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350밧]
3월 19일
섬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어제는 오랜만에 일찍 잠을 청해서,
샤워를 대충 하기 시작했는데,
핫샤워가 아닌 쿨샤워라서 조금 물이 차갑긴 했지만,
이곳의 더위와 차가운 물이 만나 미지근한 물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뜨거운 물의 기분 좋은 샤워가 아쉬웠다.
배가 고파서, 싸멧비치로 다시 향했다.
물론 기사 겸 가이드 분과 함께.
아침부터 배 출발 시각인 점심시간까지는 사진을 찍기로 하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버티고 저곳에서 버티고.
아침의 해변은 정말 한산했고 평화로웠다.
아침 햇살이 바닷물에 부딪혀서 푸른 빛을 띄고 있었다.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이곳 저곳의 풍경을 찍다가,
가이드가 좋은 뷰포인트가 있다면서,
날 데려갔다.
꼬란의 모든 해변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냥 서서 제자리를 돌면,
온통 푸른 빛깔의 바다가 날 마주하고 있었다.
목선 출발시간이 거의 다 되어,
짐을 꾸리러 나섰다.
목선의 탑승료는 20밧.
이제 가이드와 헤어져야한다.
아쉽지만 그와의 인사.
그에게 얼마를 지불해야하느냐고 물었더니,
내게 달려있다고 했다.
사실은 얼마정도를 지불해야하는 지는,
깨비형님께 여쭤봤었기 때문에,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친절했고,
그의 어려움도 보았고,
내가 꼬란에 온 이유는 돈을 쓰기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800밧을 지불했다.
처음에 그는 도저히 못받겠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있어서 정당한 돈이라고하며 이것저것 설명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에게 800밧을 주었고.
그는 고맙다며 나중에 꼭 다시 오면,
또 다시 맛있는 저녁을 대접한다고 했다.
태국 사람들은 하루 종일 막노동 일을 해도, 350밧을 번다고 한다.
분명 그가 한 일에 비하면 과하고 사치스러운 돈이지만,
어제, 오늘의 나는 여행자가 아닌 관광객이라고 생각했다.
이 곳엔 돈을 쓰러왔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그런 돈을 지불했다.
목선이 출발하기 전,
그는 내게 웬 큰 봉지를 두개 주었다.
그 안에는 온갖 과일들이 가득했고.
가면서 먹으라고 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하며 웃어주었다.
그도 역시 미소로 답해주었다.
그리고 목선은 출발했고,
우리는 헤어졌다.
목선은 목선 나름대로의 운치와 여유가 가득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목선 안에서 사람 좋아보이는 유로피안 할아버지도 만나고, 나를 보며 자꾸 인상을 쓰는 불독도 만났다.
파타야의 선착장에 도착하고
다시 썽태우를 타고 깨비투어로 향하기 시작했다.
썽태우를 타고가며 본 파타야의 거리는 비어바로 가득했다.
이름은 비어바, 하지만 한국의 비어바와는 거리가 멀다..
깨비투어에 도착해서 형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꼬란에서 느낀 것들과, 돈은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에 관한..
그리고 계속해서 끙끙 앓는 깨비형님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 이유는 투어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다.
모두들 투어 프로그램을 카피를 할 뿐,
따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운 투어를 만드려고 하는데,
XXXtravel에 가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할 수가 없어서,
내가 도와드리기로 했다.
가서 이것저것 통역도 해보고,
말도 해보고 했지만,
역시 한국의 사업 개념과는 다른가보다.
모두가 프로그램 카피만 하지 않아도,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조금은 모두가 서로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투어로 돌아왔더니,
여행객 세 분이 도착하셨다.
모두 형님이셨는데,
어떻게 술 한잔 하자는 식으로 흘러갔다.
밤이 되었고, 모두 술을 한잔하기 시작했다.
태국에서 대부분 술은 100piper라는 위스키와 얼음,
그리고 콜라나 소다수를 섞어 마시는 데,
한번 맛들이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가 없었다.
너무 맛있었고, 마시기도 편했다.
그렇게 조금씩 취해갈 쯤에,
스타타이스로 향했다.
물론 술 값, 안주 값은 각개로.
스타다이스는 파타야의 나이트인데,
이곳 역시 한국의 나이트와는 개념이 조금 다른 곳이었다.
물론 물장사를 하지 않는 여성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친구들이었다.
한번은 말이 잘 통하는 친구가 있어서 한참을 이야기하는데,
이야기하는 동안, 두 곡의 한국가요가 나왔다.
텔미와 렉시의 노래였는데,
곡의 의미를 그 친구에게 아냐고 물어보니 전부 알고 있었다.
조금은 놀라웠다.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갔고,
그 친구와는 헤어졌다.
헤어지려는데 전화번호를 주고나선 한번 포옹을 해주더니,
한국말로 '사랑해요'라고 해주었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좋은건지 슬픈건지.
그렇게 그 친구와는 헤어졌고.
나는 형들 덕분에 형들 숙소에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덕분에 숙박비가 굳어서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기분 좋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