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쉥님의 태국 왕림기 자나깨나 술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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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쉥님의 태국 왕림기 <2> 자나깨나 술조심

한쉥 3 1042
<2>

2002년 6월 15일

어제의 부진을 씻기 위함인가, 오후 한시에 일어났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세시.... 세시...... -_-;;;;;
니가 인간이냐 곰이냐...

일어나 겨우 정신을 차린 다음,
방콕에 계속 있으면 계속 술먹다 비명횡사-_-할 것 같아 불안하길래,
간단하게 짐을 챙겨들고 깐짜나부리에 가보기로 했다.
홍익인간에서 아침이라 부르긴 쪽팔린-_- 음식을 먹고,
오후 세 시쯤 깐짜나부리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갑자기 기분 열나 업이다.. 아싸~ 가자~~

정확히 두 시간 후, 버스가 깐짜나부리에 멈췄다.
조용한 도시.
어디로 가야하나 가이드북을 슬며시 펼쳤더니,
역시나 동네 삐끼들이 모여든다.
일단 삐끼니까 살짝 경계...했으나,
이노무 삐끼들이 어찌된 일인지
깐짜나부리에 있는 모든 게스트하우스 명함을 다 가지고 있다.
그래, 어차피 갈거, 너거덜도 먹고 살면 좋지.

몇 군데 직접 데리고 가서 보여주겠다는 삐끼를 따라나섰더니,
나를 쌈러꾼에게 넘겨준다.
자전거 뒤에 의자 달아놓고,
자전거로 열나 힘들게 달려가는 택시.. 쌈러.
그래도 맨다리로 뛰는거 보단 낫잖아, 하며 애써 자위했지만,
뭔가 마음이 편치 않은건 어쩔 수가 없더라.

애니웨이.
나를 보자마자 '한국사람이냐?'고 묻던 쌈러꾼은,
입이 마르고 닳도록 한국 축구를 칭찬했다.
뭐 아부하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침튀겨가며 흥분하는 모양이 정말 축구에 열광하고 있는 모습 딱이었다.
그래그래 내가 봐도 한국은 잘났어 흣흣흣.

한 네 군데쯤 숙소를 돌아보고,
결국 최근에 새로 생겼다는 소문이 있는 "슈거케인2"에 묵기로 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크진 않지만 나름대로 깔끔하고 소담한 정원이 있고,
딸려있는 레스토랑 옆으로 고즈넉하게 강이 흐르고...
400밧짜리 에어콘 방갈로는, 다른 숙소들에 비해 탁월하게 깨끗하고 시설이 좋다.
화장실 변기가 유치원생 싸이즈라는 황당한 단점만 빼면.. 완벽하다.
나 원참 볼일 보면서도 혼자 민망해서..-_-;;;

체크인을 마치고, 데려다준 쌈러꾼에게 얼마냐고 물었더니,
혼자 머리를 긁적긁적하더니 "얼마가 좋을까?"하고 되려 내게 묻는다.
그 모습이 참 소박해보이기도 하고,
어딘가 가슴아프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말없이 100밧을 건네주었다.
너무나 좋아하는 아저씨...
나의 100밧이 버릇 잘못 들이는거라고 욕하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값싼 동정심 아니냐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그래도 상관없다.
그가 내게 보여준 친절과, 열정과, 순수함은 100밧 이상의 가치가 있었으니까.

쌈러꾼을 보내고, 방에 짐을 놓고 나왔더니,
얼레리요 벌써 해가 지고 있다.
이기 머다냐...-_-;;;;

일단 밥을 먹자.
숙소에 딸린 레스토랑에서, 버섯 스프와 스파게리를 시켰다.
맛...................드럽게 없었다.....-_-;;;
그렇지만,
해가 지고 있는 콰이강과, 강 옆에 떠있는 레스토랑,
분위기는 죽여줬다.. 흐흐.
그러나... 어딜가나 잊어버리지도 않고 찾아오는 불청객 모기쉐기때문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도망쳐야했다.
모기약도 안샀는데.. 드럽게 많이 물렸다.
안되겠군, 약사러 가자.

투어 상품 팔러온 삐끼언니 오토바이를 타고,
번화한 거리로 나가 모기약을 사려고 했으나...
가게마다 원숭이 그림이 그려진 이상하게 생긴 연고만 준다.
냄새가 딱 호랑이약인데...-_-;;;;
결국 안사버리고 말았지만,
추후에 밝혀진바로는 그 원숭이약이 최고로 약발좋은 모기약이었다..-_-;;

그렇게 잠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다시 숙소로 가기 위해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원래 걷는거 싫어하지만..
거의 속도 없이 걸었고, 밤이라 날은 시원했고,
가방속엔 방금 산 시원한 음료수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한밤중에 낯선 거리를 걷는 일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참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빵빵거린다.
언놈이 또 내 뒷모습에 반해서 찝적거리는거지-_-..하고 돌아보는데,
웬 미모의 여인-_-이 나를 보고 묻는다.

"뭐라뭐라뭐라카?"

"메야?-_-;;"

왜 태국 사람들은 나를보면 태국말로 말을 거는걸까..
뻥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고 있었더니,
다시 영어로 묻는다, 어디까지 가느냐고.
슈거케인 간다고 했더니, 자기네도 거기 간다고 타랜다.
...잘됐다 슬슬 다리아프기 시작했는데.. 클클클.
차를 타고 1분-_-만에 숙소에 도착해서 보니,
이커플 바로 내 옆방에 묵는 태국인 커플이다.
아까 식당에서 저녁먹으면서 나를 보고 기억하고 있었단다.
우훼에~ 역시 나의 미모는...-_-;;;;;;;;;;;;켁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남자가 내일 몇시에 가느냐고 묻더니,
자기네가 태워줄 수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한다.
아니 이런 고마울데가...
안그래도 되는데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몇 시에 만나자고 하고 돌아서는데,
또 부르더니 맥주 한 잔 마시겠냐고 한다.
욱 술...
하지만.. 너무 착한 얼굴을 하고 있는 커플이 같이 한 잔 하자고 꼬시는데,
어떤 강심장이 그걸 거절할 수 있으랴.

샤워를 하고, 옆방으로 가서 두 사람과 함께 맥주를 마셨다.
"LEO"라는 이름의 태국 맥주를 마셨는데,
씽이나 창보다 훨씬 부드럽고 순해서.. 열나 많이 먹었다..-_-a
게다가 이름모를 태국표 군것질거리.. 너무 맛있어서 죽을-_-뻔했다.
내년에 결혼할거라는 '삐야'와 '자니스타'는,
내게 태국말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헬로태국을 보면서 너무너무 신기해하기도 하고,
그렇게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친구가 되었다.

결국 또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자정이 넘어서야 방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내일 오전에,
가까운 곳 - 콰이강의 다리와 박물관들..-에 함께 가보기로 약속하고서.

'사람'이 주는 여행의 즐거움.
그래서 나는, 사람들은, 늘 떠나기를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2002년 6월 16일.

아침 일찍, 새벽 아홉-_-시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끝내고 혼자 정원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냈다.
태양은 뜨거웠지만 하늘은 선명한 파란색이었고,
하얀 구름이 간간히 떠다니고,
그 아래로 흐르는 강은 말없이 편안했다.
그렇게 강 옆에 앉아,
강물이 흐르는 모습을, 바람이 흐르는 모습을, 시간이 흐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래.. 내 팔자 늘어졌다.

정원에서 한참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삐야커플과 함께 콰이강의 다리 쪽으로 움직였다.
근처 식당에서 아침으로 열나 맛있는 닭쌀국수를 먹고,
(한가지 흠이 있다면........양이 너무 적어!!!!)
콰이강의 다리를 거닐었다.
늘 전쟁의 흔적이 남겨진 곳을 지날때마다,
어쩐지 심장 한쪽이 오그라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쏟아지는 총알에 사그러진 청춘 누구도 전쟁을 원하진 않았을텐데.

다리를 벗어나 나와서,
강변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다시 방콕으로 출발했다.
너무 짧은 길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시간을 가졌고,
그리고 내게 아직 남은 시간이 있으니, 언제든 다시 와볼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있긴 뭐가 있냐 결국 그냥 한국 왔다..-_-;;;

방콕에 돌아와, 원래는 오늘 푸켓에 가려고 했었는데,
제리가(작년에 푸켓에서 내게 다이빙을 가르쳐준 싸부..
공항에서 갖고놀던 노트북이 바로 이사람꺼임) 내일 와도 된댄다.
암튼 집앞까지 데려다준 삐야 커플에게 인사를 하고,
푸켓에서 돌아오면 연락하겠노라고 했으나...
아직도 연락 못했다..-_-;;
주말에 아유타야 데려가주겠다고 했었는데..
내가 카오산 데려가서 한국 음식 사줄려고 그랬는데.. 흑흑 T T
오늘은 꼭 메일 보내야지....이 게으른뇬, 찰싹 찰싹.

방에서 잠시 쉬다가, 푸켓에 짐보낼거 있다는 홍익인간에 들렀다.
들러서 밥먹고 어리버리 앉아있는데,
그저께 축구보고 같이 미쳤던 익숙한 얼굴들이 모였다.
그리고, 또 술...-_-;;;
아직도 목소리가 맛이간 응원단장 장군과,
서른이 넘었다는 뻥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얼굴을 가진 아저씨,
그리고 기타등등 몇 분-_-죄송-_-과 함께 소주를 마셨다.

이날은 태국 선거날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술을 못팔게 하고 있어서,
스프라이트 병에 빨대 꽂아놓고 마셨다.. 으허..-_-;;
아홉시 반이면 문을 닫는 홍익인간에서 더이상 술을 마실 수 없게 되자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600밧도 넘는 기차표 버리고 술마시던 장군과,
뒤늦게 어디선가 나타난 아리따운 여대생-_- 모양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분명히 오늘 열두시까지 술 못판다고 했는데,
얼라료 동네방네 술집이 다 문열어놓고 술팔고 있네.
그래서 동대문에서 술을 마시기로 하고,
잠시 카오산에 들러,
온동네 애들을 다 친구 삼은 장군의 엄청난 위력-_-에 감탄하며,
그 친구 중 한 명에게 헤나를 했다.
그림은 무지 잘그리는데.. 이노무 자식이 사선으로 그려놨다..-_-;;;;

아무튼 다시 동대문 컴백.
쌩쏨 한 병 시켜놓고, 홍익인간 광혁오라버니와 아까 그 두사람,
동대문 사장님과 함께 술을 먹고 있는데,
열두시 십오분 전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졸라 어메이징 타일랜드다..-_-
이런 치사빤쓰 유치뽕짝 단속이라니...
그래도 비굴하게 한 번 웃어봐줬지만.. 씹혔다...띠바..-_-;;;

결국 아저씨는 경찰에 동행해야했고,
한시간쯤 후 다시 돌아오셨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린다..
외국인으로 사는 설움이 이런거구나...

그러나저러나.
갑자기 며칠동안 술을 무리하게 마신 몸이 맛이 가기 시작해서,
얼굴은 하얗-_-게 질리고, 입은 바싹바싹 타고,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계속해서 속이 울렁울렁거리고,
아무튼간 난리가 났다.
이게 말로만 듣-_-던 술병이로군...

계속 함께 있어야할 분위기였지만,
결국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새벽까지 살짝 앓았다.
사람살려..-_-;;;




3 Comments
한쉥 1970.01.01 09:00  
히죽..^______^
Julia 1970.01.01 09:00  
저두 술로만 한달 밤을 보낸지라..<br>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두 샌다는말 입증하고 왔습죠.
^^ 1970.01.01 09:00  
"고러다 위장 빵꾸 납네다. 조심 하시라우여....."<br><br>여행기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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