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0] 남자 둘이 여행한 방콕/코사멧 이야기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day0] 남자 둘이 여행한 방콕/코사멧 이야기

songsl 8 3369

메일을 쓰고 있었다.
오후 반차를 썼고 세시가 넘었지만 여전히 메일을 쓰고 있었다.
야탑에서 머리 한 김에 서현까지 픽컵하러 온 운봉이형은 주차단속요원들을 피해 동네를 빙빙 돌고 있었고, 나는 메일을 쓰는데 말이 빙빙 돌고 시계는 안그래도 째깍째깍 돌고 진짜 머리까지 핑핑 돌아버릴 것 같았다.

뭘 썼는지 어쨌든 '감사합니다'로 마무리짓고 문을 나선 게 3시20분, 가방을 메고 1층으로 내려가며 운봉이형에게 건물 앞으로 나와 줄것을 부탁했다.

회사 건물 꼭대기층 엘리베이터 앞에 서고,

2471111288_c029567d0a.jpg

"형, 환전 했어요?"
"어 했어"
"던킨 앞으로 와주세요"

머리 별로 바뀐 것도 없고만... 암튼 또 보자마자 이유도 없이 짭짤짭짤 거리며 서울로 향했다.

2470287631_e8d4a256d8.jpg

아직도 머릿속은 안멈췄다. 이런저런 회사 생각들. 그러다가 시계를 보니 50분이 다 되어가는 시각.

운봉이형 짐을 가지러, 그리로 어차피 차를 놓고 공항에 갈 생각이었으므로 역삼동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환전한 돈을 보니(그리고 내가 챙길 영역을 떼어내니) 핑핑돌던 머리가 딱 멎었다.

2470287771_ef1080769c.jpg

'아, 진짜 가는구나'
이런저런 얘기를 막 하면서 뭔가 진짜 여행이 벌써 시작 된 것 같고 느낌이 재밌었다.

운봉이형은 냉장고에서 뭘 꺼내드니 한약봉투를 하나 건네 이게 뭐냐고 했더니,
"인삼 즙".

ㄷㄷㄷ;; 뭥미;;; 거기가서 힘 많이 써야하니 마셔야한데서 마시고 건물 바깥으로 ㄱㄱ, 삼성동 공항터미널까지 택시를 탈 생각으로 도로로 걸었다.

2470288507_0ebc929620.jpg

물 움켜잡듯 열라 안잡히는 택시 때문에 몇 번 버스타고 가자고 얘기도 하고 그러다가 택시비랑 버스비랑 비슷하네 그러다가 어쨌든 택시가 와서 발로 잡아 탔다.

근데 차 막히니 내렸더니 4천원 가까이 나왔음(누구도 예측 못한 가격;;;)...

2471112218_85acdf36e9.jpg

삼성동 공항터미널은 처음인데(그보다, 국적기를 타본게 처음이다-_-;;대한항공 비싸잖어...표없어서 산거임) 여기 무척 편했다.
1. 짐을 벌써 맡길 수 있고
2. 병무행정 보기 쉽고(가까우니까, 인천은 저 끝까지 걸어가야된다.. 아놔..)
3. 훨씬 한산하다.

정리를 마치고 거기서 공항버스 티켓구매! 하고 넉넉한 자리에 앉아탔다.

2471112430_4a958b7c41.jpg

째깍째깍 돌던 시계는 다섯시까지 바늘을 넘겨버렸고, 나는 '몇시간 뒤면 가겠지 가겠지' 하는 생각이 점점 잦아졌다.

이때 회사 동료 문자가 내 머리를 다시 돌려버렸다-_-;;

주간업무보고 안 쓴거 생각났다-_-;;;;;;;;;;;;;;;;;;; 얜 왜 뭐 문자까지 보내-_-

암튼 이래저래 답변하고 인천데 닿아 내렸다.

2471112570_04c8f06886.jpg

마지막 입국수속도 지나가고, 여기저기 면세점을 걷다 뭔가 먹어야겠단 생각이 들어 쟁반짜장을 먹고(짭짤) 게이트 앞에 앉아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2471112900_ca12bd6fe3.jpg

고민했다.
그렇다.
이제껏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_-;;

운봉이형 고진샤에 엑셀을 띄우고 타임테이블을 꾸며 한칸한칸 할꺼리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2471113338_dea65f07c5.jpg

몇칸 빼놓고 거의 다 채우자, 갈 시간이 되어 자리를 일어섰다.
지금에서야 하는 얘기지만, 여행중에 우린 그 엑셀 한번도 다시 켠 적 없다-_-;; 그치만 적힌대로 거의 수행 했으니, 적으며 머릿속에 새겼다면 그게 맞을 듯!

이윽고 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get up and your hands up in the air..........가 아니고 비행기를 탔다.

들어가면서 막 노가리깠다. 심심해서 ㅎㅎ

2471116668_b2d17a0dff.jpg

벌크석에 앉았는데, 처음 앉아봤는데 발도 뻗을 수 있고 좋은 것 같았다.

게다가 앞에 앉은 스튜어디스 누나랑 얘기하면서 와서 별로 안심심했다. 왜지? 그 누나 이름이 기억난다.. 오유X...

오면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1. 방콕엔 모기가 있다.
  2. 우리가 묵을 곳인 수쿰빗이라는 지역은 나름 번화가이다.
  3. 세븐일레븐에 선블락 판다.
  4. 방콕 덥다. 버틸정돈 된단다(즐기러 온건데 우린..)

이런저런 노가리 까다가 지쳐서 책도 보고 영화도 (난 안)보고.

2470293771_ea11c113ae.jpg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태국시각으로 열두시가 조금 넘어 수완나폼 방콕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기분이 막 두근두근. 근데 쫌 졸렸다. 택시 탈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정보를 듣기를, 방콕 택시는 외국인들에겐 무작정 미터기를 끄고 흥정모드로 들어간단다. 그래서 일단 미터를 켜라고 얘기해야한다.

그냥 '미터!' 라고 외치든지, 'turn on the meter box please' 라고 장황히 하든지, 차두리 부르듯 'meter please?' 하든지.

또 하나, 굳이 차가 밀리지 않는 새벽엔 하이웨이를 탈 필요가 없다. 근데 택시들은 타려고 한다. 하이웨이 비용은 물론 고객이 낸다. 오는 길엔 일부러 타려고 내봤는데 55밧이었던가? 밥값이다. 아낄만 하다.

이런저런 생각 하며 수속을 밟고

2471119462_c9f194713a.jpg

바깥으로 나갔는데, 뜨거운 바람이 후욱.....................................

더워;;;;;;;;;;;;;;;;;;;;;;;;

나가자 마자 택시 기사들이 뭐라뭐라 했다. 자세히 들으니 영어였고, 우리는 일단 노 땡쓰로 일관하고 운봉이형 담배필때까지 기다렸다.

담배를 피고 있는데 옆에 어떤 사람이 서류봉투를 들고 우리를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뭐야... 싶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있는데, 갑자기 또 한 택시기사가 와서 방콕에 갈꺼냐고 그랬다.

운봉이형이 심심했는지 'how much?' 라고 떠봤는데, 택시기사가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해서(기억은 잘 안난다), 미터 켜고 가자니까, 멀어서 안된다고 그래서 그냥 알았다고 했다.

담배불이 필터에 닿아갈 무렵, 옆에 우리를 힐끗힐끗 보던 아저씨가 우리에게 오더니 말 했다.

'한국분이시죠? 여행 오셨어요?'

켁;;;

자신의 이름을 밝힌 그 한국 사람은, 원래는 현지 가이드인 것 같은데 오늘은 일 하러 나온게 아니라며.. 택시 잡아주겠다고 따라오라고 했다.

난 막상 의심이 갔지만 운봉이형이 무작정 따라가길래 뒤로 따라갔다. 운봉이형은 그 사람 따라가고 난 운봉이형 따라가고, 우린 일렬 질럿처럼 for adun!......은 아니고 for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4층인가? 에서 내리고 나가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택시를 잡아준 그는, 언제 필요할 때 연락 하라며 전화번호를 남겨주었다. 그리고 택시기사에게 태국말로 '미터를 켜고, 수쿰빗 소이8가로 가라'고 해 주었다.

다행이 착한 사람인 것 같아서 괜한 마음을 지었던 것을 조금 후회하고, 여행이 뭔가 조금 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웃긴 택시기사였다. 순진하기도 했고..

수쿰빗에 들어서더니 소이3가쪽을 지나가며 얘가 자꾸 손을 딱딱 치더니, 뭔말인가 싶었더니 여기가 창녀촌 뭐 그런데라고 하는 것 같았다.

호기심에 얼마냐고 물어봤더니(내가 물어봤던가?) 자기는 안가봐서 모른다고 했다.ㅎ 우리도 돌아올 날 까지 몰랐다.ㅋ

암튼 소이8가에 다다라 우리 숙소를 찾아 내렸다. 210밧정도 나왔던 것 같다.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돈좀 달라길래 20밧정도를 수고비로 건네주고 내렸다.

거리는 좀 지저분했지만 건물은 약간 유럽식에 꽤 깔끔하게 생긴 숙소였다. 혹시나 궁금한 사람은 http://www.salilhotel.com/

체크인을 했다.

프론트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하루20분 인터넷 무료 쿠폰도 받고. 더 받을 게 없을 것 같아 고맙다고 말 한 후 4층으로 올라섰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목이 마르니 뭐라도 사올 요령으로 아까 길에 들어설 때 본 세븐일레븐에 가기위해 호텔 밖으로 나섰다.

나가서 선블락, 내 칫솔, 치약, 그리고...헤어 스프레이, 또 물을 사왔다.

2471121006_78a36dccaa.jpg

돌아와서 물을 마셔보니 끝맛이 좀 달아, 앞으로의 음식길이 순탄치 않을 것 같음을 느꼈다.

물을 먹고 나서, 내일 뭐 할지에 대한 얘기를 운봉이형과 잠깐 했다. 키워드는 왕궁,카오산,RCA.

생각해보니 오늘은 별 삽질 없이 꽤 잘 버텨온 것 같았다. 의외로 택시도 잘 타고, 다치지도 얼굴 붉히지도 않고.

0일이 끝나가고, 1일이 오고 있는 시점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얘기하자면, 앞으로 쓸 이야기는 장운봉이라는 사람과 송승렬의, 4월30일부터 5월6일까지의 방콕 여행기이다.

여행기의 참여자인 나는, 재깍재깍 넘긴 두시반의 시계를 보고, 이른 내일을 위해 잠에 들었다.

긴 하루는 이렇게 잠들고 있었다.
---------------------------------------------
여긴 동영상이 안올라가네요, 동영상을 포함한 이야기를 제 블로그에도 게재 하고 있습니다.
[day0] http://blog.naver.com/songsl/40050805540

그리고 flickr에 좀 더 많은 사진/영상을 올려두었습니다.
http://flickr.com/photos/songsl/sets/72157604770745726/

8 Comments
자니썬 2008.05.12 21:53  
  ":인삼즙":
그렣죠..여행할때를 대비해서
준비해야죠...
드디어 도착 했네요....다음편 도 곧 볼께요..~~감사~~
김우영 2008.05.12 23:08  
  재미나게 잘있었습니다...
아흠졸려 2008.05.13 01:09  
  음 저도 4월 30일에 갔는데... 제 담당 가이드분이 우리 일행 기다리는데 여행오신 한국분들이 보여서 조금이라도 싸게 가시라고 4층까지 안내해드렸다는데 그 한국분들이 택시탈때까지 이상하게 쳐다봤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시던데... 도착시간도 그렇고... 혹시 songsl님이 아니셨을지... ^^
큐트켓 2008.05.13 07:13  
  공항으로 이동할때랑... 수완나폼..공항게이트 열릴때... 가장설레여요...항상 ㅎㅎ
알렉스 2008.05.13 10:18  
  여행에서 우리가 쉽게 스쳐 보낼수 있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으셨네요. 다른것에 가려졌던 또 다른 여행추억이 생각날 것 같아요. 새롭습니다.
말레이시아공주 2008.05.14 13:45  
  남자두분의 여행기..
기대됩니다..
엔드릭 2016.07.14 14:15  
이날의 또 다른 시점 http://goodboys.egloos.com/1880934
냐호 2016.11.15 15:52  
글쏨시가 매우 훌륭하십니다 재밌네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