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태국 삽질 여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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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태국 삽질 여행 (1)

보노노 13 1955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잃어버리고, 여권분실 하나만으로 참으로 여러 문제들이 일어났습니다. 당시에는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였지만 지금 찬찬히 생각해보니 다시 없을 경험이기도 여행기에 올려봅니다. 개인적인 블로그의 글을 옮긴터라 경어체가 생략되었음을 이해 부탁드립니다.

카메라 가방과 여권을 잃어비린지 3주가 다 되어 갑니다만 아직도 여권분실도 인한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국비자 분실시 폴리스 리포트와 출입국 기록이 필요하게 되고, 재인터뷰까지 여러가지로 귀찮아지므로 진짜 조심하셔야 할듯 합니다.

짧지만 제겐 결코 짧지 않은 1박2일간의 시간을 보시고 여러분들께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빌어봅니다.

여행자 여러분 모두 여권조심, 분실물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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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연말이 지나고 오래동안 벼르고 벼뤘던 빠이여행을 결정했다. 두번째 태국이긴 하지만 못가봤던 빠이를 가고 북부지역에서 느긋하게 쉬다올걸 생각하니 마음도 꽤나 설랬다. 며칠동안 인터넷으로 빠이의 숙소나 주변정보를 탐색하며 기분을 내어본다.

1월 4일 밤비행기로 김해 출발, 12일 오전에 돌아오는 스케쥴로 발권을 한다. 날짜로는 9일간의 여정. 연차를 주말에 붙여쓰기 힘든 직장인으로서는 9일이면 꽤나 괜찮은 여정이다. 이왕이면 토요일까지 태국에서 보내고 일요일에 딱 맞춰서 돌아오는 열흘의 일정을 만들고 싶지만 15일 월요일 아침부터 중국출장인지라, 혹시라도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결항되어 출장을 빵꾸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12일 리턴으로 발권한다. 간사한게 사람 마음이라고 겨우 하루를 덜 쉬게 되는데 살짝 아쉽다. 토요일에 짜뚜작 시장에서 친구들 기념품이나 사오면 좋을텐데... 그래도 첫번째 일요일에는 치앙마이에 있을테니 선데이 마켓에서 이것저것 장만해서 게스트하우스에 맡겨두자고 계획해본다.

성수기라 뱅기값이 비싸 고민이었다.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4.3만 마일 정도가 남아서 성수기 1.5배가 필요한 마일리지를 맞출 수없다 생각했는데, 스타얼라이언스-타이항공으로 성수기 마일리지 할증없이 이용이 가능했다. 서울-방콕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는데 혹시나 싶어서 김해-방콕 구간을 알아보니 성수기 할증없이 4만마일에 왕복을 끊고는 땡잡은 기분이다. 몇천 마일이 모자라 치앙마이 국내선까지 끊지는 못했지만 최고 성수기에 세금 9만5천원에 태국왕복이면 거저라며 즐거워한다. 지난번에도 마일리지, 이번에도 마일리지, 마일리지 덕을 많이본다.

방콕-치앙마이 구간은 에어아시아 왕복으로 예약.발권. 지난번에 공항에서 오래 기다리느라 힘들었던 관계로 토요일 오후 비행기로 예약, 방콕에서 밀린잠을 자고 출발하기로 한다. 이때만해도 앞으로 다가올 지옥같은 시간은 감지하지 못하고 그저 들떠 있을뿐이었다.

※ 태국내 여정

1월 4일(금) 오후 8:30 Thai 항공편으로 김해출발
1월 4일(금) 오후 11:30 수완나폼 도착, 입국, 게스트하우스 check-in
1월 5일(토) 오전 10:00 10시쯤 기상하여 카오산 배회와 길고리 음식 탐닉후 치앙마이로 출발 (오후 3:20 치앙마이행)
1월 5일(토) 오후 6:00 치앙마이 도착 Gap's guest house check-in, 그린커리로 배불리고 마사지 -_-V
1월 5일(일) 오전 9:00 빠이행 차표 예매후 선데이마켓 구경, 마사지..

빠이에서 놀고 먹기
빠이에서 놀고 먹기
빠이에서 놀고 먹기
빠이에서 놀고 먹기
빠이에서 놀고 먹기

치앙마이 -> 방콕 -> 김해 (쓰다보니 또 괴로워져서 세부 일정은 중략, 놀고먹기에 한 맺힌넘 같구나.)

출발하기 3일전에 워크샵이 잡히고 목, 금요일 부산에서 워크샾후 바로 김해공항에서 출국하기로 하고 짐을 싼다. 원체 짐을 많이 가져다니길 싫어하는지라 조그만 가방에 일때문에 "언제나 함께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주는 laptop" 까지 챙기니 배낭이 터질듯이 차버린다. 이때 차라리 배낭을 큰걸로 바꿨다면 그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밤 12시까지 이어진 나름 빡센 워크샵을 끝내주시고 금요일 오후 김해공항으로 이동한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메일몇개 보내려고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는다. 아메리카노 그란데로 하나 시키고 자리를 잡으니 포천쿠기를 서비스로 하나 준다. "나의 태국 여정을 어떨까"라는 생각에 얼른 깨어보니 "당신이 원하는 만큼의 풍요로운 삶은 그렇게 멀리 있는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풍요로운이 굵은 글자로 표시까지 되어 있구나. 허허....놀러가는 나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해 주는구나 하고 기뻐한다. 새 국제선 청사를 오픈한지가 얼마되지 않아 무선인터넷이 아직 서비스되지 않는 관계로 메일을 보내지 못했지만 밀린 일에 대한 두려움은 포천쿠기에서 나온 행복한 운세 하나로 바로 날아가 버린다.

태사랑에서 택시쉐어를 하기로 한 시원**님과 만나 서로의 여정이랑 이것저것 얘기잠깐 나누다보니 어느덧 보딩시간. 뱅기타고 태국으로 고고싱~이다.

연착으로 새벽 한시에 공항에 도착한다. 지난 오월에 왔던 태국의 그 후끈함에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그렇게 싫었던 후끈한 공기와 매캐한 매연냄새가 이순간은 왜케 그리운지.....아마도 태국에 왔다는걸 실감하고 싶었던거겠지. 순간 북부의 빠이는 추울텐데 옷가지를 너무 얇게만 가지고 왔나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든다. 이미그레이션의 긴 줄을 통과하고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출발한다.

택시를 타고 기사에서 카오산/방람푸를 말하니 400밧을 달랜다. 어림없는소리. 새벽에 톨비도 안낼텐데... 그러려면 왜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겠냐? 얼마를 원하느냐는 말에 250밧을 불러본다. 미안하다면서 다른 택시를 타랜다. 문을열고 내릴까 생각하다가 300밧에 타고가기로 결정. 카오산으로 향한다. 태국왔다는 즐거움에 택시기사 아저씨랑 이것저것 얘기를 한다. 어디서 왔냐길래 맞춰보랬더니 싱가폴? 말레이시아? 줄줄이 나오는데 까올리는 안나온다. 역시 난 어디가나 한국사람 취급을 못받는다. 영어로 얘기해서 그나마 현지인으로 오인 안받은게 다행이다. 오후에 치앙마이행 뱅기타러 공항으로 다시 올거라고 명함하나 달래니 파타야정도 갈거 아니면 주고 싶지 않단다. 순간 300밧으로 이 택시 탄거면 좋은 요금이란 생각들더라.

함께 동행하신 그분이 에라완에 예약을 하셨다길레 에라완 근처에 택시를 세우고 뎁따 드리려했건만 이거이 당췌 정확한 골목이 기억이 안난다. 원래 길눈이 밝은편이 아니지만 DDM과 에라완은 수없이 오갔기에...결국 골목을 지나쳤단걸 기억하고 택시를 세우고 일행과 함께 하차한다.

그런데..아뿔사...

손에 들고 있는게 내 카메라 가방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카메라 가방에 든것들이 슬라이드로 머리속에 지나간다. 카메라, 표준렌즈, 항공권, 선물용 향수에 여권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순간 머리속에 아득해지면서 정신없이 떠나는 택시를 향해 내달린다.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 케이스까지 던져가며 택시를 쫓다가 다른 택시를 잡아타고 쫓아간다. 영어도 안통하는 택시기사에게 빨리 앞의 택시를 쫓아서 빨리 달리기를 종용하며 택시 창문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살핀다. 중간에 비슷해보이는 운전기사가 탄 택시를 두어대 세웠지만 내가 탔던 택시는 아니고 그뒤로 허무하게 달리다가 사거리인지 오거리에서 결국 포기하고 만다.

택시문을 열고 내려서 망연자실하게 서있으니 갑자기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 그냥 고함이 터져 나온다.-_-;; 영어, 한국어를 섞어서 고함을 치면서 허공에다가 주먹질도 하고 발길질도 한다.-_- 노래방에서 노래한곡 불러도 목이 따가운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지금 생각해보니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었다. 그렇게 몇분간 혼자서 고래고래 고함를 치고 있으니 경찰 몇 명이 모여들더라. -_-;;;; 택시기사가 측은한 눈길로 쳐다본다.

경찰들이 일단 경찰서로 가잰다. 순간 떠오른게 택시기사가 돌아올지도 모르니 택시를 탔던 그자리로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택시를 탔던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고 아무리 말해도 말이 안통한다.-_- 결국 두번째 잡아탄 택시시가와 함께 경찰서로 끌려간다. 사고 경위서를 쓰라고 하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이제 머리속이 좀 정리되기 시작한다. 잃어버린 건 탐락가방. 속에든건 D50, 28-85, 18-55렌즈. 표준렌즈는 뭐하자고 두개나 담아왔을까? 300불, 항공권, 여권, 그분 선물용 No5향수다. 그리고 내 명함 한뭉치와 각종 영수증등...무언가 더 든게 있겠지만 그때 생각났던건 그 정도....

여권이 떠오르니 갑자기 다음주에 잡혀있는 베이징 출장이 떠오른다. 이미 항공권/호텔 예약이 끝났고 빠질 수 없는 출장이다. 이 출장 때문에 연차를 길게 쓸 수 없어 미국여행에서 태국여행으로 바꾼거다. 사실 미국행 항공권은 최고 성수기로 인해 표가 삐싸고 구할수가 없었던게 가장 컸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출장에 빠질수가 없어서 태국행을 결정한거였는데.... 머리속이 아득하다. 이제 카메라와 돈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여권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시간은 이미 토요일이고 한국에 돌아가서 여권을 다시 신청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계산해본다. 신여권 발급이후 여권신청에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신문기사도 떠오르고 급행으로 1박2일면 중국비자를 받을 수 있으니 이번주 목요일까지는 새로 신청할 여권을 받아야 중국비자 신청/확보가 가능다는 계산도 나오더라. 목요일까지 새 여권을 신청해서 받을 수 없다면 다음주의 중국출장은 빵구나는거다.

순간 이 소식을 들으면 화낼 우리 보스 얼굴이 눈에 떠오른다. 이제 잃어버린 물건보다는 출장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채운다. 이러다 회사 짤리려나??? 가슴은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경찰관에게 가방좀 봐달라고 하구선 길가로 나온다. 편의점에서 계산도 안한 콜라한통 그자리에서 다 마셔버린다. 지금 생각해보면 계산하고 먹으라는거 같은데 귀에 들어올리 만무하고 생수한통 더사서 경찰서로 돌아온다. 그나마 지갑은 호주머니에 있고 노트북 가방은 나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울뿐......

영어가 되는 경찰관이와서 사고경위서를 다시 작성한다. 이제 말도 좀 통하고 머리속이 정리된다. 가방을 택시에 두고 내린곳으로 돌아가겠다고 여러번 말하니 경찰관이 안됐다는듯이 100%가 아니라 1000% 안돌아온다고 얘기한다. 순간 한국이라도 마찬가질거라는 생각에 수긍하고... 카메라 가방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냐고 경찰에게 물어본다. 택시번호를 모르니 카메라 가방은 찾기 힘들거고 여권은 재수좋음 찾을 수 있다고 사무적으로 대답한다. 여권이라도 돌아와준다면 출장은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희망이 생긴다.

경찰에게 여권만 찾아주면 오백불 주겠다는 말을 한다. 정말이냐고 묻는 모습에서 조금전까지 권위적이고 사무적인 경찰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자신에 찬 표정으로 응~!이라고 대답하며 내 명함을 건넨다. 정말이냐고 계속 되묻는 말에 카메라나 다른건 상관없으니 여권만! 이번주까지 돌려받을 수 있으면 USD 500이든 밧이든 원하는대로 주겠다고 대답해준다. 꼭 찾아준댄다~ 그때부터 이곳저것 전화 걸더니 공항으로 가잰다-_- CCTV에 내 정보가 남아있을테니 확인하러 가보자더라.

돈의 위력은 컸다.

밖으로 나오니 날 태우고 경찰서로 함께온 택시 아저씨 아직까지 기둘리고 있다. 꽤나 오래 기다렸을텐데 짜증나는 표정 하나 없이 이것저것 물어본다. 태국말이라 하나도 이해가 안된다.-_-;;; 옆의 경찰관과 한참이나 얘기를 나눈다. 안됐다는 표정으로 차에 타려고 한다. 요금이 얼마인지 하고 미터기를 보니 꺼져있다. 머리속으로 얼마나 줘야할까하고 계산하며 지갑을 꺼내니 손사래를 친다. 가방이랑 이것저것 잃어버렸는데 돈은 필요없다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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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나니 그때의 기분이 떠올라 숨이 막힙니다. 아직까지 tourist police, 공항, 대사관, 여행사, 타이항공, 대한항공에서의 어거지, 새벽의 사진관, 수완나폼 공항 이민국, 기내, 새여권신청과 중국비자 신청까지의 긴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___-

다시한번 여권 조심하세요~!!! ㅋ

13 Comments
필리핀 2008.01.25 16:24  
  분실하신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박진감이 넘치네요...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요...[[고양땀]]
longwood 2008.01.25 17:06  
  지난일이긴 해도 아찔함이 절절이 묻어 나오는군요...
여행의 들뜸과 낯선곳에서의 당황함으로 실수는 뒤따르기 마련이지요.
우선 쓸 잔돈은 뒷주머니에 따로 넣고,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아야 한다는것을 몇번의 여행이 절로 알게하더군요.
어쨌던 무지 애 쓰셨네요!
Xeno 2008.01.25 17:40  
  에구... 정말 많이 열받고 미치고 힘드셨겠네요.
저도 담달 10일에 태국 가는데.. 손에 뭘 들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네요.
근데.. 택시에서 내릴때 들고 내리신 물건이 카메라 가방이 아니고 무엇이었나요? 궁금하네요.
카메라 가방.. 그래도 꽤 큰 물건인데..
다이안 2008.01.25 18:08  
  힘드신맘은 아는데...아..근데 뒷이야기가 넘 궁금하네요.....
요술왕자 2008.01.25 18:22  
  [[고양눈물]].
wanna 2008.01.25 19:45  
  정말 아찔하셨겠네요~!! 보는제가 다 손을 꽉 쥐고 봤네요~! 그래도 지금 잘 돌아와 계신것 같으니 다행이네요~!!
이리듐 2008.01.25 20:24  
  명함이라도 받아 두셨음... 하는 아쉬움이...[[그렁그렁]]
리진 2008.01.25 20:59  
  ㅜ ㅜ
wudtm82 2008.01.25 23:36  
  에거거 카메라..년말에 저를 보는 듯 하네요 저는 아직 진행중이랍니다 ㅠ
뿌리~ 2008.01.28 11:13  
  다음편 너무 궁굼해서 어서 올려주세요
우성군 2008.01.28 20:47  
  헉 카메라에 여권까지 ..

보는 제가 아득해지는군요;;
연꽃낭자 2008.02.01 23:48  
  헉.......제가 막 떨려요 ㅠ_ㅠ
정말 환장지경이셨을듯.....
하얀눈공쥬 2008.02.03 11:56  
  헉 !!!! 첫날부터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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