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와의 생일파티 (4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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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와의 생일파티 (4번째)

라이언 0 957
태국 남정네들과의 거한 술파티로 체력을 소진한 우리는 방콕으로의 일정을 하루 더 미루게 되었다.
친구 둘은 바다에 나가 놀고 나는 하루종일 숙소에 늘어지게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우리의 기억속에서 오우는 저만치 떨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 못된 습성, 술먹은 다음날 모른척하기, 혹은 무안해하며 시선 피하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날 저녁 우리 셋은 침대에 널브러져 (한 친구, 결국 엄마의 손에 끌려 방콕으로 돌아갔다. 정해진 스케줄이란 사람을 얼마나 각박하게 하는지 원...)
tv를 통해 '사랑과 영혼'을 보고 있었다.
영화에 너무 열중해 있었던 탓인지 우리는 밖에서 나는 작은 소리를 무심히 흘려듣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아주 수줍은 노크 소리에 정신을 차린 내가 문을 여니 오우가 서 있었다.
당황반, 반가움 반으로 오우를 맞은 우리는 선뜻 지난 밤의 일을 꺼내지 못했다.
아, 이런...
서로 멍하니 tv를 보던 내 머릿속에 오늘이 우리가 함께 방콕으로 가자했던 날이었음이 떠올랐다.
이런 이 몹쓸것....(자책중임)
우리는 어설픈 변명으로 어제 술이 과해 차마 방콕에 갈 수 없었다는....
여타의 한국 친구에게 했다가는 '이런 **, 니가 그렇지 뭐'라는 핀잔을 들을 그 따위 변명을 주절거렸다.
하지만 우리 착한 오우. 생긋 웃으며 이해한다. 웁스...
더 뻘줌해진 우리. 그저 헤헤거릴 수밖에...
그때 오우가 일어서며 밖에 친구가 있어 가봐야 한단다.
그러면서 혹 내일 생일파티를 자기의 바에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내일 방콕가는데...
우리는 그저 대답을 회피하다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오우는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잠깐 멍하니 있던 우리..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잽싸게 따라나가 오우를 불렀다.
핑을 알게 된 건 그때였다.
오우가 말한 친구가 핑이었다.
여튼, 오우를 데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내일 방콕으로 갈 건데, 함께 가자고 말했다.
오우,,, 정말 기뻐했다.
우리는 내일 한시에 약속을 하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핑은 생일을 축하한다며 씩 웃었다.
귀여분 넘... (핑의 얘기는 다음에)

다음날 오후는 시간에 맞춰 우리의 숙소로 찾아왔다.
핑의 선물이 새빨간 장미 다발을 들고.
하지만, 오우의 얼굴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실례가 될 거 같아 묻지 않았다.

배를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방콕에 도착하니 시간은 이미 9시를 넘기고 있었다.
다른 식당이 문을 닫을 즈음이어서 오우와 우리는 팟퐁에 있는
'라 피에스타'로 향했다. 멕시칸 음식을 하는 곳인데......
어쩔 수 없이 가긴 했지만...
음식에 팍치가 들어간다. 멕시칸 음식인데...
게다가 무쟈게 비싸다.
리필도 돈 받는다.
여튼, 넷이서 저당히 배를 채운 가격이 2000밧을 넘긴 것으로 기억된다.

식사를 다 할 즈음, 오우와 매니저가 무어라 쑥덕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라이브를 하던 사람이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매니저에 의해 들려 나오는 케익!
웁스... 감동~~~
노래하던 카수가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란다.
우리 다 열심히 흔들어대니 주변에서 박수를 쳐줬다.
아, 민망시러서리 원...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우리는 소리 높여 "까올리~"를 외쳤다.
그러자 카수 왈 "안녕하세요!"
덩달아 기분 좋아진 우리 "안녕하세요~"를 연신 지껄였다.
그 카수, 그날 생일축하 노래만 세 번을 연속으로 불러줬다.
ㅋㅋㅋ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간단히 맥주를 하러 들어간 우리.
거기서 우리는 오우의 얼굴이 왜 밝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오우는 우리와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오우의 둘째 아들이 많이 아파, 병원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단다.
당황한 우리 오우의 이야기에 울먹거리자, 오우가 그러지 말라며 오히려 우리를 위로한다.
오우는 자신은 아기가 괜찮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울거나 슬퍼하지 않을 거란다.
아, 역시 어머니는 강했다.
우리는 것도 모르고 오우에게 아들 입히라고 옷까지 선물했는데...

그렇게 날은 저물어갔고, 나는 오우에게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조개로 된 모빌을 선물 받았다.
오우는 다음 날 아침, 웃는 얼굴로 아픈 아기가 있는 집으로 떠났다. 확실치도 않은 " see you again"이란 말을 남긴 채...

오우의 아기가 건강할 수 있기를, 오우의 인생이 더 평온하고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다음엔 저의 두 친구가 한국으로 가기 전 환송회를 가장한, 하드락 카페와 또ㅁ얌꿍 술집에서 있었던 비화를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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