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국을 모른다 #1.카오산,그리고 DDM.
왜 DDM이지?
업소홍보같아서 망설였지만, 내 태국여행의 기억은 이 DDM이라는 공간없이는 말할수가없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기억과 추억,
의미있는 대화와, 전혀 의미없는 잡담까지.
많은 대화들이 오고간 자리이니깐.
아직도 모르겠다. 이 공간의 타이틀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방콕, 카오산의 구석탱이에 덩그러니 놓여져있는 Guest house.
... 이자, 레스토랑이자, 펍이자, 피시방이자, 작은클럽이자, 당구장이자, 만화방. 또 뭐가있을까?
이 엄청나면서도 골때리는 분위기를 가진 공간의 효율이라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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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이라고 해봤자, 이제 겨우 두번째이지만) 그렇듯, 막바지에 접어든 인도여행과 아웃을 앞둔 델리에서의 심정은, 제대를 한달앞둔 병장의 심정(이라고 해봤자, 군 미필이지만)과도 같다...랄까.
아웃날짜까지 단 이틀이였지만, 뉴델리역앞 메인바자르의 건방진 상인들과, 1루피에는 고개도 까딱거리지않을 거지들, 인디아게이트가 무너져도 절대로 잔돈은 가지고 다니지않을 릭샤왈라들은 나를 게스트하우스 안에서 꼼짝도 못하게 해주었다.(덕분에 달러는 굳었으니 고맙기도하지.)
인도에서 가장맛있는 바나나라씨를 하루에 석잔씩, 아침,점심,저녁으로 마셔댄 덕분에 인도여행의 마지막기억을 모조리 화장실로 채우고있던 나는, 덕분에 바라나시에서 주워온 한철지난 태국 가이드북을 (2002년도판이라니...)변기에 앚아 네번이나 정독했다.
태국.
계획에도 없다가 스톱오버로 가게된 나라.
내가 태국에 대해서 아는건 마사지를 잘하는 나라...라는것 정도였던가?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앉아있던 나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Thai항공의 아름다우신 스튜어디스 언니들 덕분에.)
쌀국수,,,,
쌀국수,,,
쌀국수,,
쌀국수,
왜 긍정적인 생각으로 쌀국수밖에 떠오르지않는걸까.
기내식으로 나온 식어빠진 짜파티를 우물거리며, 잠을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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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의 인드라간디공항의 첫인상이 강변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방면이였다면,
방콕의 쑤암나풍(머리가 나빠서 이상한 공항이름은 세번이상 암기하지 않았다면, 기억하지 못했을게 분명하다.)공항의 첫인상은 -인천공항보다 쬐금 후지구만- 이였다고나 할까.
한국사람들이 많이보인다.
'ICN'이라고 쓰여진 탭을 단 캐리어, 멋진 선글라스와 하와이언 셔츠. 그리고 '하나투어'라고 쓰여진 깃발?!
입국심사대앞에 서자 공항직원이 나의 꼬라지를 보고 묻는다.
"You from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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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마트를 보고 엄청나게 감격했다.
(간신히 울음을 참았다.)
말보로맨솔이라니(인도에는 맨솔담배를 팔지않는다.)..
이 밭에서 방금 뽑은 가지만한 크기의 초코우유라니.
월드스타 비의 얼굴을 박아놓은 과일맛 요쿠르트는 맛이 정말 기가막혔다.(여러가지 의미로 말이지.)
1리터짜리 초코우유를 한모금에 들이키고, 공항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비가 주륵주륵 쏟아진다.나를 환영해주는구나!
..라고 생각했던 나의 거만함떄문일까.
공항에서 나온지 네시간 반이 지나고있지만, 나는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 전혀, 알지못하고있었다.
첫번째는 몇백원 아껴보겠다고 에어컨이 펑펑나오는 공항버스 버려두고, 로컬버스를 탄 내 잘못이였고.
두번째는 오래간만에 만난 초코우유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내 장이 문제였다. 버스에서 뛰어내려서 생사를 넘나들며 화장실을 찾아헤매기 시작했다. 해가 살짝 뜨고있는 시간대에 문을 연 건물들이 있을리가 있겠는가....
내가 만난 첫번째 태국인은 온화한면서도 살짝 두꺼비를 닮은 얼굴을 가진 '화장실을 가지고있는 그냥 가정집'의 주인아저씨였다.
그리고, 내가 태국에서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싸와디....Please, Where is Toilet?!'이 되었다.
온화하고 살짝 두꺼비를 닮은 얼굴을 가진 이 아저씨는 굉장히 친절하게 버스스텐드까지 나를 오토바이로 태워다주었고, 여권뒤에 태국어로 '나는 카오산로드에 가고싶어요~'라고 적어주었다.
그뒤에도 처절하게 비를 맞으며, 혹은 방콕의 엄청난 트래픽잼을 몸소 체험하며, 로컬버스를 세번이나 갈아타며, 탈때마다 버스양언니에게 얼마를 내야하는지 눈치를 살펴가며 나는 카오산으로 향했다.
나는 티벳탄인가.
나는 네팔리안인가.
누구도 나를 극동에서 온 니혼징이나,한국사람으로 보지않을것이라는 최면을 스스로 주입하며 카오산을 걸었다.
전세계 여행자들이 모인다는 배낭의 베이스캠프 카오산로드?
아침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뭔가 고즈넉하다.
여기저기 쓰레기도 고즈넉하게 버려져있고..
밤새서 약에쩔었는지,술에쩔었는지 히피애들도 고즈넉하게 널부러져있고..
전세게 여행자들이 모이던말던, 나도 고즈넉하게 배가고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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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DDM 도착...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더위를 먹었는지 축 늘어진 돼지만한 개 한마리만이 입구를 어슬렁거릴뿐.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생각했다.
쌀국수가 먹고싶다고. 쩝..
나는 태국을 모른다.
-사진출처 / by DDM 에어컨도미토리에 묵으시던 김근정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