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여행기8
무언가를 잘 치우고 눞는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바라본 벽엔ㄴ.......
손바닥만한 몸통과 내 손가락보다 긴 다리를 가진 거미가 있었다.
어쩌겠는가/ 세상지사세옹지마..가 아니라 인생지산가 무언가..
아무튼 흥부가 놀부뺨을 떄렸던가..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짐을 챙겨 나왔다.
해가 지고 새카매진 해변가에는 레스토랑과 일부 방갈로의 불 빛으로 환했고 그 외 소외된 지역은 바닷색이랑 하늘색이랑 동화되어 땅과 하늘의 경계가 사라진듯 했었다.
이런 낭만을 좀 즐겨야 했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터치인 방갈로에서 짐을 챙겨 뛰쳐나왔다.
낮에 들렸던 클리닉의 친절한 아줌마가 터치인 방갈로의 악명 높은 더티성을 설명해 준 뒤 내일은 다른데로 옮기라고 조언을 줬었다.
특히나 꼬따오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꼬따오 아일랜드, 여기는 인기가 많아서 방이 안 빈다는데 다친게 불쌍하다며 아줌마가 꼬따오 아일랜드 주인한테 직접 전화를 줘서 내일 환자 두 마리가 도착하면 거기서 잘 수 있도록 방좀 keep 해달라고 연락해주셨다.
그래서 어째저째 벌레가 나와도 참으려고 했는데 마지막의 거미만은 용서가 안됐다.
덕분에 무작정 나왔는데 갈 데가 없다,, 밤이 좀 깊어서 그런지 전화해 주셨던 아줌마가 운영하는 클리닉은 문을 닫은 상태고 우리에겐 거대한 배낭과 오토바이, 그리고 상처뿐이었다.
한손에는 술병 한손엔 남자나 여자를 낀 아그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배 들어올 시간이 아니라 배낭을 맨 채 오토바이를 탄 우리들은 분명 눈에 띄었다.
게다가 두명 다 나란히 무릎과 손, 팔 등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으니... 얼마나 확 튀었을까.
정말 당시에는 창피해서 어디론가 숨고 싶었지만 당장 밤을 지샐데가 필요해서 무작정 아줌마가 알려준 꼬따오 아일랜드를 찾아갔다.
가보니 접수를 받는 곳은 문을 닫은 상태. 낙담해 있는데 맞은편의 작은 노점같은 주점에서 할머니가 말을 건다.
그래서 여차여차 설명을 했다.
우린 터치인 방갈로를 잡았는데 보다시피 오토바이 타다 깔아서 다쳤다. 근데 터치인 방갈로 너무 더티하다. 벌래도 캡 많다.
그래서 내일 꼬따오 아일랜드에서 묶기로 클리닉 아줌마가 전화줬는데, 보다시피 도저히 못 참을것 같아 뛰쳐나왔다. 근데 꼬따오 아일랜드가 이미 문 닫아서 낙담해 있다.
할머니, 우리를 다독이며 힘내라고, 그러면서 지금 꼬따오 아일랜드에서 가장 깨끗한 방은 이미 품절상태고 중급상태의 방이 딱 하나 비어있는데 거기 들어갈래? 하신다.
아아!~! 알고보니 그 분은 꼬따오 아일랜드의 주인..
ㅠㅠ 이미 문 닫은 접수처를 아들을 불러 문을 열게 한 뒤 우리를 받아주셨다..아들내미는 못마땅한지 입술을 삐죽 내밀고 퉁명스러웠다. 우리가 영업시간 이외에 찾아와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원래 그런거..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 치고 그렇게 무표정하고 심드렁한 얼굴은 난생 처음 봤다. 그냥 그 인간은 우리가 섬을 떠나는 날까지 그냥 쿨하게 있었다.
방 상태가 중급이라고 하며 소개해준 방은......캡-_-b 할머니 사랑합니다.
바닥은 장판이었고 화장실도 조금 낡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굉장히 보수와 유지가 잘 되어있어 마치 집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가격은 450밧!
이런 ㅅㅂㄹㄷㄹ 터치인 방갈로..ㅠㅠ
사실 더럽고 벌레 많은건 상관없지만 상처를 입은 병자에게 가장 중요한건 청결,,
상처를 드러내야 곪지 않고 빨리 낫는데 태국은 파리가 알을 까기 때문에 거즈를 차고 붕대로 감고 있어야 했다.
아아..........물에도 들어갈 수 없고,,뭔가 뭔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