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의 늦바람 자유여행 02 -도착첫날 노천바에서 버티기
타이항공 TG657편을 타고 방콕에 도착하니 새벽 00시 반경.
배낭을 찾아 터미널 밖으로 나오니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덥다.
거기다가 바닷내음 같은 물비린내가 풍겨온다.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비용을 절감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태사랑에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바가지라고 씌여 있다며,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터미널까지 나와 카오산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 시간에 카오산행 버스는 없단다.
카오산 부근인 전승기념관까지 버스를 탔다.
공항버스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잘 나오는데 요금이 엄청 싸다.
34밧이다.
전승기념관에서는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들어갔다.
우리 모두 카오산이 초행길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숙소를 잡고 눈을 붙였으면 좋겠는데, 한 사람이 곧 해가 뜰텐데 숙박비도
절약할 겸, 노천바에서 맥주나 마시며 앞으로의 여행계획을 이야기하자고 한다.
새벽인데도 카오산의 바들은 취객들로 북적거린다.
맥주를 한병씩 세병을 시켰는데 안주가 없으니 맥주맛이 밋밋하다.
한국식으로 요리 몇 개를 안주로 주문했다.
이야기하며 웃고 즐기다가 맥주가 떨어지면 맥주를 시키고, 안주가
떨어지면 다시 안주를 시키고---.
너무 피곤했다.
나는 자정을 넘기지 못하는 체질이라 고스톱도 밤새 친적이 별로 없는데---.
맥주 몇 병을 마시는 동안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져 테이블위로 상체를 기대고
잠이 들어 버렸다.
잠에 취해서 술값이 얼마나 나왔는지 누가 계산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은 숙소 2박이상 비용이 나간 것 같다.
비용을 절감하자는 계획은 첫날부터 완전히 실패했고, 도착한 첫날은
하루종일 피곤해서 무엇을 해도 힘들고 귀찮기만 했다.
해가 막 뜨는 시각에 일행이 나를 깨운다.
아침 해장을 하러 가잔다.
뚝뚝을 타고 손짓발짓으로 먹는 시늉을 하자 뚝뚝이기사가 카오산을
한바퀴 도는 듯 한참 가더니 우리를 길가의 시장통 먹자골목 앞에 내려놓는다.
쌀죽을 파는 곳이다.
맥주로 배가 그득했지만 참 맛있게 먹었다.
태국의 일반인들이 먹는 식사라는데 처음 대하는 태국음식이 아주 괜찮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계란을 풀어넣은 스폐셜 가격이 1인분에 35밧이다.
다시 뚝뚝을 타고 카오산으로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2~3분도 안걸린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있던 노천바에서 걸어서 5분거리 정도에 위치한
시장통이었는데 첫 번째 뚝뚝이기사가 장난을 쳤던 모양이다.
새벽 6시경인데 모두들 너무 지쳐서 무작정 숙소를 잡아 몇시간이라도
눈좀 붙이자고 했다.
그 시간에 숙소 카운터는 대부분 사람이 없어, 카운터에 사람이 있는 곳에
무작정 들어갔다.
운 좋게도 한국인 숙소인 DDM이었다.
도미토리 밖에 없다고 해서 도미토리가 무언지도 모르고 들어갔다.
한방에 2층침대 5개가 있었는데 종업원이 지정해준 빈 침대에 기어들어가서
그대로 꿈나라로 들어가 버렸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 곳 DDM에서는 새벽에 들어가든 오후에 들어가든 숙박료가
똑같았다.
숙소 대부분이 우리처럼 낮 12시를 기준으로 야박하게 숙박료를 받지는
않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