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일주 배낭 여행 일기] 10. 아쉬운 헤어짐 그리고 동행을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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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일주 배낭 여행 일기] 10. 아쉬운 헤어짐 그리고 동행을 구하다

천몽 1 992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태사랑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누군가 속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치앙마이 부근에 지진이나서 여행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오늘 치앙마이에 가려고 했는데 이게 정말이라면 큰일인데..

일단 정말인지 확인하기 위해 치앙마이에서 묵을 예정인 미소네 한인숙소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건 며칠전 일이고 현지인들도 거의 느끼지 못한 수준였다며 걱정 안해도 된다고 했다. 휴~ 다행이다. 치앙마이까지 가는 버스가 아침 10시에 있는데 그걸 타기로 했다. 친절하게도 게스트 하우스 주인 아저씨가 차로 데려다 주셨다.

어제도 그렇고 여기 TR 게스트 하우스 아저씨는 참 친절한것 같다. 답례로 선물로 가져갔던 한복을 입은 인형 핸드폰줄을 줬더니 환히 웃으신다.

"컵 쿤 캅~!"

10시 버스는 에어컨 버스였는데 약간 저렴한 요금의 버스라서 그런지 아무 자리나 원하는데 앉는 듯 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쁘게 생긴 태국 아가씨 옆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20분 정도가 되서야 출발했다.

치앙마이는 사람이 좀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좀 만났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가이드북을 보고 있는 옆자리의 아가씨가 자꾸 힐끗 힐끗 쳐다보는것 같았다. 옆을 휙 쳐다보다 눈이 딱 마주쳤다.

이 태국 아가씨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그 모습이 귀엽다. 하하.. 6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가야 되는데 말이나 걸어볼까 말까 하다가 1시간이 흘러버렸다. 으~ 이런 소심쟁이 같으니라구. 그러다가 버스가 어느 마을 터미널에 들렸는데 거기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듯 했다.

이때다 싶어 여기가 쉬는 장소냐고 물어보려고 영어 할줄 아냐고 물어보니 모른덴다. >_<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영어가 안된다고 거기서 포기할수 없지. 프린트 해간 생존 태국어 종이를 꺼내들었다.

"빠이 나이 캅? (어디가세요?)"을 시작으로 대호 물꼬를 텄다.

환히 웃어주며 귀에 대고 소곤소곤 대답을 해주는 모습에 마음이 설레었다. 긴 머리칼은 부드러웠고 향긋한 샴푸 냄새는 나를 붕~ 뜨게 했다. 태국어, 영어(그녀는 중학교 정도의 영어는 하는듯 했다.), 바디랭귀지를 적절하게 써가며 즐겁게 대화도 하고 이어폰 한쪽씩 꼽고 음악도 함께 들었다.

기념으로 열쇠고리를 선물로 주었더니 차고 있던 자기 팔찌를 주는게 아닌가. 안그래 되는데.. +_+

"컵쿤 막막~!"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PMP에 들어있던 게임도 같이 했는데 실수했을때 "꺄~" 소리를 내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곤 했다. 으~ 심장 떨려. 배려도 어찌나 해주던지 자기는 괜찮다며 에어컨 바람 나오는 방향을 다 나에게로 향하게 했다.

참, 그녀의 이름은 농렉(Nong Lek). 처음에 들었을때는 Long Neck으로 들어서 목이 긴가 했다. ㅋㅋ 아무튼 그렇게 즐겁게 놀며 가고 있는데 그녀의 행드폰벨이 울렸다. 전화 통화를 하는데 목소리를 듣자니 뭔가 심각한듯 했다.

통화가 길어지고 무슨 일인가 궁금해졌다. 통화를 끝낸 그녀는 우는것 같았다. 대체 무슨 일이지? 이유를 들어보니 버스를 잘못 탔다고 한다. 반대 방향의 버스를 탄것이다. 걱정이 되서 뭔가 도와줄것 없냐고 돈은 있냐고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한다.

걱정하지 말라며 너무 고맙다고 했다. 버스 티켓 걷는 아저씨와 한참을 얘기 하더니 자기는 람빵이라는 곳에서 내려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녀가 원래 가려던 목적지까지 가려면 8시간 정도 걸린덴다. 에휴..

어느새 버스는 람빵 점거장에 서고 그녀가 내렸다. 맘 같아서는 따라 내려 도와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e-mail이나 연락처라도 받았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그녀는 무사히 잘 돌아갔을까? 핸드폰 번호라도 알려달라고 해서 나중에 확인 해보는건데 그때 그 생각을 왜 못했는지.. ㅠ_ㅠ 지금도 그녀가 주고간 팔찌를 보면 그녀의 수좁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치앙마이에는 4시쯤 도착했다. 역시나 나를 반겨주는 뚝뚝 아저씨들... 무시하고 붉게 칠해진 썽태우를 타고 20밧에 숙소 근처까지 갔다. 4가지 색상의 썽태우가 있는데 붉은 색은 시내를 도는것 같고 나머지 하늘색, 흰색, 노란색은 치앙마이 근교 도시로 갈때 이용하는듯 하다.

숙소에 도착하자 들리 반가운 우리나라말. "어서오세요~" 마음 좋게 생기신 주인 아저씨가 반겨주신다. 도미토리 룸(하루에 100밧)에 묵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도미토리 룸은 4층인데 올라가보니 어느 긴 머리의 남자가 책상에 앉아 일기 같은 것을 쓰는 듯 했다. 가볍게 인사만 하고 트레킹에 대해 좀 알아볼겸 1층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저녁에 삼겹살 파티를 하는데 (매주 토요일마다 한다고..) 그런 자리를 만들어 여행자끼리 정보도 교환하고 친목을 도모 하려고 한다고 했다. 잘 되었다 싶어 참가비 100밧을 주고 참여했다. 그 자리에서 많은 분들을 보긴 했는데 친해진건 2명. 그 중에 한명은 아까 도미토리의 긴머리 남자애였다.

이름은 DK, 25살. 으.. 나와 9살이 차이난다. ㅜ_ㅡ 난 그 그나이에 여행도 안하고 뭐했지라는 쓸데 없는 생각은 속으로 삭히고 대화를 하다보니 일정이 나와 비슷해서 동행하기로 했다.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약 한달여동안 동행이 생긴거다. 아싸~! 드디어 동행을 구했군. ㅎㅎ

그리고 알고보니 그 친구가 여행 준비로 내가 태사랑에 올렸던 여행 일정만을 믿고 그 것만 프린트 해서 여행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직접 만날줄 몰랐다며 신기해 했다.

식사를 마치고 무너가 부족했던 우리 세명은 술한잔 더하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그 중에 한분은 마사지를 배우러 오셔서 마사지 강습을 듣는 중이라고 했다. 그 분의 안내로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라이브 바에 가서 술을 한잔했다. 클럽에도 놀러갈까 하다가 일단 오늘은 좀 피곤하니 내일 가기로 하고 술자리는 일찍 접고 숙소에 들어갔다.

그런데.. 숙소에서는 주인 아저씨와 몇몇분이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그 자리에 합석해서 양주 얻어 마시고 이런 저런 정보도 듣고 여행을 오래 하셨던 분으로부터 이런 저런 여행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그렇게 1시 정도까지 유익한 시간을 가지고 내일을 기약하며 파장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무엇보다 오늘의 큰 수확은 여행 동행을 구했다는 것~! 기분이 너무 좋다. 으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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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내역

세탁 : 35밧
아침 : 40밧
레몬주스 : 20밧
치앙마이까지 버스 : 218밧
음료수 2개 : 20밧
숙소까지 썽태우 : 20밧
도미토리 : 100밧
저녁 삼겹살 : 100밧
맥주 : 70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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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꼼팅 2008.02.13 20:22  
  천몽님의 일정표를 그대로 출력해온 동행자와의 조우~ 참 재밌는 인연이네요^^ 역시 세상은 좁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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