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팔이의 2001년 태국원정 일기(11일차)-꼬싸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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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팔이의 2001년 태국원정 일기(11일차)-꼬싸무이

광팔이 0 819
2001년 9월 14일(금)

원래 계획 대로라면 이날은 이미 방콕에 올라와 있거나, 방콕으로 떠나야 하는 날이다. 하지만, 비행기 스케줄을 철민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1주일 뒤로 연장 했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 하루더, 이곳 사무이섬에서 한가롭게 휴양을 즐길수 있게 됐다.

이날은 다이빙 교육도 다 끝났고, 특별히 할일도 없고, 전날 늦게까지 광란의 밤을 보낸 후유증으로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한 11시 반정도 됏을거다.

아마 내가 태국에 와서 제일 늦게 기상한 날이 아닌가 싶다.

오전에는 해변가에서 딩굴딩굴 하고, 마루에 나가서 만화책 보고, 한가롭게 보냈다.

정 할일이 없어서 철민아저씨하고 동빈이형이 방갈로에 토분칠하는것을 도와줬다.

오후에 임시 라이센스를 발급받으러, 여권사진 남은거 4장 가지고 DIVE INDEEP으로 갔다. 정은 누나는 몸이 피곤하고 속이 안좋았는지 그냥 쉬겠다고 했다.
그날 데니카하고 다카하시 모두 쉬는 날이었다.

다른 직원이 데니카를 불러왔다. 사진 4장 제출하고, 서류에 신상명세 같은거 작성하고, 오픈워터 인정증 발급절차를 간단히 마쳤다.
정식 인정증은 나중에 한 2,3개월후에 모든 절차를 거친후 한국으로 발송된다. 당장은 임시라이센스와 다이빙기록이 있는 수첩을 줬다.

어제 어떤 직원 하나가 캠코더를 가지고 트리거 피쉬의 모습을 찍은걸 보여줬다. 노란색 빛깔에 파란 줄무늬가 있었다. 크기도 기냥 보통 물고기와 다를바 없었다. 생김세도 그다지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암컷이 산란기때되면 극도로 예민해 진다. 그래서 수컷이 이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구역을 침범하는 자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그래서 간혹가다 이들한테 당해서 다치는 사람들도 아주 가끔씩 발생한다고 한다.

데니카가 어제 그 사건을 얘기해줘서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됐다.

데니카한데 그동안 잘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작별인사를 하고, 같이 기념사진도 찍고 DIVE INDEEP을 나왔다.

정말 친절하고, 상냥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투철한 분이다.
진정한 프로라 할만 하다.

나중에 내가 만약에 영국에 가서 우연히 라도 보게 된다면 밥이라도 한턱 사고 싶다.
혹시 이번 월드컵때 일본에 갔다가 잉글랜드가 브라질한테 8강에서 깨지고 나서 한국에 건너오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그제 제트스키를 탔던데 가서 또 그때의 스릴을 즐겼다.
봉선, 경자 누나둘이 따라와서 같이 차웽해변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경자 누나는 내가 운전하는 제트스키 뒤에 탔다.

내가 곡예운전으로 팍팍 모니까 엄청 겁에 질린 듯하다.
급회전 하다가 중심을 잃고 물에 빠지니까 자기는 제트스키 안탄다고, 다른 제트스키 뒤에 타고 가버린다.

왜냐하면 내가탄 제트스키가 고장이 났는지 움직이질 않는다.
그래서 한 5분동안 계속 물에 떠있으니까 거기서 일하는 애들이 다른거 타고와서 경자누나를 태우고 간것이다.

내가 탄 제트스키가 안 움직이니까 다른 걸로 바꿔줬다.
그래서 한 30분동안 신나게 타고, 원위치로 돌아오니까 이것들이
시간 초과했다고, 돈 더내란다.
그런데 문제는 제트스키가 고장이 나서 5분도 제대로 타지 못했다.
제트스키가 고장난건 자기네들이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이지, 나의 과실이 아니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제트스키를 바꿔타는 순간부터 아니면, 그 5분정도만 빼고 다시 카운트를 해야지 지들이 막무가대로 200밧 더달란다. 원래 2명이 제트스키 하나에 타는데 600밧 줬다.

30분에 600밧이란다. 그래서 시간을 10분씩 초과할때 마다 100밧씩 더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건 경우가 틀리지 않은가.

그래서 한참을 실랑이 하다가, 영어가 되는 동빈이형이 나서서 중재를 해주고, 자세한 상황을 설명해주니까.

걔네들이 알았다고 그냥 가란다. 참 웃기는 놈들이다. 잘놀고 그것들 때문에 다소 찜찜했다.

이날 저녁때는 매주 금요일마다 이 방갈로의 전통인 별미파티를 한다. 지난주에는 씨푸드를 했고, 이날은 바베큐하고 불고기를 한다.

편의점에 들러서 저녁 파티때 터뜨릴 폭죽들을 샀다.

저녁 식사때 노네임 방갈로에 투숙하고 있는 모든 숙박객들이 모여서 만찬을 즐겼다.
맛나는 것들 많았고, 맥주도 푸짐했다. 그동안 부실하게 먹어서
이날 영양보충좀 하자고 평소보다 조금더 먹었다.
하지만 태국여행 중에 밥을 잘 안챙겨먹어서 그런지 위가 많이 줄었다. 이날은 먹을게 푸짐해서 다른때 보다는 잘 먹었지만, 그래도 한국에 있을때 보다는 많이 못먹었다.

평소 한국에서는 친구들 셋이서 8만원어치 회에 매운탕, 쓰끼다시 가지 먹고, 마르쉐까지 가서 스테이크 까지 먹던 나였다.
술을 마셔도 소주2병 , 맥주 3병 이상은 기본 주량이었다.

하지만 여기 와서는 더운 날씨에 여행 하느라 체력이 많이 약해져서 그런지, 술도 많이 못먹겠다.

맥주한잔 하면서, 아까 제트스키 탈때 있었던 일을 말하니까, 철민아저씨가 그런놈들 조심해야 한다고, 하마터면 클날뻔 했다고 했다.
절대 어디가서 싸우면 안된다고 했다. 차라리 바가지좀 쓰더라도
그런 애들한테는 몇푼 쥐어주고 먹고떨어지게 하는게 낫다고 했다.

알고 봤더니, 제트스키 운영하는 애들 사장이 그지역에서 힘깨나 쓰는 마피아라고 한다.

어쩐지 좀 찜찜한 느낌이 들더라니까.

얼마전에 치앙마이로 떠난 최호경이라는 여자분한테 전화가 왔다. 치앙마이가서 트레킹하고 홍익인간에 와 있단다.

철민아저씨가 나보고 트레킹을 하거든 치앙마이까지 직접 기차타고 가서 해보라고 했다. 기차를 타봐야 현지인들의 모습을 좀더 가깝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인 친구도 만들 좋은 기회가 될거라고 했다.
절대 언어가 안통한다고 두려워 하지 말고, 끊임없이 남들과는 좀 다른 코스로 시도해보고, 멀리 비행기 타고 나와서 한국인들하고만 다닐라구 하지 말라구 충고했다.

그말이 맞다. 언어가 조금 안통해도 가깝게 지내다 보면 대충은 커뮤니케이션이 될것이다. 난 그동안 언어소통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한국인 동행자만 찾으려고 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한국 들어가면 한국인들하고 지겹게 부대끼면서 살아가게 될텐데, 굳이 멀리 외국에 와서 한국인 동행자를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술이 올라와서 다들 분위기가 업돼니까 아까 사가지고 온 폭죽들을 하나씩 잡고 터뜨리기 시작했다.
밤하늘에 불꽃놀이 폭죽이 터지면서, 사무이의 밤 풍경은 더 아름다웠다.

싸무이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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