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혼자방콕구경하기(4)~
카오산에서 술을 한 잔 할까~ 싶어서 술집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혼자 간 건 아니구요..
우연히 만나게 된 한국 여행자분들과 같이 갔지요.
뭐 제가 멋지게 혼자 바에 앉아 진토닉 한 잔 하는 그런 분위기도 아니고..
이왕이면 현지인이 많이 가는 그런 술집이 과연 카오산에 있을까?
싶었는데...
첨엔 그냥 깔끔해보이는 가게에 들어갔거든요.
들어가서 싱 한 병 마시고 기분 좋아져서 혼자 흥얼거리고 간혹 얘기도 하고..
그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치는 여행객들과 수상한 느낌의 현지인 남자들.
으... 여행객들은 주로 일본여자애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약을 했거나.. 하여튼 뭔가 분위기 이상했습니다.
음.. 가야겠는걸.. 싶어서 슬며시 일어났는데
갑자기 한국말로 "안녕?" 인사하는 현지인 청년.
어눌한 저는 그대로 엉거주춤.."안..안녕하세요?" 인사했죠.
약간 눈이 맛이 간 이 남자애, 활짝 미소를 짓더니 자기 옆에 앉으랍니다.
.. ㅡ.ㅜ 나 무섭다구..
자기 한국사람 좋아한답니다. 한국 여자 뷰티풀하답니다.
근데..참 기분좋은 말인데.. 왜 눈이 그렇게 풀리셨냐고요..
제가 망설이고 있자 일본여자애들도 다같이 합창으로 "아뇽하세요~!" 인사하며 저보고 앉으라고 손짓하더군요.
I'm sorry. I have to go... 애매모호하게 웃으며 슬쩍 나왔습니다.
다들 과도한 웃음으로 절 배웅하고요.. 담에 꼭 또 오라고 악수까지 했습니다.
그냥 같이 앉아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하네요, 지금은.
그리고 나와서 한참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또 다른 술집.
이곳은 외국인이 한 명도 없었어요. 뭔가 자유롭게 라이브밴드를 아마츄어가 연주하는 그런 분위기! 오~ 좋아요.
그런 곳에 외국인 여자들이 들어가자 현지인들의 시선이 집중되더이다.
저와 일행도 잠깐 머뭇거리다가 자리에 앉았는데요
도무지 점원이 오질 않는거예요. 원래 태국 점원들이 좀 늦게 오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만 너무 안오더라구요.
그래서 바라보니, 글쎄...
아.. ㅋㅋㅋ 귀여워라.
태국 남자들은 수줍음을 많이 타서 귀여워요.
꽤 잘생긴 훈남 둘이 서로 밀치며 니가 가라고.. 그러고 있더라구요.
둘 다 까무잡잡한 미남들이어서 저는 누가 오든 마냥 행복했지만.. ㅎㅎ
결국 저와 눈이 마주친 운 나쁜(?) 훈남 한 명이 주춤거리며 다가왔습니다.
태국에서 배운 저의 장기.
눈 마주치면 무조건 웃자. 그럼 대부분 해결되더라.. ㅎㅎ
마구마구 수줍어하시는 웨이터에게 저는 또 마구마구 웃어주었습니다.
뭐.. 술도 한 잔 들어갔겠다..
웨이터, 귀도 뚫고 멀끔하게 생겨서 분명히 태국여자들에게 인기 많을 것 같은 남자가 왜 이리 수줍음이 많은지. 제가 웃으면 같이 벙긋웃다가도 눈을 못마주치고.. 버벅거립니다.
결국 싱 4병을 시키고, 어설프지만 나름 열정적인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귀여운 훈남은.. ㅎㅎ.. 그 이후로 우리 지정 웨이터가 되어 버려서 부르면 열심히 달려와 주었습니다. 영어를 거의 못하는 아이라서 바디랭귀지로 열심히!
나갈때쯤엔 왠지 서로 친근감을 느껴서 이름도 묻고 니 이름 참 예쁘구나..서로 칭찬도 해주고..
그 훈남,
뭔가 그냥 보내기 아쉬운 듯, 열심히 영어로 숙소가 어디냐, 언제 돌아가냐 묻더라구요. 그치만... 전 이미 취한 상태.. 멀쩡한 정신에도 안되는 영어가 그 정신에 되겠습니까? ㅋㅋㅋ 그냥.. 안녕~ 넌 너무나 뷰티풀한 남자야.. 칭찬해주고 나와버렸어요.
아..
..
아쉬워... ㅎㅎㅎ
참!!! 이 날, 씨리랏 병원에 있다는 시체 박물관에 갔었는데요,
거기 가지 마시길.
당분간 휴관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