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부부의 무작정 5박6일 태국여행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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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부부의 무작정 5박6일 태국여행기 5

혀니주니 1 960
이 글은 30대 직장인 부부의 무작정 5박6일간(2002.4.2-7)의 태국 자유여행(순전히 돈과 시간 때문에 여행사 투어를 많이 활용했으므로 순수 자유여행은 아님)으로서, 순전히 글을 쓰는 사람의 주관성을 바탕으로 기술되었으며, 여행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추억에 남는 여행을 계획하고 또한 실제로 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도이니,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의 많은 이해를 사전에 구합니다. 또한 태사랑을 비롯한 많은 인터넷 정보를 주워담아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응분(?)의 보답일 수도 있습니다.(글을 읽다가 졸리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경어는 생략하고, 때로는 비어를 사용할 수도 있음을 사전에 밝히는 바임)

여행 넷째 날, 방긋~ 방긋~

우리의 몸이 누적된 피로와 함께 서서히 여행에 적응하나 보다. 7시의 깐짜나부리 일일투어를 위해 6시에 모닝콜이 울렸는데도 몇 번을 뒤척이다가 일어난다.

체크아웃한 짐을 만남의광장에 맡기는 사이 마눌은 편의점에서 빵, 커피우유 그리고 물한통(이번 여행에서 헬로태국 책자 보다 더 꾸준히 지니고 다닌 것)을 사들고 온다. 아침 식사인 셈이다. 봉고의 성능은 이틀전과 비슷해 보이는데, 일행은 6명이다. 시애틀에서 혼자 왔다는 덩치 큰 미국남자,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 인도인처럼 보이는 사람까지 해서. 에어콘 성능이 시원챦은 봉고에서는 앞자리에 앉는게 좋다. 그나마 덜 더우니깐.

깐짜나부리까지의 2시간 이동은 지루하게 느껴지고. 연합군 공동묘지에 잠시 들렸다가(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기는 하지만 느낌은 별로) 또 이동. 차로 데려다주니깐 편하기는 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풀이 많고 강이 앞에 보이는 곳에서 모두 내리란다. 이게 무슨 볼거리냐며 내심 투덜거리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뗏목 타는 곳이다. 대나무뗏목. 이것 아주 이채롭다. 한번쯤 타볼만하다는 이야기. 곧 뒤집힐 듯한 대나무로 엮어 만든 뗏목에 우리 일행 6명이 타고, 여자들에게만 구명조끼를 주면서(난 수영도 못하는데 겁이 덜컥) 덩치큰 미국인은 균형을 잡기 위해선지 혼자 앉으란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에나 나오는 그런 뗏목에 몸을 맡기고, 콧노래를 부르며 노를 젓는 사공 바로 뒤에서 가슴을 조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고요함 속으로 유쾌하지 않은 새소리만 들리는 뗏목을 운전하던 아찌가 갑자기 덥다면서 윗옷을 벗고는 물 속에 뛰어들어 수영을 한다. 시원하다고 들어오라는 표정으로. 수영만 할 줄 알면 솔직히 풍덩 빠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다. 물고기 밥이 되고 싶지도 않고. 강을 따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 가다보니 이게 콰이강의 다리 아래로 간다. 강위에서 올려다보는 다리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20여분을 탔을까.. 우린 내려서 전쟁박물관으로 이동한다. 이 때 그 사공아찌한테 팁을 주지 못했다고 마눌이 서운해 한다. 착한 마눌하고는... 박물관이라는 이름치고는 관리가 여엉 아니다. 전쟁피해로 인한 이런 유물이 즐겁지는 않겠지만, 기왕 관광지로 만들려 했다면 우린 뭔가 다르게 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그런 곳이다.

방콕에서 함께 온 일행들과는 헤어진 채, 다른 봉고에 올라타고는 또 한시간을 달리는데, 이건 진짜 지루하다. 차만 타러 온 것도 같은 후회가 들기도 하고.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밖에 코끼리가 보인다. 코끼리 트레킹 차례다. 코끼리 등에 올라타서 20여분을 거니는데 이때 우리가 쓴 양산이 최고다. 태국여행의 필수품 중에 하나가 아마 양산일지도 모르겠다. 그 뜨거운 햇볕을 가려서 시원하게 해 주니깐.. 새끼 코끼리인 듯 보이는 넘이 우리가 탄 코끼리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고, 가다가 아무데서나 서서 먹을 것을 뜯어먹는다. 코끼리를 모는 열 살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불쌍하게 느껴져 20밧을 팁으로 주고는 내린다.

코끼리 내린 곳에서 조금 걸어 가니 싸이욕너이폭포란다. 주변에는 더위를 식히러 나왔는지 자리를 깔고 먹을 것을 가지고 나온 현지인들이 제법 있다. 3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하는 곳에 도착.

봉고차에 함께 탔던 서양인들과는 다른 식당으로 우릴 안내한다. 식당에는 우리 뿐이다. 한국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이제 좀 여행다니는 기분이다. 팍치 빼 주라고 말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냉커피와 콜라를 한잔씩 마시고 있는데, 누가 와서 우리에게 기차표를 준다. 보아하니 여기가 남똑역이다. 남똑에서 1시에 출발하여 2시 39분에 도착한다는 기차요금이 16밧.

3등 완행열차(시설이 무지 낙후된)를 타고 출발하는데, 생각보다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기는 하지만, 유리 없이 뻥 뚫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후덥지근하게 느껴진다. 30여분이나 탔을까? 왕포(역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남)라는 역에서 모두 내려 5분 정도 후에 기차를 갈아탄다. 기차를 갈아타고 자리에 앉았는데, 뗏목을 같이 탔던 여자가 맞은편에서 더위사냥 같은 아이스크림을 얄밉게 먹고 있다. 마눌이 아이스크림을 먹고싶단다. 얼른 뛰어 내려가 부라보콘처럼 생긴 아이스크림(네슬레꺼) 사왔는데, 이건 싫고, 맞은편 여자가 먹는걸로 사다주란다. 헉... 기차가 곧 출발할지 모른다는 조바심으로 푸다닥 뛰어 내려 더위사냥 같은 아이스크림을 찾아 얼마냐니깐 40밧이란다. 30밧에 주라고 하면서 사가지고 오니깐, 마눌 왈 흥정을 못해서 내가 바가지 썼다고 투덜댄다. 자기는 바가지 쓰는게 무지 싫다고 하면서... 난 더워 죽겠는데. 열 받는다. 누군 바가질 쓰고 싶어서 쓰나? 여기서 이런 것 가지고 다투면 안된다. 더위와 피곤함으로 지쳐 있을 땐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니깐... 맘 넓은 나는 역시 머찐 넘이다. 아무튼 여기서 물건 살 때는 반드시 흥정을 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팍 깎아서...

책에서 보았던 죽음의 철도를 기차는 잘도 달리고... 3시가 거의 되어서야 우린 콰이강의 다리 역에 도착한다. 기차 안으로 들어오는 먼지와 땀으로 인해 끈적거리는 몸을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5밧)에 들어가서 깨끗이 씻고 나와 냉커피를 한잔 마시니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콰이강의 다리를 위로 직접 조금 거닐다가 전쟁박물관으로 와서 30여분 시간을 보낸 후, 방콕으로 다시 돌아온다.

만남의 광장 창우로부터 마사지와 씨푸드 정보를 얻으면서, 우리가 식사 대접을 제안했으나 바쁘다고 거절 당한다. 내일 저녁에 라오스도 가야 된다고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아서 고마웠는데.. 글로나마 고마움을 전한다. 홍익여행사 들러 내일 사용할 유니님의 나라야, MK수키 할인카드를 빌리고는 하루라도 호텔에서 자보자고 억지를 부려 월텟 근처에 있는 방콕팰리스호텔을 예약하고는 바우쳐를 받아든 후, 처음으로 맛사지를 받으러 간다.

1인당 260밧에 2시간 짜리 타이 맛사지를 받았는데, 온몸이 쫘악 늘어지는게 말할 나위 없이 좋다. 일단 한번 받아봐야 그 기분을 안다. 에어콘이 너무 빵빵해서 마눌 춥다고 타올을 하나 뒤집어쓰고는 맛사지 받으면서 행복해한다.

택시타고 월텟근처로 와 5분 정도 걸어간 곳에 창우가 알려준 씨푸드 가게들이 있다. 좌석에 앉아 음식을 시키면 가격이 비싸다는 귀띔을 기억하여, 밖에서 해산물을 미리 흥정(가재 750짜리 600, 게 넣은 카레라이스 340짜리 300)을 하고 먹었는데 맛이 무쟈게 좋다. 마눌 또한번 잘 먹어준다. 나보다도 많이. 그곳의 명함을 받아오기는 했는데, 태국말이라 도저히 모르겠다. 영어로 쓰여진 건 단지 Navy Seafood Resturant뿐.

뚝뚝이를 타고 호텔로 가서 짐을 얼른 놔 두고는 10시 조금 넘어 그 유명한 환락의 거리라는 팟퐁으로 발길을 돌린다.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노점상들을 구경하며 책에 나온 Super Girl이란 곳을 들어갔는데, 여긴 기냥 묘기대행진 하는 곳이다(공개적으로 표현하기는 좀 그러니깐, 요 수준까지만...). 밖에는 90밧이라고 쓰여 있는데 나올 때 100밧 주란다. 짧은 쑈가 끝나면 팁 형식으로 20밧씩 걷으러 다니고... 마눌과 같이 있는데 별로여서 중간에 나와 돌아다니다가 팟퐁거리에 있는 나라야 매장에 잠깐 들린다. 여기는 새벽 1시 반까지 영업을 한단다. 내일 쇼핑 날이니깐, 그냥 아이쇼핑만 하고 늦은 밤 숙소로 들어와, 태국의 호텔이라는 곳에서 이번 여행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잠을 청한다. 아아~~ 피곤 그 자체다...

의견 달아주믄, 캄사해서 더 잘쓸 수 있을 것도 같은디... 멋쟁이~ 방긋~ 방긋~
1 Comments
man 1970.01.01 09:00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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