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박 13일 혼자 시작한, 태국 여행 (4일-3) 왓포+야경
잠시 구름이 온데간데없고 정오의 햇살이 탑을향해 내리쬔다.
구름 아래 제법 운치있는 명암을 풍기던 탑이
일순간 번쩍인다.
탑의 전체가 도자기로 장식되어있다. 도자기에 반사되는 빛, 발광하는 탑.
그래서 새벽사원인가보다. 일출과함께 피어나는 탑
올라서서 보는 풍경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왕궁 근처는 왕궁보다 높은 건물이 별로 없다. 기분이 좋다.
아이구 어머니.
내려가는 길은 더 암담하다. 이젠 다들 난간에 매달리고 계단에 주저앉고, 모양새들이 영 아니올씨다.
연한 잿빛의 왓아룬, 새벽사원...
이 사원이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잠깐 사라진 구름 덕분에,, 새벽사원의 진 면모를 감상할 수 있었다.
- 우리의 탑이 돌을 깍가 정교함을 자랑한다면....
왓아룬은...(단순한 탑도 아니고 크기로 비교할 수도 없지만...) 아주 장식적이다.
위험한 타이머 기록은 계속된다. 계단에 세워놓고 찍은 사진.
왓아룬의 계단에서 몇 컷을 찍어본다. 아주 즐거웠어.
+ 오늘은 야유타야를 못 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
'맞아, 내가 이런 유적지를 좋아했지...태국의 왕궁이나 베르샤유는 별 느낌이 없어도...
로마에서 수천년을 버틴 돌을 만져보며 좋아했었는데'
야유타야는 너무 넓고 너무 더워 힘들었을 것이라 애써 위로해본다.
폼페이의 고난(뙤약볕에서 이어졌던 3시간의 행군)을 또 겪었을 것이라...
아쉬운 발길을 뗀다. 이젠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 점심 뷔페라 늦으면 급히 먹어야한다!!!
작은 구멍가게 처럼 몇 개나 되는 선착장에 물어보니...싸톤역까지 400밧
롱테일로 간단다. 안되지, 그렇게 비싸게 갈 수 없지. (1만2천원이다.)
처음 온 데로 돌아간다. 왓포쪽 선착장, 그곳 선착장에서 여행자 수상버스를 탄다.
(제일 비싸지만, 제일 먼저왔으니...시간은 돈, 그냥 탄다)
약 3천원 정도 하리라...
아까 왓아룬을 가기위해 탔던 배 보다 쾌적하고 넓다.
지나는 곳을 알려주는 분홍옷을 입은 안내원도 있다.
그런 수상 버스를 타고 보는 풍경은 제각각이다.
허술한 강변 집들로부터 남쪽으로 갈 수록 으리으리한 호텔과 높다란 건물들이 가득하다.
한 눈에 방콕의 요모조모를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다.
방콕에서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왓포와 왓아룬, 그리고 수상버스 여행이다.
나에겐, 유적과 드라마와 감동, 그리고 모험까지 짬뽕시킨 인디아나존스 여행지였다.
태사랑에 소개된 75밧으로 즐기는 운하투어를...시간 상 못 한게 정말 아쉽다.
싸톤 선착장에 도착해서, 마지막 수상버스를 확인한다. 7시란다.
그런데...아직 돈을 안냈는데...아무도 받을 생각이 없다.
돈 낼 타이밍을 놓쳤나? 100밧 넘는 것 같은데... 이런 고마울때가!!!
싸톤 bts역으로 총총 걸어간다. 돈을 떼먹어 기분이 아주 그만이다~!! ㅋ;;
한 정거장을 이동해 부라싸캄 음식점을 찾는다.
태사랑의 정보에 가는 법이 아주 상세히 설명되어있다.
꼭 3번 출구로 나가라는 강력한 말... 3번 쪽으로 안 가 한참을 헤메었다고 글쓴이가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를 마구 뛰어내려갔다.
이렇게 창피하기는 정말 오랜만이다....ㅠ
내려가 보니 1번 계단으로 내려와 3번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되는거였다.아... 난 바보란 말인가...
어쨌든, 배를 타며 시작된 모험심이 계속 울렁거린 덕에 23세 처자가 평생 못해볼 일을 해냈다 ㅋ
'에스컬레이터 거꾸로 뛰어내려가기!!'
어째 창피해도 신이 난다.
태사랑 정보 모음 프린트 대로 차분히 걸어가니 10분 정도?
눈에 잘 띈다.
태국 왕실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점심은 특히나 저렴한 부페가 운영된다.
음료(물) 가격까지 8천원 남짓 나왔다.
딱히 뭐...크게...왕실요리 랄 것은 없지만
꾀나 신경 쓴 에피타이저 (약 6가지 종류-대부분 육고기 샐러드)
각종 커리나 고기와 야채 볶음 등등의 메인
뜨끈한 완탕과 상추에 싸먹는 중국식 완자(쫀득한 찹쌀이 달큰하게 둘러싸여있는 완자)
향신료맛이 나는 완탕 (스프), 신맛도 난다 주황색 새우부터 오른쪽으로, 게살튀김, 닭, 족발(?),소고기
-매콤새콤하거나 고소한 맛이다. 야채고기 샐러드 느낌
전체적으로 입에 안 맞았던 메인메뉴들 대나무 밥은...겨우먹고ㅠ 달걀은 매우 특이했다.
오랜만에 생 야채를 즐길 수 있었던 샐러드코너 (새우와 각종 야채 및 과일, 다양한 태국식 소스)
참 입에 안맞는 디저트코너, 맛있게 생긴 주제에...덜큰하기만 하다...
약 한시간 반 가량...깨끗한 화장실도 이용하고, 천천히 사진도 찍으면서 한 입씩 먹어보았다.
아유 배불러 죽겠다.
크지 않은 뷔페인데도, 한 가지씩 다 먹어보았더니 참으로 배가 부르다...
친절한 지배인은...나에겐 입에 맞지 않는데 '아주 맛이 좋다'며 소개한다 ^^;
어떤 요리인지도 간략히 설명해주고...
혼자 조용히 즐길 마음이 아니었다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 같다. 명함까지 주었는데...(태사랑에서 본 그것인 것 같다.)
이제 다시 길을 떠날 시간...2시 가까이 되어 나온 것 같다.
통러역으로 간다. 35밧이었다. bts 타는건 언제나 즐거워~ㅎ
택시는 작은 공간에 갇혀가는 느낌이지만,
지상철은 승객들만 눈에 보여서인지 훨씬 느긋하고 여유로워진다. 바깥 풍경 구경도 즐겁고
번화한 씨암역을 지나 통러역으로 향한다.
어제 닥터핏 허탕을 치며...통러역 주변을 눈여겨 보았다.
스타벅스를 찾아 나선다.
방콕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하루 정리도 하고...그동안 밀린 일기도 쓰고...
혼자, 생각하고 여유도 부리자고 한 여행인데...
어쩌다 보니, 처음 삼일동안, 함께 다니고 (물론 구경은 따로 하기도 했다)
함께 밥 먹고...
엄청 돌아다니는 바람에, 체력 바닥나고...ㅋ
이제 푸켓을 가면, 정말 혼자가 되겠구나 싶어,
섭섭하기도 하고, 반갑기도하고, 무섭기도 하다.
즐거웠던 기억을 하나 하나 곱씹으며 천천히 일기를 써 내려간다.
+ 문득, 한국의 고즈넉한 사찰이... 웃는 듯 마는 듯 그윽한 부처님의 미소가 보고싶다.
그렇게...한참을 카페에서 비비며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