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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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25)

쇼너 1 955
1999년 3월 11일(목) 할머니들은 밥 잘 먹는 애들을 좋아한다.

방콕에서 끄라비로 내려올 때도 느낀 것이지만 VIP버스는 정말 권장할 만한 교통수단이다. 푸켓이나 끄라비같은 장거리 이동시에 그 편리함은 물론이거니와 자는 시간을 이용해서 장거리를 이동한 다는 것은 일정을 넉넉하게 낼 수도 없고, 비행기를 타기에는 돈이 아까운 나같은 사람이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더군다나 가격에 비해 서비스나 시설이 거의 비행기와 흡사하기 때문에 그 장점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VIP 버스는 예약시에 자신의 자리위치를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비디오가 제일 잘 보이는 곳으로 예약을 했었다.
타자마자 먹을 것(이때는 뭘 나눠줬는지 기억이 통 나지 않는다)을 나누어주고 바로 비디오 상영을 한다.
제목은 뱀파이어. (제임스 우즈 주연의 영화로 이 영화를 VIP버스에서 비디오로 보고 한 3개월 지나니 한국에서 개봉했었다.)
영화가 한참 클라이막스로 들어가면서 제임스 우즈가 카리스마 만빵의 뱀파이어 두목과 혈전을 벌이려고 하는 찰나, 갑자기 비디오가 꺼지고 휴게소로 차가 들어간다.
밥시간이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밥시간… 끄라비로 내려올때는 밥을 준다는 사실조차 몰라 그냥 자버린 아까운 밥시간…

냉큼 내려서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마련된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예식장 피로연과 마찬가지로 들어오는 순서대로 빈자리가 없도록 꽉꽉 채워서 앉아야 한다. 어차피 동행도 없는 처지에 앉다보니 태국 할머니와 태국할아버지와 같이 앉게 되었다.
이미 자리에는 반찬이 차려져 있었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솥에 밥이 담겨 있었다. 우리의 맞은 편에 앉으신 태국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뜻밖에 외국인들과 밥을 먹게 되어 약간 어색하신 듯한 눈치였다. 그러나 밥먹는데 내국인 외국인이 따로 있던가? 노부부가 밥을 뜨신 후에, 우리도 밥을 떠 먹었다.
반찬은 계란 후라이(카이다우), 태국식 잡채(팍치냄새 팍팍~), 두부국(깽 쯧 따오후), 태국식 찌개?(깽 쏨)등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태국음식에 적응못하던 레커가 왠일인지 먹으면서 맛있어 한다.

레커 : 여기 밥은 되게 먹을만 하다.
쇼너 : 안 이상해? 이거야 말로 태국 음식인데.
레커 : 그동안 내가 잘 못먹은 건 서양식으로 변형된 태국음식인 것 같아. 오리지날 태국음식은 그래도 먹을만 한데?
쇼너 : 많이 먹어라…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 앞으로 덜 시달릴 테니…)

어딜가나 할머니들은 밥 잘 먹는 애들을 이뻐한다. 나랑 레커랑 밥을 가득 퍼서 2접시씩 먹으니 태국 할머니 무지하게 흐뭇해하신다. 만면에 웃음을 가득 담고서 계속 밥을 퍼주시려고 한다. 하긴 외국인 애들이 태국음식을 맛있어 하면서 와구와국 먹고 있으니… 흐뭇하실 만도 하다.
태국 노부부는 영어는 전혀 못하셨지만 만국 공용 바디랭귀지로 음식의 이름을 여쭤보았다. 알려주시면서 막 웃으신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태국음식에 적응한 레커… 거의 여행 막바지에 와서야 태국음식에 적응하다니… 안타깝다. 그리하여 레커와 나는 나는 며칠 남지 않은 여정이지만 그 후로 태국 현지인 식당만 찾게되었다.
그렇게 잘 먹고 나니 끄라비로 내려가는 차에서 밥을 못먹은게 더욱 아쉬워졌다. 아까운 밥한끼…

밥도 든든하게 먹었겠다… 버스는 안락하겠다… 아무 걱정없이 통통하게 부푼 배를 쓰다듬으면 다시 버스로 돌아왔다. 다시 출발. 보던 영화를 마저보고 잠이 들었다.

눈을 뜨면 다시 방콕일 것이다.
1 Comments
백도사 1970.01.01 09:00  
작년에는 버스안에서 물과 물수건,빵,커피등이 들어있는 박스 주더라고요 <br>물론 휴게소에서 국수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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