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쭈앤짱의 즐거운 타일랜드 고고-♥출발 】
날이 밝았습니다.
대망의 그 날이.
꺄오오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날 두고 가면 발병 난다던 그분의 협박도,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이란 말에
절대반대를 외치시던 엄마의 방해공작도 사뿐히 뒤로 한 채, 저는 약속장소인
홍대입구로 향했습니다.
왜? 바로 공항철도를 이용해 보기 위해서지요.
쭈와 저는 여행계획 처음부터 공항철도를 이용해 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새우젓 간한 뜨끈한 콩나물 국밥을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저희는 홍대 거리를
뒤로 한 채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저...공항철도 노선이랑, 금액도 상세히 올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하지만....죄송합니다! 졸았습니다! ㅜ ㅜ
오후 근무 하고 새벽 차 타고 올라왔더니 정신이가 한 개도 없었어요. 흑흑...
제가 기억하는 건 쾌적하다, 사람이 별로 없다, 공항과 바로 연결되어 편하다는 것 뿐.
여러분~ 공항철도 좋습니다아~!;;
【 옮으면 안돼요 】
공항철도에서 내리자 인천공항 2층(아마도)과 바로 연결이 되어 정말 편했습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란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고, 보딩을 하기 위해 타이
항공 부스를 찾았습니다.
저희의 계획은 수속을 마친 뒤 환전을 하고, 간단한 식사를 ‘다시’한 후
면세점에서 쇼핑을 한다-였습니다. 넉넉히 남은 시간. 문제 될 건 없었지요.
하지만, 공항에선 늘 급히 탑승한다-가 정석인 걸까요?
장장 3시간을 단 한 번도 앉지 못하고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뭐랄까...
마치 인천공항이 살아 있는 것 처럼 느껴 졌달까......- -
인천공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다들 무언가에 홀려 있는 느낌 이었달까....
아니, 결국 우리의 정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탑승 전에 저희가 한 일은 단 네 가지.
타이 항공 부스 찾기, 환전하기, 렌즈 액 사기, 밥 먹기 였습니다.
특히 앞의 세 가지를 진행할 때 사람들이 많았느냐! 절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길눈 좋기가 한 마리 매와 같은 쭈 조차 정신을 놓아버린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10 미터 앞에 있던 부스를 찾지 못해 공항 끝에서 끝까지 반복하여 걷기 시작하여,
한 직원의 잘못된 대답을 믿고 다섯 걸음 앞에 있던 환전소를 둔 채 다시 공항
끝에서 끝까지 반복 순회하기 시작합니다.
지쳐서 슬슬 침묵이 흐를 무렵 쭈는 렌즈 액을 사야겠다고 말합니다.
또 걸었습니다. 걷고 걷고 또 걷고...슈퍼가 없더군요.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방금 전까지 저희가 약국을 두 번이나 지나쳤다는 사실을.
어쩌면 세 번.
가끔 저희는 ‘오늘 나 쭈 옮았나 봐’ ‘짱 옮았나, 오늘 내가 왜 이러지’ 합니다.
아마 그 날은 둘 다 된통 옮은 날이었나 봅니다.
참, 밥은 무사히 먹었습니다. 거금 만 원짜리 비빔냉면.
정신 차리자~ 외치며 화끈하게 매운 맛으로 먹었어요. 호호^^
【 나는 오늘 숙자예요
♥】
타이 항공에 몸을 실었습니다.
두근두근.
패스를 받을 때부터 저희는 그 묘한 보랏빛 마크를 보며 좋아했더랬지요.
정말 예뻤습니다.
베개도 보라, 담요도 보라. 의자도 보라.
이 쯤 되면 저희의 흥분지수는 이성의 힘으로 조절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 익스큐즈 미~!!! ”
“ 예스~(^^) ”
“ 비아씽 플리즈~(^^) ”
하, 얼마나 꿈에 그리던 순간이던가요.
태사랑에서 마주칠 때마다 맘에 그리던 꿈, 그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성으로 통제가 안 되서 맥주를 시킨 건데, 차가운 캔 맥주와 작은 플라스틱
컵을 손에 쥐자 이성은...이성은...그냥 어디 갔나 봅니다.
“ 쭈, 오늘 아몬드 간식준거 아무래도 우리 맥주 마시라고 준비 했는갑다~
고마워라, 타이항공.”
“ 맞다, 맞다. 어머, 근데 어쩌지? 난 벌써 다 마셔버렸네~^^ ”
“ 어마, 쭈 오늘 잘 마시네~^^. ”
두 번째는 다양한 맥주를 맛보라는 타이항공의 배려인지 하이네켄~
과감한 연속 두 장 자랑 샷 - -v
다른 분 일기를 보면 맥주를 자주 달라고 하면 직원 분들이 자제를 시키기도
한다는데, 어찌 된 건지 저희는 달라는 대로 다 주셨어요.
결국 기내식 먹을 때도 저희는 그 유명한 치킨/돼지고기 덮밥과 함께 유유히 맥주
를 즐겼습니다.
참, 쭈와 전 타이항공의 그릇들을 좋아하는데, 특히 그 작은 커피 잔이 귀여워 물
도, 맥주도, 커피도 모두 한 개의 컵으로 해결을....
슬슬 졸음이 올 때 즈음, 우리는 경유지인 타이페이에 도착합니다.
혹시 경유지를 싫어하시나요?
전 한 번에 두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아마 저희가 섰던 곳은 신공항이 아니었나 보지요, 무척 낡은 카펫에 면세점 분위
기도 흡사 상가 분위기가 나는 편안한(?) 곳 이었습니다.
그리고...여지없이 비가 내리고 있더라구요.
이 곳은 늘 비가 내리고 있는 것 같다고 쭈도 한 마디 합니다.
고작 40여 분의 휴식, 우리는 다시 비행기로 향합니다.
저는 쭈에게 창가 자리 양보를 부탁해서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뒤늦게 창가 자리를 부탁한 것은 바로 쑤완나품 공항을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밤의 쑤완나품, 제게 생각지도 않은 사랑을 품게 한 나라 <태국>의 첫 얼굴 말입니다.
저의 첫 해외여행지는 태국이었고, 대부분 그러하듯 저도 늘 열병에 걸린 것처럼
태국을 그리워합니다. 보고 또 봐도 다시 그리워지는 나라, 태국.
약 2시간 여의 비행 끝에 우리는 도착했습니다.
하늘을 향해 손흔드는 불빛들로 불야성을 이루는 곳,
수천의 여행자들로 늘 깨어있는 그 곳, 방콕의 쑤완나품에 말입니다.
쭈와 저는 마치 천 번이나 태국에 여행을 왔던 사람처럼 편안하게 입국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사온 전화카드로 ‘독일’에 전화를 걸려던 쭈의 계획과 달리, 이 노무
전화카드가 당췌 해외로는 연락이 안 되는 것입니다.
(독일에는 쭈의 이번 여행을 물적, 정신적으로 적극 지지해준 그녀의
피앙세 ‘마’군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동로밍 된다던 제 핸드폰은 제 기능을 상실하고...
나 급한 일 땜시 로밍신청 한 것이어요. KT* 이 사람들아~- -;
결국 우리는 둘 다 집에만 안부전화를 남긴 채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섰습니다.
노숙할 준비를....^^
낼 아침 푸켓행 첫 비행기를 타려면 아침 일찍 공항에 나와야 하는데, 저희는
숙박비를 아낄 겸 노숙을 택한 것입니다.
이런 말 하긴 참 민망하지만 저희는 노숙을 참 잘합니다.
학창시절 IMF가 터지고 집안 환경이 급격히 안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 등록금도
구하기 어렵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방대를 다닌 저희는 당연히 자취방 구하기도 여의치 않았죠.
그래서. 택한 것이 바로! 학생회관 여학생 휴게실 점령이었습니다.
아아, 그때 맨 날 침대 차지하고 안 비켜줬던 저희 때문에 고생하신 여학우
여러분, 죄송합니다. 덕분에 학교 잘 졸업하고 열심히 살고 있어요...- ㅜ
너무 춥고, 배고프고, 힘들어서 속을 앓던 그때. 그 시간을 함께 이겨나갔던
쭈와 함께 이 곳에 왔어요.
우리는 바로 옛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목 좋은 의자를 찾아 바리게이트를 친 뒤,
인적 드문 화장실을 점찍어 이빨 닦고, 얼굴에 물 뭍히고, 추우니까 발은 생략,
그리고 쿨쿨 잔다....^^
전 한국에서 입고 간 코트를 푹 뒤집어쓰고 누워, 맞은 편 의자에 앉아 있는 쭈를
바라보았습니다.
“ 쭈, 안자? ”
“ 응, 잠이 안 와. 책 보려구. ”
“ 너는 치사하게 네 책만 가져 오냐, 내 것도 가져와야지. ”
“ ....... ” (신경 안쓰고 책 본다)
“ ...쭈, 사랑해. ”
“ 나도 사랑해.^^ ”
방콕의 첫날 밤.
우리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습니다.
공기는 차갑고, 낯선 이들은 쉼 없이 곁을 맴돌았지만 무섭지 않았습니다.
오래 전 학창시절, 우리가 함께 했던 그 많은 밤들처럼 말입니다.
밤에 책 보시는 쭈님 도촬.
미안하다, 친구야.
그래도 브룩 쉴즈 아이가, 브룩 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