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혼자방콕구경하기(5)~
재밌다고 답 글을 달아주신 님들... 너무 감사해요.
여행기를 쓰다보니 여행이 더 즐거웠던 착각(?)이 들어요. ㅎㅎㅎ
힘을 내어 열심히 써 볼까요!!
술을 마신 담 날은 역시 늦게 일어나게 되요.
일어나니 비가 억수로 내려요. 드라이어를 안 가져간 덕분에 고생 좀 했습니다. 마르지 않고 척척 목덜미에 감기는 머리카락을 추스려 안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근데, 앞에 한국인이 분명한 남성 두 분이 보이더군요.
훤칠하고 잘생기신 두 분 모습에 괜히 어깨 으쓱~ 후후.. 저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지만 한국 사람 잘생기면 좋잖아요..
근데 이 두분이 길을 못 찾으시는지 두리번거리고 당황하고 계신 듯 했어요.
뚝뚝기사들은 눈을 빛내며 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고...
몇 일 다녔다고 여기 지리를 좀 익히게 된 저는 말을 걸고 싶었습니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도저히 쑥쓰러워서 말을 못 걸겠더라구요.
왠지 부끄럽고..주제넘게 나서는 것 같고...
그래서 결국 옆에서 미적대다가 그냥 지나쳤습니다.
미안해요, 두 분.. 분명히 아리따운 태국 아가씨가 도와주었을 거라 믿습니다.
이 날은 국립미술관에 갔습니다.
제가 가진 가이드북( 헬로 태국이 아니었어요...)에는 설명도 안나오고, 지도에 이름만 띡~ 나온 미술관.
그래서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요, 가보니 제겐 제일 재밌었던 관람이었어요.
원래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요, 태국의 고전회화부터 현대회화까지 망라한 미술관은 참 즐거웠어요. 시원하고~ ㅎㅎ 그림 좋아하시는 분께는 강추입니다.
다만 월, 화요일은 개관 안하니까 확인하세요.
즐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짜오프라야 강을 건너 이번엔 이세탄과 게이손 백화점에 갔습니다... 만...혼자 하는 쇼핑은 너무나 재미가 없었어요.
한국 여자분들이 반드시 들려주는 와코루에도 가고, 빅씨에도 갔는데요, 빅씨는 그냥 정신없는 시장분위기. 그저 그래요.
게다가.. 조금 비참했던 기억이 게이손에서 있었어요. 크흑..
제가 꼬지지한 외모에 검은 비닐봉다리 하나를 들고 돌아다녔거든요.
그래서 그랬는지 명품 매장에서는 절 신경도 안 쓰더라구요. 심지어 어떤 옷 매장에서는 저의 깜장 봉다리를 의심의 눈으로 보기까지~!!
아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말라구!!
뭐...
실제로 살 돈도 없었지만..ㅋ~
결국 이세탄 백화점인지 게이손인지 하여튼 식품 매장으로 가서 먹을거만 잔뜩 샀어요. 여긴 식품매장이 지하가 아니라 윗층에 있답니다.
가서 요상한 브랜드의 맥주도 사고, 커다란 조각 케잌도 사고, 커~다란 요구르트도 사고.. 결국 요기서만 즐거웠습니다. ㅎㅎㅎ
먹을 걸 잔뜩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 다시 BTS를 타고 싸판 탁신으로 가서 수상버스를 탔습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려고요.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엄청난 방콕의 직장인들이 몰려 서 있는 시간이었던 거심미다!!! 퇴근시간!!!
배는 퇴근용으로도 쓰이더라구요. 태국의 직장인들에게 이리 밀리고 저리 채이며 간신히 배에 탔습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뱃가에 서게 됐지요.
짜오프라야 강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강가의 허름한 판잣집들에는 가족들이 보였습니다.
그 옆의 고급호텔에는 화려한 불빛아래 외국인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었구요.
저는...
외로왔고...
행복했습니다..
후후..
제 옆에 까무잡잡하고 배가 볼록 나오신 중년의 아저씨가 서 있었거든요.
이 아저씨도 뭔가 감흥에 젖은 얼굴로 하염없이 강을 바라보시더라구요.
아저씨와 저는 서로 말도 안 통하고, 누군지도 모르고, 앞으로 만날 일도 없겠지만, 이 때만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후후후...
아~! 이 날, 너무나 아름다운 중국계 커플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사실 제가 길을 좀 헤매다가, 잘~생긴 훈남이 지나가길래 과감히 흑심을 품고 접근하긴 했어요... ㅎㅎ
상냥하게 같이 길을 연구하기 시작하는 남학생..(대학생이었습니다)
옆에 침을 흘리며 좋구만~ 좋아~를 맘 속으로 연발하고 있던 저.
그러나!!! 벗뜨!!!
곧이어 나타난 것은 그의 여자친구 였슴미다..
날씬! 귀염! 섹시! 친절!
도저히 저 따위는 따라갈 수 없는 그녀! 크흑!
이 아리따운 커플은 저를 이끌고 제가 찾는 곳 까지 같이 가주었어요.
정말 한국에서 기념품 하나 챙겨가지 못한 저의 무성의함을 많이 반성했어요.
친절한 현지인들에게 주고 싶었는데... 담엔 꼭 그럴꺼에요.
헤어질 때 여자친구의 손을 꼭 잡고, 넌 참 친절하고 나이스한 아가씨야. 너무 고마워~ 인사했더니 아가씨, 얼굴이 발그레 해 집니다.
아우~
여자한테 가슴 두근거림 안되는 거 아닌가요? ㅎㅎㅎ
담 날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정말 쓸쓸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원망하던 낮 시간.
그 땐 몰랐죠.
뱅기 안에 그리 훈훈한 스튜어드들이 잔뜩 있을 줄은...
ㅎㅎㅎ
이건 담 글에 쓸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