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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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중간밤~

라이언 3 863
오우와 헤어지고,
숙취로 인한 잠에서 깨어나니 어느새 날은 저물어 있었다.
이런 젠장...
코창 도착 3일 째, 바닷물에 발가락 하나 담가보지 못하다니...하지만, 시간이 많으므로 신경을 잠시 돌려보니...
오... 밥을 안 먹었던 게다.
뜨끈한 국물이 없으니, 서양인들처럼 숙취해소를 위해 피자를 먹기로 했다.
화이트샌드 비치에 있는 유일한 피자집으로 들어가
씨푸드 피자 라지를 주문했다. 300밧 가량 했던 것 같다.
근데 웬 씨푸드... 1시간여를 기다려서 먹었건만,
오징어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ㅠㅠ
여튼, 배를 채우니 또 심심해지기 시작한 우리.
섬에서의 밤은 너무나 길었다.
물론 낮에 바다에서 놀고, 스노쿨링하고 그러면
피곤해서 달게 자면 되겠지만,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이
여행도 스타일이 달라서 우리는 그런 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서울서도 기어이 밤에나 기어나오던 종들이니, 태국이라고 다를까.

이미 바닷물이 들어차 해변으로 걸을 수 없게 되어,
우리는 도로쪽으로 향해 걷기 시작했다.
깜깜했고, 가로등도 하나 없었다.
괜히 왔나 싶었을 쯤에, 우리의 눈에 띄는 저 바베큐 간판...
아싸, 걸렸군.
서로 눈빛을 확인한 후,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셋이서 배 터지게 크랩이니 새우니, 돼지갈비니를 뜯어도
500밧을 넘기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맥주도 두어병 마셨는데.
그렇게 피자는 어느 구멍으로 먹었는지도 모르게
신나게 바베큐를 먹고 있는데, 가족과 함께 온 다른 친구가
엄마가 잠든 틈을 향해, 우리에게 탈출을 시도했다.
그럴만하지... 매일매일 트래킹이니 투어에 지쳤을테니까.
게다가 섬에도 2박 3일 밖에 안 있는다고 뾰루퉁해져 있는 친구였다.
그 친구를 위로할겸 우리는 또 다시 맥주를 주문했다.
너무 뭐라 하지 마시랍. 지난 RCA에서의 추태는 없었으니...

그런데 어느새 주위에는 우리를 제외한 한 테이블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시간은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는데, 여행객도 없을 뿐더러,
태풍이 사그라든지 얼마 안된 때라 사람이 더욱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랍쇼...
저쪽 테이블 남정네들의 눈빛이 수상쩍었다.
우리는 처음에 중국인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태국 현지 인들이었고, 방콕에서 놀러왔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너무 재미있어 보인다며 함께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고, 우리는 의심의 눈초리로 그들을 쳐다봤다.
심사숙고한 결과 숫적으로는 우리가 한 사람 밀리지만,
덩치와 힘 면에서는 딸릴 게 없다는 결론 하에 -_-;
설마 뭔 일이야 있겠냐, 즐기자! 라는 생각으로 함께 자리를 했다.

헉...
근데 이 사람들 어찌나 영어가 유창한지 우리가 도리어 쩔쩔매는 상황이 벌어졌다.
외모로 따져서야 안되겠지만, 생김새도 준수한 것이 예사 사람들은 아닌 듯 보였다.
역시나...
다들 빵빵한 직업에 한 가닥 하는 집안들 자제였으니...
어느새 시간은 10시를 훌쩍 넘기고,
다른 주변이 너무 조용하다싶어 알아보니,
10시에 영업은 끝났고, 이들이 이 리조트를 전세냈단다.
웁스...
딱 걸렸어.
분위기 띄우는데 우리만한 사람들 있나, 어디. ^^
우리끼리 너무 신나하자, 그 사람들 술을 한 병 꺼내오는데
아~ 탄성...
우리는 마시기도 힘들다던 그 꼬냑...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잔 쭈욱 들이켰으나...
이놈의 입이 싸구려인지, 역시 맥주가 더 맛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우리의 페이스를 맞추느라 그네들 조금씩 취해갔다.
바다에 뛰어들어가질 않나, 혼자서 헤죽거리지를 않나.
역시 한국처자들, 오랜 한국생활 속에서 얻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어디서도 뒤쳐지지 않는 주량뿐이었다. -_-;

그렇게 그 자리가 끝나갈 때쯤, 그 중에서 무지 잘생긴 토니,
가 근처에 가라오케(!)가 있다며 2차를 가자고 제안했다.
2차를 갈 사람은 태국인들 중에 2명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젠 숫적으로 우리가 우세하군.
우리는 좋다고 말하며,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고...
그야말로 후회없이 놀았다.
그리고 토니는 우리를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우리는 좋아라 잠이 들었는데...

아직 정신을 차리기 힘든 다음날 아침 10시 30분경...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네 처자 (한 친구, 결국 엄마에게 안 가고 우리 숙소서 자버렸다.) 눈을 비비며 문을 여니,
이게 웬일...
토니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심지어는 남방과 안경색깔까지 맞추고 있었다!
우리에게 하이, 하는 게 아닌가...
자기네들은 오늘 방콕으로 돌아간다며,
방콕에와서 혹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하라고
전화번호를 주었다.
우리는 눈꼽을 띠며, 하품을 하며,
입냄새를 풀풀 풍기며, 머리를 벅벅 긁으며,
알았다고, 게슴츠레 눈을 뜨고 대답을 했고,
무안해 졌는지 토니는 식사라도 하고 싶지만,
다음으로 미루자며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토니가 떠난 다음, 서로의 모습을 확인한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치를 떨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자문했다.
과연 토니가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고,
혹여라도 우리가 전화하면 전화를 받아줄까, 라는...
3 Comments
yo 1970.01.01 09:00  
재밋네여^^<br>난 언제 그렇게 놀아봤는지.. 쯧쯧<br>방콕에서 토니와 재회하셨나여?
수민 1970.01.01 09:00  
하하하...너무 재미있네요. 빨리 다음편도 올려주세요~<br>부럽네요..저도 다음에 가면 남정네들과 함께 놀고 싶네요..ㅋㅋㅋㅋ
유치원샘 2008.07.2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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