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여행기9
나는 열심히 클리닉을 다녔다.
하루 일과는 이랬다.
일어나 밥 먹고 클리닉가고 밥 먹고 방에서 뒹굴다 바다 좀 구경하고 밥 먹고 클리닉가고 ..
이 클리닉이 무엇이냐면 이른바 보건소 같은것이다..
약도 파는데 병원보다는 작다. 간단한 수술도 한다.
(실제로 우리 말고도 오토바이 깔아서 실려 온 외국인 여자는 여기서 몇 십 바늘을 꼬맸다.)
내부는 정말 작고,,음 청결하다.
이곳은 장판을 너무 사랑한다..맨발을 이용해야 하는데
외국인들은 익숙치않은가 보다.
아무튼 정말 섬에 온 둘째 날은 조심스럽게 샤워를 하면서 붕대를 교체하고, 맛난거 먹고 푹 쉬는게 전부였다.
후우 그런데 쉬는게 쉽지 않더라..
우선 오른쪽 무릎을 굽힐 수 없다. 뼈에는 이상이 없지만 심하게 무릎 정중앙을 부딪쳤는지 무릎이 퉁퉁 부어올라서 다친 첫날은 제대로 걸어 다닐 수조차 없었다.
게다가 오른쪽 팔꿈치가 쫙 나가서 오른쪽 팔을 침대에 괸 채 누을 수가 없다.
그리고 왼쪽 손바닥이 쭉 나가서 이 역시 접촉은 금지
마지막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바다에 들어가 실컷 태운 등의 경미한 화상으로 드러누을 수 없음.
결론은 내가 침대에서 취할 수 있는 포즈는 왼쪽을 향해 옆으로 누운 뒤에 오른쪽 무릎이 굽히지 않게 잘 고정시키고, 오른쪽 팔꿈치가 다른 곳과 접촉하지 않도록 한 자세뿐이었다.
훅, 아무튼 이런 불편한 자세로 하루 잔 뒤 꼬따오 아일랜드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방은 800밧! 게다가 트윈룸, 욕실도 이정도만 감사! 그리고 청결도 만족 100%..
흑흑, 드디어 저도 요양이라는걸 해보는군요, 라는 느낌이었다.
저녁 노을을 보며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좌식인데, 좀 지저분하다..음식은 맛있는 편
꼬따오에서 딱 1번을 제외하고는 이 식당에서 계속 밥을 먹었다.
이 레스토랑은 개와 고양이의 천국이다. 길가의 고양이가 레스토랑에 들어와 테이블을 휘젖던, 손님들을 휘젖던 종업원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손님 그 누구도 싫어하지 않으며 이 고양이가 자신의 근처로 오길 내심 바란다.ㅋㅋ
실제로 고양이가 내 무릎에 앉아 자자 모두 선망의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일지 내 무릎의 상처를 본 거일지)
원래 예정은 섬에서 3박4일을 보내기였지만
다리를 다친 관계로 2박3일로,,막을 내려야했다.
꼬따오에서의 셋째 날 아침 할일이 없어서 레스토랑에서 또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바로 앞 바닷가에서 커플인듯한 개 두마리가 해수욕을 하고 있었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여기 개들은 해수욕을 매우 좋아한다. 인간이 하는건 다 똑같이 한다.)
대충 내용을 추리면 이랬다.
개1,2 : 커플로 추정. 매우 사이좋다. 절대 1m이상 떨어지지 않음
개3,4 : 대충 커플개들을 망치려는 건달들이랄까. 아니면 외로운 떨거지들일까..
story
커플개들이 나란히 바닷가에 들어가 해수욕을 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어디서 개3,4가 오더니 커플개들에게 다가간다. 그러자 암놈으로 보이는 개2가 미친듯이 짖는다.
개2(암컷) : 거기서 1cm라도 다가오면 너의 xx를 조져버리겠다!!!!
개3 : 그러지 말고 같이 놀자~ 외롭다고~
개4 : 그래 .!! 개1 니 혼자만 여자랑 놀기냐..!!
개1 : 침묵
개2 : 꺼지셍~!!!!!!! 우리 둘이 놀꺼셍..
하면서 미친듯이 세마리의 개가 짖어댔다. 커플개중 남자로 추정되는 개는 한마디도 안한다. 내 추리가 맞다면 개1은 개2에게 잡혀 사는거다.
개2는 목소리가 쉴정도로 짖어댔고, 결국 개3와 개4는 조용히 물러가고 다시 커플개는 오순도순 해수욕을 즐겼다...
라는 이야기.
슬슬 섬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오토바이에 관한 문제로 북적북적
렌트한 오토바이를 깔아서 옆면에 스크레치를 냈으니,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까 암담했다. 방콕까지 가는 버스와 배편도 예약해야했고 남은 일정 여행비도 남기고 하려면, 수리비를 많이 못 내기 때문이다.
대충 바가지로 처음에 한 10만원정도 부르면,, 깍아서 5만원정도 줄 생각으로 렌트 점에 갔다.
최대한 불쌍하고 비굴하게 상처를 보여주며,,동정심을 유발하려 했지만 주인은 싱글벙글-_- 웃으며 무슨 종이를 가져오더니 스크레치 난 부분을 이곳저곳 체크하더니.
24만원을 달란다...음....
뭐가 깨지고 터지고 찢어져서 떨어져 나간것도 없이 옆면을 약간 다방면으로 긁혔는데,, 허헐 웃음이 나온다. 자기네는 이걸 새로 고치는데 이만큼의 돈이 든다면서,,그러면서 깎아준다더니 20만원을 내놓으래..ㅅㅂㅈㄷㄹ다ㅓ라ㅓ더ㅣㅏㅓ
우리 전재산이 20만원인데 이색히가 돌았나 미쳤나,,
순간 너무 황당했다. 그래서 이거 고쳐올테니 기다리라고, 하고 우선은 오토바이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선 근처 인터넷이 연결된 곳으로 잽싸게 이동해서 태사랑에 접속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올리자마자 금방 답글이 달렸다. 꼬따오에선 오토바이 수리점 과 렌트점이 담합을 해서 가격을 밀고 나가기 때문에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점.
“결론은 잘 협의를 보는것”
헉...수리점에 가서 고쳐올까 했지만 섬이 좁아 모두 담합된 가격을 밀고 나간다고 해서 여기서 어떻게든 쇼부를 봐야했다.
미친듯한 애원,,"이프 위 페이 디스 머니,,위 캔 낫 고 투 홈"..이러면서 심지어는 "아이 원트 고투 홈!!!"을 외쳤다..ㅠㅠ
최고 비굴+아부조였다.
그러나 깎아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우리가 인상을 찡그리고 있으니 웃으란다..웃음이 나오냐 이 사더라더라다러ㅣ
나는 친절하게 연필과 종이를 들고
우리가 방콕까지 가야 할 배+버스 조인 티켓가격이 이만큼이고 숙소비가 이만큼이라서 돈을 많이 못 준다 그러니까 좀 봐달라- 하니까.
자기네 가게에서도 조인트 티켓을 팔 테니 사란다. 싸게 600밧(18000원)에 준다고!
NICE
나는 미친듯이 협상을 시작했다. 두명분의 조인트 티켓과, 수리비, 그리고 하루 일찍 오토바이를 갔다줬으니,,대충 9만원에 합의보자고..-_-
주인장 아주 당황한 기색이었다. 나는 지체없이 주머니에서 돈을 탈탈 털었다(물론 큰돈은 숨겨 놓고) 작은 동전까지 다 꺼내서 3000밧을 만들어냈다.
아저씨는 하는 수 없다며 받았다..아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