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의 늦바람 자유여행 03 -휴대폰 구입
한참 자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두런두런 이야기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숙소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어제 어디를 다녀왔고 오늘은 어디를 간다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입담이 아주 좋은 사람이 있어 그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나도 끼어서 한참 이야기를 들었다.
점심으로 갈비국수를 먹으러 간단다.
우리일행은 무조건 따라 나섰다.
DDM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갈비국수를 파는 식당이 있었는데 바로 그 앞이
쌀죽을 파는 시장통 입구였다.
갈비국수도 갈비를 두어개 큼지막한 걸로 넣어서 먹음직스러웠다.
하지만 국수는 양이 아주 적었다.
아마 태국사람들의 식사량이 적은 모양이다.
태국에서 여행하는 동안 늘 1인분으로는 양이 차지 않아서 간식을 먹어야만 했다.
여행고수라는 양반이 향이 나는 채소를 빼고 주문했는데 정말 맛이 괜찮았다.
갈비국수에 공기밥 포함해서 1인분 35밧. 정말 너무 싸다.
이 정도면 태국여행을 하면서 비용은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달간 여행하면서 전화를 사용하기에는 로밍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태국에서 심카드 전화기를 한 대 사기로 작정했다.
동남아와 유럽의 주파수가 900과 1800을 사용하고, 아메리카 대륙이
1800과 1900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파수 900과 1800, 1900을 모두 사용하는 트라이밴드 휴대폰을 사면
전세계 어디를 여행해도 심카드만 갈아 끼우면 된단다.
카오산에서 외국인 여행객들이 북적거리는 골목안에서 택시를 탔다.
전자상가가 밀집한 마분콩으로 가자고 했는데 택시기사가 미터기를 꺽지 않는다.
두어번 이야기해도 말을 안듣기에 목소리를 더럽게 깔고 이야기했더니
마지못해 미터기를 꺽는다.
가는 도중에 택시기사가 여자들 나체사진을 보여주면서 거기로 가자고 유혹한다.
NO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결국은 큰소리로 신경질을 부리면서 NO하니 더 이상 이야기를 안한다.
도착했다고 해서 요금을 지불하고 내렸는데 전자제품 파는 상점가가 아니다.
택시기사가 엉뚱한 곳에 내려놓고 가버린 것이다.
다시 택시를 잡는 것도 힘들었다.
카오산 골목 안에서 택시를 타지 말라는 태사랑의 여행고수들의 말을 안들은
대가를 톡톡히 치뤘다.
택시기사에게 한번 당하고 나서는 왠지 불안하다.
마분콩에 있는 전자상가는 우리네 용산처럼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는데
말도 안 통하는 곳에 가게 되면 틀림없이 바가지를 쓸 것 같다.
정찰제로 판다는 로빈슨백화점으로 갔다.
트라이밴드 핸드폰을 구경하자고 하니 고가품이라 보통 만밧이 넘는다면서,
이번주에 특별판매를 하는 게 있다고 몇가지 제품을 내놓는데 삼성애니콜이
눈에 띈다.
소형인데 귀엽게 생겼다.
2,990밧이란다.
애니콜이라 무조건 질렀다.
심카드 300밧, 충전 300밧 해서 모두 3590밧 정도 들었다.
매일 한 통화씩 한국에 전화했다.
한 보름쯤 지나자 아내가 전화비 많이 나온다고 특별한 일 없으면 전화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중간에 300밧을 더 충전했는데 귀국할 때 충전한게 일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