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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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에 쓰는 여행기 - 쇼너와 레커의 태국 배낭여행(19)

쇼너 3 922
손재균입니다.

지난번 Off모임에 나갔더니 만난 사람들이 모두다...
'너 왜 여행기 안쓰냐?' '그거 끝나기는 하는거냐?'
이런 말을 해서... 굳은 결심을 하고 결국 다 써버렸습니다.
앞으로는 기다리지 않으셔도 될 듯...(기다린 사람 없을까?)
아무튼 다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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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6일(토) 피피 뷰포인트와 씨푸드

1초는 과연 1초에 한번씩 지나가고 있는 것일까?

좋아하는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볼때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5분정도의 시간은 차마 시간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사우나에서 5분짜리 모래시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열기와 그 더딤에 쓰러질것 같다.
피피에서의 시간은 사우나에서 탈출해서 영화를 보는 것과 같았다. (이 시점에서 갑자기 궁금해 지는 것은 사우나에서 좋아하는 게임을 하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시간은 어떻게 갈까?)
어쨌거나, 그렇게 황홀한 경관을 자랑한다는 뷰포인트로 길을 떠나기 전에 잠시 가게에 들러 수박 한통을 사가지고 방갈로에서 레커랑 반쯤 먹고나서, 내일 할 스노클링 투어를 예약하려고, 그냥 무작정 아무 여행사나 들어갔다. 잠시 흥정을 하고 400B에 거래를 끝냈다. 그러면서 이것 저것(피피 뷰포인트 가는길을 포함하여)을 물어보다가 그 여행사의 주인 겸 종업원(일명 원맨 여행사)가 끄라비 버스 터미널의 친절하던 사람(15편 등장인물)의 친동생임을 알게 되었다. 여기도 역시 족벌체제가… 비록 허름한 여행사이지만.

예약을 하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이는 것은 레커를 내일 하루 종일 혼자 내버려둬야 한다는 점이었다.

쇼너 : 정말 스노클링 안해볼래? 피피에서 이거 안하면 정말 헛본거라고 그러던데..레커 : 갔다와. 난 물 무서워.
쇼너 : 바닷속 풍경이 정말 장난 아니라던데… 어느 세월에 다시 해보겠니?
레커 : 그래도 싫어.
쇼너 : 이거 수영하고 아무 관계 없는거야. 구명조끼 입고 하면 되잖아.
레커 : 아따… 말많네… 그냥 갔다 오라믄…
쇼너 : (깨갱)

‘그래…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더라. 나라도 스노클링을 매우 즐겨주자’라는 마음으로 여행사를 나왔다. 집합장소와 시간을 확인했음은 물론이다.

지도를 보니 뷰 보인트는 부두와는 반대방향으로 난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있는데 이 길이 좀 요상하게 생겼다. 피피내의 기념품마다 널려있는 뷰 포인트에서 내려다보는 똔사이만과 로다람만은 경치와 어울리지 않게 꼭 논두렁 길만한 흔적만이 있을 뿐이다.
가면서도 이길이 맞는지, 긴가민가 할때쯤 판자에 흰 페인트로 아무렇게나 쓴 뷰 포인트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 산이 맞는가벼~ 하면서 올라가다보니 올라가는 길에 나무열매가 마구 떨어져 있다. 지나가는 태국사람에게 이 나무열매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캐슈너트란다.
오~ 이녀석이 그 술안주 너트깡통에 들어있는 바로 그 녀석이란 말이지?’

깨달음의 시간도 잠시, 뒤이어 이어지는 계단들 위에서 기초체력이 심각히 부족한 레커와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좋다는 풍광을 위해서 꾸역꾸역 올라가고 있었다. 시멘트 계단이 팍팍한 허벅지만 두들겼다.(갑사가 아닌 뷰포인트로 가는길)

갑자기 계단이 없어지면서 구멍가게가 나오고 거기가 끝이었다.
뷰 포인트… 사진으로 찍으면 실물보다 멋진 곳이 있고, 반면에 사진이 말해줄 수 없는 느낌을 가진 곳이 있는데 뷰 포인트는 후자에 속하는 곳이었다.

올라간 시간은 꽤나 늦어서 서녘으로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었는데, 꽤나 멋진 노을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색깔이 확연히 다른 똔사이만과 로다람만을 바라보며, 우리가 묵고 있는 찰리 리조트의 위치도 가늠해보며, 감탄사를 쏟아내고 있을 즈음 피피가 얼마나 좁은 동네인가를 말해주듯이 피피에 올 때 배위에서 수다에 가까운 말을 걸어오던 아줌마를 다시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바위에 앉아 점점 어두워지는 주위를 아쉬워하며 바람도 쐬고, 증명사진도 한 판 박고 조금 앉아서 그 화려한 풍광을 머리에 각인시켰다.

기대하던 화려한 노을은 없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바람에 어두워진 산속에서 계단을 내려가야한다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내려오는 동안에 올라가는 귀엽게 생긴 일곱여덟살 가량의 소녀와 그의 엄마를 만났는데,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2번정도 그 높다란 계단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같다. 아디다스의 삼선이 선명한 츄리닝을 바라보며 우리는 기가 죽어 한마디 겨우 내뱉었다.

‘스포츠는 정말 살아있나봐’

적당히 어두워진 후, 다시 방갈로로 돌아온 우리는 씨푸드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물론 아직까지 태국음식에 적응하지 못한 레커는 씨푸드를 먹으러 가자는 말에 인상부터 썼지만 그래도 한국식당 하나없는 피피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서양식 아니면 태국식이지.
태국음식에 완전히 적응해버린 만국위장의 소유자인 나는 씨푸드가 얼마나 맛있을 것인가로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피피에 어둠이 깔리고 로다람만의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피피 파빌리온 리조트를 지나 똔사이만 쪽으로 접어드니 카누같이 생긴 배위에 각종 해산물을 올려놓은 씨푸드 가게가 하나둘씩 등장했다. 우리나라 토종(?) 생선들만 봐온 우리들에게는 새우나 게, 조개등을 제외한 생선들은 신기하기만 했다.
내쇼날 지오그래픽이나 동물의 왕국따위에서만 보던 창꼬치고기(바라쿠다)를 비롯하여 상어, 이름도 생소한 잭피쉬등…다양한 생선을 구경한 후, 한 곳에 자리잡고 밥과 탕수육 소스를 얹은 듯한 생선튀김(영어로 Fried는 볶음, Deep Fried는 튀김이라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과 게 찜, 새우구이등을 시켰다. 물론 맥주도 한병.

음식은 맛있었으나 레커는 먹으면서도 궁시렁댄다.
어쨌거나 통통하게 부푼 배를 안고 돌아왔지만, 계속 레커의 부실한 식욕이 마음에 걸렸다. 나만 잘 먹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거기다가 나는 내일 혼자 스노클링을 가지 않는가…

돌아오는 길에 레커는 머리를 땋겠다고 해서 머리 양쪽을 10가닥인가 땋고 특이한 모습이 되었다. 그런 것들이야 말로 이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니까 선뜻 하라고 했다. 머리가 마음에 드는지 표정이 식사때보다 훨씬 밝아져있다.

역시 해변을 통해서 걸어오는 도중에 피피 파빌리온 앞 해변에서 파는 팔뚝만한 새우를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테이블마다 촛불을 켜놓은 해변까페의 모습에 감동하기도 하면서 방갈로로 돌아와 내일 스노클링 채비를 마쳐놓고 하루를 마감했다.
3 Comments
푸핫 1970.01.01 09:00  
정말 귀여운 한쌍이십니다..흐흐
요술왕자 1970.01.01 09:00  
푸핫~!
레커 1970.01.01 09:00  
쇼너의 글은 언제봐도 잼나다 <br>아~아~ 귀여운 쇼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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