는거지, 이거 왕궁 입장료 포함이야?, 너무 비싸) 씨알도 안먹힌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냥 뭐 어쩌겠어 싶어서 800밧씩 내고 들어갔다.
돌아보면, 둘이 합해 1,600밧을 썼으니 여행을 마칠 때 까지 통틀어 가장 블록버스터급 행동을 한 것이다.
어쨌든 보트는 우리 둘을 태우고 출발 했다. 시작은 찝찝했지만 막상 앉으니 무척 재밌었다.
스르르 떠나더니 잠시 멈춰 기름을 가득 채우고는 다시 신나게 달렸다.
누가 그랬더라, 방콕은 동양의 베니스라고. 제작년 이탈리아에서 밀라노에서만 지낸 것이 못내 아쉬웠는데 그 한을 오늘 작게나마 풀었지 싶다. 물위에 떠있는 집들, 물 위에 사는 사람들, 물 위에 떠 있는 상인. 모든 게 신기하게 보이고 즐겁게 느껴졌다.
몇십 분 지났을까, 왕궁 앞에 도착했다. 우리의 생명을 뭍까지 이끌어 준 운전자(?)분께 20밧의 감사를 표현하고, 땅을 밟았다.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노점상들이 쫙 깔렸는데, 불쾌한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으~ 어서 그 지역을 지나치고, 어디로가야지? 하고 고민하다 사람들 많은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색적인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쾌하지 않은, 왕궁에 가까워지는 냄새가 났다.
어떤 할머니와 손자도 보고, 보초서는 군인들도 보고 하면서 왕궁에 점점 가까워졌다.
꽤 걸었지만 다리는 아프지 않았고 눈과 정신은 여기저기에 팔려있었다.
'아 여긴가보다' 싶으니 왕궁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 꺾어들어가라길래 들어가는데 문제가 생겼다.
내 찢어진 바지로는 입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 참 반바지 안된단 얘긴 들었지만...' 이라고 생각 하다가도, 내 바지 상태를 보니 음 온당한 처사다라고 생각도 되었다.
아무튼 tourist center 뭐 이런 사무실에 가서 100밧을 예치금으로 내고 이상한 바지를 받아다가 청바지에 덧입었다.
omg
그 바지는 정말 최악이었는데 그래도 후에 나름 매료되어 나중에 카오산에서 비슷한 바지를 구매하기까지 이르렀으니......
암튼, 입장의 댓가로 훌륭한 바지를 입고 걸어들어갔다. 200밧인가? 왕궁 티켓을 구매했는데 박물관 티켓까지 주어서 별 관심없는 박물관 관람까지 하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 밖에 없다.
박물관을 나와서, 본격적으로 티켓팅을 하고 들어가서 보니
와 뭔가 대단히 멋져
대단했다.
디테일 좋고
미친듯이 구경하고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부연설명은 생략한다.
뭔가 충분히 보았다고 생각할 무렵, 운봉이형은 동시에 뭔가 한계를 느꼈던 것 같다. 땀이 자꾸 흘러 눈 안으로 들어온다며 엄청나게 불편해했다. 왜 이렇게 땀을 흘리지. 나도 나지 않던 건 아니지만...
우리는 화장실을 찾아갔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하긴 많이 걷긴 했다.
한 시간정도 왕궁에 더 머무르다 바깥으로 나왔다.
무척 배가 고팠는데, 뭘 먹을까 하다가 노점상에 있는 닭꼬치를 한번 사먹어봤다.
미지근하고 엄청 맛 없어서 운봉이형 줬다.
길 걷다가 무슨 쥬스를 팔길래 사먹었다.
밍밍하고 엄청 맛 없어서 운봉이형 줬다.
편의점 들어가서 스프라이트 사왔다-_-;
노천 볶음밥집이 있길래 들어가 앉았다. 30밧인가? 였는데 나름 엄청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밥을 꿀꺽 하면서 운봉이형이랑 여행 첫날에 대한 소감과 대화를 하고, 씰롬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씰롬으로 간 이유는 책 encounter bangkok(lonely planet)의 이유가 컸는데, 현지인 인터뷰에서 '쇼핑하기 좋은 곳', '사진찍기 좋은 곳' 에서 2관왕을 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택시를 집어타고 '타논 씰롬' 씰롬 로드 씰롬 씰롬 시일로옴 실롬 씰로옴 ...... 어렵게 의사소통을 하고 택시기사는 우리를 씰롬으로 데려다줬다.
와, 씰롬. 여기가!
별거 없다-_-
노동절이라 문을 다 닫아서 그런건지 아님 론리플래닛에 낚인건지 그것도 아니면 이게 좋은건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 몇십분 걸었을까, 우린 감정도 없고 느낌도 없어 여기를 어서 떠나기로 하고 어디로 갈까 하고 있는데, 원래 카오산에 낮에 찾아가서 저녁까지 있을 예정이었으나 이런 둘 다 돈이 없었다. 오전에 예상못한 사설택시와 800밧씩 과다지출한 것이 컸다. 돈을 1,000밧 정도씩만 가지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건 뭥미... 싶어서 남은 돈을 털어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돌아간 김에 샤워도 하고 정리도 하고 옷도 여행자모드가 아닌 깔끔한 것으로 갈아 입었다.
돈을 얼마나 썼나 싶어 정리를 해봤는데 의외로 많이 썼어, 이 속도로 쓰다보면 돌아갈 때까지 내 전 재산인 5,500밧을 다 쓰고도 훨 모자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비상금으로 가져온 70달러를 꺼내었다. 작년 시애틀에 갔다가 의외로 돈을 안써서(출장땜에 갔는데, 그 출장 때 50달러도 안썼을듯-_-;;)남았던 달러였다.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편의점에 들러서 콜라를 사고,
근쳐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고.
택시를 집어탔다.
창문 밖으로 파란 눈을 한 앵벌이 꼬마애가 있었다.
빠닥빠닥 말라있는 손바닥만한 와이퍼를 창문에 문지르는 시늉을 하더니 손으로 똑똑 거리곤 문을 내려 20밧을 받아냈다.
얜 왜 여기 있을까, 뭐 이런 점점 깊어지는 별 생각이 다 들다가,
신호가 바뀌어 생각이 멈췄다.
카오산으로 가다가 건물에 이상한 호러 광고물을 보았는데, 편의점에서도 상품에 다른 호러 프린트를 본 것으로 보아 얘네들은 무서운거에 엄청 강하든지 아니면 감각을 느끼는 게 달라서 받아들이는 게 다르던지 어쨌든 다르긴 다르다 하는 생각을 했다.
택시기사가 이제 우리는 카오산에 도착하였다 하여 돈을 내고 내렸다. 또 팁을 조금 주었는데, 계속 팁 챙기고 있으려니 너무 관대하지 않나 싶었지만 또 그래도 (우리 입장에서)양도 많지 않고 괜찮다 싶어 그냥 주고 내렸다.
여기가 카오산로드인가 하면서 막 돌아다녔다. 책 등에서 보던 동대문도 보고 홍익인간도 지나치고 여기저기 볼거리를 보고 걸었다.
이상한 복싱연습장도 지나쳤는데, 아니. 지나치려고 했는데 거기가 길 끝이라 다시 돌아나오는 민망한 짓도 연출했다.
이래저래 하니 또 목이 마르고 허기가 져 북적북적한 레스토랑에 갔다.
자리가 생경하고 이색적이라 운봉이형은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목을 축이고 쉬고 있으려니 또 입이 심심해 밥까지 먹고 나가기로 하고 이것저것 밥을 시켰다.
운봉이형이 막 먹는다. 나도 막 먹기 시작했다.
왠 어린아이가 장신구랑 이것저것 팔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 옆 테이블 어떤 처녀에게 귀여운 강매를 요구하고 있던 그 꼬마애는, 아무 것도 사려고 하지않자 오기가 난 듯이 이것 저것 다 꺼내기 시작했다.
"팔지 사세요"
"나 팔지 있어 이것봐"
"개구리 이거 사세요"
"안사"
"이거사세요"
"아니야 괜찮아"
"저거사세요"
"안사 괜찮아"
아이가 뚱 해져서 가만히 있으니 그 처녀는 쫌 미안한 듯 아이 모자보고 "모자 귀엽구나" 라고 칭찬해줬다.
아이는 찬스다 싶어 "모자 사세요" 라고 했다.
"얼만데?"
"200밧이요"
"비싸 안사"
"180밧 이요"
"160밧"
"안되요 180밧이요"
"안돼 160밧"
아이와 흥정하는 처녀를 보니 괜히 재밌었다. 필사적으로 흥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귀여운 아이랑 같이 놀고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 졌다. 160밧에 건네주려나보다. 그 둘을 계속 응시하던 걸 눈치챘는지 처녀는 모자를 한번 써보더니 나를 스윽 보더니,
"괜찮아?"
"어울려ㅎ"
반사적으로 말이 나왔다.
그러곤 아이를 보고 웃었다.
아이에게 160밧을 건네고선 나에게 "친구한테 선물 하려고" 라고 했다. 아, 어울린단 말 같은건 안해도 되었네. 하는 생각이 들다가 뭐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그 사람과 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왔어?"
"한국, 넌?"
"오스트리아"
"유럽의 오스트리아?"
"어."
"그렇구나.. 왜 왔어? 여행?"
"어. 여기 온지 얼마나 됐어?"
"어제 왔어. 여기 처음 왔는데 재밌어, 넌 아시아 어디어디 여행해봤어?"
"호주랑,, 일본이랑.. 여기저기랑.. 어쩌고저쩌고"
"아하"
별 시덥잖은 얘기가 오가다가.. 끊기다가. 오가다가.. 끊기다가.
"내 친구랑 서로 최악의 선물을 주기로 했는데"
"어, 그래서 그거 줄려고?"
"아 이건 다른 애한테 줄꺼고. (종업원에게) 매운 소스좀 주셈요""
"어. 그건 최악아닌데. 귀엽고"
"응 나는 저번에 친구한테 음악시디를 받았는데 최악이었어 완전, "
"태국음악보다?ㅋㅋ"
"훨씬 최악이야 ㅋㅋ"
"ㅎㅎㅎㅎ"
"ㅎㅎㅎㅎ"
"얼마나 더 여행할꺼야?"
"내일 떠나야돼"
"아 진짜?"
"어...어쩌고저쩌고"
"흠"
몇 분이 더 지났을까,
"매운 소스 안주네"
"그러니까, ^%$^$$%^$@"
운봉이형이 옆을 보더니 나에게,
"저거 아니냐? 소스통"
소스통이 있었다.
"어, 소스 저깄는데."
"쟤네가 줄 때 까지 기다릴거야"
"종업원 불러줄게"
"(종업원에게)내가 매운소스 달라고 했그등?"
그러니 종업원은 말없이 옆에 그 소스통을 가져다가 놓고 간다. 우리 셋다 벙 쪄서 ㅎㅎㅎ
이래저래 끊기는 대화 몇 번 하다가 우리는 밥 다 먹고 아쉽지만 일어나야 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말을 걸었다.
"여기 근쳐에서 뭐 재밌는거 뭐 있어?"
"오늘 어디어디 갔었는데"
"왕궁이랑... 씰롬?이랑.."
"씰롬이 뭔데?"
"그냥 거기 원래 쇼핑 거리인데.. 어."
"그리고?"
"그리고 여기 왔는데 ㅎㅎ"
"아 그래? 저기 내려가면 카오산로드가 있거든"
"헉"
"이렇게저렇게 가서 저렇게 저렇게 가면 나와. 살 수 있는 물건들도 많고 재미있어"
"아 그래? 고마워!"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가"
"응!"
나참 여기가 카오산로드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이었다. 나중에 지도를 보고 안 것이지만 카오산로드 바로 윗 길이었다.
5분정도 더 삐대다가 계산을 하고 자리를 일어났다.
"고마워, 즐거운 여행 되렴"
"너도, 저 아래로 이렇게 저렇게 가"
"응 고마워"
"어~ 이렇게 저렇게"
"ㅋㅋ고마워!"
아쉽지만 그사람과 헤어지고(왜 그랬지?이름도 안물어봤다. 중요한 게 아니란 건 알지만..) 걸어서 내려가니 말 그대로 나왔다. 타논 카오산. 카오산 로드.
엄청난 외국(이라기보다 거의 유럽사람들같은)인파들, 좌우로 깔린 상점들. 한번 쭉 걸면 5분정도 되는 거리의 길인데, 대여섯번은 왔다갔다 한 것 같았다.
드레드를 하려고 물어봤는데 짧은 익스텐션은 800밧에 해주겠다길래 솔깃하다가도 마음이 주저되어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고 말았다.
이래저래 걷다가 운봉이형이 와나싸 얘기를 꺼냈다.
운봉이형이 방콕 정보를 얻으려고 스카이프를 통해 로컬 친구를 몇 명 만들었는데, 그 중 하나인 와나싸의 연락처를 적어와 틈이 되면 만나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만나서 여행 정보도 묻고 할 것도 없는데 얘기나 하면 좋겠다 싶어 그러자고 했다. 운봉이형은 뭔가 쑥쓰러웠는지?나보고 전화하라고 하길래 공중전화를 붙잡고 번호를 돌렸다.
"안녕 난 한국에서 온 엔드릭 친구인데"
"읗헤헤 안녕"
"어, 반가워"
"나도 반가워"
"어. 오늘 너 괜찮으면 저녁에 만나고 싶은데, 오늘 시간 있어?"
"있어 있어"
"그래, 그러면 열시에 만날까?"
"아홉시에 만나면 안돼?"
"어 알았어, 그러면 너 저번에 엔드릭한테 우리 호텔 위치 안다고 했지"
"어 어딘지 알아"
"그럼 그 앞에서 9시에 만나자"
"알았어"
"다시 말할게, 9시에 사릴 호텔 앞에서 만난다."
"알았어 알았어"
"어, 이따봐"
전화비 여기 왜이렇게 비싸? 좀 얘기가 길어진 것도 있었지만 20밧 가까이 쓴 것 같았다. 한국만큼 하네 전화비는...
지금 시계를 보니 여섯시 정도였나, 다시 카오산로드를 정처없이 걸으며 쪼리, 팔찌, 티셔츠, 이것저것을 사고 이래저래 걷다가 다시 어떤 노천 bar에 가서 앉았다.
마음을 느껴보니 너무 들 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즐거워 하고 있고 살아있었다.
마침 음악도 에어로스미스의 I don't want to miss a thing 이 흐르고 있었다. 영화 아마겟돈에서 처음 들었던 노래. 이거 노래 내용이야 그렇다치고 몇몇 가사는 나에게 얼마나 와닿는지?
진짜 눈을 감기가 싫고 잠들 수 없는 밤이다. 현악의 선율이 마음을 벅차오르게 한다. 운봉이형 없이 혼자 앉아 있었다면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비교하기엔 이상하지만, 2002년 안정환이 16강에서 골 넣고 코너로 뛰어들어가 선수들에게 둘러 쌓이고 쓰러져서 잠깐 정신 잃고 일어나서 걷다가, 흐르는 눈물이 자기도 민망한지... 두 눈 꼭 감고 두 주먹 불끈쥐고 미친듯이 포효하는 그 장면을 본 당시의 느낌이 물컹 생각 나기도 했다.
이 순간을 꼭 담아두고 싶어 동영상 버튼을 꾸욱 눌렀다.
시간은 지나 8시 언저리가 되어 자리를 떠야겠다 싶어 아쉽지만 일어나서 택시를 타고 우리가 머무는 곳으로 갔다.
9시가 좀 안되서 도착 했길래 잠깐 호텔 들어갔다 나올려고 내려서 호텔 문을 열고 프론트에 "안녕!" 을 외치고 들어가려니 프론트 애가 나를 부르더니 옆을 가리킨다.
헉, 와나싸가 와있는 것 같네.
나는 몰라서 고개를 돌려 운봉이형을 보니 이미 서로 인사하고 있는 듯 했다.
"잠깐 올라갔다가 올게"
머야 근데 왜 아줌마들같애. 근데 와나싸는 그런데 진짜 아줌마 친구를 데려왔다. 혼자 나오기 무서웠나. 우리가 더 무섭지 외딴 곳에 왔는데...
올라가서 사진 하드에 옮겨담고 잠깐 정리의 시간을 가진 후 다시 내려왔다.
뭐 얘기할 장소를 찾아야 되지 싶어 뭐할래?뭐할래? 그러다가 호텔 근처 bar에 갔다.
걔네보고 음식 시키라고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솔직히 지금 별로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재미있거나 중요한 정보가 오간 자리는 아니였던 듯 하고...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난 시간이 왠지 아깝단 생각이 들어 운봉이형보고 클럽에 가자고 얘기했다. 그리고 와나싸에게 물었다.
"여기서 RCA얼마나 걸려?"
RCA는 방콕의 클럽 거리이다. Royal C뭐더라 Avenue인데 태국인들 발음으로 "아씨에" 라고 말한다. 클럽들이 빼곡히 늘어져있다.
"잘 모르겠는데"
"너 몰라?"
"한 시간정도?"
"진짜야?"
"어..."
근데 자기도 확신을 잘 못가졌는지 종업원을 불러서 막 물어보는 듯 했다
"안멀데"
"그치?"
그러다가 얘네들과의 시간을 빨리 종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
"우리 클럽갈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 싫으면 우리끼리 가고."
막 자기들끼리 얘기하더니, 같이 간댄다. 헉;;; RCA에 데려다 줄테니 좋기도 했지만 왠지 우리끼리 노는 게 더 편할 것도 싶어 조금 부담도 되었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택시를 타고 RCA로 갔다.
장난아니게 멋진 클럽들이 쫙 있었다. 건물만 치자면 우리나라 청담동 이런데 클럽을 안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보다 훨씬 멋있어 보였다-_-;;
민증검사를 하고(진짜 민증 내도 된다ㅋㅋ) 들어갔는데, 방콕 클럽은 entrance fee가 없이 그냥 들어가서 술을 시키는 것으로 되는 것 같았다.
운봉이형이 맥주를 시키고 나는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빠져서 화장실 갔다가 옆에 컴퓨터가 몇 대 있길래 미투데이에 글 좀 쓰고 그냥 혼자 구석에 앉아서 놀았다.
그러다가 또 심심해져서 돌아와서 막 얘기하고 있는데 운봉이형이랑 와나싸가 잠깐 없고 그 아줌마 친구만 있길래 얘기하다가 하하하 거리고 가만히 있다가 또 재미없어져서 화장실간다
고 나와서 자리에 앉아서 멍때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운봉이형이 오더니 나한테 여기서 뭐하고 있냐고 쫌 뭐라고 하길래 왜 그러냐고 하니까 나를 찾았단다. 아, 그도 그럴것이 서로 잊어버리면 어떻게 해... 같이 자리로 돌아가려니 운봉이형이, 그 친구들은 12시가 다 되가지고 집으로 간단다. 뭔가 해방의 느낌을 맛 본후 그들에게 안녕이라고 말 하고 우리끼리 신나게 놀았다.
이래저래 두시가 다 되어서 바깥으로 나왔다.
왠지 로컬 애들이랑도 재밌게 놀고 싶었는데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아선지 그게 잘 안되었다. 아무튼 오늘은 재밌는 곳들을 알고 정말 많은 것들을 했다는 것으로 성공적인 하루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호텔로 돌아갔다.
위에 쓴 글씨들만큼 오늘도 엄청나게 긴 하루였다. 오늘도 세시가 다 되어 자는데..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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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동영상이 안올라가네요, 동영상을 포함한 이야기를 제 블로그에도 게재 하고 있습니다.
[day1] http://blog.naver.com/songsl/40050902258
그리고 flickr에 좀 더 많은 사진/영상을 올려두었습니다.
http://flickr.com/photos/songsl/sets/72157604770745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