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왕국여행기]壹.방콕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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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왕국여행기]壹.방콕입성

Minsson 1 1703
나는 자랑스런 한국인이다

나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내가 여행하는 동안 대다수의 사람이 내가 한국인임을 몰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조차도 말이다.

"Take off your belt."

분명 내 앞뒤 사람을 상대로 한국어를 하던 직원이 내가 조금 굼 뜨자 외모를 보고 바로 판단해버린 모양이었다. 날카로운 그들의 목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오케이'를 남발하며 벨트를 풀어 몸에 있는 금속을 제거하였다.

태국 현지 핸드폰을 인천공항에서 대여하고 비행기에올랐다. 택싱을 마치고 활주로에 오른 타이항공 소속 A330기종의 항공기는 미친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진동이 엄습하고 몸이 허공에 뜬 느낌이 들었을 때, 나는 참을수 없는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비행기가 땅에 닿는 순간 나는 가이드 책을 펼쳤다.

책에 있는 모든 사진들이 현실이 되어 나를 덮치는 순간이었다.

고교시절 인천항에서 중국 텐진항으로, 베이징을 통해 연변을 횡단하여
지린을 거쳐 백두산을 들렀다가 션양에서 비행기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동안 배타고 비행기타고 기차타고 달렸던 그 거리를...
이 날은 단번에 비행기로 날아갔다. 태어나서 이렇게 먼 곳까지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커서 태국

입국한 나라의 이름은 정식명칭 타이왕국(Kingdom of Thailand).

함께 동행한 친구 이름은 '문혁'으로, 자칭 '완전소중천재빛의인간매너맨곧갑부가될위대한문혁님'이다. 태국의 수도인 방콕의 본명도 이렇게 띄어쓰기 없이 길다.

'끄룽텝마하나컨보원랏따나꼬신마힌따라아유타야마하딜록뽑노빠랏랏차타니부리롬우돔랏차니우엣마하싸탄아몬삐만아와딴싸티싸카타타띠띠야위쓰누깜쁘라씻'이 그것인데...

앞부분 세 음절로 줄여서 '끄룽텝'이라부른다.

태국은 이름처럼 큰 나라이다. 땅마다 기후가 다르고 지역종교와 언어가 조금씩 존재한다.

나의 이번 여행목적은 그들이 '끄룽텝'내지는 '방꺽'이라 부르는 태국의 수도 방콕시티이다.

'쑤완나품(Suvarnabhumi)'이라 불리는 신공항에 내리자 한글이 사라졌음에 놀랐다. 이제부터 영문이 나를 이끌게 될 것을 생각하니 불안하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했다.

절차를 밟고 우리를 픽업하러 올 볼보 세단을 기다렸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 정도 우리가 늦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비행기가 늦었을 뿐이다. 태국식으로 말하자면 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상황이 이리되어 참으로 유감이다. 우리는 짐을 찾고 입국수속을 마치고 우리는 여행자수표 환전조차 하지 않은 채 약속 장소로 달렸다. 오지 않자 막막해 하다가 해당 여행사 전화번호를 찾아, 태국 핸드폰을 이용해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가 아니라 '삐- 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잘못 걸었나 싶어 다시 걸었지만 매한가지. 알고보니 그게 태국 전화 신호 가는 소리였다.

이제부터 진짜 태국이다!

할로~?(ฮัรใหล~?)

이것이 태국인의 전화받는 인사소리다. 성조때문에 성별, 목소리 톤에 따라 약간 급하게 들리기도하고 느긋하게 들리기도 한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여행사라, 한국어 내지는 영어로 받을 줄 알았는데...

얼떨결에 영어를 쏟아부었다. 픽업 하러 온다며 왜 아무도 없었냐고...

상대는 갑자기 "OK! OK! Please Wait!"

조금 있자, 기사가 왔다. 아마 기다리다가 지쳐 차 안에서 에어콘 바람을 쐬고 있었던 모양이다.

공항건물을 나서자 우리는 경악했다. 아직도 열대야라니...

어이의 말이 맞았다. 태국은 가을이 없다. 이제부터 진짜 태국이다!

픽업차량. 흐줄그레 해 보이는 볼보 세단이 900바트라니... 돈아깝단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초행이니 안전보장비로 생각해야했다.

호텔에 들어가자 모 유원지의 정글탐험 보트의 향기가 났다. 습한 냄새. 뭐랄까, 나도 모르게 설레고 힘이 났다. 바우처를 보여주자 보증금(Deposit)을 위한 금액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분명 호텔예약 대행사 측에서는 보증금이 없을 거라고 하였는데...

여하튼, 3000바트를 맡겼다.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벨보이가 나에게 물었다.

"Where are you from? Hongkong? Taiwan?"

"콘까올리. 짝 쁘라텟 까올리(คนเกาหลี จากประเทศเกาหลี한국에서 온 한국 사람!)" 나는 웃으며 답했다.

벨보이에 20밧의 팁을 전하고 문을 닫았다.

샤워를 하고 잠드려는데, 치약이 없었다. 혼자였다면 그냥 잠들었을 터인데, 미스터 문이 나의 추잡스러움을 용서할리가 없었다. 함께 프론트로 나가, 편의점의 위치를 물었다. 밖으로 나가 오른편으로 돌면 나온다고 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편의점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눈에 띈 것은 태국맥주 상징인 비야씽(Singha Beer)이었다. 당장 몇개 집고 면도기와 치약을 샀다. 태어나서 처음 태국상점에서 거래를 하는 순간... 최대한 덜 어색하게 보이려고 태국어를 하였다.

"타오라이 크랍?(เท่าไรครับ 얼마입니까?)"

헌데, 안타까이도 외국인임을 들켰다... 그는 웃으며 계산된 숫자를 가리켰다. 나는 그 숫자를 태국어로 읽으며 억지로나마 나의 태국어가 건재함을 과시하려 노력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상한 사람들을 보았다. 긴 머리를 얼굴로 가리고 느긋하게 걷는 어둠의 사람들.

이래서 어이가 밤늦게 돌아다니는 나를 보며 경악했던 거구나 싶었다.

1 Comments
덧니공주 2007.04.02 22:43  
  왜 한국인임을 몰랐을까?ㅋㅋㅋ
음,유창하신 태국어~부럽습니다요~
볼보세단으로 태국에 입성~추카추카[[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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