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팔이의 2001년 태국원정 일기(10일차)-꼬싸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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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팔이의 2001년 태국원정 일기(10일차)-꼬싸무이

광팔이 0 895
2001년 9월 13일(목)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이빙 투어의 날이 밝았다.
다이브 인딥에서 썽태우 한대가 와서 우리 오픈워터 팀 세명과, 서울에서 온 누나 둘을 픽업해서 보풋선착장으로 데려갔다.

봉선, 경자 누나는 스노쿨링 투어를 신청했었다.

픽업하러온 썽태우가 투어 신청한 사람들을 다 태우러 이 숙소 저숙소 를 도는데... 늦잠자서 제시간에 빨리 안나온 홍콩커플 한쌍 때문에 시간이 다소 지체 됐다.

숙소는 고급인데, 에티켓은 영 빵점이다.

선착장에 도착하니까, 다카하시하고 데니카가 미리 나와서 다이빙 장비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수업 둘째날에 잠시 뵜었던 한국인 코치 강필웅 아저씨도 보였다.

인원체크 후 9시30분경 사람들을 태운 스피드 보트가 보풋 선착장을 출발한다. 멀리 빅부다가 보였다. 바닷가 위에 금불상 하나를 만들어 놨는데, 바닷가 에 있는 금불상이라 상당히 인상적이다.

속도가 엄청 빠르고 소음이 다소 시끄럽다. 보풋항을 떠난지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꼬따오의 망고베이에 다다렀다.

거기서 스노쿨링 할 사람, 다이빙 하는 사람들 나눠줘서 제각기 물속에 뛰어든다.

우리팀은 데니카와 다카하시의 인솔을 받아 몸에 장비를 갖추고 출발했다. 그곳의 바닷물은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볼 수 있는 그런 빛깔 이었고, 주위에는 야자수가 우거지고. 날도 맑아서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이게 도대체 바닷물인지 수영장 물인지 분간이 안된다.
짠지 안짠지 맛을 보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렵겠다.

열대어들이 지나다니는데, 모기 물린데하고 긁어서 상처난 곳을 물고 지나간다.
조금 뜨끔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상처가 낫는다면 나한테는 좋은일 아닌가.

바위밑에 보니까 가오리 한마리가 잠자고 있었다. 아깝다. 이걸 카메라로 찍어야 하는건데...
한 시간 정도 무릉도원을 구경하다보니까 산소가 빨간색(50)이하로 떨어지고 있었다.
원래 다들 한 시간 코스로 잠수를 하는 것이었다.
오전 다이빙을 끝내고, 다시 보트로 돌아와서 따오섬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사로 태국식 카레하고, 불고기 요리가 나왔다. 투어에서 주는 식사라 다소 부실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양도 많고, 반찬도 맛나는게 나왔다. 다들 배가 고팠던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없어졌다.

밥먹고 잇는데 흰둥이 개 한마리가 우리 가 밥먹고 있는 테이블 주위에서 계속 먹을거 달라고 우리를 쳐다보고 꼬리치고 있는거시었다. 내가 개한테 먹을거 줘버릇 하면 계속 달라고 하니까 주지 말라고 했다.
동빈이형이 먹다 남은 찌꺼기 몇개 던져 주더니, 알아서 쳐먹고 다른데로 간다.

내가 먹을거 던져주지 말라고 한 이유인 즉슨 내가 깜빡잊고 안 썼는데, 싸무이에 온 첫날 커플일행하고 돌아다니다가 이런 일이 있었다.

밤에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닭꼬치를 하나 사먹었는데, 옆에 똥개 한마리가 달라고 꼬리치면서 애원하듯 껑충껑충 뛰면서 우리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형이 불쌍한 개한테 자비를 베푼답시고 먹던 꼬치를 몇개식 던져 줬다.이놈이 받아먹고는 저리 갈 생각은 안하고 계속 받아먹을려구 우리 일행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나는 커다란 닭구이(까이양)을 하나 사서 맛나게 먹구 있는데 이놈이 계속 내 닭구이만 쳐다본다.

다른데로 이동할라고 걸어가고 있는데 아까 그 개가 계속 우릴 쫓아오는 것이었다. 새끼하나 데리고...

이놈이 아주 나를 물어죽일 태세로 멍멍 짖어가면서 사람 간떨어지게 하는 것이었다. 왜 형은 먹을거 주는데 너만 안주냐구 거의 반협박조였다. 난 무서워서, 먹던거 기냥 먹구떨어지라고 던져주고 도망치듯 가던길을 갔다. 사실 그거 한 두입정도 밖에 배어먹지 안은건데... 아까웠다. 지나가던 똥개한테 내 간식거리를 뺐기다니...

그거 던져 주니깐 지 새끼하고 닭고기 뜯어먹기 바빠서 우리 일행은 신경도 안쓴다. 그거 안던져 줬으면 하마터면 그놈이 닭고기에 필사적으로 목숨걸고 덤벼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엄청나게 못먹어서 그랬나보다.

하여간 그때 일 생각하면 가슴이 뜨끔하면서도 절라 웃음만 나온다.
내가 귀국해서 식구들하고 친구들한테 그 야그 해주니깐 다들 배꼽을 잡고 웃는다.

밥먹구 해변가를 산책하면서 기념사진도 박고, 휴식을 취한다음
1시30분경 오후 다이빙을 위해 낭유안 으로 보트를 타고 이동했다.

낭유안 바다는 아까 꼬따오보다 수십배는 물이 더 맑고 빛깔도 좋았다. 아까 오전에 했던 대로 밑으로 내려갔다. 이곳도 말이 필요없는 무릉도원이다. 아름다운 산호초에, 형형색색깔의 열대어들...

데니카가 열대어들한테 먹이주는 시범을 보였다. 다이빙을 하는 도중 갑자기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갑자기 데니카가 이상한 물고기를 하나 보더니 눈이 휘둥그래 지면서 발길질로 물고기를 못쫓아오게 걷어차는 것이었다. 나는 무슨일인지 영문도 모르고 마스크에 들어간 물이나 빼고, 산소게이지나 쳐다보고 있었다.

뒤를 돌아봐도 나한테는 뵈는게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시력이 마이너스여서 물속에 들어갔더니 가까운데 있는 물체도 안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게 트리거 피쉬였다. 그렇게 위험한 물고기는 아닌데, 암컷이 산란기때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면, 수컷이 간혹가다 날카로운 이빨로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데니카가 예전에 그 근처에서 다이빙 하다가 트리거피쉬한데 공격당해서 이마를 다섯 바늘이나 꿰맨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의 안좋은 기억 때문에 트리거 피쉬를 보자마자 기겁을 했나보다.

잠수를 마치고 물위에 올라와서 동빈이형하고 정은 누나가 나보고 정신이 있는 놈이냐고 한마디 했다. 난 뒤도 돌아보지 못했고, 눈이 나빠서 아무것도 안보여서 무슨일인지 영문을 몰랐다고 했다.

다음에 다이빙을 할 때는 반드시 별도로 내 시력에 맞는 도수를 넣은 마스크를 준비해야 겠다.

난 거기서 애시당초 올때부터 다이빙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에 마스크는 살 생각도 안했다. 그래서 다이브센터에서 제공하는 보통 마스크를 이용 했는데,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 것이다.

해변가로 헤엄쳐가서 상륙한 다음 정박해 있던 우리가 타고 온 보트에 장비를 모두 내려놓고 한가롭게 휴식을 취했다.

낭유안 해변. 이곳은 누차 얘기하지만, 파라다이스 중에서도 최고의 파라다이스다. 섬 세개가 이어져서 호수처럼 잔잔한 해변을 이루고 있다. 따 일본식으로 꾸며졌다고 해서 그곳을 Japanese Garden이라고 부른다.

기념 사진 촬영하기도 상당히 좋고,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기에 그 어느곳보다 안성맞춤이다.

무릉도원도 그런 무릉도원이 없다.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은 감동을 느낄수 없다.

지금은 집에 스캐너가 없어서 그때 찍은 사진을 올릴 수가 없는데,
나중에 친구가 연수갔다 돌아오면 부탁해서 여행사진 코너에 올리도록 하겠다.

이날 따오, 낭유안 다이빙 투어가 이번여행의 최대 하이라이트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날의 감동을 위해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했고, 가이드 북 뒤지고 하는 수고를 했었다. 비행기 타고 날아온 보람이 있었다.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느낌이라고 하고 싶다.

태국에서 있었던 기억들을 다른 곳은 다 세월이 가면 잊혀지겠지만, 이날 여기서 다이빙 한 것 만큼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끝나고 보풋으로 돌아오니까 오후 5시30분 정도 됐던것 같다.

강사님들과 헤어지면서 있다가 밤 10시경에 그린망고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픽업 해준 차타고 숙소에 들어와서 샤워하고, 밥먹고, 좀 쉬고
아까 갔던 일행 다섯명 그대로 그린망고에 갔다.

그린망고 입구에 위치한 바에서 이미 다들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맥주 한잔 하면서 아까 다이빙 할때 있었던 얘기들을 하면서
아까 전 트리거 피쉬 사건 야그가 나올때는 웃음바다가 됏다.
난 도저히 그게 왜 그렇기 웃긴지 이해를 못했다.

동빈이형하고 나, 다카하시하고 거기 다이브 인딥 스텝하고 편먹고 포켓볼을 쳤다.

평소에 당구장을 거의 가지 않기 때문에 당구를 못치는 편이다.
그래도 포켓볼은 맞춰서 공만 구멍에 집어넣으면 되니까 할만 했다.

양팀다 박빙의 승부를 펼쳤지만, 우리팀이 제밥을 못챙겨먹어서
두게임다 잘나가다 역전패 했다.
당구비 물리기도 아니고, 술내기도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바에 있는 포켓다이라 사용은 무료였다.

11시 30분쯤 다카하시는 피곤해서 집으로 가고, 데니카하고 우리 일행들만 그린망고로 들어가서 또다시 광란의 시간을 보냈다.
느끼한 게이들은 여전히 죽치구 있었다.

그날도 거기 영업 끝날때 까지 신나게 마시고 흔들어 댔다.

이날은 내 인생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못할 날이 될 것이다.
다만 아쉬웟던 것은 수중카메라를 미처 준비할 생각도 못해서
그 아름다운 용궁과도 같은 광경을 찍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음에 다이빙을 할때는 반드시 수중카메라를 준비해야 되겠다.

혹시 낭유안, 따오로 스노쿨링이나 다이빙 하러 가시는 분들은 꼭 수중카메라를 준비해가기 바란다.
놓치기 아까운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들이다.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서 생각해 봤는데, 올해 월드컵때 우리나라가 첫승한날, 극적인 승리로 16강, 8강, 4강에 올라갔던 때 보다 이날이 아주 약간 더 즐겁고 판타스틱한 날이었다.
내가 직접 경기장에 가서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 맞나 모르겠다.

하여간 대한민국도 만세고, 광팔이도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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