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쭈앤짱의 즐거운 타일랜드 고고-♥꼬 피피 】
【 배 안. 1시간 30분 】
" 쭈, 나 냄새나? "
" 아니, 괜찮아...아직까지는....- -"
" 고마워, 사랑해.- -"
피피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나눈 둘이 나눈 대화입니다.
무거운 어깨, 몸에 척척 감기는 겨울옷, 몰아치는 피로, 그리고
작열하는 정오의 태양!!!
저희는 온통 화이트와 번쩍이는 황금장식물로 꾸며진 택시를 타고
아슬하게 선착장에 도착, 바로 11시 배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이미 갑판은 발 디딜 틈도 없고, 이런저런 사고;;들을 겪고 난 뒤라
시원한 선실에서 휴식을 취하려 했었지요.
그.런.데...
이 배 너무 친근하시다아...- -;;
저는 한국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살고 있답니다. 지금은 다리가 생겼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읍에 나오려면 배를 타야했지요.
그런데 피피로 가는 이 배가 딱 저희 동네에서 읍까지 가던 농협 배랑
너무우 닮은 겁니다.
문을 여는 순간 폐 깊숙이 스며드는 꼬리한 냄새, 낡은 의자, 녹슨 선풍기까지.
선실에서 몰래 담배피우는 할배만 있으믄 딱 인데...^^
저희는 틀어 놓으나 마나한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잠에 빠졌습니다.
자다, 깨다, 자다, 깨다...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목도 칼칼하고, 발도 붓고,
한국에서부터의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오는 것 같더라구요.
" 쭈, 나 이 시간을 어떻게 참고 있냐고 좀 물어봐줘. "
" 어떻게 참고 있는데? "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피피로 영화 찍으러 갈 때 나와 똑같은 고통을
맛봤겠지...그 노마도 여기 들어갈 땐 이 만큼 고생 안했겠나,
이런 맘으로다가... "
" 이봐 친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왜 배를 타고 가나, 비행기 타고
들어가지. "
" (버럭)뭐시라~!!...아니 정말?? 정말 비행기 타고 들어갔대?? 이런 예의도
없는 놈!! "
저는 왠지 모를 배신감에 몸을 떨며 고개를 홱 돌렸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
더더더 보기 싫은 현장이 눈에 띄더군요.
제 바로 옆 자리에 한 백인 남, 그리고 마치 초등학생처럼 체구가 작은 현지
언니 한 쌍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남자가 제가 여태까지 본 커플 중에 제일 진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술에 절어 제대로 뜨지도 못하던 눈, 씻지 않아 저희 자리에까지 풍기던 악취.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맥주를 마시던 그는 줄곧 언니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물, 커피, 담배....그리고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가 잠시 갑판으로 나왔을 때, 그 언니가 따라 나온 적이 있어요.
바싹 마른 몸에 피곤에 지친 얼굴, 그 남자에게 보여주던 미소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마른 손으로 담배를 물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던 언니의 그 표정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아요.
여성, 아시아 여성, 가난한 아시아 여성.
현재의 제 처지가 조금 더 나을 뿐, 결국 그 언니와 저는 같은 조건의 여성.
그래서 그 남자가 더 보기 싫었나봐요.
운 좋게 잘 사는 나라에 태어나, 조금 더 화폐가치가 높은 돈으로
제 인격에 비해 넘치는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그 남자가 말입니다.
누군가 제가 예민한 거라고, 그 놈이 있어야 언니가 먹고 살 수 있는 거라
말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싫은 건 싫은 겁니다.
" 쭈, 나는 저 놈이 싫다. "
" 나도 싫다."
그런데 그 놈 짜식. 미운 게 미운 짓만 한다더니... 덩치가 언니 세 배는 되면서
결국 내릴 때 그 많은 짐도 언니가 다 들었어요!! 나쁜 놈. - -+
저희는 줄곧 그 노마를 째려보며, 그리고 종이에 무언가를 돌돌 말아 연신
피우던 선원들을 바라보며(한 개 달라고 해볼까?) 피피와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 아, 꼬 피피! 】
피피였습니다.
드디어 꼬 피피에 다다른 것입니다.
꺄아아~~~!!!♥
피피다~~~!!!♥
왔구먼, 왔어
마치 작은 동화 속 마을처럼 알록달록한 작은 선창이 보였습니다.
아, 여기는 배도 왜 이렇게 예쁠까, 쭈와 전 터질 듯 한 가슴으로 캐리어를
이고지고 사람들에 섞여 육지로 향했습니다.
배를 건너고, 또 배를 건너고, 또 배를 건너고, 또또 배를 건너서...
배에서 한 번에 육지로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육지 곁에 가깝게 붙어있는
배들을 하나 씩 건너서 가더라구요.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남은 관문이 있었으니, 바로 숙소 찾기!!
전 한국에서의 예약 실수가 생각나, 바들바들 떨며 바우처를 확인했습니다.
‘숙소 잘못됐다 카면 쭈가 여기서 내 뼈를 묻을낀데...- -;;’
토끼털 코트를 손에 쥐고 절 바라보던 쭈의 표정은 이미 위험 선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짐 옮겨주는 아저씨가 안 계시길래 그냥 가자 했더니 도끼눈을 뜨더라구요. 흥.
하지만 우리의 숙소였던 피피 호텔의 위치는 정말 좋았습니다.
짐 옮겨주는 리어카 아저씨를 찾으며 '여깄나? 저깄나?' 두리번대다 보니
어느 새 호텔 앞. 선착장에서 5분이나 걸었을까요?
중간에 쭈한테 짐 들어 준다던 훈남 오빠들도 있었는데, 호텔이 조금 더 멀리
있었어도 좋을 뻔 했어요.
근데 짐은 나도 똑같이 들었는데 왜 쭈만.....˙_˙ ?
피피호텔 로비를 지키던 멍군
호텔 앞 계단을 오르며, 정말 레드카펫을 밟는 심정이었다고나 할까요.
두근두근...바우처를 건네주고 키를 받아든 순간!!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방 호수를 보니 더 눈물이 났습니다. 51*.
이 호텔, 엘리베이터 없는데.....5층이네. 흐흑.
하지만 상관없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예약하고 찾아 온 호텔인데요!
저희는 기쁜 맘으로 보따리를 들고 방 앞에 도착, 덜덜 떨며 방문을 열었습니다.
.
.
.
.
감동.
그 순간의 감동을 어찌 말로 표현하리오.
방안에 밝게 부서지던 하얀 햇살, 포근해 보이던 이불,
테라스와 깨끗한 바닥, 깨끗한 의자. 세상에, 거울도 있네?
아마 저희 여행 기간 동안 가장 희열에 찼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땀과 기름(?)에 찌들어 눅눅해진 코트를 집어던지고, 저희는 부둥켜안은 채
감동의 눈물을 흘렸지요.
그 와중에 태사랑에 올 릴 거라고 찍은 호텔 방 사진입니다.
호텔이야기에 올려야 하지만, 아이고. 저희는 이 호텔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가 없어요.ㅜ ㅜ
우리를 쉬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곳은 천상의 휴식처.
개미? 찡쪽? 있음 어떻답니까.
우리는 피피 호텔 사랑합니다. - -♥
하지만 저희는 그것조차 사랑했습니다. 테라스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지인들이
사는 집과 쓰레기 소각장, 구멍가게, 멀리는 해변과 섬의 노천카페들이
모두 보였으니까요.
참,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지척에 서 있던 나무들까지....
쭈가 씻고 있던 동안 저는 테라스에서 그네들의 집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생각했지요.
정말, 정말 오길 잘했다고.
사실 이번 여행으로 다소 무리를 한 지라 마음 한 구석이 쬐~끔 무거웠던 터.
조금의 틈만 나도 마치 한국에 있는 듯,
쑤완나품의 차가운 의자에 누워 있는 듯.
깨진 캐리어를 들고 24번 택시에 타고 있는 듯
뒤죽박죽 얽혀있는 머리엔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까?'하고 바보 같은
생각이 스치곤 했지요.
그러다 한 가정집 창문에 매달려 있던 새장을 봤어요.
나무로 만들어진 예쁜 새 장, 그 안의 작고 하얀 새가 어찌나 이국적이고
멋지던지.
저는 카메라를 가져와 찍을까, 하다가 귀찮은 마음에 그냥 두고 말았습니다.
' 이따가 찍으면 되겠지'
하지만 제가 잠시 고개를 돌린 찰나, 새장은 사라졌습니다.
아마 주인이 한 낮의 볕을 피해 집 안으로 들였나 봐요.
너무 아까워서 오래 도록 후회했습니다.
'아까 찍어둘 걸!'
기쁨이란 그런 건가 봐요.
내 것으로 삼을 수 있을 때, 빨리 두 손으로 꼭 잡아야 하는 것.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오겠지’ 생각 하지만 그건 절대불가 ;;
똑같은 기쁨은 절대 다시 오지 않더라구요.
둘 도 없는 내 친구와 함께 하는 이 시간, 이 기쁨도 오직 이 순간뿐이겠지요.
저는 가방이 부서져도, 어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나도 상관없을 만큼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꿋꿋이 여행을 결행한 나와 내 친구 쭈에게 감사했답니다. ^^
쭈앤짱, 이대로 쭈욱~ 가는거야!!
*
요 며칠 감기에 걸려 헤롱댔더니 일기도 같이 힘이 빠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노는 일기(?)로 거칠게 함 써보겠습니다.
다들 감기 걸리지 마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