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배낭여행5- 칸짜나부리 강변의 새벽을 온몸으로 느끼다
태국배낭여행5- 칸짜나부리 강변의 새벽을 온몸으로 느끼다
*** 이 배낭여행기에 대한 "태국배낭여행계획서" 를 "지역/일반정보" 란에 2540번 글로 올렸으며
또한 "태국어여행회화" 를 "여행준비물" 란에 475번 글로 올렸습니다.
2월2일(월) 칸짜나부리 - 나컨빠톰 - 방콕 - 야간버스 999- 푸켓
새벽에 일어나 강가의 물위에 계류시켜 놓은 뗏목 위에 놓인 의자에 앉았으니 점차 어둠이 걷히고 동녘 하늘이 밝아온다.
강속 수초며 수련이 기지개를 켜고 물고기들이 솟아 오르며, 오리가 헤엄치는 위로 새들이 무리지어 하늘을 나는데....
멀리 나룻배를 타고 고기잡는 어부하며...
모두가 한폭의 그림이다.
시간이 이대로 정지했으면 싶으다.
살며시 눈을 감고 새벽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 본다.
식당에서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운후
빼빼마르고 새까만 얼굴의 운전수가 비지땀을 흘리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데 뒤에서 편히 앉아 있자니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가 타 주어야 이들이 먹고살 것이 아니겠는가? 오르막에서 내려서 뒤를 밀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른다.
이 사람이 고맙게 생각할른지.... 아니면 자기가 늙어서 손님 하나 태울 수도 없으니.. 자기 신세를 한탄하고 서글퍼 할른지 요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는길에 중국인 거리와 묘지까지 있는걸 보면 태국전체에서 화교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겠다.
기다리겠다기에 그러라 하고 여름철 갈대로 지은듯한 터널에 들어서니 각종 사진이 진열되어 있는데 한바퀴를 둘러 나온다.
어렵쇼? 이게 다란 말인가? 아무리 스님들이 혼자 힘으로 줏어 모았다지만 빈약하다는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다시 쌈러를 타고 연합군 공동묘지에 들러니 부산의 UN묘지와도 흡사한 광경이 펼쳐진다. 참배객으로는 온통 유럽인 천지인데 묘지명을 읽으니 모두가 20살에서 27-8세라 집사람이 눈시울을 붉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꽃다운 나이에 한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이역만리 낯선 타향에 와서 한줌 이슬로 사라지다니...
새삼 전쟁의 참혹함에 숙연한 마음이 들어 머리가 숙여진다.
아시아인의 해방을 위해 대동아전쟁을 일으켰다는 일본제국주의자의 선전은 궤변으로 치더라도 이들 서양의 여러 나라는 죄가 없다는 말인가.
아무 이유 없이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의 평화로운 나라를 온갖 잔꾀를 부려 침략하여 식민지로 만든 영국, 프랑스, 미국, 네델란드,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칼, 스페인.... 제국주의자들 !!!!
그리고 이들로부터 이 땅을 뺏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일본.... 왜 우리나라가 전쟁을 일으켜 이 땅을 몽땅 차지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 이라서?” 국력이 부족하여? 꿈과 야망이 없어서?
숙소에 돌아와 요금을 계산하는데 100바트가 아니고 200바트란다. 분명히 왕복에 100바트를 흥정하지 않았냐 했더니 그건 한사람 요금 이란다.
이런!! 바가지를 쓴 것 같기도 하고, 운전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택시나 뚝뚝이 같은 자동차와는 달리 쌈러는 두사람이 타면 훨씬 힘드는건 사실이다.
또 중간에 연합군 묘지를 추가로 들렀고... 자기 다리를 만지며 무척 고생하여 죽을 지경이라는 말이 단순 엄살 같지도 않고 하여...
요금은 분명히 들은대로 100바트다, 그리고 이건 팁이다! 다른 여행자에게는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주라고 이르고는 200바트를 지불하였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 짐을 꾸려 다른 쌈러를 탔는데, 우리부부 두사람에 가방이 두 개나 추가로 실리고 할아버지라 연세도 많은데.....
태국인으로는 드물게도 특이하게 건장한 체구를 가진 탓인지 별로 힘들이지 않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마침 방콕으로 막 출발하려는 버스가 있어 타란다. 내가 사무실에서 표를 끊으려니 그냥 타도 된다기에 방콕간다는 버스에 중간에 “나컨빠톰”에 내린다고 확인하니 아니란다.
이곳에서 방콕으로 가는 버스면 지도상으로 볼 때, 당연히 중간의 나컨빠톰을 거치게 된다고 믿어 할아버지에게 방콕 간다고 한게 잘못이다.
매사가 내 편리한대로 지레짐작 하면 안되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할아버지가 황급히 가방을 다시 싣고는 다른 곳으로 뛰더니 운전수에게 재삼 확인한 후 짐까지 실어준다.
우리 같으면 버스터미널에 실어다 주면 돈받아 돌아가면 그 뿐이다. 손님이 버스에 제대로 타는 것 까지는 확인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이토록 세심한 마음을 쓰는데다 내내 환히 웃는 얼굴을 하니 어찌 고마웁지 않겠는가?
50바트에 흥정했건만 100바트를 주니 “컵 쿤 캅”이라며 너무나도 고마워하며 악수를 청하며 잘가란다!!
나도 마음이 참 기쁘네요. 할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버스 안에서 소년에게 나컨빠톰에 도착하면 가르쳐 달랬더니 ( 타틈 나컨빠톰 추어이 복하이 폼너이 캅 ) 자기 내릴 때 같이 내리면 된단다. 적이 안심이된다.
이윽고 소년을 따라 내리니 차장이 앉아 있으라며 제지를 한다. 순간 곤혹스러움... 하여 다음 정류소에 내리니 이곳도 터미널은 아니고 그냥 대로변이다.
조금전의 정류소는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고, 관광객은 다음정류소에 내려야 프라빠텀쩨디에 가기 쉽기에 차장이 미리 짐작했던 모양이다. 고맙다!!!!
우선 지치기도하여 길가 의자에 앉았는데 막막하기만 하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프라빠텀쩨디”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 프라빠텀쩨디 유 티나이 캅? ) 바로 이곳이라며 등너머를 가리킨다. 세상에!!
그러니까 덕수궁돌담 도로변에 앉아 덕수궁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본 셈이다. 차장은 관광객이 찾을곳은 당연히 이 사원일 터이니 여기 내려준 것이고.....
집사람은 더위에 지쳤는지 꼼짝하기가 싫다기에 혼자서 계단을 오르니 생각보다 넓은 절이다.
원을 그리고 앉았는데 사방으로 돌아가면서 부처가 앉아 있고, 사람들이 시주하느라 한창이다.
그중에는 한자 표어하며 중국인을 위한 부처도 있어 화교들의 위치를 가늠케 한다. 언덕 아래로 분수며 쉴 곳이 잘 만들어져 있고 화장실에서는 돈을 받지 않아 사람을 기분좋게 한다.
탑을 내려오니 박물관은 오늘이 월요일이라 문을 닫았는데 연못과 분수를 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집사람이 벤치에 앉았는데 옆의 태국군인이 시계가 몇시냐고 물어 보더란다. 단순히 외국인에대한 호기심에서 였을까?
아님 내 60-70년대에 여자에게 말 붙여보는 상투적인 표현이었을까? 실소를 금할수 없다.
“나컨빠톰” 은 중국사서에도 자주 등장하는바, 7-11세기에 몽족이 세운 “다와라와띠” 왕국의 수도였는데 수수께끼의 왕국이다.
날이 너무 덥고 시간도 부족하여 옛 왕궁을 보는 것을 단념하고, 오토바이택시 운전수들이 가르쳐 주는대로 내린 자리에서 방콕 가는 버스를 탈수 있단다.
- 빠이 방콕 큰롯메 싸이 아라이 캅? (방콕 가는 버스는 몇 번입니까?) -
10여분을 기다려 버스를 타니 가다가 터미널에 들런다.
다시 출발하기에 그런가 싶었는 데, 도로변에 손님을 모두 내리라더니 다른 버스에 합승을 시킨다. 편안히 앉아간다고 좋아했었는데.... 아마도 한차손님이 안되어 엎었는 모양이다.
졸지에 만원버스가 되어 버렸는데도 불평하는 사람들은 찾아 볼수가 없다.
오후 6시 이 버스가 도착하는 남부터미널에서 푸켓행 버스를 타면 되니 사실 시간이 그리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왕궁을 보고 올걸 그랬나하고 후회가 된다.
나는 항상 가고자하는 곳을 지도에서 확인하고 움직이는 버릇이 있는데 책에 나컨빠톰 시내 지도가 나와 있지 않아 포기했는지도 모르겠다.
버스 타기 전에 아주머니에게 방콕까지 시간을 물으니 보통 한시간 거리인데 쨈(교통혼잡)에 걸리면 두시간이 넘기도 한다고 영어로 대답한다. 아니나 다를까? 방콕시내가 가까워진걸까? 차가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속은 타들어 가고... 사람들도 거의 다 내리고 손님은 몇 안되는 데, 버스앞의 TV에서는 두어해 전에 한국에서 방영한 우리 사극이 방송되고 있다. 이곳에도 한류바람이 부는걸까?
고속도로 위로 올리더니 그러고도 한참을 달려 몇 안되는 손님을 남부터미널 (콘 쏭 싸이 타이)에 부린다. 한시간 반정도가 남았으니 식사시간은 되리라.
아침에 빵 두어 조각을 먹은뒤로 지금까지 뱃속에 넣은게 없으니 허기가 지는게 밤새워 푸켓까지 12시간 장거리버스를 타려면 확실히 배를 채워야한다.
택시를 타고 시내쪽으로 나가다가 ‘센트럴플라자 삔까오’ 빌딩에서 내렸다. 책에서 본대로 1층 일본식당 “젠”에 들어가니 태국식 일본식당인데 우리나라 불고기집 처럼 화덕에 고기를 구워 먹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까 식탁 한가운데
배터지도록 실컷 먹었는데도 맥주 1병까지 합쳐 둘이서 470바트밖에 안하니 양과 질에 비해 무척 싼편이다.
남부터미날(콘 쏭 싸이 타이) 에서도 푸켓가는 버스는 옆에 다른 터미널(능) 인데, 이제야 장거리 시외버스터미널 간은 색각이 든다.
줄지어선 버스들이 주로 벤츠이고 일본 이스즈도 있는데, 아주 드물게 대우차도 보이는데... 주종은 벤츠니 얼마나 고급인지 알만하다.
1인당 755바트인 999 버스는 세줄씩 모두 24명이 타는데 의자를 깊숙히 눕힐수 있는데다 화장실이 딸려 있어 편리하다. 밤이 늦어 도중에 세우더니 저녁을 먹는단다.
별로 기대를 안했지만 멀건 쌀죽에다 채소 몇가지라 검소하다고 해야 하는걸까? 향을 쓴걸까?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는 않는다.
하마터면 표를 살 때 함께 준 종이를 버릴뻔 했는데.. 그게 식권이란다. 태국어로만 적혀 있어 미쳐 뭔지 몰랐다.
식당 아줌마가 버스까지 따라왔기로 짐을 뒤져 꺼내주어야 했다. 집사람은 창가에 앉았더니 휘발유냄새 때문에 속이 미쓱거린다기에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