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4. dusit palace)
07.07.17. A.M. 06시경, 기분 좋은 숙면을 취했습니다. 어제의 시련은 벌써 100만 년 전의 일입니다. 힘이 솟습니다. 언니는 벌써 일어나, 가이드 북을 보고 있네요. 오늘은 화요일, 언니왈 월요일․화요일은 국립 박물관이 휴관이니까, 두씻 쪽을 먼저 보자고 합니다. 그러지요 뭐~^^ 가이드 북에 소개된 루트대로 여정을 잡아봅니다. (위만맥 궁전 → 왓 벤짜마버핏 → 푸카오텅과 왓 싸켓 → 라마 3세 공원 → 로하 쁘라쌋 → 민주기념탑) 일단, 씻고 자외선 차단크림을 잔뜩 바릅니다. 08시,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숙소에서 우리가 제일 일찍 일어난 모양입니다.(뿌듯~) 오렌지 주스, 토스트 2조각, 쏘세지, 계란 후라이, 쨈과 버터, 베이키드 빈스 그리고 프레쉬 커피(위드 밀크) 마구 해피합니다^^* 콩만 빼고 다 먹습니다.
A.M. 09시 길을 나섭니다. 택시를 타고 “쑤언 두씻”이라고 말합니다. 반응이 없네요. “위만맥 팰리스” “UM~ 두씻” 기사님 이미 알아들었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OK입니다. 시원한 택시를 타고 두씻까지 40밧이 쫌 넘습니다. 티켓부스에서 입장권을 삽니다. 두씻 정원의 각종 박물관과 위만맥 궁전을 포함해서 각 100B, 아난타 싸마콤 궁전은 별도로 각 50B. 왕궁 입장권을 사면 위만맥 궁전이 포함된다던데 속이 쫌 쓰립니다.
티켓부스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왕실 의례 사진 박물관으로 갑니다. 신발을 벗네요. 어깨에 매고 다니는 보조가방과 모자를 벗어 보관함에 넣습니다. 너무 일찍 왔는지, 청소 중입니다. 바닥이 반짝반짝 윤이 납니다. 유리창에 매달려 열심히들 닦습니다. 전시품들도 흥미롭습니다. 미리 영화 ‘애나앤킹’을 보고 가신다면, 태국의 왕실문화가 한 층 더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저는 태국왕실에 대한 경외심과 동경을 가졌던 터라, 매 전시관마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문화도 귀찮다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왕실 차량 박물관이 바로 보입니다. 왕실 마차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보니 왕실 마차라 그런가, 지붕이 상당히 높습니다. 마부가 저렇게 높이 올라앉아야 하다니 현기증이 다 납니다. “언니, 저 마차를 몰려면 아찔하겠어.” 언니왈 아니, 왜 마차를 몰 생각을 해! 안에 타야지~ ^^; 어릴 때부터 언니는 지방 호족의 마인드가 쫌 강했습니다. 한 가지에 나고도 가는 곳 모르온뎌. 그래도 우리는, 자매입니다.
이제 어디로 갈까요, 두씻 팰리스의 팜플릿을 펼쳐드니, 박물관이 무려 14개입니다. 어차피 다 볼 수는 없겠네요. 몇 개 콕, 찝겠습니다. 아비쌕 두씻 궁전 박물관, 견직물 박물관, 코끼리 박물관. 사진은, 뭘 볼까 고민하는 자칭 지방호족^^;
고민하는 중에 왕실 경호원인 듯 한 늘씬한 청년이 다가옵니다. 도와주겠답니다. 안내 팜플릿을 보며 조언을 듣습니다. 앞에 있는 건물부터 보라는군요. 위만맥 궁전입니다. 눈 앞에 뻔히 보이는데 입구를 찾기가 힘이 듭니다. 요기서 단체 관광하는 한국인 팀을 만납니다. 현지인 가이드가 안내를 합니다. 잠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자유 시간을 갖는 모양입니다. 언니, 가이드에게 다가가 위만맥 궁전에 들어가는 입구가 어디냐고 물어봅니다. 영어로 물었는데, 한국인이냐며, 한국어로 대답해줍니다. “우리도 거기 갑니다. 우리와 함께 가도 되요. 여기도 같은 한국인들이에요” 친절한 청년입니다. 들어가기 전 사물함에 가방과 모자를 맡기는데, 친절한 가이드 청년이 사물함을 따로 빌리지 말라며, 우리 가방을 함께 넣어줍니다.
위만맥 궁전, 이번 여행 중 가장 즐거웠던 곳입니다. 왕실문화에 대한 동경과 낭만을 가진 분이라면 왕궁 쪽보다는 두씻이 감동적입니다. 다음날 찾은 왕궁 쪽은 넘쳐나는 여행객들의 번잡함과 종교적인 색채로 위엄은 있을망정, 왕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며, 낭만에 잠기는 여유는 없었습니다.
두씻은 왕궁 쪽과 비교하여 여행객들이 많지 않습니다. 덕분에 한가롭게 왕가의 일원이 되어 사치를 누려봅니다. 상상만으로 입꼬리가 눈에 가 붙습니다. 박물관 내부에서는 어딜 가나 사진촬영불가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위만맥에서 나와 가이드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어제부터 궁금했던 노란 셔츠의 의문을 풀어봅니다. 공항에서 카오산까지 우리가 스친 태국인의 3분1이 노란 셔츠를 입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국왕의 생신을 기념하는 뜻이랍니다. 월요일은 노란색 화요일은 주황색(?), 수요일은 핑크색, 목요일은 아리송~ 이렇게 요일별로 색상이 다르답니다.
가이드와 잠시 대화를 하는데, 다른 한국인들의 눈치가 심상치 않습니다. 싫어하는군요^^; 그들의 가이드니까요. 이 팀은 이제 왕궁으로 간답니다. 위만맥 궁전이 오후 세 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이쪽을 먼저 온 모양입니다.
아직 덥고 습한 날씨에 적응이 덜 된 관계로다가 잠시 카페테리아에서 쉬어갑니다^^; 카페인이 결핍되면 무기력해지므로 제 때에 충전해줍니다. 우리 자매가 커피를 좀 합니다. 생각해보니 태국에서 마셨던 음료는 물과 커피밖에 없습니다.(헉~) 그 맛있다는 과일주스 한 잔을 안마셨네요^^; 전체적으로 커피의 질이 좋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너무 달다는 거~ 주문할 때마다 “리를 슈가”를 반복했건만, 여전히 달아서 나중에는 “노 슈가”만 마셨습니다. 아이스라떼(20B) 아이스티(20B) 모카케익(20B)
이제 태국에서 가장 크다는 아난타 싸마콤 궁전으로 갑니다. 지붕의 둥근 돔이 국회의사당을 연상케 합니다. 실제로 국회의사당으로 쓰인 적이 있다는군요. 내부의 한없이 높은 지붕과 벽이며, 천장에 그려진 그림들에서 위엄이 느껴집니다. 궁전 앞에 넓은 잔디밭 광장도 인상적입니다만 맘대로 돌아다닐 수는 없습니다. 궁전 앞은 특별히 경비가 철저합니다.
견직물박물관, 코끼리 박물관을 거쳐 밖으로 나옵니다. 이제 왓 벤짜마버핏으로 갑니다. 아난타 싸마콤 궁전의 울타리를 따라 걸으면 길 왼쪽에 두씻 동물원이 나오고, 좀 더 걸으면 사거리가 나옵니다. 요기에 공원이 있는지(?) 노점상이 많네요. 파인애플과 수박, 물을 사먹습니다. 모두 각 10B씩. 어라, 개가 보입니다. 태국 여행후기마다 등장하여 골치를 썩이더니, 드뎌 우리 앞에도 그 모습을 슬슬 드러내는군요. 긴장됩니다. “언니, 개랑 눈 마주치지마! 개는 눈을 30초 이상 맞추면 공격의사가 있는 걸로 판단해서 달겨든대.” 제 양팔과 허벅지에는 어릴 때 저 족속들에게 당한 수난의 흔적이 30년이 다되도록 사라지질 않습니다. 이 넘에 바늘자국 어찌나 선명한쥐^^;
왓 벤짜마버핏, 19세기 유럽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다는 아름다운 사원입니다. 특히 사원 내의 운하가 낭만적입니다. 본당 안에는 스테인드글라스로 된 창이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19세기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어서 여기도 좋았습니다. 서양애들은 개인 가이드를 데리고 다닙니다. 아직 학생들로 보이는데, 달러의 힘이 느껴집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원래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라, 건너편에 현 국왕이 살고 있다는 찟드라다 궁전은 아예 못봤습니다.
이제 왓 싸켓으로 갑니다. 사원 밖으로 나오니, 잘생긴 택시 기사가 다가와 어디로 가냡니다. “왓 싸켓” 자기 택시를 타잡니다. “하우 머치” 100B이랍니다. “NO~ 고 미터” 미터로 가면 150B이랍니다. “아니, 이. 싸. 람, 내 가이드 북이 40B이라는데.” 큰 길로 나와 지나가는 택시를 탑니다. “왓 싸켓” “OK~" 택시기사 잘생긴 청년입니다. 청년, 조수석에 타고 있는 언니를 향해 말합니다. "마담, 씻 벨트. 유 노 마피아? 타이 폴리스, 모어 테러블!." 우리 자매 태사랑을 통해 들은 얘기가 있는 터라 엄청 웃습니다. 왓 싸켓까지 41B나와서 50B드립니다.
택시에서 내려, 왓 싸켓 푸카오텅 계단을 오르면서 언니가 흥분합니다. ”나 충격받았어. 내가 왜! 마드모아젤이 아니라 마담이야? 내가 그렇게 늙었어?“ 사실, 마담 맞습니다만 우리 골.드. 미.스. 충격받으실까봐, 아니라고, 썬글라스 너무 커서 얼굴 보이지도 않는다고, 택시기사를 성토해 가며 부인합니다. 돌아와서 들으니, 택시기사는 아줌마의 의미가 아니라 여자를 칭하는 더 정중한 표현으로 사용했을 거라는군요.
왓 싸켓은 가본 적 없지만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두오모 성당(?)을 연상케 합니다. 우리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 듯, 서양애들도 같은 얘기를 합니다. 입장료는 없고 헌금함에 10B씩 넣으면 됩니다. 탑에 올라 시내 전경도 감상하고, 잠시 쉬어줍니다.
왓 싸켓에서 라마 3세 공원으로 갑니다.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아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물어봅니다. 영어를 못 합니다. 지켜보고 있던 언니, 누구나 영어를 하는 건 아니니까, 영어를 할 만한 사람인지 봐가며 물으랍니다. “아, 맞다~” 제 영어가 유독 안 통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마침, 반마지 교복을 입은 귀티 나는 남학생(중학생?)이 지나갑니다. “익스큐즈미. 웨얼 이즈 라마 써드 파크?” 쭉 직진하다가 왼쪽으로 턴하랩니다.^^
라마3세 공원 바로 뒤에 로하 쁘라쌋이 있습니다. 철의 신전답게 뾰족한 철탑이 아름답습니다. 언니가 특히 신났습니다. 가이드 북에는 흰색 탑이었던 것 같은데(아리송~)
p.m. 17:30분,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 중간에 점심을 먹을 만한 곳도 없고, 더워서 뭘 먹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이제 카오산으로 가서 점심 겸 저녁을 먹어야겠습니다. 민주기념탑이 보이는 걸로 봐서 멀지는 않은 것 같은데, 방향을 못 잡겠습니다. 덥고 지친 관계로 택시를 탑니다. “카오산” 택시 기사, 저쪽을 가리킵니다. 눈치 없이, 걸어가라는 뜻인 줄 모르고, 다시 한 번 “카오산” 답답한지, 그냥 출발합니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차가 엄청 막힙니다. 카오산까지 200m나 움직였을까요, 지척에 두고 알아보질 못하다뉘~ 카오산 로드 버거킹까지 45B 나옵니다.^^;
버거킹을 본 이상, 와퍼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저녁은 태국 음식을 먹기로 했었지만 내일 먹지요. 뭐^^ 와퍼 세트를 주문합니다. 옆 테이블을 건너다보니, 곱상한 청년이 교복 입은 고등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 태국 학생들도 과외를 하는군요. 사교육 열풍은 세계 공통인가 봅니다. 또 다시 비가 쏟아집니다. 잠시 가까운 마사지 샵에 들어가 발 마사지를 받습니다. 마사지는 어디서 받느냐 보다, 누구에게 받느냐가 중요합니다. 언니는 만족스러웠다지만 저는 영~ 발 마사지 한 시간에 200B. 팁 20B드립니다. 언니가 주는데, 안 줄 수 없어서..^^;
카오산 로드를 지나 람부뜨리 거리로 갑니다. 동대문에 들러 꼬 따오로 가는 조인트 티켓을 예약합니다, 롬프라야(버스&페리) 1인 650B. 좀 더 싼 조인트 티켓을 구할 수도 있지만, 분실 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동대문을 통해 예약했습니다. 19일 19시 45분 까지 동대문 앞으로 오랍니다. 바우쳐 한 장 없이 예약 끝~ 언니, 한인 업소라고 반가웠는지, 운하얘길 꺼내며 정보를 구하려 합니다. 눈치 없으시긴^^; 딱 보니 귀찮아하는데.. 언니를 끌다시피 나옵니다.
람부뜨리 거리도 카오산 못지않습니다. 한 바퀴 둘러봅니다. 망고가 맛있어 보이네요. 배 부르지만 또 먹습니다.(개당20B) 바에서 맥주도 한 잔 하기로 합니다. 택시를 타고 ‘색소폰’에 가볼까도 했지만 좀 지칩니다. 맘에 드는 바를 찾으니 빈자리가 없습니다. 대부분이 서양애들입니다. 말 그대로 애들입니다. 카오산을 찾는 한국인들에 비해 연령대가 어려 보입니다. 부럽습니다. 나중에라도 혹시, 엄마가 된다면 아들에게 좀 더 일찍 세계를 경험할 기회를 열어 줘야겠습니다. 딸이라면(?) 일단 보호 해야죠^^;. 분위기가 맘에 들어 잠시 기다립니다. 테이블에 앉으면 웨이트리스가 와서 주문을 받습니다. 계산할 때도 자리에서 웨이트리스를 불러야 하지만 이 분이 너무 바쁜 관계로 직접 카운터를 찾아, 150B 맡기고 나옵니다. 씽 스몰 70B. 숙소에 돌아오니 또 한 바탕 스콜이 쏟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