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여행기5
아아 드디어 경로 관광의 끝이...
너무나도 릴렉스하고 느슨한 일정들의 연속은 정말 달콤했었다..
but 깐쟈나부리에 오면 꼭 가봐야 할 에라완 폭포나 콰이강의 다리는 오토바이로 약 4시간이나 달려야했다.
아무리 내가 무한체력에 혈기와 패기가 넘치는 젊은이라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40대 못지 않기 때문에 4시간이나 오토바이를 타야하는 거리는..? 그건 아니잖아~~
결국 졸리프록에 딸린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1일 투어를 신청했다.
일행이 아침부터 물갈이이의 여파로 설사를 좍좍 뿜어대는데 졸리프록 무슨 공사를 한다는지 물이 절수란다. 편의점에서 왕 큰 냉수 사다가 화장실 물 내리고 남은 물로 샤워하고, 아침을 먹다 보니 슬슬 집합 시간.
벤같이 생긴 봉고차에는 여러 국적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찼다. 가이드는 태국인이었는데 당연히 이름이야 이미 잊어버렸고 -0- 우리 말고도 한국인 커플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랑은 '안녕하세요' 외에 한 말이없었다.
둘 다 별로 관심도 없고, 각자 놀기에 바빴다. 외국인들도 모두 개인 플레이-_-; 짜식들....
사실 치앙마이의 트레킹에서 외국인들과 재미있게 놀았다는 여행기를 보면서, 이 트레킹에 잠깐의 희망을 걸었던 나는 여지없이 배신을 당했고...
아무튼 벤같이 생긴 봉고차를 도착한 곳은 에라완 폭포
에라완 폭포는 총 7개로 이루어져있었다.
에라완 폭포의 물은 석회석 성분이 포함되어 옥빛을 띄고 있었다. 바닥도 자갈이 없는 고운 모래라 한국의 폭포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안에는 팔뚝에서 종아리, 큰 놈은 허벅지만한 물고기들이 배회한다. 진짜 많다.
..태국식의 강한 악센트를 발휘하며 가이드가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 물에 들어가면 이 물고기가 들러붙는다. 여러분의 살을 파 먹는데 걱정말라, 뿔은 살껍질만 먹는거니까..-_- 자동 때밀이일까? 라고 생각했다.
수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수영복을 싸왔는데, 나와 친구를 제외 다른 사람을 죄다....모두 안에 입고 왔었다. 폭포를 하나씩 지나쳐 갈때마다 그들은 옷을 제끼고 물 속에 들어가 즐긴다..즐긴다..즐겨라...난 손가락만 빨고 지켜보았다.
도저히 수영복을 갈아입을 만한 곳을 못찾았다.
그러다 제3 폭포를 올라가니 슬라이딩 거대 바위가 있었다. 역시나 인간들 천연 바위가 만들어낸 자연 미끄럼틀을 즐기고 있었다. 참지 못한 나와 일행은 결국 아주아주 으슥한 풀숲에 들어가 몰래 수영복을 갈아입고 왔더니 모두 다 어디갔는지 폭포가 휑하다-_-; 민망하게 들어가기도 그렇고 뻘쭘해 있는데 갑자기 아래서 한무데기의 외국인 여행자들이 올라온다.
와 ~ 재네도 들어가겠지? 다행이다 이러고 있는데 모두 뻘쭘하게 쳐다만 본다. 결국 나는 용기를 내어 들어갔고, 1분 뒤에 나왔다.
도저히 물고기들이 내 살을 뜯어 먹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어서였다 T_T 그 외에 엄청 뚱뚱한 슈퍼 양키 수컷 세 마리가 삼각 팬티(분명 일반인에게는 엑스라지사각팬티였겠지만)를 입고 신나게 수영을 한다.
좋텐데..뜯겨라 그렇게 살을 주면 몸무게가 좀 줄어들지도 몰라,,이러면서 결국 다시 옷을 입고 산을 타기 시작했다.
특유의 억양을 과시하며 가이드가 무슨 말을 해준다..
정확히 내가 알아 들은건 12시, 웨잇, 히얼, 위 아낫 고 투 세븐 월..
대충 7개의 폭포는 다 돌아보지 않으며, 지금부터 12시까지는 자유 시간이고 12시에 자기와 어디서 본다고 하는것 같다.
그냥 잘 말해줘도 알아듣기 힘든데, 태국식 영어를 해석하려니 미치겠다.
태국인 가이드... 영어권 나라마다 영어 억양이 다르다는거야 알고 있었지만 태국이야 영어권도 아니고, 간단한 의사소통이면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왔는데, 태국가이드의 영어는 내 상상을 초월한.......... 태국리쉬인거다..-_-;;
아무튼 가이드의 말이 끝나자 무섭게 사람들이 해산했고 나와 동행도 뭐 잘 돼겠지 하는 심산에 열심히 산을 타고 물에 사는 괴수물고기랑 씨름을 하다 보니 어느덧 11시 반,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적막하기까지 한 산 속에서 가이드의 말을 열심히 곰곰 되씹었다. 결국 다시 3폭포로 돌아갔고 거기서 같은 벤같은 봉고차에 탔었던 듯한 여자를 붙잡고 물어보았다..
여자는,,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대충 들어보니 12시까지 자유시간이라, 7번 폭포까지 올라가고 싶은 사람은 가고 아닌 사람은 알아서 쉬고 12시까지 맨 처음 내렸던 휴게소에서 모이는 거란다.
아 이런 내용이었는구나-_-;
태국리쉬 .... 정말 대단하다.
오터, 겟하스, 깜벡, 에포뜨, 삐니시,
대충 water, guest house, come back. air port, finish 를 저렇게 읽는다. 한 처음 2틀 동안은 그들 말을 잘 못알아들었다.
뽀띠, 띠뜩띠,,,낸들 저게 40이고 60인지 어찌 알아듣겠니..그래도 듣다 보니 3일째부턴 대충 알아듣겠더라-_-;
워러~하면 못알아 듣는다. 그래서 난 꼬박꼬박 오터! 플리즈 오터!
원 오터 플리즈..이랬다. 웨얼이즈 게에스트하~우스~도 아니다
겟하스! 겟 하스!
문장 길게 늘리면 말하는 이나 듣는이나 힘들다. 핵심만 콕, 콕 찝는거다...
모든건 can, do, is로 묻는거다!
의문사는 when , how, what, where 이면 되는 거다!!!!!!
감사는 컵쿤카!!!!!!! 난 이 영어 단어 몇개로 열심히 살았다.
찌질해서 10번중 9번은 아유 차이니즈? 소리를 듣던 우리들에게 외국인들은 말도 안건다..끌끌,,그래 내가 좀 지저분해..
옷도 두벌 가져가서 13일동안 번갈아 빨아 가면서 입었다.,우짤래.
그중에 유일한 긴바지는 또 찢어 먹었어..낄낄 ㅠㅠ
12시에 집합후 간단한 점심 식사 후 다음 일정은!
과거 일본이 이곳에 태국인을 비롯 수많은 외국인들을 동원하여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는 죽음의 철도..이른바 데쓰레일.
많은 한국인들이 끌려와 강제로 이들을 억압하는 감시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일본인과 더불어 많은 미움을 받는다고 한다. 지금은 그 혹독함과 잔인함이 관광지로 부흥하는데 한 몫을 했지만, 수많은 외국인들이 와서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18000원 정도를 주고 신청한 트레킹 일정에는 에라완 폭포관람과, 이 죽음의 철도 및 동굴 구경, 콰이강의 다리 감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죽음의 철도를 걸은 뒤 어떤 동굴로 이동했다, 동굴은 너무나도 볼품이 없어서 뭘 봤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동굴을 나와 철로를 따라 걸어봤다. 모두들 동굴이 재미 없었는지 나와 철로를 따라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사철로인가 했더니..
때가 되니 가이드가 사람들을 긁어 모으며 좀 있으면 기차가 온다고..-_-;; 어여 피하라고 한다. 것도 모르고 철길 한 가운데서 서 있다 오도가도 못하고 죽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여기서 사철로를 타고 온 낡은 선풍기가 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벤같은 봉고차가 기다리는 역까지 신나게 달린다.
그리고 다시 벤을 타고 콰이강의 다리로 이동
어떤 영화에도 등장하여 아주 유명한 다리란다..무섭다.
이 다리에서 난 떨어질뻔 했다..-_-
다리 밑이 그냥 일반 다리처럼 꽉 막힌게 아니라
대충 폭이 30cm정도 되는 철판으로 얼기 설기 붙여 놓았기 때문에
큰 틈은 성인 남자가 충분히 떨어질 만했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에,,,이런 다리에 서자 후들후들
미끄러져서 옆에 있던 큰 구멍에 떨어져 객사 할 뻔 했으니..
후덜덜덜
몇일 째 여행인지 세는 것도 가물가물하다.
이게 5일째인지 6일째인지
일일 트레킹을 신청한 이날,,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다녔던 우리. 아마 13일동안 태국을 돌아다니며 가장 열심히 움직인 날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번 여행은 내 성격과는 아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여행이었다. 급하고 활동적이게 여러군데를 보고 싶어했던 나에게, 인터넷을 서핑하며 이것 저것 정보를 긁어 모으던 중에 "한국인은 여행의 의미를 착각하고 있다."라는 글을 읽었다.
특히 배낭여행에서 이것저것 보려는 욕심에 엄청난 강행군을 하는 사람들. 물론 각자의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지만 해외 여행자들의 경우 배낭여행이라도 휴양의 의미를 끼고 있기 때문에 길고 느긋하게 여행한단다.
기간이 짧아 그 나라의 모든걸 맛보지 못할까봐 미친듯이 이곳저곳 발이 부르터라, 찾아다니는 사람들. 이 글을 읽기 전의 나라면, 똑같지 않았을까. 12일동안 태국이라는 커다란 나라의 모든 것을 알고자 저 끝의 치앙마이부터 남쪽의 섬나라까지 욕심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미친듯한 강행군이다. 엄청난 체력과 인내심을 요한다.
마치 이렇게 태국의 단물쓴물 다 빨아 먹은 뒤에 "좋아 난 태국의 모든걸 알아. 완벽해"라고 하고 다시는 태국에 안 올 사람들 처럼..
차라리 이런것 보단느 천천히 느긋하게 여러군데를 돌아보면서 "아 이런것도 있구나, 괜찮은 나라네. 다음에 또 시간이 되면 못가본 곳을 가보고 싶다. 이곳은 참 좋아. 다음에 오면 또 가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싶다. 마치 시한부인생처럼 이곳에는 다시 못 올 사람처럼 미친듯이 여행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6일동안 우리의 여행은 참 낙천적이고 물흐르듯이 흘렀다. 체크아웃은 12시인데 거진 11시 30분이 되야 꾸물꾸물 짐을 꾸리고 나갔다. 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고 다음 숙소를 잡고서야 어디를 갈지 정하고, 심지어 그날의 하루가 오후부터 시작해서 잠깐밖에 태국을 못 즐겼을 지언정.
태국의 게스트하우스, 노점식당, 시골 마을, 섬, 복잡한 방콕등..
여러군데를 들러볼 수 있을 수 있어 좋았다.
아....아무튼 이글의 주제는, 이날이 태국 여행중 가장 열심히 움직였던 날이란거..-_-..
하루 정도는 나쁘지 않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