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주고 싶은 여행기. 2006. 방콕&수린 5편
여행 후반으로 들어서니 몸이 피곤해진다.
내일 집에 간다는 생각에 마음 역시 너무 무거울뿐이다.
짜뚝짝 시장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택시 기사가 짜뚝짝 시장에 다 왔다고 말을 해주었지만
깊이 잠이 들어서 내가 듣지 못한 모양이다.
기사가 흔들어서 나를 깨우고서는
피곤한 모양이 안되어 보였던 모양인지
다시 카오산의 너의 숙소로 가는게 어떻냐고 물어본다.
아무리 그래도 그럴수는 없지.
짜뚝짝 시장은 참 신기한곳이다.
수많은 사람들 때문인지.
아니면 그 후끈후끈한 열기 때문인지.
두세시간만 돌아다녀도 기운이 쭈욱 빠져버린다.
세시간 정도 짜뚝짝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다
선물로 줄 양초를 몇개 구입하고는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점심으로 현아가 묵고 있는 디디엠으로 가서
얼큰한 해물라면 한그릇 먹고 땀을 쭈욱 흘리고 나니 몸에 기운이 좀 나는듯했다.
오후에는 현아를 포함한 한국인들 여럿이 모여서 시암에 있는 백화점에 가기로 했다.
파라곤 백화점.
우리나라 백화점보다 더 좋은듯하면서도
손님은 우리나라 백화점 보다 훨씬 적다.
나에게 있어서 백화점은
우글우글 거리는 사람들을 헤치고 헤치고 돌아다니며
짐꾼 역활을 했던 기억뿐이었기 때문에
이런 백화점에 와보니 기분이 또 이상하다.
다른 일행들을 따돌리고
조각케익을 먹으러 가자고 현아를 몰래 꼬득였다.
캬...모양 참 이쁘다.
그런데...
맛은 별루였다. -_-;;
다시 일행들과 합류를 한 후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찾아간 곳은 피자 컴파니.
혼자 여행할때는 메뉴를 고르는것도 참 힘든일중의 하나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식사를 할 때.
심각하게 메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게 되면.
혼자의 여행은 이제 그만 마쳐볼까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
메뉴를 고르지 않고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는 이유만으로
만지작은 샐러드를 담아오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단 한번뿐의 기회이다.
실수는 있을 수 없다.
가득.
최대한 높이.
피자를 주문했는데.
스파게티와 비슷한 면이 나왔다.
당황했다.
인원은 8명인데.
혼자 먹어도 모자랄것 같은 양이 나왔다.
한가닥씩 먹으니 끝나버렸다.
이번엔 닭튀김.
역시 한조각씩 먹으니 끝나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피자가 나왔고.
피자가 나왔을땐.
느긋하게 먹어서는 만족할만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 깨달은 상태였다.
사진을 찍을 시간은 없었다.
사진이 어쩐지 슬퍼 보인다.
집으로 가는길의 사진은 슬퍼보인다.
이제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것 같다.
기내식이 변한것인지.
아니면 내 입맛이 변한것인지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 기내식이 너무 맛이 없어졌다.
특정 항공사의 기내식뿐만이 아니라
모든 항공사의 기내식이 다~ 맛이 없어진걸보면
내 입맛이 변한게 맞는것 같다.
담요를 청해서 이불처럼 담요를 뒤집어 썼다.
집에 간다는 생각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약간 열이 있었다.
애도 아닌데.
컨디션만 나빠지면 열이 난다.
개인 모니터가 있긴 하지만.
알 수 없는 영화들과 광고들로 가득하다.
경유를 하고.
이제 비행기를 내리면 서울이구나.
아니.
인천이구나.
이 비행기를 보고는 기분이 정말 이상해져버렸다.
비행기에 그려져 있는 키티.
비행기가 장난감도 아니고.
키티 그림이라니.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비행기가 꼭 장난감처럼만 느껴진다.
무서워서 못탈것 같다.
경유하는 타이페이에서는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면세점 투어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멍~하니 앉아서 비행기를 기다리기만 했다.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인천으로 가는 게이트에 모인 사람의 절반이상은 한국 사람이다.
아직은 이국땅이지만
내 주위는 모두 한국인들뿐이다.
이제.
이것으로 나의 여행은 끝나버렸다.
기내식중에서 가장 맛있는건
버터를 발라 먹는 빵이다.
아메리칸 스윗 하트. 라는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보면
줄리아 로버츠가 스트레스 때문인지 마구 마구 폭식을 하면서
식당 종업원에게 버터를 더 달라고 한다.
참 맛있게도 먹는다.
버터만 보면 그 씬이 자꾸 기억난다.
나 역시 버터를 더 달라고 한다.
작은 버터아간 하지만 빵 역시 크지 않은 크기이기 때문에
두개의 버터까지는 필요가 없다.
한개로도 충분하다.
이건 뭐...버터를 먹는건지 빵을 먹는건지.
버터 두개를 다 먹으려면
빵과 버터의 크기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느끼할것 같긴 하지만.
내가 생긴게 좀 상큼하다 보니까.
느끼하게 먹어줄 필요도 있긴 하다.
만지작의 이번 여행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
다음 여행기는 다음주? 혹은 그 다음주?
헤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