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일주 배낭 여행 일기] 12. 치앙마이에서의 트래킹 첫 째날
오늘은 처음으로 트래킹을 해보는 날이다. 치앙마이에 오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를 위해 온다고 한다. 난 1박 2일 코스로 신청 했는데 참가하는 총 인원은 11명였다. 그 구성을 보면 대전에서 온 선후배 사이로 보이는 그룹 4명과 교환 학생 신분으로 한 명은 치앙마이 대학 또 한 명은 말레이시아 국립대학에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나를 포함하면 이렇게 7명은 우리나라 사람이었고 나머지 4명은 외국인들이었다. 이들 중 남자들은 세계 배낭 여행중이었고 여자 둘은 여행 중에 호주에서 만나 오랫동안 함께 여행 중이라고 했다. 고로 혼자 온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ㅠ_ㅠ
왕따 당하면 안될텐데.. >_< 원래 10시 즈음 차가 픽업 하러 오는 것 같은데 20분 정도 늦었다. 썽태우처럼 양쪽에 길다란 의자에 앉게 되어 있었다. 일단 트래킹 하기 전에 마켓을 들러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이동을 하게 되는데 저녁에 바베큐를 해 먹기로 합의를 해서 일정 금액의 돈을 걷어 고기를 사갔다.
첫 번째 코스는 코끼리를 타고 이동하는 건데 그 곳까지 가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 듯 하다. 코끼리를 타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무서웠다. 뭐 금방 적응되긴 했지만.. 무서웠던건 다른게 아니고 꽤 높은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안전 장치가 없다는것 때문이었다. +_+ 안전띠라도 하나 매달아서 묶을 수 있게 해주던가 하지.. >_<
그리고 TV 어느 프로에서 봤던 장면을 봤다. 코끼리가 말을 잘 안들으려고 하면 꼬챙이 같이 생긴걸로 무심히 찍는데 너무 불쌍했다. 젊었을때는 코끼리 쇼 같은 곳에서 부려지다가 늙으면 이런 트래킹 하는데 이용된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걸음걸이가 한 걸음 한 걸음 무척 힘들어 보였다.
코끼리를 타고 도착한 곳은 높은 외줄에 매달려 있는 네모난 쇠창살이 있는 상자를 타고 강을 건너가는 코스였다. 둘 또는 셋이서 타고 건너게 되는데 속도가 조금 나서 그런지 꽤 시원하고 스릴있었다. 그리고 나서 준비된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고산족이 사는 마을로 가야 되는데 3시간 정도 걸렸다. 처음엔 한 40분 정도 우리나라 동네 산 올라가는 정도 되려나 했는데 이건 왠걸 완전한 착각이었다. 정말 물 넘고 산 넘고 해서야 도착 할 수 있었다. 땀은 비오듯 온 몸을 적셔 산속의 서늘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덥고 끈적거렸다.
그렇게 1시간 30여분을 올랐을까?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차가운 비를 맞으니 그나마 조금 시원해지는 느낌에 좀 더 와도 좋겠다라는 바보같은 생각도 해봤다. 만약 비가 정말 많이 오면 길이 미끄러워져 산행이 몇 배는 어려워질텐데 말이다.
올라가는 도중에 가이드가 따주는 나무 열매(리찌)도 먹고 종종 잠깐 쉬기도 하며 올라간 끝에 드디어 고산족 마을이 나타났다. 그 부근에서 쉬면서 가이드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기 보이는 바나나 숲에 저녁때 여자 귀신이 나오는데 남자를 홀려 어디론가 데려간덴다. 그 곳에서 아주 좋은 집도 구경 시켜주고 맛있는 음식도 대접한다나.. 그런데 그 다음날 해가 뜨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바나나 나무를 부둥켜 안고 있을거라나 뭐라나.. 왠지 우리나라 옛날 귀신 얘기랑 비슷한것 같다.
그 쉬던 곳에서 부터 30여분을 더 가니 우리가 잘 집이 나왔다. 온통 대나무 및 나무로 지어졌는데 의외로 꽤 튼튼해 보였다. 짐을 풀고 좀 쉬다가 샤워를 했는데 헉~!! 물줄기가 장난 아니게 차다. ㅠ_ㅠ 오랜만에 그렇게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물도 지하수인듯 한데 샤워하고 나니 왠지 머릿결도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저녁이 준비되는 종안 우리도 나름대로 바베큐를 준비 했는데 주위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젓가락도 없어 집 근처 나무의 작은 가지를 끊어 만들어야 했다. 석쇠 비슷한 것을 줬는데 그 것도 크기가 너무 작아 고기 네점 정도 올리니 꽉 찼다. 고기 크기가 손의 반절만 했으니 약간 크긴 했지만..
돼지고기인데 두께가 두껍기도 하고 해서 일단 초벌구이 한 다음 잘게 잘라 낸 후 먹을 때 다시 구워 먹는식으로 하기로 했다. 이쯤에서 한가지 마음에 안드는게 있었는데 다름 아니고 서양 애들의 태도였다.
이건 완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봉사를 하는 듯 했다. 설겆이도 하고 고기도 굽고 뭔가 열심히 준비 하는데 자기네들은 뭐 도울게 없는지 한마디 묻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카드 게임을 열심히 하는거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그리 좋을 수 없었다.
가치관의 차이일까? 아니면 개네들이 네가지가 없었던 걸까? 누군가 그런다. 여자가 예뻐서 봐준다고.. 그런데 내가 보기엔 사실 그렇게 이쁘지도 않다. ㅡㅡ+
고기를 구워서 모두 둘러 앉아 먹었는데 서양애들 왈 무지 맛있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구운거 치고는 정말 훌륭하게 되긴했다. 고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고산족들에게도 좀 나눠주고 하니 금새 다 먹어 버렸다.
참.. 그 곳에 있는 어린 애들이 놀러 왔는데 하나 같이 어찌나 이쁘게 생겼던지.. 그런데 왜 좀 큰 애들은 저렇게 상이할까? 크면서 저렇게 많이 변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저녁 식사 하기 전 짬나는 시간에 007 게임을 외국애들 한테 알려줘서 같이 했는데 재미있어 줄을라 한다. 짜식들.. 우리나라에선 이 게임외에도 재미있는 게임 무지 많은데.. ㅎㅎ
산속이라서 그런지 금방 캄캄해졌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서 촛불을 켜주나 보다 했는데..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 나무벽 틈새로 보이는 저 윗집을 보니 환하다. @_@ 사실 고산족과 함께 지내는 이 코스를 기대하면 안된다는거야 알았지만 물건이나 팔으려고 하고 마싸~를 외치는 그네들을 보자니 좀 씁쓸했다. 하긴 그게 그들의 생계 수단일지도 모르니 그리 뭐라 할 순 없을지도..
그 곳에서 맥주도 팔았는데 사 마시기엔 시중에서 파는 가격에 비해 너무 비쌌다. 촛불이 켜 있음에도 너무 캄캄하고 마땅히 놀거리도 없고 그냥 서로 얘기나 좀 하다가 잠을 청해야 했다. 이때 절실하게 느낀거 한가지는 영어 공부 해야겠다는 거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중 영어 잘 하는 한 친구가 있었는데 외국애들과 자연스럽게 웃고 떠들며 영어로 얘기를 하는 걸 보니 어찌나 부럽던지.. 여행 하면서 생존해 나가는데야 영어를 조금만 해도 되니 별 불편함이 없지만 나도 외국애들하고 원할한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이 끝나고 우리나라 들어가면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지~!
내가 트래킹 가기전 며칠전에 트래킹을 이미 다녀왔던 DK 말에 의하면 고산족이 숙소에 놀러와서 노래도 부르면서 같이 놀았다던데 우린 그런게 없어 좀 의아했다. 아마 내 생각에는 우리측 인원이 너무 많아서 그런게 아니었을까 싶다. DK 같은 경우엔 자신 포함해서 다셧명였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이 고산족 트래킹이 고산족은 빠져버린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이 든건 나만이었을까? 하긴 이미 상품화 될대로 되어버린 관광 투어에서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될텐지만.. 정말 고산족과의 경험을 원한다면 오지로 떠나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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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내역
물 2개 : 10밧
바베큐 : 30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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