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7년만의 여행 3 - 암파와 수상시장과 반딧불이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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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7년만의 여행 3 - 암파와 수상시장과 반딧불이 투어

석진맘 7 1769


사실 이 여행의 목적은 계속 바뀌었다.

나 혼자 가려고 인터넷을 돌아다닐때는

'그래, 오랫만에 자식과 남편 다버리고 나에게만 집중해보는거야. 모르는 사람들과 얘기도 해보고..ㅋㅋ 쪼아쪼아' 였지만

남편과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보는 자식들을 보니 차마 다 버릴수가 없어 첫째를 데리고 가기로 결정했을때는

'그래, 남들처럼 "아이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다녀오는거야. 남들이라고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보기에도 좋잖아~, 좋은 엄마한번 되보는거야.'하며 나를 위로했다.

하긴 지금 내 처지로는 다 버리고 가도 맘이 편할거 같지도 않고..... 하~ 정말 발목이 잡혀버렸다.

암튼 방콕에서의 첫날, 새벽 2시에 도착하고 숙소까지 오고 대충 씻고 정리하고 잠자리에 드니 벌써 5시가 다 되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7시, 일어나야될 시간. 역시 잠이 안온다.

억지로 억지로 잠이 들었다 깨보니 이제 겨우 7시.

다시 잠을 청해보는데 이상한 소리때문에 잠을 잘수가 없다.

이상하다, 에라완에서는 닭소리 안들린다고 했는데, 이건 뭐지?

새소린가? 계속 울리는 소리에 잠이 다 깨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상버스 차장들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 였다는...... 좀 시끄럽다)

아들도 일어나고 아침먹으러 간 시간이 9시 40분.

3박을 하면 하나 준다는 조식 쿠폰을 들고 식사를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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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완 들어오는 입구이자 식당.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항상 웃으시고 친절하다. 근데 저기 서있는 젊은 총각은 영어가 영~ 주문을 두번이나 잘못받아갔다. 주문은 아주머니와 아저씨께~

쿠폰으로 먹을 수 있는 아침은 계란 후라이, 오믈렛 중 택 1, 소시지, 햄, 베이컨 중 택 1, 식빵 하나하고 반쪽, 양배추 샐러드. 주스나 커피. 그냥 먹으면 69밧이란다.

완숙 계란 후라이는 영어로 뭐지? 잠깐 고민하고 메뉴판을 보니 hard란다. 아하~

turn over도 된단다.

계란 후라이 hard와 소시지, 아들은 주스, 나는 커피를 시켰다.

다 우리 아들이 너무나 좋아라 하는 거다. 너무 맛있단다. 매일 먹잖다. 결국 남들은 한번 먹고 안먹을 아침을 우리는 매일 에라완에서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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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 아들.

아침도 먹었고 슬슬 동네구경을 시작했다.

에라완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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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완 앞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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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렇게 좁은 골목으로 차가 들어온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택시뿐아니라 밴도 봉고도 들어온다. 택시 왼쪽은 양장점. 여기서 옷맞추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놀랍다.

람부뜨리 거리. 한인여행사 동대문이 있어 카오산 만큼이나 한국사람들에게는 친숙한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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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마찬가지로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좁은 길이라 복잡하다.

샌들이 없어 샌들도 바가지 왕창 쓰고 사주시고, 예약 확인을 하러 동대문으로 갔다.

암파와 수상시장, 파타야 1박 2일 투어, 칸차나부리 투어 바우처, 푸켓 비행기표를 받았다.

원래 암파와 수상시장은 3시부터 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겨울이라 1시 반에 출발하신단다.

점심먹고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쩝.....

몸이 애둘 낳고 났더니 정말 옛날 몸이 아니다.

7년 전 베트남 갔을때는 밤 12시까지 술퍼마시고 다음날 7시부터 강행군을 했어도 너무나 즐거운 일주일간의 여행이었는데, 이번에는 여행을 시작하는 첫날부터 몸이 파김치다.

슬프다. 젊어서 더 놀걸~

동대문에서 지도 한장 받아들고 다시 동네구경을 간다.

짜끄라퐁 거리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가서 원투콜 카드도 사고 과자도 사고 노점에서 과일도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카오산 거리도 가보고 싶었지만 오전에는 볼거 없다는 소리도 있고, 거리에 널린 개들때문에 우리 아들, 심기 몹시 불편해졌다. 정말 개천지다.

에라완에 돌아와 쉬다 TV를 틀었다.

축구 나온다. 축구를 너무나 좋아라하는 우리 아들, 영어로 나오는대도 그냥 본단다. 신기하다.

난 우리말로 해도 축구 너무 지겨운데, 저걸 보고 싶을까~
맨유라 혹시나 했는데 박지성은 안나온다.

가야될 시간이 되어서 그만 보자고 했더니 또 기분이 나빠졌다.

매일 축구를 보여준다는 조건과 아이스크림으로 겨우 꼬셔서 동대문으로 향했다.

김밥과 그 유명하다는 김치말이 국수를 시키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장난쳤다.

거기까지 좋았는데,그만 렌즈가 나온 상태에서 카메라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렌즈가 휘어져서 들어가지 않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예전에도 그런적이 있어 12만원이나 주고 고친적이 있었는데 또...... 아들, 야단듣고 또 기분나빠졌다.

이래저래 뭔가 안풀리는 날이다.

마분콩쪽으로 가야된다는 동대문 아저씨의 말에 휴~ 한숨만 나고.......

그순간, 옆에 앉아계시던, 어제까지 라오스 여행을 마치고 오셨다는 남자분께서 이리저리 카메라를 만져보시더니 렌즈를 쓱 밀어넣었는데 이게 들어가네~하하하

경황이 없어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왔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그바람에 김치말이 국수 사진은 없다.

1시 30분, 인천에서 왔다는 신혼 부부와 택시를 같이 타고 암파와 수상시장 투어에 나섰다.

우리를 보자 "혹시 석진맘 아니세요?"하며 아는 척을 한다. 아하하하

태사랑에 올린 글을 보셨단다. 조금 얼굴 팔린다. -.-;;

이런데서는 한국사람들끼리 말 잘 안 섞는다는데, 말을 걸어주는게 괜히 반가워 수다를 떨며 시장으로 갔다. 생각보다 멀다.

시장에 도착하니 3시 조금 넘었다. 솔직히 시장보다 반딧불이 투어에 더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6시에 배를 탄다면서 3시간동안이나 시장구경을 하란다. 아이고~

평소같으면 좋아라하고 구경도 다녔을텐데 우리 둘다 몸이 너무 힘들다.

게다가 내가 싫어하는 그 특유의 냄새도 난다. 머리도 아프다.

그래도 구경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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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별로 안나왔지만 길이 좁아서 그런지 사람이 진짜 많다. 거의 끼어서 밀려다닐 수준이었다.

낯선 곳에서의 적응이 빠르지 않은 우리 아들,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장난감 가게에서 헬리콥터도 사주고 과자도 사주고,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3시간이 너무 길다. 아니 오늘 하루가 너무나도 길다. 하~

참, 한 소품가게에서 구경을 하다가 우리 집에 있는 거랑 똑같은 걸 발견했다.

(소품가게에서 찍은 사진이 잘 안나와서 우리집에 있는걸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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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인사동에서 친구가 생일선물로 사준건데 천장에 걸어놓는, (이런걸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소품인데 바람이 불면 돼지꼬리에 붙어있는 깃털이 돌아가면서 넘 귀엽다. 윗쪽에는 돼지 집이 있고 집안에도 돼지가 한마리 들어있다.

그땐 직접 만든거라며 25000원에 샀는데, 여기서는 140밧, 약 4200원이다. T.T

더 사오고 싶었는데..... 넘 아쉽다.

드디어 배타는 시간. 우리가 탈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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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니 시원하기도 하고 세상도 다르게 보인다.

반딧불이가 어찌 보일까 기대했는데 한참 가다가 드디어 배를 천천히 모신다.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것이 꼭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

아들도 나도 피곤함도 잊은채 반딧불이 찾기에 열중한다. 요거요거 재밌나네~

시장 구경 못해 상한 기분이 다 풀린다.

한시간 쯤 배를 타고 엉덩이가 아플쯤 도착한다.

밤이 되니 더 운치있고 멋진 시장이 된다. 지금 구경해야되는데...... 가야된단다.

동대문 사장님~ 배타고 밤에 시장 구경 하는 걸로 바꾸시면 안될까~요?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자던 아들은 돌아오는 동안 잠이 깨서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TV를 켜고 축구를 본다. (축구보러 왔나고!!!)

그러더니 하는말, "왜 엄마가 좋아하는건 내가 싫고, 내가 좋아하는 건 엄마가 싫지? 참 이상하다. 그치?"

여덟살도 하나의 인격체로 보인다.

정말 긴 하루가 지나간다.

(남들은 다들 즐거운 여행기를 올리는데 이렇게 힘빠지는 여행기를 올리다닛! 읽는 분들도 힘빠지실까 걱정. 며칠 뒤엔 좋아집니다 ^.^)

7 Comments
리진 2008.02.05 11:05  
  아...진짜 오랫만에 올리셨어요. ^^ 챙겨야 할 식구있고, 몸까지 안좋은 여행은 진짜 아숩죠. 그래도 일기는 너무 재밌습니다. 또 올려주셔요~
시골길 2008.02.05 11:54  
  오..똘똘한 아드님~!! 이제 태사랑 횐님들이 거의 다 알아 보실 듯하네요..ㅎㅎ[[으힛]]
용감한아줌마 2008.02.05 13:20  
  아들과의 오붓한 여행기 기대됩니다.  아이와 함께 하다보면 신경쓸일이 많지만 기쁨 두배, 보람은 열배???  님의 여행기를 보고 있으려니 지름신이 강림하시어 자꾸만 항공권예매 사이트를 들락거리게 하네요 ㅋㅋ[[원츄]][[원츄]]
꼼팅 2008.02.05 13:20  
  암퍼와 너무 좋죠?^^ 아드님이 석진인가요? 귀여워서 같이 다니면 뿌듯하셨을 듯!
곰돌이 2008.02.05 18:53  
  아들과의 투닥투닥 여행 재미있습니다^^*
힘드시더라도, 명절 잘 보내시고, 또 올려 주세요[[윙크]]

아드님의 말을 들으니, 딸이 한 말이 생각나는군요
" 아빠. 엄마만 좋아하는 것 하고... 힝~~.  나 좋아하는 것도 해야지~~"[[으에]]
mloveb 2008.02.05 20:41  
  ㅋㅋㅋ...아이들 한마디에 깜짝깜짝 놀라죠 부모님들이.... 전 애가 없지만 조카를 보고 놀란적이 많아서 ㅎㅎ 그나저나 "슬프다. 젊어서 더 놀걸~ " 이말 참 가슴에 와 닳네요...그래서 전 열심히 좀 더 놀기로 작정했슴다 ㅎㅎ
쭈너마미 2008.02.29 17:02  
  정말 부러워요~ 전 언제쯤 우리 아들내미랑 여행을 할수 있을까요? 이제 10개월인뎅.. 신랑한테 한서랑 둘이 여행갈거라구 엄포를 놓긴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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